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03화 (103/300)

# 103

파이어스의 망치 10단계.

상엽이 이를 강화한 이유는 론드와의 싸움 때문이었다.

‘막혔어.’

최근 들어서 벌써 두 번째였다.

‘못 뚫으면 내가 죽어.’

그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신체강화와는 별도로 파이어스의 망치를 강화했다.

성장한 파이어스의 망치는 더욱 진한 금빛을 띄기 시작했다. 또한 휘두를 때 생기는 묵직한 무게감이 훨씬 커졌다.

“이 정도면 됐어.”

타격 직전에 증가하는 위력은 상엽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만들었다.

더불어 스킬 심판으로 나타나는 해머의 크기는 두 배를 넘어선 상태였다.

‘속도 조절도 가능해졌고.’

떨어지는 해머의 속도 조절이 가능해졌다. 이는 다양한 변수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일본 후쿠오카.

켄사로는 요다와 함께 어선이 들어오지 않는 바다를 보고 있었다.

후쿠오카 항구와는 떨어진 곳이었고 주거 지역이 아닌데다 도로도 없어서 사람이 찾아올 이유가 없는 장소였다.

“올 때가 됐는데.”

켄사로는 시간을 확인했다. 약속 시간까지 3분이 남은 상황이었다.

“이쯤이면 배가 보여야 하는데. 이상하군요.”

“무슨 사고라도 있었던 건가?”

요다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때, 밤바다에 희미한 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불빛 한 점 없는 바다지만 블랙 유저인 그들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설마…….”

켄사로는 파도를 뚫는 선을 보며 해안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정체가 명확해졌다.

“항상 날 놀라게 하는군.”

바다에서 누군가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배에서 내리거나 장비를 착용한 것이 아니었다.

“수영으로 일본까지 온 건가?”

“나름 재미있어.”

상엽은 배가 아니라 오직 수영만으로 일본까지 왔다. 그 모습에 요다는 할 말을 잃었다.

“뭐 필요한 건 없나?”

“배고파.”

“크큭! 어서 가지! 제대로 대접할 테니.”

상엽은 그렇게 일본으로 넘어갔다.

본래의 계획은 흑점과 데스문의 연합이었다.

-화이트 길드의 득세를 밀어내고 절반 이상의 영역을 가져야 한다.

일본은 화이트 길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예전의 사쿠라 길드도 그렇고 지금의 료사기리도 마찬가지였다.

료사기리의 길드장을 상엽이 처리하긴 했지만 여전히 세력면에서는 데스문이 따라갈 수가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데스문을 제외하고는 상위권 길드에 맞설 블랙 길드 자체가 적었다.

덕분에 데스문으로 사람이 몰리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반대편에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일단 교토부터 먹지 뭐.”

“쉽게 결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상엽은 일본의 전통주에 회를 먹으며 간단히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요다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일본의 절반을 장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 안 하면 되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상엽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 가지면 되잖아. 절반 말고 전부 다.”

“크하하! 역시!”

요다가 대응하기에 앞서 켄사로가 폭소를 터트렸다.

“길드장님.”

“요다. 이제 막 도착한 손님이다. 식사는 편하게 대접하는 게 예의 아니냐?”

“죄송합니다.”

켄사로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계획은 있어?”

식사를 끝낸 상엽이 켄사로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요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상엽에게 5장짜리 서류를 내밀었다.

“대략적인 계획입니다.”

상엽을 위해서 한국어로 번역이 된 서류였다. 요다의 성격이라면 당연한 준비였다.

“음. 3년 계획이네.”

“그렇습니다.”

“너무 늦어. 그때까지 일본에 있을 수는 없어.”

“3년도 최소한으로 잡은 것입니다.”

요다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원하는 바를 확실히 말했다.

“저희들은 정상엽 씨가 계속 함께해 주길 바라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만 도와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나야 편하지. 언제부터 시작할 거야?”

“석 달 후입니다.”

“에이. 괜히 수영까지 해서 왔잖아. 난 바로 시작할 줄 알았는데.”

“만나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요다는 상엽에게 스마트폰 하나를 내밀었다.

“일본의 현재 상황에 대한 자료들입니다. 절대 외부에 유출되어서는 안 됩니다.”

데스문의 기밀 정보 중에 하나였다. 그나마 외부에 대한 정보라 상엽에게 넘겨줄 수 있었다.

“이러면 수영해서 못 가잖아.”

“바로 돌아가실 거면 준비하겠습니다.”

