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69화 (69/300)

# 69

-화이트 길드랑 싸워서 그렇지 뭐.

상엽은 그냥 이렇게 말하고 넘어갔다. 동희는 굳이 이 부분을 따지고 들지 않았다.

‘연지는 이렇게 안 넘어갈 텐데. 조심하자.’

그는 비밀을 털어놓을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믿었다.

‘누군가 알게 되면 난리가 날 거야.’

상엽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겨우 3단계 유저였다. 4단계 상점에는 갈 수 있는 자격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4단계 유저를 훨씬 뛰어넘는 힘을 가졌다. 이 비밀이 밝혀지면 어마어마한 파장이 생길 것이다.

“맛있다. 헤헤. 근데 몸에는 안 좋은 거 같아.”

다행히 동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라면을 먹는 데 집중했다.

그들은 변종들이 득실거리는 숲속에서 라면을 먹었고 그 냄새는 자연히 사방으로 퍼졌다.

쾅!

상엽은 한 손에 그릇을 들고 국물을 마시는 채로 다가오는 들개 한 마리를 처리했다. 그리고 다시 냄비 근처에 앉았다.

“상엽아, 넌 계속 한국에 있을 거야?”

“모르겠어. 이제 사냥터를 옮겨야 하는데. 일단은 누나 때문에.”

“난 다시 중국으로 가려고. 너랑 같이 가면 좋을 텐데.”

“그러게.”

상엽도 동희와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지금은 내 주변에 있는 건 좋지 않아. 너무 주목받고 있거든.”

“난 상관없어.”

동희는 이런 면에서는 누구보다 용감했다. 두려움 자체가 없는 사람 같았다.

“동희야, 그럼 우리 거기 갈래?”

“거기? 어디?”

“설악산.”

대한민국 최고의 위험 지역이었다.

“좋아, 가자.”

동희는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

“바로 갈까?”

“응!”

그들은 음식 도구를 챙기고 양평을 떠났다.

* * *

“우와!”

동희는 상엽의 뒷자리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재밌지?”

“나도 배워 볼까?”

그들은 바이크를 타고 위험 지역을 질주했다.

“잡아!”

상엽이 아슬아슬하게 늑대의 옆을 지나자 동희가 주먹으로 늑대의 머리를 날렸다.

그리고 뛰어오르는 늑대는 상엽이 해머로 처리했다.

“신나! 나도 한 대 살래.”

“좋지. 같이 라이딩 가면 되겠네.”

그들은 문제가 되는 변종들을 최소한으로 정리하며 설악산 입구를 향했다.

“응? 뭐야?”

예전에 한 번 정리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변종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 현상을 여기까지 오면서 분명히 확인했다. 그런데 설악산 입구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토벌 작전이 있었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외곽에 변종들이 너무 많았다.

“이상하네.”

그들은 바이크의 속도를 낮추며 드디어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저건 뭐야?”

주차장에 고급 승용차 5대와 고급스러운 검은색의 대형 트럭 2대가 있었다.

트럭은 주요 장비를 옮기는 고급 화물칸을 가지고 있었고, 외부는 깨끗한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누가 먼저 왔나 봐.”

“군인은 아닌 거 같은데.”

상엽은 바이크를 세우고 주차된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승용차 주변에서 경계를 하던 검은 복장의 사내들이 앞으로 나왔다.

“돌아가시죠.”

상엽을 막는 사내들은 총 10명이었다.

“돌아가라는 게 왔던 길로 돌아가라는 거야? 아니면 여길 지나지 말고 빙 돌아가라는 거야?”

“왔던 길로 돌아가시죠. 위험한 지역입니다.”

40대 초반의 사내는 경호원들의 대장처럼 보였다.

‘평범한 경호원은 아닌데.’

선글라스를 끼고 깔끔한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은 선두에 있는 대장 뒤에서 은근히 압박을 넣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일단 기다려. 확인할 게 있으니까. 나도 이제 많이 신중해졌거든.”

상엽은 스마트폰을 꺼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군인 아저씨, 물어볼 게 있는데요.”

전화를 받은 상대는 김대진 소장이었다.

-말하게.

“오늘 설악산에 군사 작전 있나요? 아니면 비슷한 거라도요.”

-확인해 보겠네.

상엽은 일단 전화를 끊지 않고 기다렸다. 1분이 채 되지 않아 김대진은 확인한 정보를 말했다.

-아무 작전도 없네.

“알았어요. 고마워요.”

그는 전화를 끊고 경호원 앞에 다시 섰다. 경호원들은 상엽의 대화 내용을 듣고 묘한 표정이 되었다.

“내가 지금 전화한 사람이 누구게?”

상엽은 놀리듯이 경호대장을 향해 물었다. 경호대장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상엽이 정답을 알려 주었다.

“변종 관련 최고 책임자.”

