소설리스트

갓코인-108화 (108/300)

# 108

늑대인간과 변종 코끼리의 사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늑대인간이 코끼리의 옆을 스치며 두꺼운 가죽에 긴 선을 남겼다.

하지만 코끼리의 몸을 비틀자 거대한 뒷다리의 허벅지가 늑대인간의 어깨를 때렸다.

쿵!

늑대인간이 중심을 잃고 바닥을 굴렀지만 바로 일어서서 다시 몸을 날렸다.

부웅!

코끼리는 정면으로 뛰어오른 늑대인간을 향해 채찍처럼 코를 휘둘렀다.

늑대인간은 이를 피하지 않았다.

쾅!

오히려 손톱을 날카롭게 세워 다가오는 코를 향해 찔렀다.

으득!

늑대인간의 오른손 손과 어깨뼈가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손톱 역시 코끼리의 두꺼운 가죽을 관통했다.

푹!

그 상황에서 늑대인간은 왼손의 손톱을 세워 다시 한 번 거대한 코에 찔러 넣었다.

“크아!”

코끼리가 고통스러운 코를 휘두르자 코에 매달린 늑대인간의 몸도 요동을 쳤다.

그렇게 코끼리가 코를 높이 쳐들었을 때, 늑대인간은 왼손을 거두어들였다.

그 순간, 늑대인간의 몸이 코끼리 머리 위로 떠올랐다.

펑.

상승하던 늑대인간의 몸이 작은 소음과 함께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스트라이크.’

인간으로 돌아온 상엽은 상승하던 관성을 무시하고 스트라이크를 통해 아래로 떨어졌다.

쾅!

그의 해머가 정확히 코끼리의 두개골을 강타했다.

순간 코끼리의 모든 행동이 정지했고 천천히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쿵!

쓰러진 코끼리의 옆으로 상엽도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움직여.’

상엽은 스스로를 독려했다. 이를 악물며 일어나려 했지만 좀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움직이라고!”

그는 괴성을 질렀다. 그 힘으로 겨우 두 발을 세울 수 있었다.

그 상태에서 쓰러진 코끼리를 향해 다가갔다.

쓰러진 코끼리는 그동안의 광기와 달리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다가오는 상엽을 보았다.

“어쩌라고?”

상엽은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며 해머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코끼리의 눈을 쳐다보며 머리에 해머를 꽂았다.

“하아. 하아.”

코끼리를 처리한 상엽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헤어진 여인을 부르듯이 한 이름을 말했다.

“레나.”

잠시 후, 레나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미안해. 일어날 힘이 없어.”

상엽은 누운 상태에서 그대로 손을 내밀었다. 레나는 그 손을 잡았고 곧 상점이 열렸다.

“치료.”

“20만 코인이야.”

“비, 비싸.”

“다 죽어 가는 모습으로 그렇게 말하지 말아 줄래?”

“알았어.”

결국 상엽은 치료를 선택했다.

그렇게 치료가 끝났을 때, 레나는 강제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위험요소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너냐?”

막 전투가 끝난 전장에 은빛 털의 여우가 나타났다. 그런데 여우의 한쪽 머리는 선명한 해머자국이 있었다.

눈이 기능을 잃은 것을 물론이고 은빛 털은 진액으로 인해 잔뜩 꼬여 있었다.

본래는 동물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괴물 같은 느낌이 강했다.

“열 받으면 덤비든가.”

은빛 여우는 상엽과 이미 세 번의 전투를 치렀다. 하지만 그때마다 상처를 입고 도망갔다.

워낙 속도가 빨라서 상엽이 따라잡을 수가 없는 종류였다.

하나뿐인 눈에 독기가 오른 여우는 다른 변종처럼 무작정 달려들지 않았다.

집요하게 상엽을 쫓아오긴 했지만 신중하게 기회를 노렸다. 때문에 상엽은 언제나 뒤통수가 찜찜했다.

‘코끼리의 영역이 아니었으면 죽었겠지?’

여우가 조금만 더 일찍 왔다면 상엽이 죽었을 것이다.

“안 싸울 거면 간다.”

그때, 숲 전체에서 풀을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또 친구들 데리고 왔어?”

은빛 여우는 혼자가 아니었다. 여우를 이끄는 대장이었고 20마리의 여우를 데리고 다녔다.

상엽은 전투를 준비하며 해머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은빛 여우는 상엽 주변의 모습을 다시 살폈다.

