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87화 (87/300)

# 87

“그렇게 위험해?”

“해외에서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어요. 한국은 어떤 식으로든 무너질 거라고.”

“이것들이 남의 나라 가지고 말을 막하네.”

“그만큼 상황이 나빠요.”

김대진과 박광신은 상엽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말하는 것으로 그쳤다.

나머지는 직접 준비를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송연지는 전체적인 상황을 전부 알려 주었다.

“지금까지 길드들은 힘을 모으는 데 주력했어요. 대형 길드들은 힘을 가지고도 적당한 위치를 유지했고요.”

“그렇게 뭉친 힘이 하필 한국에서 폭발한다는 거야?”

“정확히는 아시아예요. 한국과 일본. 그 시작이 한국일 뿐이에요. 다음은 일본이고, 진짜 목적은 중국이에요.”

상엽은 어떤 식으로든 기분이 나빴다.

“일단 완벽히 막아 내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발을 빼는 길드들이 생길 거예요.”

“일단 정보원들은 처리하고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해요. 제가 돌아올 때까지만 버텨 주세요.”

“무슨 뜻이야?”

“제 힘으로는 아직 무리예요. 그래서 신전 한 곳에 다녀오려고요.”

“또? 그 정도면 신전 중독 아니야?”

송연지는 이미 신전 3곳을 통과한 상태다.

“이번 신전은 쉬워요. 이미 공략방법을 습득했거든요.”

“공략방법? 그런 게 있어?”

“주인이 소멸되어서 신전이 다시 생겼어요. 첫 번째 통과자의 기록을 습득했거든요.”

“그래도 조심해.”

“걱정 말아요. 한 달 안에 돌아올게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송연지의 강한 눈빛은 상엽에게 든든한 힘이 되었다.

* * *

“이건 완전 동네북이네.”

닷새 동안 상엽은 자신을 정찰하는 4명의 정보원을 처리했다. 송연지 역시 직접 추격을 하며 3명을 처리했다.

그렇지만 직접 만나지 못한 자도 있었고 추격했지만 놓친 자도 있었다.

이를 합치면 적어도 15명의 정보원이 한국을 둘러보고 간 것이다.

그리고 정보에 가장 민감한 블랙마켓에서는 이런 말이 돌았다.

-한국에서 길드 간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힘을 모은 길드들이 한국이라는 전리품을 놓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거라는 예상이었다.

모든 것이 송연지의 말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김대진은 정보원 소탕이 시작되자 이런 말을 했다.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을 것이네. 전쟁이 벌어진다면 지켜 내더라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겠지.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테고.

전쟁이란 시작되는 순간부터 아픔이다.

한국은 1950년 이후 또다시 그 현실에 놓이게 되는 셈인데, 그건 정말이지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막아 주게.

김대진은 평소와 달리 직접적으로 부탁을 했다.

“쳇. 처음에는 쉽게 말하더니.”

결국 결정은 상엽의 몫이었다.

“이 나라에 별로 애정은 없지만 그래도 다른 녀석들이 유린하게 둘 수는 없지.”

의외로 결정은 빨랐다. 상엽은 단순히 코인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한국을 지키기로 했다.

-개인적인 일은 나중에 처리할 거야. 당분간 정보를 모으는 데 주력해. 보고는 나중에. 내가 살아남으면.

마루나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 상엽은 한국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

그는 이 결정을 전달하기 위해 직접 국방부를 찾아갔다.

국방부 앞에는 위협적인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다.

상엽은 광장 중앙에 새워진 구조물을 잠시 올려다봤다. 날개처럼 보이기도 했고, 총알을 갈라놓은 느낌도 있었다.

“어서 오게.”

상엽이 구조물을 구경하고 있을 때, 김대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직접 상엽을 맞이하러 나온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있고 그 아래로 김대진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이 많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현재 국방부에서 실세는 명실공히 김대진이었다. 처음부터 변종과 변종 사냥꾼에 집중한 그의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환영하네.”

“제가 국방부에서 환영을 받을지는 몰랐네요. 공무원이 제일 싫었는데.”

“자네의 힘으로 얻은 자격이지.”

“군인 아저씨. 너무 그러지 마세요. 아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요.”

“진심이 왜곡된다니 아쉽군.”

김대진은 그 말을 하며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어? 경찰 누나.”

강차연이 국방부에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출근하고 있네. 어디 소속인지, 하는 일이 뭔지는 이제 모두 알게 될 걸세.”

상엽은 그렇게 김대진과 강차연의 안내를 받아 국방부로 들어갔다.

* * *

“가정석 중령입니다.”

“가정적인 이름이네요.”

“중학교 때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입니다.”

“죄송해요. 수준이 중학생밖에 안 돼서. 비꼬는 거 아니에요. 진짜 미안해요. 그냥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서 바꾸고 싶었어요.”

가정석 중령은 30대 후반의 전형적인 군인이었다.

짧은 머리카락에 앉은 자세도 꼿꼿하고 키는 작지만 강인한 인상이었다.

