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91화 (91/300)

# 91

여름이 끝나가는 8월의 마지막 주였다.

열기가 가장 뜨거워지는 오후 2시.

부산 해군작전사령부는 한겨울처럼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각종 데이터가 시시각각 보고되는 사령실에는 기계음을 제외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긴 침묵을 깬 이는 부사령관이었다.

“밀항선이 영해로 들어왔습니다.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때가 되었다.

피하고 싶었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고 결국 마라톤선수처럼 목적지에 닿았다.

사령관은 눈을 감았다.

그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위험 변종 사냥꾼 열 명이 탑승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들이 탑승한 밀항선을 타격해 주십시오.

김대진을 통해 내려온 요청이었다. 말이 요청이지만 실제로는 명령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저 밀항선이었다. 그 증거는 명확했다. 위성을 통해 증거사진도 찍어 놓았다.

그렇지만 체포가 아니라 타격명령이었다.

이는 대상의 전멸을 의미했다.

‘해야 한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를 알고 있었다.

“타격을 허락한다.”

말은 짧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간단하지 않았다.

그의 명령은 영해에서 대기 중이던 한국 전함에 전달되었다.

그리고 전함의 캐니스터가 불을 뿜었다.

불덩이를 꼬리에 단 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미사일은 화력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작은 어선을 향했다.

도망칠 곳도 없는 바다의 한가운데에서, 미사일이 어선에 떨어졌다.

폭발의 흔적이 사라지자 허무할 정도로 고요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위로 헬기가 떴다.

-생존자는 없습니다.

헬기가 결과를 확인했다.

밀항선에 대한 전함의 선제타격은 이렇게 끝났다.

김대진은 해군작전사령부의 전달을 받았다. 그 역시 이번 작전에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죄책감을 느낄 틈도 없었다.

“특전부대 작전을 실행하라.”

그는 또 다른 작전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이 닿은 곳은 인천공항의 활주로였다.

항공기는 원래 계획과 다르게 활주로에 멈춰서 버스를 통해 승객을 수송했다.

자주 있는 일이라 승객들은 의심 없이 항공기의 계단을 통해 버스로 옮겨 탔다.

그렇게 승객들이 열을 지어 버스에 오를 때였다.

툭.

짧은 소음과 함께 누군가의 머리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탕!

뒤늦게 총성이 울렸고 그제야 승객들은 자신들의 곁에 있던 사람들의 머리가 터져 나간 것을 보았다.

“아악!”

비명이 난무하고 승객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 순간, 공항 지붕에 엎드려 총구를 겨누던 가정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작전 완료. 세 명 모두 제거했습니다.”

혼란에 빠진 활주로로 군용차량이 다가가고 있었다.

서울을 대표하는 5성급 호텔의 로비였다.

고급 양복을 입은 사내가 정문에 도착한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호텔을 떠났다.

그렇게 차량이 도로로 들어서기 직전이었다.

콰쾅!

차량이 갑자기 폭발을 일으키며 잿더미로 변했다.

-작전 완료. 목표물 사망 확인하겠습니다.

두 명의 무장한 군인이 폭발한 차량으로 접근했다.

통합작전본부에 있는 김대진과 박광신은 긴장된 표정으로 작전결과를 보고 받았다.

“여섯 개 구역 작전은 모두 성공했습니다.”

부관의 보고에 김대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작전목표 27명 모두 사망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두 곳 남았군.”

“잘 해낼 것입니다.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박광신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작전 하나의 결과가 도착했다.

“수원 작전이 종료되었습니다. 목표물 8명 중, 7명 사망 확인. 한 명은 도주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군 피해는 3명 사망에 5명 중상입니다.”

박광신이 눈을 감았다.

‘3명.’

결국 사망자가 나왔다. 중상을 입은 5명은 결국 회복할 것이다.

‘갓코인 유저니까.’

일곱 번째 작전 지역은 흑점 길드의 화이트 길드 토벌이었다.

강청이 선두에 섰고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나마 강청의 활약으로 이 정도로 끝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3명의 사망은 박광신의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은 소식이었다.

“하나 남았군.”

김대진은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지금은 슬퍼하기보다 다음 작전에 집중할 때였다.

“이제 시작하겠군요.”

박광신도 슬픔을 정리하고 작전에 집중했다.

같은 시간.

8월 29일에 펼쳐진 마지막 토벌 작전은 경기도 의정부의 폐공장에서 펼쳐졌다.

-유럽 제1화이트 길드의 선발대 18명이 폐공장에 모여 있다.