코끼리와의 전투 흔적이 있었고 상엽이 이겼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러자 은빛 여우는 전투를 포기하고 몸을 돌렸고 상엽을 포위했던 여우들도 물러났다.

상엽은 굳이 여우들을 추격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처리해야 돼.’

첫 전투에서 그는 은빛 여우의 수하 20마리를 처리했다. 그리고 은빛 여우의 머리에 해머를 꽂았다.

‘운이 좋았어.’

그는 몇 번이나 도박을 했고, 그것이 성공하면서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은빛 여우는 이를 운으로 보지 않았다. 부하들의 목숨을 아끼기 위해 더 좋은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하나같이 평범한 놈이 없네.”

상엽은 멀어지는 은빛 여우를 보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야생의 땅을 살아가는 원시인.

상엽의 모습이 딱 그러했다.

거기에 적응할 때쯤엔 어느새 헬기나 전투기가 나타나 그의 머리 위로 폭격을 퍼부었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경험하는 건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어느 쪽이든 그를 죽이려고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1급 위험지역에서 살아온 지 한 달째 되던 날. 상엽은 다시 레나를 만나고 있었다.

“10만 코인이야.”

“비싸.”

“그럼 그 상태로 나가서 죽든가.”

레나는 핀잔을 주며 치료를 마쳤다.

오늘만 두 번째 치료였고 지난 한 달 동안 서른다섯 번이나 치료를 했다.

변종 하나하나가 많은 코인을 가지고 있었지만 치료를 하면 남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전혀 이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코인이 모이고 있어.’

그는 매번 사투를 벌이고 레나를 통해 상처를 치료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면 치료비가 이제는 조금씩 남는 상황이 되었다.

1급 위험지역에서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강해지고 있어.’

강화가 없이도 그는 강해지고 있었다. 이는 전투경험 쌓이고 전투본능이 더욱 날카로워진다는 뜻이었다.

강한 힘도 적절히 써야 했고, 순간 판단 하나에 목숨이 달려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사투를 경험하면서 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성장을 하고 있었다.

레나는 그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넌 정말 미쳤어.”

“인정해. 요즘은 내가 생각해도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어.”

상엽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럼 다시 미치러 갈게.”

그는 무작정 사냥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 3일 동안 계속해서 북쪽으로 움직였다.

전투기와 헬기의 비행경로를 파악해서 본부의 위치를 잡았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계속 이동한 것이다.

어쨌든 헬기와 전투를 운용하려면 반드시 기지가 있어야 했다.

3일 동안 꾸준히 이동을 한 덕분에 드디어 추종자의 시야에 기지가 잡혔다.

기지는 한국의 여의도처럼 강에 둘러싸인 섬 같은 지형에 꾸려졌다.

임시 건물이라 특별한 방어막은 없었지만 넓은 강물이 변종을 막아 주는 것이다.

‘내가 접근하는 걸 알고 있을 거야.’

기지에 전투기 활주로는 없었다. 다른 곳에 공군 기지가 있다는 뜻이었다.

임시 기지에는 헬기장을 비롯해 막사들이 차려져 있었다. 그곳에는 군인을 비롯해 갓코인 유저도 있는 것으로 보였다.

“급한 건 내가 아니잖아. 여기까지 왔으면 마중을 나와야지.”

상엽은 충분하다고 판단을 내리며 접근을 멈췄다.

* * *

“5킬로미터 밖에서 더 이상 접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엽의 움직임은 파악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3킬로미터 안까지 들어오면 대대적인 작전을 펼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엽은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다.

“미친 새끼!”

임시 기지의 총 책임자 랜들은 욕지거리를 뱉었다.

“반드시 죽인다! 반드시!”

랜들은 위성 화면을 보며 이를 갈았다.

그는 빅토리 타워가 무너질 당시, 가장 먼저 헬기로 탈출해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하롬 시티가 붕괴된 것은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하롬 시티는 그들의 상징이라 자랑이었고 지난 5년의 결과물이었다.

1급 위험지역에 위치한 유일한 인간의 구조물.

그것이 단 한 명에 의해 무너졌다.

이미 하롬 시티는 변종들에게 장악을 당해서 다시 복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그에게도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 * *

“왔어?”

상엽이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지금까지와 달리 높은 위치에 헬기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헬기에는 특별한 무기가 장착되어 있지 않았다.

‘사람이 타고 있다는 거지.’

상엽은 헬기를 보며 위치를 이동했다.