-특수부대 작전팀장.

현재 특수부대 내에 가장 실력이 우수한 공작팀의 팀장이기도 했다.

-이 팀이 자네와 함께 움직일 것이네. 오직 자네를 위한 팀이 된 거지.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부대원들이 상엽에게 배정되었다.

“작전 특성상 인원을 조정했습니다. 총 인원은 저를 포함 10명이며 전문저격수 5명에 나머지는 상황에 따른 모든 작전을 수행할 것입니다.”

“정석이 형.”

상엽이 뜻밖의 호칭을 사용하자 가정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형. 난 군인 아니야. 딱딱하게 그러지 마.”

“편하게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일단 물어볼 게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상엽은 웃으며 자신의 말을 이었다.

“형. 총 있어?”

가정석은 상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려 했지만 첫 질문이 초등학생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참으며 대답했다.

“있습니다.”

“그래? 그럼 한 번 쏴 줄 수 있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총의 위력을 직접 알고 싶어서.”

상엽은 장난을 치는 게 아니었다. 웃음 뒤에 숨겨진 진심을 가정석은 그제야 알아차렸다.

“앞으로 형이 상대할 사람들은 상식을 벗어난 수준일 거야. 그래서 내가 직접 보여 주려고. 그리고 나도 무기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직접 맞아 보는 게 제일 좋아.”

“죽지 않을 거라 확신하십니까?”

“아니. 확신 못해. 그러니까 실험해 보려는 거잖아. 직접 몸으로 느껴 보고 계획을 세우는 게 좋아.”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실전처럼 해야 돼. 화끈한 걸로 기대할게.”

가정석은 여전히 웃고 있는 그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결론만큼은 동의했다.

‘나도 궁금했다.’

그 역시 변종 사냥꾼을 직접 상대해 본 적은 없었다. 물론 군대의 힘에 비할 바는 못 될 거라는 인식이 있긴 했지만.

자료가 사실인지 알 수 있겠지.’

가정석은 내일을 기약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날 오후 12시.

특전사 9공수여단의 특수 훈련장에서는 묘한 쇼케이스가 펼쳐졌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수도방위사령관까지 참석했고 20여 명의 간부들이 훈련장에서 한창 떨어진 자리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현장을 보여 주는 열여섯 개의 모니터와 함께 망원경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은 김대진이 맡았다.

이번 쇼케이스는 갑자기 결정된 것이지만 김대진에겐 여러 의미가 있었다.

‘직접 보게 되면 심각성을 알겠지.’

김대진이 실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저항세력이 많았다. 이것은 김대진이 업무를 진행하는 데 많은 걸림돌이 되었다.

-기존 세력의 반발.

어느 집단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군대의 주요인물들은 국가방위의 상대가 군대에서 변종 사냥꾼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것은 자신의 힘이 약해진다는 것이고, 변화를 줘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원하는 것만 보려하는 인간의 습성상, 그들은 변종과 변종 사냥꾼의 힘이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했다.

‘부탁하네.’

김대진은 속으로 상엽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 훈련은 실전 모의 훈련입니다. 훈련자의 요청에 따라 살상을 목표로 합니다.”

김대진의 말에 군간부들의 표정이 변했다.

“살상을 목표로 한다? 훈련이라고 하지 않았나?”

“훈련자의 요청입니다. 자신을 진심으로 죽여 보라고 했습니다.”

“미쳤군.”

수도방위사령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놈이 군대를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곁에 있던 다른 간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훈련의 개요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모니터에 무기를 상징하는 표시가 나타나자 지금까지 평온하던 국방부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의 표정이 달라졌다.

김대진은 이를 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작전 지역은 분지로서 타겟은 분지의 중앙에 목표하고 있습니다. 주변 언덕 다섯 방위에 저격수가 배치되어 있으며 박격포 8기가 언덕 뒤에서 포격을 할 것입니다. 분지 내부에는 동서남북 방향으로 자주포를 장착한 탱크가 타겟을 노릴 것입니다.”

박격포 8기와 탱크 4대, 거기다 다섯 명의 저격수가 오로지 한 명을 노리는 작전이었다.

설명을 들은 간부들의 표정에 황당함이 떠올랐다.

“너무 무리한 작전 아닌가?”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던 국방부 장관마저 김대진을 향해 물었다.

그는 그나마 김대진의 의견에 동조하는 자로서 국가에 도움이 되는 변종 사냥꾼을 잃는 것이 싫었다.

“그의 요청사항이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국방부 장관은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았다.

“계속해도 되겠습니까?”

“그러게.”

“작전 시간은 무제한이며, 훈련자가 모든 무기와 저격수를 통제불능으로 만들 때까지 계속됩니다. 5분이 지날 경우, 다연장 로켓포가 타겟을 향해 발사됩니다.”

“그런 미친!”

결국 수도방위사령관이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곧 다른 간부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리에 앉았다.