이를 위해 파견된 인원은 단 한 명이었다.

두두두.

공기를 때리는 소음을 내며 헬리콥터 한 대가 폐공장 위로 접근했다.

“조종사 아저씨. 고마워요.”

소음을 뚫고 명확히 목소리를 내는 이는 상엽이었다.

-혼자가 편해.

상엽은 박광신이 약속한 모든 지원을 거절하고 오직 헬기만 요청했다.

“재앙이 간다.”

상엽은 폐공장 지붕을 보며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음에도 상엽은 이를 막지 않았다.

그의 눈에 폐공장의 모습이 점점 커졌고 낙하 속도도 극에 달했다.

‘스트라이크.’

상엽은 오히려 속도를 더욱 높였다.

빛처럼 쏘아진 그의 몸이 폐공장의 지붕을 뚫으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재앙.

실제로 그 여파는 재앙이었다.

미사일이 떨어진 것 같은 폭발이 일어났고 대지는 지진처럼 진동했다.

반경 1킬로미터의 흙이 폭발에 밀려 일제히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먼지구름이 형성되며 주변 일대는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졌다.

무엇하나 멀쩡한 것이 없는 폭발의 가운데 상엽만이 홀로 서 있었다.

“정리 끝.”

그 한 방이 끝이었다.

* * *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53명의 갓코인 유저를 정확히 사살했다.

52명이 작전 중 사살되었고 도주 중인 한 명도 결국 강청의 손에 사라졌다.

하지만 예상되었던 혼란이 시작되었다.

민간인들이 있는 곳에서도 작전이 펼쳐졌고 이는 언론을 통제할 수 없을 만큼의 심각한 뉴스가 되었다.

‘어쩔 수 없었다.’

박광신은 오히려 이를 활용하는 작전을 펼쳤다.

민간인과 함께 있어서 안심한 틈을 이용한 것이다.

이번 작전에서 민간인 사상자는 모두 3명으로 밝혀졌다. 모두 밀항선에 있던 자들이었다.

-국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발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박광신은 이에 대해 진실을 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청와대까지 나서며 이를 반대했다.

결국 대외적인 발표는 박광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는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이들 중에는 변종 사냥꾼도 있었습니다.

-이번 작전으로 테러리스트들은 일망타진했으며 앞으로도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입니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혼란이 끝났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갓코인 유저가 사살되어서 당장 위험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박광신은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멍청한 놈들.’

박광신은 이 말을 꾹 참았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한국 정부는 갓코인 유저에 대한 위협은 인정했지만 옛날의 정치방식까지 버리지는 못했다.

‘이제 진짜 강한 녀석들이 오겠지. 군대로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놈들.’

박광신은 답답한 마음을 참으며 다음 작전을 준비했다.

상엽은 잠시 집에 들러서 레나를 불렀다.

스킬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전쟁이 시작된 이상, 상엽은 모든 유물 조각을 흡수하며 코인을 확보했다.

18명을 동시에 처리하고 유물까지 흡수하면서 보유 코인은 130만 코인이 되었다.

“뉴스는 난리가 났던데 넌 평온하네.”

“뉴스를 안 봤거든.”

“속 편하네. 처음으로 네 성격이 부러워졌어.”

“부러운 게 그거뿐이야?”

“맞아. 딱 그거 하나야.”

상엽은 레나의 말에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일단 사생활로 넘어가기 전에 공적인 일부터 해 볼까?”

“네가 그런 구분이 있었어?”

“나름대로는 있어.”

상엽은 손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상점 업그레이드.”

그는 이미 생각한 바가 있었다.

3단계 신체를 마스터하면 스킬을 살펴볼 생각이었고 우선순위는 명확했다.

“좋아. 50만 코인이야.”

“시작해.”

상엽은 처음으로 4등급 상점을 열었다.

레나가 만든 공간의 배경이 다시 한 번 변했다. 이번에는 태양이 비추는 여덟 개의 행성이 있었다.

“스킬부터.”

상엽은 결정한 바를 빠르게 말했다.

‘아오나의 스킬이 있다고 했어.’

지난번에 레나를 통해 아오나에 대한 정보를 모았고 이를 드디어 활용하는 순간이 왔다.

“상급 상점의 스킬은 5만부터 시작해.”

“뭐?”

이건 상엽도 예상하지 못했다.

시작 코인이 5만 코인.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찾았어.’

상엽은 드디어 원하던 스킬을 보았다.

아오나의 유령잔상.

-시전자의 행동을 따라하는 잔상이 생긴다.

1단계 - 시전자의 힘을 1% 발휘한다.

