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01화 (101/300)

# 101

“어떻게 저런…….”

“신들의 대결인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모두들 할 말을 잃었다.

아군과 적군이 구분되어 있지만 누구도 그 전장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태풍과 같은 바람이 몰아치고 화산과 같은 폭발이 일어났다.

서릿발 같은 날카로움과 용암 같은 힘의 격돌은 관전하는 자들을 경외를 불러일으켰다.

그들의 눈에는 이 대결이 신들의 격돌로 보였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강자와 모두가 무시하던 한국의 유저.

그들의 싸움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더럽게 세네.’

‘괴물.’

상엽과 론드는 주변의 경외에 찬 시선과 달리 이를 악물며 싸우고 있었다.

그야말로 사투였다.

둘은 서로의 공격을 모두 피할 수가 없었다.

쾅!

론드는 상엽과 무기를 부딪힐 때마다 폭발로 인해 피부가 찢어졌다. 이미 그의 몸은 피투성이가 된 지 오래였다.

팟!

상엽의 공격이 폭발로 이어지지 못하면 어김없이 급소로 론드의 칼이 날아왔다.

유산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미 그의 몸에는 위험한 상처가 쌓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멈출 수가 없었다.

‘멈추면 죽는다.’

팽팽한 상태에서 한 발만 물러나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다.

호흡조차 편하게 할 수 없는 상황.

거기서 먼저 승부수를 던진 이는 론드였다.

그의 칼이 빛을 뿌리자 빛의 수호자들이 주인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폭발에 밀려났던 수호자들은 하얀 갑옷이 흩어지는 것조차 감수하고 전장으로 진입했다.

상엽이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급하다는 거지.’

변화가 필요한 쪽은 론드였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데카르트 길드장이랑 싸웠으니까.’

론드가 이겼지만 그 싸움의 영향이 없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론드는 근육과 뼈에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작은 통증이었지만 명확한 부상이었고 상엽과 전투가 계속되자 행동에 지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상엽은 론드가 원하는 변화를 기회로 삼았다.

빛의 수호자가 움직이는 동안 론드의 반격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지금.’

상엽은 그 작은 여유를 놓치지 않았다.

‘거산.’

론드의 등 뒤로 돌기둥이 솟았다.

‘고스트 실드.’

상엽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고스트 실드를 론드의 양쪽 옆에 세웠다.

순간 론드는 삼면이 막혀 버린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뚫린 정면으로 상엽이 돌진했다.

그 모습을 응시한 론드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어차피 이런 상황을 감안하고 변화를 준 것이었다.

‘막는다.’

공중으로 뛰거나 벽을 부수고 이동하는 것은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질 것이라 판단했다.

결국 그는 칼을 위로 세우며 양손을 모았다.

-수호자의 방패.

그의 앞에 수십 겹의 별을 겹쳐 놓은 듯한 문양의 하얀 방패가 떠올랐다.

몸 전체를 막는 거대한 방패를 보며 상엽은 눈을 부릅떴다.

‘내 앞에서 방패라니. 건방지게.’

방패를 보자 상엽의 파괴 본능이 극한으로 치솟았다.

반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제대로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막을 수 있다.’

얇은 검을 이용하는 론드에게 수호자의 방패는 회심의 방어수단이었다.

지금껏 어떤 충격도 흔들림 없이 막아 냈다.

‘멈추고 잡는다.’

상엽의 돌진이 방패에 막힌다면 결국 론드의 반격이 제대로 들어갈 것이다.

공격과 수비.

서로 승부를 건 상황이 되었다.

‘부순다.’

상엽은 모든 힘을 한 지점에 쏟아부었다. 그렇게 방패와 망치가 한 지점에 닿았다.

쩌어엉!

공기가 비명을 토하며 찢어졌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멈춘 듯했다.

이어서 폭발이 이어졌다.

쿠쿠쿵!

모든 것이 파괴됐다.

땅은 하늘로 치솟았고 흙을 잃은 바닥은 균열을 일으키며 갈라졌다.

몰려들던 빛의 수호자들은 파괴적인 압력에 몸이 흩어져 버렸다.

힘에 의해 밀려났던 공기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며 엄청난 후폭풍을 형성했고 치솟았던 흙은 구름을 만들었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충격에 쓰러진 자들도 아픈 곳을 잡으며 폭발이 시작된 지점을 보았다.

그곳에는 여전히 두 사내가 서 있었다. 싸움이 시작된 후로 처음 멈춘 것이다.

툭. 툭.

폐허가 된 바닥에 뭔가가 동시에 떨어졌다.

정의의 검, 그리고 파이어스의 망치였다.

