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75화 (75/300)

# 75

제이슨은 믿을 수가 없었다.

본래 팀의 2인자였던 그는 시드가 명령 거부와 함께 사표를 쓰면서 리더가 되었다.

팀을 그만두면서 시드는 제이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작전 포기해. 이게 방금 전까지 리더로 있던 내 판단이야.

시드는 정말 싫어서 작전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살아남길 택한 것이다. 하지만 제이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아무리 좋은 스킬과 유산이 있어도 결국 3단계 유저다.’

그들이 본 자료에 상엽은 3단계 후반의 블랙 유저로 되어 있었다.

다만 강력한 스킬이 많고 전투 본능이 뛰어나니 경계해야 한다는 평가였다.

‘자료는 자료일 뿐이었나?’

직접 싸워 본 제이슨의 느낌은 절대 3단계 유저가 아니었다.

‘5단계 유저라 해도 믿을 정도다.’

상엽은 4단계 유저의 힘과 속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판단 착오의 결과는 끔찍했다.

쾅!

또 한 명의 수하가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제이슨 혼자였다.

“죽인다!”

그는 분노했다. 하지만 그 분노가 목숨을 지켜 주진 않았다.

잠시 치열한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신체의 힘이 달랐다.

3단계 마스터에 4단계 중반 유저.

강화 스킬과 유산까지 있어서 힘에서 밀린 기억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함께 부딪치면 밀려나는 쪽은 언제나 제이슨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이렇게까지 싸우다니.’

상엽의 전투 방식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겉으로 상엽은 맹수를 닮아 있었다. 거칠었고 겁이 없었다.

하지만 기회를 잡으면 누구보다 지능적으로 변칙 공격이 들어왔다.

이에 허점이 보이면 다시 맹수로 변했다.

‘이길 수 없다.’

제이슨은 상엽과 싸우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절망을 느끼는 순간, 그의 도끼와 상엽의 해머가 부딪쳤다.

콰쾅!

폭발이 일어났고 제이슨은 모든 행동을 멈췄다. 그가 자랑하던 도끼는 산산조각이 나서 흩어져 버렸다.

멍한 눈으로 보고 있는 그의 정면에 상엽이 맹수 같은 눈빛으로 서 있었다.

털썩.

충격을 이기지 못한 제이슨은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뭔가가 그의 몸으로 들어왔다.

저항하고 싶었지만 그럴 힘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영혼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제이슨은 고통을 느낄 뿐, 더 이상 어떤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몸은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하롬 컴퍼니?”

상엽은 제이슨의 기억을 읽고 있었다.

“기업이 후원하는 용병 집단이라…….”

그는 제이슨을 통해 시드가 있던 단체의 정체를 알아냈다.

“베스트 클럽은 하롬 컴퍼니의 하위 집단이었고 이런 팀이 수십 개가 있다는 거지?”

상엽은 최대한 단순히 이해했다.

“용병 팀을 후원하는 회사.”

갓코인의 비밀을 공유한 소수의 권력자들 중에는 당연히 다국적 기업의 관계자도 있었다.

그들은 미래를 예측하며 갓코인 유저를 후원하고 양성하는 데 집중했고 마치 군대와 같은 조직을 만들어 냈다.

“이거 골치 아파질지도 모르겠는데.”

팀 베스트가 한국에 파견된 것은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들이 생각하는 위험 지역이 아니었고 당연히 실력이 낮은 팀이 배정되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괜찮아. 나도 더 강해질 테니까.”

상엽은 전장에 흩어진 조각들을 모았다. 그리고 10명을 처리하면서 이미 많은 코인을 모은 상태였다.

“덤비면 또 전멸시키면 돼.”

상엽은 흩어진 조각들을 회수하며 전투를 종료했다.

* * *

상엽은 새벽에 오상식을 만났다.

오상식에게 하롬 컴퍼니에 대해 말을 하자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서운 집단입니다. 소속된 팀들이 점조직으로 되어 있어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가장 위험한 곳에서 사냥하는 자들이 그 팀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성장한 거지?”

“그렇습니다. 갓코인 등장 초기부터 있던 집단입니다.”

“벌집을 건드린 것 같네.”

오상식은 처음으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무래도 유물과 유산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상엽 씨가 죽으면 아무 소용 없으니까요. 일단 가진 자산을 최대한 코인과 완성된 유산으로 변경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손해를 많이 볼 수도 있습니다.”

“그건 괜찮아. 강한 놈을 잡으면 더 좋은 게 생기니까.”

