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76화 (76/300)

# 76

위더스 비밀파티.

미담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오명진이 주최한 비밀파티는 정재계의 주요 인물들이 고객이었다.

오명진이 엄선한 화류계의 여자들과 한 명의 신인 배우로 출발했던 비밀파티는 성공을 거듭하며 어느 순간부터 VIP를 위한 소개 형식이 되었다.

당연히 소속 연예인들의 비중이 커졌고, 화류계에서도 재능 있는 여자들이 이 파티를 통해 빠르게 데뷔를 하는 발판이 되었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 파티의 특징이었다.

비정상적인 행위는 기본이고 마음에 드는 여자의 스폰서가 되어 독점할 수도 있었다.

고객은 늘었고 파티는 더욱 과격해졌다.

양복을 입고 체면을 지키던 이들이, 파티에 참석하면 짐승으로 돌변해 분위기를 즐겼다.

이는 자연스럽게 커넥션이 되어 미담 엔터테인먼트의 힘이 되었고, 놀랍게도 파티의 횟수와 영향력, 그리고 퇴폐함도 그만큼 강해졌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한 달에 오직 한 번만 초대를 받았지만, 실제로 파티가 몇 번이나 열리는지 아는 사람은 오직 오명진뿐이었다.

“안미영을 만난 것도 파티에서였습니다.”

“사진은 왜 찍었어?”

“제가 찍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

“사진은 안미영이 찍은 것입니다. 전 그 사진을 안미영에게 돈을 주고 샀습니다.”

안경철은 안미영에게 20억을 주고 사진을 샀다.

“20억의 가치가 있다는 건가?”

“가치라기보다는…….”

안경철은 오한을 느끼는지 몸을 떨고 있었다.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사진도 있었으니까요.”

그는 깊게 한숨을 뱉으며 말을 이었다.

“제 얼굴이 나오는 건 전부 태워 버렸습니다.”

안미영이 강남의 그 호화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이유가 드디어 밝혀졌다. 협박과 이득의 대가였던 것이다.

“그 뒤로 다시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안미영은 왜 죽였지?”

“다시 연락이 왔거든요.”

안경철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갑자기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숨겨 둔 사진이 있다고 했죠. 제 사진도…… 있다고 했고요.”

“요구사항은?”

“그녀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정상엽을 죽여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요구조건을 바꿨죠.”

“바꾼 조건은?”

“이하나를 죽여 달라고 했습니다.”

정상엽과 이하나…… 대체 어떤 것들이 연결된 걸까?

“그리고는 다시 정상엽을, 또다시 이하나를……. 나중엔 둘 중 하나만 죽여 주면 된다고 했지만…….”

“그런데 안미영을 죽였군.”

“누군가를 죽여야 끝난다면 안미영이 제일 쉬웠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강차연은 의문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하롬 컴퍼니. 그들이 왜 널 지켜 주는 거지?”

“그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동안, 몇 가지 편의를 봐주었습니다.”

청탁을 들어주었다는 뜻이었다.

“네가 그들의 보호를 받은 건, 안미영이 죽기 이전부터야. 왜 그랬지?”

“정상엽이 두려웠습니다.”

“왜?”

“비밀파티에 대해 조사한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 방향이 안미영이란 것도 알게 되었죠.”

“그걸로는 이유가 약하지 않아?”

강차연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비밀파티에 참여했다고 그런 자들의 경호를 받는다? 그건 굉장히 위협을 느꼈다는 말이잖아.”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강차연은 안경철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안미영에게 사진을 살 때, 이런 말을 들었거든요. 나는 이것 때문에 친구도 죽였어, 라고.”

강차연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럼에도 안경철의 말은 계속되었다.

“거기에서 들었습니다. 저도 공범이라고.”

“계속해.”

“그날 비밀파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안미영을 제 차에 태웠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아무것도 없는 국도변에서 내려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려 줬습니다.”

안경철의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

“정상엽의 누나가 죽었다는 건…… 나중에 알았습니다.”

쾅!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장실 문이 열리며 정상엽이 튀어나왔다. 이에 강차연은 빠르게 그를 막았다.

“해야 되는 질문이 있어, 기다려.”

상엽은 간신이 이성을 추슬렀다.

그는 거친 숨을 씩씩 뿜으며, 아주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붉게 충혈된 눈은 당장이라도 안경철을 잡아먹을 듯 번뜩이고 있었다.

“조금 이해가 안 되는데? 그곳에서 죽은 사람이 꽤 돼. 그 망할 비밀파티인지 뭔지에 연관되어 보이는 사람들 말이야. 그런데 네가 내려 주면서 몰랐다고? 그게 말이 돼?”

안경철은 고개를 숙이며 말이 없었다. 그러다 상엽이 다시 움직이려 하자 움찔하며 입을 열었다.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말씀하셨다시피 그런 일이, 몇 번, 있었던 터라…….”

역시 그 지역에서 일어난 실종사건이나 자살 사건은 그 비밀파티와 연관이 있었다.

“정확히 말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밀파티에서 몇 번인가…… 사고가 있었습니다.”