방패는 깨졌고 망치와 정의의 검이 직접 부딪혔다. 하지만 누구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충돌한 힘은 그대로 서로에게 전달되었고 둘 다 무기를 쥘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컥!”

론드는 피를 토하며 물러났다.

양쪽 어깨가 모두 탈골되어 떨어진 검을 쥘 수조차 없었다. 피부는 이미 다져진 고기처럼 성한 곳이 없었다.

‘다시 싸워야…….’

론드의 눈에 비틀거리는 상엽이 보였다. 지금 상엽은 홀로 무너지지 않는 벽에 돌진한 꼴이었다.

론드는 이를 악물었다.

둘 모두 만신창이. 조건은 동등했다.

그렇게 판단한 론드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보였다.

“후우. 진짜 죽을 뻔했네.”

상엽이 멀쩡한 상태에서 떨어진 해머를 주웠다.

테리아의 은총 특수스킬 회생이었다.

승부는 그걸로 끝이었다.

상엽은 론드의 멍한 눈빛이 사라지기 전에 해머를 휘둘렀다.

쾅!

결국 론드는 빛으로 흩어졌다.

* * *

아레나 길드의 전멸.

이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특히 론드의 죽음은 갓코인 유저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한국의 갓코인 유저가 론드를 제거했다.

이 싸움으로 유럽에서 최상위권에 있던 두 명의 유저가 사망, 아레나 길드에 속해 있던 상위권 유저 또한 소멸하고 말았다.

그 의미는 상엽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첫 번째로 정상엽이라는 이름이 전 세계 갓코인 유저에게 퍼졌고, 두 번째로 한국은 더 이상 먹기 좋은 사냥감이 아니게 되었다.

아레나 길드는 전멸했지만 흑점 길드의 피해는 10명도 되지 않았다.

이 결과는 그동안 한국을 노리던 많은 길드들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

게다가 흑점 길드가 일본과 유럽의 블랙 길드와도 긴밀한 관계가 되면서 목표로 삼기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격렬했던 전투가 끝난 지 3일 후.

상엽은 국방부를 찾아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그를 거부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어서 와.”

국방부 앞에는 익숙한 인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 누나. 복귀한 거야?”

“덕분에.”

“근데 나 이제 들어가도 돼?”

“물론. 내가 이렇게 마중까지 나왔잖아.”

국방부에 불쾌한 마음도 있었지만 강차연 덕분에 상엽은 웃으며 들어갈 수 있었다.

그가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국방부의 중앙 회의실이었다.

상엽이 들어가자 바쁘게 서류를 보던 김대진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로 다가왔다.

“수고했네. 자네가 전쟁을 막은 거야.”

“그럼 훈장 주세요.”

예상치 못한 요구에 김대진이 당황하자 상엽은 손을 저었다.

“농담이에요. 아저씨도 당황할 줄 아네요.”

“훈장 100개를 줘도 모자란 일을 해 줬는데 하나도 못 준다는 것에 당황한 거라네.”

상엽은 더 이상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그가 정말로 원하는 건 훈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 매국노들 처리해야죠.”

“안 그래도 대충 정리가 되었네.”

“빠르네요.”

“강 요원이 계속 수사를 하고 있었다네.”

김대진은 강차연을 이렇게 불렀다.

“소장님과 함께 계속 조사했어. 그걸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거고.”

아레나 길드를 지지했던 자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신분을 더욱 드러내려 노력했다.

당연히 이들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자네에게 훈장을 줄 수는 없지만 잘못된 일은 바로 잡아 줄 수 있을 것 같네.”

“그게 뭔데요?”

“명예는 회복해야 하지 않겠나?”

김대진은 웃으며 상엽을 자리로 안내했다. 그리고 회의실 한쪽에 있는 대형 TV를 켰다.

“박광신 작품이네. 감상하게.”

김대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TV에서는 뉴스속보가 시작되었다.

-아레나 길드의 실체가 밝혀졌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속여 온 그들의 행각을 지금부터 독점 보도합니다.

첫 자료화면부터 충격적이었다.

아레나 길드의 미녀로 불리던 마리가 골목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었다.

한국을 없애 버릴 거라며 소리치며 맨손으로 심장을 터트리는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될 수밖에 없을 만큼 잔인했다.

이어서 그들이 한국의 주요 관공서를 집처럼 드나들며 가장 좋은 집무실을 빼앗았고 국가와 불공정 협약을 통해 엄청난 부당이익을 취하려 한 정보도 공개되었다.

문건과 자료를 바탕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보도가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정상엽에 대해서도 다루어졌다.