김대진과는 의견이 다른 인물이며 변종 사냥꾼을 무시하는 대표적인 세력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김대진은 다른 사람이 의문을 제기하기 전에 작전실행을 명령했다.

“시작하라.”

김대진이 무전기에 대고 훈련시작을 명령했다. 그러자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총성 한 발이 울렸다.

작전 시작.

분지의 중심에 서 있는 상엽은 움직이지 않았다.

‘일단 보이는지부터 확인.’

저격의 경우, 총성보다 총알이 빨리 도착한다. 소리를 듣고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뒤.’

퍽!

상엽은 감각에 의존하며 다급히 몸을 돌렸다. 그렇지만 총알이 어깨에 맞았다. 피하지 않았다면 심장에 직격했을 위치였다.

‘아프네.’

저격을 당한 상엽의 감상이었다.

아르테르의 갑옷과 고스트 실드가 최대로 반응을 했지만 결국 충격이 전달되었다.

그 충격은 상엽의 예상을 훨씬 벗어나서 맞은 부위에 검은 멍이 들며 주변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상엽은 그 공격으로 자신감을 가졌다.

‘죽진 않아.’

상엽에겐 그걸로 충분했다.

탕!

뒤늦게 총성이 울렸고, 그것을 시작으로 사방에서 저격이 시작되었다.

상엽은 일부러 직접 피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자리에서 버텼다.

그렇게 30초 정도가 흐르자 상엽이 총알을 피하기 시작했다.

2발 중에 한 발은 피해 낸 것이다.

‘조금 더.’

상엽은 총알이 날아오는 감각을 느끼려 애썼다. 그리고 가장 안전하게 피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급소를 피하려면 결국 옆으로 움직여야 돼.’

다시 1분이 흘렀다.

상엽은 3발 중에 2발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됐어.’

그가 입은 셔츠에는 수십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피가 흐르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총알이 직접 관통한 곳은 없었다.

그리고 그 상처마저도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제 쇼타임.”

작전 시작 2분이 지났을 때였다.

상엽을 둘러싼 언덕 뒤에서 박격포의 포탄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기만 하던 탱크들이 포탄을 발사했다.

“저거도 맞아 볼까?”

상엽은 잠시 그 생각을 했지만 호기심에 목숨을 걸지는 않았다.

쾅! 쾅! 쾅!

포탄이 떨어지고 굉음이 분지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상엽의 몸이 바람처럼 움직였다.

상엽은 수십 발의 포탄이 떨어지는 전장을 오직 속도만으로 견뎌 냈다. 그리고 3분이 지났을 때, 처음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쾅!

상엽의 해머가 탱크의 포신을 때렸다.

포신이 엿가락처럼 휘며 기능을 잃었고, 그의 몸이 흩어지듯이 다른 목표를 향했다.

“요건 서비스 컷.”

상엽은 탱크의 포신 하나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의 주먹이 닿은 포신 연결부위가 흉측하게 뜯겨 나갔다.

결국 4기의 탱크는 순식간에 포신을 잃고 기능을 다했다.

탱크를 무력화시킨 상엽은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갔다.

그의 목표는 저격수. 이미 그들의 위치는 모조리 파악한 상태였다.

저격수들은 어떻게든 상엽을 잡으려 총구를 움직였지만 단 한 발도 쏠 수가 없었다.

상엽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들은 단 한 번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조준경 안에 목표를 담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명.”

저격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느끼지도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상엽이 나타나서 자신의 총을 빼앗아 버렸다.

그리고 상엽은 다시 사라졌다.

네 명의 저격수는 똑같은 방식에도 전혀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넓은 분지임에도 상엽에겐 한 발을 내딛는 것처럼 금방 도착하는 거리였다.

그렇게 네 명의 저격수는 모두 총을 빼앗기는 치욕을 당했다.

‘유령아. 박격포 위치 확인해.’

곡사포의 일종인 박격포는 이미 무용지물이었다. 8기의 박격포는 타겟 변경이 더욱 어려웠다.

그런데 상엽은 7기의 박격포를 제거했지만 1기는 일부러 남겨 두었다.

그러더니 다시 분지 중앙에 섰다.

“너무 빨리 끝냈네.”

그는 5분을 기다렸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이 되었을 때, 요란한 소리가 나며 36발의 로켓포가 분지를 향해 날아왔다.

피할 곳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상엽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로켓포가 지면에 닿으려는 순간, 모든 힘을 다해 뛰어올랐다.

스트라이크.

상엽은 최고점에서 다시 한 번 스트라이크를 공중을 향해 펼쳤다.

엄청난 높이로 뛰어오른 상엽의 발 아래로 로켓포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먼지는 싫으니까.”

상엽은 발아래에 고스트 실드를 만들고 힘껏 분지 밖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트라이크를 펼치며 바닥에 내려섰다.

그곳은 20명의 간부들이 모여 있는 장소였다.

“군인 아저씨들. 안녕하세요.”

상엽이 인사를 했지만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꿈을 꾸는 것처럼 멍하니 상엽을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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