안경철은 울상으로 말을 이었다.

“초기 비밀파티에는 마약을…… 사용했거든요. 그때는 사고가 좀 많았어요. 그래서, 더러운 일을 처리하는 놈들을 받아들였고, 그래서 사고 처리를…….”

“그러니까 그 주위 실종이나 자살, 사고, 그런 것들 전부 너희가 그랬다는 거네.”

안경철은 대답하지 못했다.

워낙 과격한 파티인데다 동의하지 않은 여자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벌어진 광란의 파티, 필연적으로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명진은 이를 전부 단순 실종이나 자살로 처리했다. 당연히 비밀파티 멤버들이 힘을 써 주었고 아무 탈도 없이 지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들은 오히려 비밀파티를 더욱 활성화시켰다.

“그런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당시의 저는 누가 죽었는지 이름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였어? 죽었다고 해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 존재.

상엽이 분노로 몸을 떨었다.

“정다혜를 본 적은 있어?”

강차연은 마지막 질문을 했다. 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없습니다.”

“파티가 열리는 별장에는 온 적이 없다는 거지?”

“제가 참석한 파티에서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날 마지막 파티에서도 그 이름은 듣지 못했습니다.”

“가명을 썼을 가능성은?”

“이 사건 때문에 몇 번이나 사진을 확인했었습니다. 정말 만난 적 없습니다.”

강차연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제야 상엽이 앞으로 나섰다.

“이 자식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돼.”

“어떻게?”

“죽고 싶게 만들어 주지. 죽여 달라고 할 때까지 고통을 주겠어. 개새끼, 누가 이기나 한 번 해 보자.”

상엽의 말에 안경철은 몸을 떨며 외쳤다.

“전부 사실입니다! 살려 주십시오! 정말 전부 사실입니다! 정말입니다. 제발, 제발…….”

그는 한쪽 어깨뼈서 부러지고 무릎에 볼펜이 꽂혀 있음도 잊은 채 바닥에 엎드려 손을 비볐다.

“개새끼, 여자들도 죽기 전에 다 그런 마음이었을 거다. 넌 그런 여자 중에 살려 준 사람 있냐?”

“직접 죽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직접 죽인 것만 죽인 거냐? 어이가 없네. 그럼 네가 죽이라고 지시한 건 몇 명이야?”

“안미영! 단 한 명입니다! 정말입니다!”

그는 억울하다는 듯이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그 눈물이 상엽의 눈에는 더없이 위선적으로 보였다.

“살고 싶어?”

상엽은 안경철의 머리 위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면 어떻게 할 건데?”

“착하게 살겠습니다!”

“그동안 나쁘게 살았다는 건 알고 있나 보군.”

“그건…….”

상엽은 해머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연수가 그를 말렸다.

“오빠! 여기서 죽이면 안 돼!”

“왜?”

“집 더러워지잖아.”

안경철은 갓코인 유저가 아니었다. 시체는 물론 그 파편도 고스란히 남을 수밖에 없었다.

“살려 주신다고 약속하셨지 않습니까?”

그는 강차연을 보며 애처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직 안 죽었잖아.”

강차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안경철은 상엽의 발목을 잡으며 애원했다.

“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겁니다.”

“뭘 할 수 있는데?”

안경철은 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비, 비밀파티의 명단! 사진에 있는 사람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진은 단 한 번의 파티에 찍힌 사진들이었다. 당연히 다른 파티에서는 또 다른 인물이 있었다.

“나는 그날 파티 외에는 관심 없어.”

상엽은 비밀파티를 들추려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차연은 달랐다.

“그래도 들어 볼 가치는 있는 거 같은데.”

결국 안경철은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사람의 명단을 적었다.

그 후에 상엽은 마지막 질문을 했다.

“마지막 파티에 참석했던 녀석들 중에 갓코인 유저가 있어?”

“네?”

뜻밖의 질문에 안경철은 기억을 더듬었다.

“있습니다!”

“누구야?”

“오름 미디어 대표 이영진입니다!”

오름 미디어는 연예계에서는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업체였다.

뮤직비디오와 같은 영상업체로 시작해서 이제는 사진관 프랜차이즈 사업, 인터넷 뉴스까지 운영했다.

특히 인터넷 미디어 업체의 선두기업이라 뉴스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일이 간단해졌네.”

“네?”

“누나. 내가 확인하고 올게.”

갓코인 유저가 있다면 확실히 알아낼 수 있다.

“오명진이 먼저 아닐까?”

“그 녀석도 돌아오는 길에 잡아 올 거야.”

“알았어. 일단 그때까지는 살려 둘게.”

강차연의 말에 안경철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살려 준다고 약속하셨지 않습니까?”

“거짓말이야.”

강차연은 안경철의 희망을 간단히 꺾어 버렸다. 절망이 떠오른 그의 표정을 보며 상엽은 이영진을 찾아갔다.

한 시간 후.

오름 미디어의 대표 이영진은 5층 상가 건물의 옥상에서 눈을 감았다.