경호대장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제 비키지?”

상엽은 동희에게 눈짓을 하며 경호원들을 통과하려 했다. 그런데 경호대장이 상엽의 앞을 다시 막았다.

“돌아가시죠.”

“한 번은 봐줬다.”

“돌아가시죠.”

“아저씨, 머리가 안 돌아가? 최고 책임자와 연락하고 여길 바이크 하나로 왔잖아. 상황 파악 안 돼?”

“돌아가시죠.”

똑같은 말을 들은 상엽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동희야.”

“응?”

“내가 많이 참는 거 너도 분명히 봤지?”

“응. 나 좀 답답했어. 꼭 그렇게까지 참아야 돼?”

상엽은 더 이상 참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팔각 대시.

쾅!

대장이 쓰러졌고 갑자기 방향을 튼 상엽은 네 명을 추가로 쓰러트렸다.

오로지 몸으로 밀어내기만 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장을 제외한 네 명은 모두 부딪친 자리의 뼈가 박살 나며 중상을 입었다.

“많이 봐준 거야.”

“이 새끼가!”

상엽은 사실을 말했지만 남은 경호원들은 반사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그러면 안 될 텐데.”

상엽이 움직이기도 전에 동희가 나섰다.

쾅! 쾅!

두 명의 머리가 동희의 주먹에 폭죽처럼 터져 버렸다. 동희는 멈추지 않고 아직 멀쩡한 세 명을 노렸다.

“결국 이렇게 됐네.”

동희는 상엽을 대할 때와 달리 적을 두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미 죽고 죽이는 싸움이 되자 상엽의 눈빛도 변했다.

“그냥 모른 척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쾅! 쾅!

상엽은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자들을 처리했다.

결국 1분도 되지 않아 10명의 경호원들이 모두 사라졌다.

* * *

주차장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계곡이었다.

예전에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었다.

‘뭐가 이렇게 많아?’

적어도 30명이 주변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30명의 사냥꾼은 변종을 저항 불가로 만든 다음 계곡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계곡에서는 서울의 고급 수영장에서나 펼쳐질 법한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임시라고하기에는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테이블에 고급 와인과 위스키가 놓여 있었고 계곡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 가죽 소파까지 있었다.

긴 테이블 주변에 넓게 자리를 잡은 사내는 모두 세 명이었고 두 명의 여자도 함께였다.

“도련님.”

사냥꾼 한 명이 팔다리가 잘린 늑대를 20대 초반 사내 옆에 놓았다.

그러자 사내는 들고 있던 와인 잔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손을 들자 금색의 화려한 검이 나타났다. 그리고 사내는 칼을 늑대의 배에 꽂았다.

“여섯 마리째.”

사내는 테이블의 중앙에 놓여 있는 와인 잔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은색 구슬이 놓여 있었고 이 중 하나를 잡았다.

“자, 1점.”

그는 은색 구슬 하나를 자신이 앉아 있던 장소의 빈 와인 잔에 넣었다.

그들은 변종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각자의 와인 잔에 구슬을 넣었고 이를 점수로 계산했다.

“그래도 아직 내가 일등이야.”

얇은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자신의 와인 잔을 들어 보였다.

그 안에는 이미 10개의 구슬이 있었다.

그때, 또 한 명의 사냥꾼이 가장 키가 작은 사내의 옆으로 갔다.

“도련님.”

짝!

키가 작은 사내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냥꾼의 뺨을 후려쳤다.

“겨우 2점이라니! 똑바로 해!”

사내가 불같이 화를 내며 잡아 온 늑대의 목에 칼을 쑤셔 박았다.

그 모습에 다른 네 명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에는 무조건 이긴다고 확신하더니.”

“꼴찌는 하나 더 내놓는 거 알지?”

단발에 모델 같은 몸매를 한 여인이 테이블 중앙에 놓여 있는 석판을 들어 올렸다.

유물 조각이었다.

그들은 유물 조각을 걸고 내기를 하는 중이었다.

이는 그들만의 파티였다.

본인들의 수족 같은 사냥꾼들이 변종을 잡아 오면 마무리를 해서 코인을 획득하고, 이를 점수로 계산하는 놀이였다.

1등은 내기에 건 유물 조각을 모두 가져가고, 꼴찌는 하나를 더 내놓아야 했다.

“지랄들을 한다.”

그들의 파티에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여유롭던 그들의 표정이 굳어지며 일제히 한 장소를 보았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걸어왔지.”

나타난 이는 상엽과 동희였다.

상엽은 파티 테이블로 걸어가서 과일을 집어 먹으며 말했다.

“돈 많은 놈들은 이렇게 성장하는 거였어?”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갓코인 브로커들은 저항 불가의 변종들을 팔기도 했다. 오상식도 처음에는 그 과정을 통해 성장했고 지금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국가가 알고 있는 비밀들은 자연스럽게 재벌들에게 알려졌고 이들은 돈을 이용해 쉽게 성장을 도모했다.