상엽은 10명을 잡고 얻은 조각들을 보여 주었다. 오상식은 상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예상보다 언제나 강한 상태로 계셔야 합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그 힘을 보여 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았어.”

“그럼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오상식은 그렇게 말하며 열 개의 유물 조각을 상엽 앞에 내밀었다.

“전부 흡수하시지요.”

“알았어.”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그는 바쁜 걸음으로 상엽의 집을 나섰다.

홀로 남은 상엽은 획득한 코인을 확인했다.

“50만 코인이 넘었네.”

오상식이 건넨 유물의 가치만 50만 코인이었다. 나머지는 10명을 잡고 흡수한 수치였다.

“잘 생각하고 강화해야 돼.”

상엽은 신중하게 현재 상태를 살폈다.

-최하급 상점

신체 강화 10단계

신체 개조 10단계

-하급 상점

근력 10단계

순발력 10단계

정신력 5단계

근육 10단계

유연성 8단계

피부 5단계

-중급 블랙 상점

머리 6단계

몸 6단계

팔 6단계

다리 6단계

-중급 화이트 상점

힘 5단계

민첩 5단계

정신 5단계

감각 5단계

-스킬

헌터 아이 4단계

스트라이크 10단계

순간 증폭 3단계

고스트 실드 10단계

고스트 체인 10단계

유령 추종자 7단계

팔각 대시 4단계

신의 소통 4단계

수영 7단계

수중 호흡 7단계

-유산

테리아의 은총-5단계 특수 스킬 회생

드바란의 투구-5단계 특수 스킬 광기의 외침

파이어스의 망치-5단계 특수 스킬 집행자의 심판

이름 없는 신의 반지

여기에 동희의 음식도 그에겐 큰 힘이 되었다.

‘참 치열하게 살았네.’

대부분이 전투에 관련되어 있었다. 다른 이들이 꿈꾸는 생활 스킬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수영조차도 살아남기 위해 배웠다.

‘상식이 형이 유물을 정리하면 코인은 더 많아질 텐데.’

상엽은 가장 좋은 방향을 위해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그래도 신체 강화가 제일 효율이 좋겠어.’

다른 스킬들은 강화 비용이 너무 높았다.

‘화이트 상점에 다녀오자.’

현재 그가 가진 스킬 중에 가장 저렴한 강화가 신체 관련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힘 10단계로 가자.’

그는 4단계 상점의 자격을 얻고자 했다.

‘4단계 그레이 상점에 아오나의 스킬이 있다고 했어.’

스킬을 사야 한다면 상엽에게 아오나의 스킬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이는 유령 추종자의 능력을 올리는 방법이기도 했다.

결정을 내린 그는 곧바로 중국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인천 공항에서 아침에 천진행 비행기를 타면 오후에는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옆 동네 다녀온 것 같네.”

무사히 10단계 강화를 마친 상엽은 증가한 힘을 시험할 틈도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정도 힘이면 비행기도 들지 않을까?”

괜히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상엽은 혼잣말을 계속했다.

“비행기는 한 방에 폭파시키는 건 분명한데.”

그때, 경찰 옷을 입은 공항 경비대가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며 지나갔다.

“하하, 농담이에요.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

상엽은 인사를 하며 경비대를 보내고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상엽은 강차연에게 전화를 걸어서 알아낸 정보에 대해 모두 말했다.

“우리 집에서 봐. 난 안경철 집에 들렀다 갈게.”

상엽은 다시 안경철의 집으로 갔다.

한 시간 후.

상엽은 집으로 돌아왔다.

강차연과 가연수는 미리 도착해서 상엽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됐어?”

“이거?”

상엽은 세 권의 사진첩을 테이블 위에 던졌다.

테이블 위에 펼쳐진 적나라한 사진들을 보며 그녀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우, 변태 새끼들.”

가연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욕을 쏟아 내다가 상엽을 보았다.

“오빠, 그건 뭐야?”

그녀는 상엽이 들고 있는 커다란 가방을 발견했다. 입구를 줄로 묶게 되어 있는 샌드백 같은 느낌의 가방이었다.

“쓰레기.”

“쓰레기를 왜 집까지 들고 온 건데?”

“분리수거 좀 하려고. 그러려면 분리부터 해야 되잖아.”

상엽은 가방을 풀어 내용물을 공개했다.

“어…….”

가연수는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안경철.

그가 가방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분리수거할 시간이다, 쓰레기 새끼야.”

상엽은 안경철의 입을 막고 있던 테이프를 거칠게 떼어 냈다.