“아니야. 됐어. 바이크나 하나 준비해 줘. 온 김에 오사카나 다녀와야겠어.”

“오사카라면 제가 모시겠습니다. 바이크보다는 빠를 것입니다.”

멀지 않은 곳에 헬리콥터가 있었다. 상엽은 이것까지 거부하진 않았다.

‘경고해 줘야 돼.’

상엽은 도톤보리의 아이리를 만날 생각이었다. 단순히 그녀가 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싸움이 시작되면 휘말릴 거야.’

일본에서 일어날 싸움은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이리는 그저 반가웠다.

자신을 찾아온 손님만 다섯 테이블이 있었지만 모든 걸 포기하고 입구로 달려갔다.

그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상엽에게 안겼다.

“이래도 돼?”

“상관없어요.”

“자신감이야? 근무태만이야?”

“뭐든 상관없어요.”

상엽은 자신의 품을 떠나지 않는 아이리와 함께 식스헤븐을 나섰다.

아이리는 그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상엽이 무슨 말을 하든 웃었고,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식스헤븐의 아이리다!”

“진짜 예뻐!”

이미 아이리는 도톤보리의 유명인사였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아이리의 미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너무 유명해진 거 아니야?”

“전 상엽 씨만 보이고, 상엽 씨 말만 들려요.”

“그러기에는 저 사람들 눈빛이 너무 무서운데?”

당연히 곁에 있는 상엽은 질투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건 이미 예상한 일이라 덤덤하게 지나가던 상엽의 귓가에 예상치 못한 말이 들렸다.

“어? 한국의 변종 사냥꾼 아니야?”

“진짜네.”

“와! 나 사진 찍고 싶어!”

그 말은 순식간에 거리 전체로 퍼져서 많은 이들이 상엽을 주목했다.

“저보다 상엽 씨가 더 유명한데요?”

“그러게. 이건 예상 못했는데.”

“일본 사람들 대부분이 상엽 씨를 알아요. 뉴스에도 나왔고 인터넷에는 팬카페도 만들어졌어요. 나라를 지킨 의리의 변종 사냥꾼으로 불리고 있어요.”

“팬카페라. 그런 건 상상도 못했는데.”

“좋은 이야기가 대부분이에요. 상엽 씨처럼 되고 싶다거나, 상엽 씨를 만나고 싶다고도 하고요.”

“꽤 자세히 알고 있네.”

상엽은 그 말을 하다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아이리를 보며 물었다.

“설마. 팬카페 가입한 거야?”

“그게 이상한가요? 저도 상엽 씨 팬이에요.”

아이리는 당당했다.

“뭐 그럼 오늘은 팬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 볼까?”

“뭐든지 좋아요.”

그녀의 적극적인 배려는 언제나 상엽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런데 그들의 행복을 방해하는 소리가 울렸다.

-내일 한국에 와 줄 수 있어?

박광신의 문자였다.

상엽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형. 무슨 일이야?”

-밖에서 할 대화는 아니야. 직접 만나서 해야 돼. 아직 확인 중인 정보도 있고.

“꼭 가야 돼?”

-강요는 안 해. 그런데 와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박광신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알았어. 내일 들어갈게.”

그 말은 박광신을 안심시켰지만 아이리를 슬프게 했다.

“그래도 하루가 있잖아. 밤은 길고.”

“당신과 있는 밤은 언제나 짧아요.”

“마음까지 예쁘지 마. 내가 좋아하는 형을 버리고 싶어지잖아.”

상엽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차피 들킨 거 좀 신나게 달려 볼까?”

“좋아요.”

그는 아이리를 안고 도톤보리의 건물 위를 날아올랐다.

약속대로 상엽은 이른 아침에 아이리와 인사를 하고 한국으로 이동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을 그를 알아봤고 용기 있는 몇몇은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상엽은 예전에 적설이 이런 상황을 이용한 기억이 있어서 편하게 응해 줄 수가 없었다.

‘인상 쓰고 있자. 그게 최고야.’

결국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이 접근할 엄두도 낼 수 없도록 만들었다.

“동생. 와 줘서 고마워.”

작은 역경을 딛고 박광신의 빌딩에 도착했을 때, 상엽 앞에 몇 가지 서류가 놓였다.

“이게 뭐야?”

“너한테 꼭 전달해 달라고 수십 가지 루트를 통해서 들어온 계약서.”

“계약서?”

상엽은 서류를 다시 보았다.

“이게 뭐야?”