“그런데 너희들 그거 아냐?”

상엽은 들었던 과일을 놓으며 말했다.

“갓코인 유저끼리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는 배웠어?”

“이 미친 새끼가!”

그렇지 않아도 화가 났던 키 작은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뜸 칼을 휘둘렀다.

상엽은 간단히 다가오는 칼을 잡았다.

‘3단계 후반은 되겠는데. 움직임을 보니까 블랙 유저고. 근데 뭔 동작이 이래? 처음 싸우는 놈처럼.’

상엽이 상대를 판단하는 사이, 손이 잡힌 사내는 욕설을 쏟아 냈다.

“이 버러지 같은 새끼가! 내가 누군 줄 알고!”

으득!

상엽은 손에 힘을 주어 사내의 손목을 으스러트렸다.

“무기를 썼으니까 전투 시작이야.”

사내가 상엽을 죽이려고 칼을 휘두르는 순간부터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악! 이 개새끼가!”

으득!

이번에는 상엽이 그의 발목을 걷어찼다. 그의 발목이 기괴하게 꺾이며 부러졌고 얼굴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삐익!

그 순간 산 전체를 울리는 호각 소리가 들렸다.

모델 같은 몸매를 가진 여자가 호각을 분 것이다. 여자는 호각으로 그치지 않고 당당하게 상엽을 보며 말했다.

“너, 우리가 누군지 알아?”

그 눈빛은 노예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주인 같았다.

“이것들은 무슨 애정 결핍이야? 자기가 누군지 왜 이렇게 알아 달라는 거야?”

얼마 되지 않아 숲을 떠돌던 사냥꾼들이 계곡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상엽아, 많이 왔어.”

“동희야, 이것 좀 먹어 봐.”

상엽은 가까이 있던 과일 하나를 동희에게 던졌다. 동희는 슬쩍 맛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

“그러게. 이 자식들이 먹기는 아까운 거 같아.”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들은 30명에게 포위를 당했지만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이 개새끼! 절대 곱게 안 죽인다!”

바닥에 꼬꾸라진 사내는 공포보다 분노가 큰 듯했다. 상엽은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령아, 저 새끼 입 좀 막아.”

하늘에서 폭포처럼 희미한 잔상이 떨어졌다. 이는 쓰러진 사내에게 들어갔다가 다시 튀어나왔다.

“뭐, 뭐야?”

으득!

상엽은 어깨를 밟아 부러트렸고 뺨을 후려쳐서 턱까지 부숴 버렸다.

그 순간, 30명의 사냥꾼이 일제히 상엽을 향해 달려들었다.

“불쌍한 놈들. 주인이 엿 같으면 빨리 직장을 옮겼어야지.”

쿠릉!

하늘에서 거대한 망치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동희도 장갑을 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냥꾼들은 대부분 2단계 후반이나 3단계 초반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상엽을 상대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재벌의 보호 아래 변종이나 사냥했을 뿐, 사냥꾼과의 싸움은 많지 않았다. 있다고 해도 많은 숫자로 몰아붙이는 일방적인 싸움뿐이었다.

“뭐가 이렇게 약해?”

치열한 싸움을 해 왔던 상엽에게 30명의 사냥꾼들은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

채 1분이 되기 전에 절반이 쓰러졌고 동희의 손에도 다섯 명이 죽었다.

그리고 동희와 상엽이 음료수를 먹는 순간, 절망이 시작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감당이 되지 않는 상대가 폭발적인 힘을 내면서 30명의 사냥꾼들은 순식간에 전멸했고, 작은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다.

“자. 도련님, 아가씨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으…….”

키 작은 사내는 이미 유령 추종자에게 점령을 당해 기억을 빼앗기고 있었다.

“김아연, 도성그룹 외동딸. 뭐야? 이제 겨우 20살이야?”

귀여운 인상에 원피스를 입은 여인을 보며 상엽이 비웃음을 흘렸다.

“박진석, 아버지가 검찰 총장. 함중진, 민앙그룹 회장. 뭐 결국 있는 집 자식들이라는 거네.”

상엽은 그들의 신상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자 유령 추종자가 키 작은 사내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사내는 몇 번 피를 토하더니 사망했다.

그의 몸이 빛으로 부서지고 상엽에게 흡수되자 분위기가 변했다.

진짜로 죽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상황 파악이 된 눈치네.”

“자, 잠깐 기다려.”

“존댓말 해야지.”

뭔가 말하려던 박진석은 존댓말이라는 한 마디에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려 했다.

“늦었어.”

쾅!

상엽의 해머가 그의 머리를 터트렸다.

“자, 또 할 말 있는 사람?”

남은 세 명이 드디어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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