2단계 - 시전자의 힘을 3% 발휘한다.

3단계 - 시전자의 힘을 5% 발휘한다.

4단계 - 시전자의 힘을 10% 발휘한다.

상엽이 전혀 예상치 못한 스킬이었다.

‘잔상이 실제 힘을 발휘한다?’

살 수 있는 목록만 볼 수 있다는 규칙에 따라 그가 볼 수 있는 단계는 4단계까지였다.

여기에 필요한 코인만 315만 코인이었다.

‘10%라…….’

쉽게 말해서 자신이 만들어 낸 폭발을 잔상이 한 번 더 만들어 낸다는 뜻이었다.

그 위력은 75만 코인을 투자했을 경우 10%였다. 하지만 상엽은 그 수치를 그대로 믿지 않았다.

‘시너지가 있으니까.’

아오나의 모든 스킬이 설명보다 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스킬을 구입할 경우 더욱 강해질 것이다.

“좋아. 4단계까지.”

상엽은 시너지를 믿었다.

“화끈하네.”

“아오나의 스킬이잖아. 가치가 있어.”

상엽은 그렇게 아오나의 또 다른 스킬을 습득했다.

“자. 이제 사생활을 해 봐야지?”

“난 허락한 적 없는데.”

“그래서 이렇게 간절한 눈빛으로 유혹하잖아.”

상엽의 강렬한 눈빛에 레나는 웃고 말았다. 그 웃음은 잠시 떠올랐던 감정의 벽을 허물어트렸다.

“내가 사생활은 더 화끈해. 알지?”

그들은 오랫동안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 * *

이른 아침.

시키지도 않은 택배가 도착했다.

발신자를 본 상엽은 누군지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설악산.

그곳에 누가 있는지는 명확했다.

“역시 내 친구.”

상자 안에는 꼼꼼한 진열대에 담긴 25병의 음료수와 쪽지가 놓여 있었다.

-죽지 마. 내 친구. 음료수는 이번에 새로 완성한 물약이야. 지속시간은 10분. 예전에 먹었던 도시락이랑 효과는 비슷해.

-지금 연구가 곧 끝나. 이것만 끝나면 나도 도와주러 갈게.

엄청난 신체 상승의 업을 한 모금짜리 음료수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는 음식과 연금술의 합작품이었다.

“이건 내가 너무 강해지는데.”

유산에 이어 신체능력이 상승했고 새로운 스킬까지 구입했다.

이렇게 되자 상엽의 마음에는 더욱 여유가 생겼다.

“누구든 와 봐. 너희들이 무시하던 한국이 어떤 곳인지 보여 줄 테니까.”

그는 커튼을 열고 창밖을 보았다.

한강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 * *

고급 일식집이었다.

기모노를 입은 종업원이 서빙을 하고 먼지 하나 남지 않은 깨끗한 테이블 위에 정갈한 일식이 차려졌다.

하지만 그곳에 모인 세 명은 평범한 직장인의 한 달 월급이 훨씬 넘는 음식에도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제일 처음 나온 차만 홀짝일 뿐이었다.

종업원이 물러가고 주변이 조용해지자 가장 나이가 많은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을 이대로 둘 건가?”

말을 시작한 이는 분노를 담은 눈으로 다른 두 명을 보았다.

그 눈빛을 받은 두 명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그들 모두 화가 나 있었고 절실한 복수를 꿈꿨다.

“우리 자식을 죽인 놈이 한국의 영웅이 되고 있어!”

그들은 대한민국 경제와 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자들이었다.

민앙 그룹 회장 함종석.

검찰 총장 박철영.

도성 그룹 회장 김인성.

상엽에게 자식을 잃은 세 명이었다.

“흑월회의 암살은 실패했네. 그럼 다른 자들을 찾아야지.”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이번 일이 끝난 후에 움직이는 게 어떻습니까?”

검찰 총장 박철영의 지적에 도성 그룹 회장 김인성이 턱살이 늘어진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지. 그래서 지금이 기회인 게지. 지금 정상엽을 죽이고 싶은 자들이 그만큼 많을 테니까.”

김인성이 동의하자 함종석이 곧바로 설명을 붙였다.

“어차피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해. 모든 이들이 한국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하더군.”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침몰하는 배에서는 내려야지.”

함종석과 김인성은 이미 결정을 내린 후였다.

“정상엽도 죽이고, 우리가 살아날 길도 마련해야지.”

“그래야지요.”

둘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검찰 총장 박철영을 주시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박철영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들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그들은 뒤늦은 식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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