“동생 광고 찍을래? 거기 보면 다큐제작 의뢰서도 있어. 영화 출현 제의도 있고. 아 맞다. 야한 영화도 있으니까 잘 살펴봐.”

상엽은 지금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내가 연예인이라도 된 거야?”

“연예인도 동생 인기는 못 따라올 거 같은데.”

박광신의 웃음이 상엽에게는 얄밉게 보였다.

“쳇. 그만 놀리고. 이것 때문에 들어오라고 하진 않았을 거 같은데.”

“당연히 아니지.”

“그럼 한국에는 왜 들어오라고 한 거야?”

“동생이 여기 있다는 걸 보여 줄 필요가 있어서.”

“왜?”

박광신은 웃음을 지우고 말했다.

“벨기에 정부에서 정식으로 항의가 들어왔어.”

“뭐라고?”

“도시를 파괴한 죄인을 벨기에 법집행기관에 넘기라고.”

상엽은 이 말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날 재판하겠다는 건 알겠는데, 그걸 정부에서 정식으로 요청했다고? 내가 무슨 짓을 할 줄도 모르는데.”

“그래서 더 의외야. 그런데 이게 대책을 세운 요청이라면 문제가 심각해. 지금 한국은 그런 외교에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

대통령은 사퇴했고 대행이 그 자리를 맡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짧은 시간 후에 진짜 대통령으로 교체될 자리였다.

그리고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사퇴를 하거나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국회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된 건지 아직 몰라?”

“확실히는 몰라. 그나마 몇 시간 전에 데카르트 길드가 정보를 보내 줬어.”

길드장을 잃은 그들은 조직 개편에 한창이었다. 그렇지만 아군에게 필요한 정보를 넘기는 건 잊지 않았다.

“무슨 정보인데.”

“벨기에 정부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정부와 접촉을 한 집단이 있어.”

“거기가 어딘데?”

박광신은 숨기지 않고 사실을 말했다.

“하롬 컴퍼니.”

그 대답에 상엽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잠시 잊고 있던 이름이 떠오른 것이다.

국회의원 안경철을 경호했던 다국적 연합이 다시 거론되었다.

“확실한 거야?”

“확인은 못했어. 그런데 이 정보를 준 사람이 동생을 만나고 싶어 해.”

“나를?”

“동생을 잘 안다고 하던데?”

상엽과 하롬 컴퍼니는 충돌이 있었다. 그 싸움에서 상엽은 하롬 컴퍼니의 팀 하나를 전멸시켰다.

‘아. 한 명이 남았지.’

상엽이 그를 떠올린 순간, 박광신이 이름을 말했다.

“시드라고 했어. 알아?”

상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재수 없는 놈.”

“만나 볼 거야?”

“만나야지. 지금은 그래야 하는 시기니까.”

결국 박광신이 나서서 약속을 잡았다.

시드와의 만남은 30분 후에 성사되었다. 시드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가까운 곳에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박광신의 빌딩으로 초청을 받았다.

“오랜만이군. 정상엽.”

시드는 따로 마련된 접객실로 당당히 들어왔다. 홀로 왔음에도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거만한 행동은 여전했다. 상엽은 그가 내민 악수를 거절하며 자리에 앉았다.

“무슨 개수작이야?”

“개수작이라니. 내가 널 살릴 수도 있는데.”

“그건 내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일 때 하는 말이고.”

“맞아. 바로 그 상황을 이야기하는 거지.”

그는 다리를 꼬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무릎을 두드렸다.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내가 하롬 컴퍼니를 나오고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나?”

“너한테 궁금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 그러지 말라고. 난 너와 싸우기 싫어서 많은 걸 포기했으니까.”

시드는 마지막 명령을 거부했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목숨을 아낀 거지. 날 위해서는 아닌 거 같은데.”

“어쨌든 난 약속을 지키려고 모든 걸 다했지. 그 정도는 인정해 줄 수 있지 않나?”

“좋아. 인정해.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당연히 보상이지. 난 지금 정보로 먹고사는 입장이거든.”

정보 브로커 시드.

이 이름은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이 내 이름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서 말이야. 만난 적도 있으니 특별히 할인도 좀 해 주지.”

“말 길게 하지 말고 원하는 걸 말해.”

“100만 코인. 내가 가진 정보에 비하면 거저 주는 거나 다름없지.”

그 말을 들은 상엽은 진지한 표정으로 박광신을 보며 말했다.

“형. 소금 뿌리자. 왜 잡상인을 불렀어?”

그 말에 박광신이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본격적인 협상은 그때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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