“억울하진 않을 거야. 네가 한 짓이 있으니까.”

상엽은 이영진의 기억을 읽으며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이영진 역시 상엽의 누나를 직접 본 적은 없었다. 안경철이 마지막으로 참석했던 파티에서 안미영은 있었지만, 정다혜는 없었다는 것도 확인됐다.

또 안경철의 말은 대부분이 사실이었다.

다만 한 가지.

‘다들 안경철을 싫어했군.’

안경철은 몇 번인가 다른 사람이 스폰서를 하는 여자들을 가로채는 짓을 했었다. 그날이 안경철의 마지막 파티가 된 이유 또한 그 일들의 클레임 때문에 더 이상 초대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정말 어지간히 더럽게도 놀았네.”

이영진의 기억은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마약을 이용한 강간, 여직원을 건드리는 일은 아예 상습적이었고, 여자를 죽기 직전까지 폭행한 기억도 있었다.

-주인님. 여기까지입니다.

이영진은 뛰어난 유저가 아닌 만큼 오랜 시간을 버티지 못했다.

“볼 건 다 봤어.”

결국 이영진은 그렇게 소멸했다.

“오명진 잡으러 가자.”

그는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미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오명진.

상엽은 그의 집을 찾아갔다. 이미 한 번 가 본 터라 어려움은 없었다.

“잘 지어 놨네.”

그가 한 번 무너트린 집은 다시 재건되어 있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 상엽은 담을 넘어 문을 뜯고 내부로 진입했다.

이미 추종자가 오명진의 모습을 확인한 터라 굳이 수색을 할 필요는 없었다.

2층의 서재로 올라간 상엽은 거침없이 문을 열었다.

넓은 가죽 의자에 몸을 기댄 오명진은 잠을 자듯 눈을 감고 있었다.

‘뭐야?’

일부러 조금 소란스럽게 움직였음에도 오명진은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상엽은 이 깊은 침묵에 자리한 묘한 기운을 감지했다. 지금 이 방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숨소리가 안 들려.’

상엽은 재빨리 오명진의 곁으로 갔다. 그리고 그의 목에 손을 대 맥박을 확인했다.

“죽었어.”

맥박을 확인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미 오명진의 몸에서는 조금의 체온도 느껴지지 않았다.

“망할.”

이런 상황이라면 상엽으로서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책상 위에는 한 장의 유서와 약병이 있었다.

‘자살이라니…….’

상엽은 유서를 보았다.

유서에는 미담 엔터테인먼트의 운영에 관련하여 자신이 저지른 비리들이 적혀 있었다.

일종의 양심선언이었다.

그 결과가 죽음인 것이고.

다만 상엽이 쫓고 있던 비밀파티에 관한 내용은 조금도 담겨 있지 않았다.

다만 유서 마지막에-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라고 쓰여 있었다.

유서 마지막은 그렇게 쓰여 있었다.

“저지른 죄에 비해 너무 편하게 갔어.”

상엽은 화가 났지만 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때,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자리를 떠나야 했다.

집으로 돌아온 상엽은 상황을 정리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안미영이 정다혜의 죽음에 직접 관여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확해진 사실 하나.

비밀파티는 정다혜와 직접 관련이 없었다.

“비밀파티를 정다혜의 사고 처리에 이용했다고 봐야겠는데.”

강차연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정다혜가 죽었고, 이를 비밀파티 사고수습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 것이다.

“누나는 어떻게 죽은 걸까?”

상엽이 침울하게 물었다.

“안미영은 알고 있었을 텐데.”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까.”

그들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 시간이 길어지자 강차연이 상엽에게 물었다.

“비밀파티는 밝혀졌고, 그 주최자는 죽었어. 정다혜는 비밀파티와는 관련이 없다는 게 밝혀졌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던 안미영은 죽었지.”

이제는 사건을 다른 방향에서 조사해야 한다.

비밀파티와 정다혜의 죽음이 전혀 다른 사건이 되었으니, 지금까지 했던 모든 조사 또한 온전히 무로 돌아갔다.

“누나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

“일단 비밀파티에 참여한 인간들은 벌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정다혜 사건도 계속 쫓아야 하고.”

강차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엽은 더 이상 그녀의 시간을 빼앗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미 충분한 보상을 했다.

“이제 내가 할게.”

“혼자서?”

“응. 몇 가지 더 확인해 보고. 그 후에도 막히면 이제 조금 천천히 가 보려고.”

상엽은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다.

“누나를 살리는 게 먼저야. 이렇게 시간을 뺏기면 그것도 힘들어질지 모르잖아.”

“하긴 여기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고 있으니까.”

강차연은 상엽의 입장을 이해했다.

이미 전 세계적인 경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여기서 멈춰 있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저 자식은 어떻게 할 거예요?”

그녀의 손가락은 소파 옆에 쓰러져 있는 안경철을 가리켰다.

“내가 처리할게.”

상엽은 그의 뒷덜미를 잡으며 일어났다.

‘아직 안 끝났어.’

강차연에게 했던 말과 달리 그는 아직 멈출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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