“사, 살려 주시오!”

입이 자유로워진 안경철이 애처롭게 외쳤다.

“에이, 그건 안 되지. 날 죽이라고 사주해 놓고 살려 달라고 하면 반칙이지.”

상엽은 안경철을 한 손으로 들어 인형을 던지듯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사진첩이 펼쳐진 테이블을 가리켰다.

“자, 서로 시간 끌지 말자고. 어차피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니까.”

협박을 하던 상엽은 슬쩍 천장을 보았다.

‘못난 놈.’

-주인님. 죄송합니다.

본래 상엽은 안경철의 기억을 읽어 진실을 알아내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갓코인 유저가 아닙니다. 제가 들어가는 순간 죽어 버릴 것입니다.

일반인의 기억은 추종자가 읽어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이다.

“이건…….”

안경철이 머뭇거렸다. 이에 상엽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잘 봐.”

상엽은 최근 목록에 있던 전화번호를 띄워 안경철에게 보여 주었다.

이름은 없지만 전화번호는 분명히 남아 있었다.

“어차피 알아낼 거야. 그러니까 시간 끌지 말라고.”

상엽은 안경철의 입을 막고 어깨뼈를 눌렀다.

으득!

어깨뼈가 으스러지며 안경철이 전기 고문을 당하는 것처럼 경련을 일으켰다.

결국 안경철이 정신을 잃자 상엽은 그의 얼굴에 물을 부었다.

어깨의 고통과 얼굴의 한기에 정신을 차린 안경철은 공포에 질려 떨기만 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자면 안 되지.”

안경철의 눈에는 상엽이 악마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를 퇴치할 힘이 그에게는 없었다.

“자, 이제 말해.”

상엽이 다시 손에 힘을 주려 하자 안경철은 애처로운 눈으로 곁에 있는 강차연과 가연수를 번갈아 보았다.

“뭘 봐? 변태 새끼야.”

그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가연수는 테이블에 있던 볼펜을 들더니 안경철의 무릎에 꽂아 버렸다.

엄청난 고통에 안경철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숨이 막히는 신음 소리를 냈다.

“그냥 빨리 말하고 죽어.”

가연수는 마지막으로 안경철의 뺨을 후려치고는 침까지 뱉었다.

“그만.”

이를 말린 것은 강차연이었다.

“살고 싶어?”

절망 속에 나타난 희망이었다. 안경철은 교주를 만난 사이비 신도처럼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럼 알고 있는 전부를 말해.”

“저, 정말 살려 줄 거요?”

그는 강차연에 이어 상엽을 보았다. 상엽은 그 질문에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넌 죽어. 미친 듯이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죽여 달라고 빌 때까지 괴롭혀 줄 거야.”

“정상엽.”

강차연은 결국 상엽과 협상에 들어갔다.

“살려 준다고 약속해.”

“언니, 차라리 이건 어때? 내가 가서 당장 이 자식 가족들 잡아…….”

“연수야!”

강차연은 선을 넘으려는 가연수를 말렸다. 그러면서 다시 상엽을 보았다.

“약속해. 그래야 진실을 알 수 있어.”

상엽은 분노에 몸을 떨다가 화가 나서 외쳤다.

“좋아! 좋다고!”

그는 안경철을 잡았던 손을 놓고 화가 나서 화장실로 가 버렸다.

“자, 들었지? 전부 말하면 사는 거야.”

“제 가족들은…….”

“무사할 거야. 내가 약속해. 난 약속은 무조건 지켜.”

“아, 알겠습니다.”

강차연은 안경철 앞에 물병을 놓았다. 안경철은 떨리는 손으로 물을 들이켜더니 잠시 눈을 감았다.

같은 시간.

상엽은 화장실에서 샤워기를 틀어 놓고 문에 귀를 대고 있었다.

‘나도 연기가 많이 늘었어.’

이곳으로 오기 전, 그와 강차연은 이미 심문 방법에 대해서 상의를 끝냈다.

상엽의 역할은 어쩔 수 없이 약속을 하는 것이었고, 강차연이 모든 것을 관리하는 느낌을 주게 했다.

-약속을 어기는 게 범죄는 아니잖아?

상엽은 그녀의 계획에 대해 이렇게 물었다.

‘실패하면 어떻게 돼?’

-죽이고 다음 사람 잡아서 똑같이 하면 돼. 한 놈은 말할 거야.

강차연은 그렇게 말했다.

‘저 누나도 정상은 아니야.’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문밖에서는 안경철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비밀 파티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