-그는 한국을 지키려고 목숨을 걸었던 영웅입니다.

상엽이 외부의 침공을 막기 위해 군사작전에 참여하고, 대중에게 알려진 싸움이 왜 벌어진 것인지도 상세히 보도되었다.

“이거 너무 유명해지는데.”

“이미 더 이상 유명해질 수 없을 정도이지 않나?”

“하긴 이왕 알려질 거면 악당보다는 영웅이 좋죠.”

“아닐 수도 있다네. 영웅이라는 말을 지키려면 제약이 많을 테니.”

“에이. 그런 걸 왜 지켜요? 사실 악당이라고 해도 별로 상관없어요.”

상엽은 실제로 대중의 시선을 위해 뭔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저 사람들은 저한테 상처만 줬거든요.”

그 말이 김대진과 강차연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대중은 저에게 상처만 줬어요.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할 거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상엽의 이 말은 대한민국 뉴스의 메인을 장식했다.

독점 보도가 나간 후에 국방부 앞으로 기자가 몰렸고 상엽은 이를 피하지 않았다.

‘이젠 피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

그렇게 생각한 상엽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했다.

-난 대중을 이해해요. 어쩔 수 없이 언론을 믿어야 했고, 그래서 절 비난했겠죠.

-그러니까 대중들도 이해해야 해요. 저도 똑같이 억울하거든요. 억울하게 상처를 준 대상을 좋아할 수는 없어요. 영웅이니 어쩌니 하면서 제가 영웅놀이를 할 거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그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덧붙였다.

-제 인터뷰는 조작하지 마세요. 쓰레기 언론 아저씨들. 당신들이 갓코인 유저였으면 내 손에 전부 죽었어.

그의 마지막 말은 뉴스가 아니라 일반인의 핸드폰 촬영을 통해 인터넷에 공개되었다.

-인터뷰 끝. 더 이상 귀찮게 하면 화낼게요. 특종이니 어쩌니 하면서 목숨 걸지 마세요.

그것이 한국을 구한 영웅의 인터뷰였다.

* * *

“오빠 때문에 나까지 유명해졌잖아요.”

“헤헤. 난 살았어.”

보도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결국 마리를 처리한 송연지도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말한 거보다 늦었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리고 마리가 거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참 빨리도 물어보네요.”

“늦게라도 물어보니까 대답해 줄래?”

상엽은 송연지 그릇에 라면을 담아 주며 다시 물었다.

“신전은 예상대로 통과했는데 문제가 생겼어요. 미행이 붙었거든요.”

“아레나 길드 쪽이야?”

“네. 꽤 실력이 있는 녀석이라서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그 녀석을 통해서 마리가 어디 그레이 상점을 이용하는지 알아냈고요.”

그녀는 마리가 레나의 상점을 이용한다는 정보를 듣고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어차피 싸움에 참여하긴 늦은 거 같아서 넘어오는 놈들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마리가 올 줄은 몰랐다는 거네.”

“맞아요. 운이 좋았어요. 반쯤 미쳐 있어서 처리하는 것도 쉬웠고.”

“다행이야.”

그들의 대화가 끝나자 동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상엽을 향해 물었다.

“이제 한국 사람들이 전부 알아 버렸네. 상엽이가 한국에서 제일 강해.”

“너무 나서지 말아요. 이제 오빠를 노리는 자들이 많을 테니까요.”

송연지의 걱정에 상엽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뭐 항상 그랬잖아.”

“이젠 덤비는 놈들의 실력 자체가 다를 거예요. 오빠 실력이 인정을 받았으니까.”

재차 경고를 해도 상엽은 대충 둘러대듯 말했다. 마치 위험보다 먹고 있는 라면이 더 관심 있다는 태도였다.

“날 노리는 사람은 지금도 있어.”

“누군데요?”

“적설. 아마 지금도 근처에 있을걸?”

송연지는 불쾌하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희들도 조심해. 전에 잠깐 만났는데 예전의 실력이 아니야.”

“저도 예전 실력은 아니라서 괜찮아요.”

“헤헤. 나도 이젠 싸움 잘해.”

긴장하지 않는 건 상엽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약속한 대로 일본이야?”

“그래야지. 켄사로가 이번 일에 많이 도와줬어.”

“멋있다. 일본 정벌이라니.”

“동희 너한테 도시 하나 떼어 줄까?”

“헤헤. 실험체만 많이 줘. 나는 그거면 돼.”

그들의 대화에 송연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모두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박광신이 직접 소식을 전한 것이다.

-내일 대통령 사퇴 예정.

싸움은 끝났지만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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