초원은 간간히 높게 자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지형이었다.

숲 안으로 들어가면 헬기가 그를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숲이 크지 않아 포위를 당할 수도 있엇다.

상엽이 숲에 몸을 숨겼을 때, 헬기에서 뭔가가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10명.’

시드의 정보를 떠올린 상엽은 그들이 또 하나의 팀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갓코인 유저가 드디어 나선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나서는 것은 분명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상엽은 그들의 낙하를 그냥 지켜봤다.

갓코인 유저인 만큼 그들은 특별한 장비 없이 무사히 바닥에 내려섰고 곧장 상엽을 향해 달려왔다.

“그렇게 서두르지 마.”

상엽은 그들의 접근을 보며 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가 이동하는 방향은 갓코인 유저 쪽이 아니었다.

등을 돌리고 달아나는 것이다.

그러자 갓코인 유저들은 오히려 속도를 늦췄다. 함정의 위험을 감안한 것이다.

“거기! 스미스 형! 겁먹은 거야?”

상엽은 상대를 알아봤다. 시드의 자료에 있었기 때문이다.

10명으로 구성된 전천후 타격팀.

-왼쪽 눈 아래로 긴 칼 자국이 있는 녀석이 스미스야. 그 녀석을 만나면 조심해.

전투가 필요한 곳에 주로 투입되는 정예들이었다. 시드가 주의하라고 알려진 자들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상엽의 도발에 상대는 오히려 이동을 멈췄다. 이를 본 상엽도 그 자리에 섰다.

“술래잡기하러 온 건 아닐 텐데?”

스미스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는 상엽의 도발을 무시하며 손가락으로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가장 외곽에 서 있던 두 명이 상엽을 중심으로 멀리 돌아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미스의 뒤에 있던 자는 몸이 서서히 떠올랐다.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초원이라.’

주변에 특별한 함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스미스는 서두르지 않았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기지의 책임자 랜들은 마음이 급했지만 스미스는 아니었다.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린 그는 무전기를 들어 기지와 연락을 취했다.

“현재 위치의 위험요소를 파악하라.”

곧 그의 이어폰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들어왔다. 위성에도 특별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정찰을 시작한 세 명 역시 같은 보고를 했다.

“접근한다.”

확인을 끝낸 스미스는 선두에서 접근을 시도했다. 그러자 상엽이 다시 도주를 시작했다.

‘이렇게 빨랐나?’

스미스의 속도로는 상엽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팀원 중에 따라잡을 수 있는 자가 있지만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었다.

결국 그는 안전한 선택을 했다.

“포격 시작.”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팀원들의 이동이 멈췄다. 대신 기지 쪽에서 화려한 불빛들이 나타났다.

상엽의 위치를 향해 포격이 시작된 것이다. 포격은 상엽의 후방을 향해 광범위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어느새 전투기까지 출동해서 미사일을 쏘았다.

“저게 다 얼마야?”

상엽은 포격을 무시하고 뛰었다. 그리고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에 고스트 실드를 밟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의 발아래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고 상엽의 몸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쿵!

그렇게 상엽이 바닥에 내려섰을 때, 그의 발 아래로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팔뚝 부근의 피부가 찢어지며 생긴 상처였다. 그런데 스미스 팀은 더 이상 추격을 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

스미스는 상엽의 상처가 의심스러웠다. 폭발 안에서 팔뚝에만 상처가 생겼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스미스 형. 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야?”

상엽이 그를 다시 한 번 도발했다. 이에 스미스는 확신했다.

‘우리가 모르는 함정이 있다.’

그는 오히려 팀원을 뒤로 물리려 했다.

“형. 이미 늦었어.”

상엽은 갑자기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스미스 팀 주변으로 심판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돌기둥을 소환했다.

그것만으로는 그들의 도주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상엽은 무모할 만큼 많은 스킬을 펼쳤다.

‘뭔가 이상하다.’

스미스가 그렇게 느꼈을 때, 상엽은 웃음을 지었다.

“뭔가 시큼한 냄새 나지 않아?”

그 순간 스미스 팀의 바닥이 꿈틀거렸다.

“피냄새를 맡고 쫓아오는 두더지들이 있거든. 진동에도 예민하고.”

꿈틀거리던 바닥에서 날카로운 손톱들이 튀어나왔다.

“사파리에 온 것을 환영해.”

스미스 팀 주변으로 수십 마리의 두더지들이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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