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67화 (67/300)

# 67

“으으!”

상엽은 기지개를 켜며 거실로 나왔다.

버릇처럼 커튼을 젖히고 예약 시간에 맞춰 저절로 뽑아내는 커피를 마셨다.

“으, 맛없어.”

상엽은 커피를 테이블 위에 놓고 정수기에서 차가운 물을 받아 마셨다.

“아! 좋다!”

약수터에 오른 중년처럼 스트레칭을 시작한 상엽은 곧 소파에 앉았다.

“일단 정리를 좀 해 볼까?”

스마트폰에 오상식이 보낸 감정서가 있었다.

어젯밤에 오룡회를 처리하고 획득한 조각들이었다.

룸살롱에서 다섯 명, 도심지에서 세 명, 마지막 싸움에서는 대장 왕구정만 처리했다.

“쳇. 비기다니.”

상엽이 대장을 처리했지만 나머지 세 명은 강청이 잡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살려 주었다.

부길드장 황성이었다. 그는 길드장에게 뺨을 맞은 순간부터 떠나겠다고 마음먹었고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상엽과 강청은 내기에서 동점이 되고 말았다.

“대머리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상엽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상식이 감정한 유물 중에 흡수를 권한 조각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확인을 하고 13개의 유물 조각을 흡수했다.

그리고 5개는 오상식에게 주기로 하고, 특별한 하나는 유물 보관함에 다시 챙겨 넣었다.

-주인님께 충성을!

“오케이. 쉬어.”

유령 추종자는 이제 제법 또렷한 형상으로 변했고, 물결처럼 흔들리는 현상도 사라졌다.

상엽이 마지막으로 챙긴 아오나의 신전 조각 덕분이었다.

“이것도 이제 하나만 모으면 된단 말이지.”

아오나의 신전.

샐러맨더의 신전.

둘 다 조각 하나씩이 남았다.

오상식이 현재 이 부분에 대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었다.

“유산은…….”

상엽은 다시 감정서를 살폈다. 그가 습득한 조각은 7개로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게다가 4개는 마지막 왕구정을 잡고 얻은 것이었다.

-거산의 손아귀. 이는 모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상식의 메시지였다.

-거산의 손아귀는 힘을 강하게 해 주는 장갑입니다. 특수 스킬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만 역사에서 힘으로는 최고 수준에 속한 신입니다.

상엽은 오상식의 말대로 거산의 손아귀 조각을 챙겼다.

“일단 2개.”

왕구정이 모으던 조각인지 거산의 손아귀 조각은 2개가 있었다.

총 5조각 유산이었고 누구도 완성한 적이 없었다.

“남은 건 상식이 형이 가져갈 테고.”

오상식은 현재 프랑스에 있었다. 내일 아침에 귀국 예정이라 상엽은 일단 남은 조각들을 챙겨 두었다.

“자, 이제 남은 코인이.”

상엽은 눈을 감았다.

13개의 유물 조각을 흡수한 결과가 그에게 나타났다.

“50만 코인. 좋아, 역시 사람 잡는 게 최고야.”

이제 뒷자리는 상엽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레나는 잘 시간인데…….”

시계를 확인한 상엽은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불러야지.”

상엽은 예고 없이 상점 소환권을 사용했다.

“어?”

그런데 상엽의 예상과 달리 레나는 곧바로 넘어오지 않았다.

상엽이 의아하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10초가 걸렸고 그 후에야 천천히 나타났다.

“정말 매너가 없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그럼 무조건 그냥 올 줄 알았어?”

“잠깐.”

상엽은 기억을 더듬었다.

“너 지난번에 샤워하다가 그냥 왔잖아.”

“그래서?”

“설마 일부러 그런 거야?”

“서비스였어. 미래 고객에 대한 서비스. 불만 있어?”

“그럼 계속해 주던가.”

“됐고. 나 일단 세수라도 할 테니까 기다려.”

레나는 그 말을 하더니 상엽을 빤히 보았다.

“왜?”

“안내해 줘야지.”

“아, 그렇지.”

상엽은 뒤늦게 욕실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세수를 하고 나온 레나의 모습은 상엽에게도 이미 익숙했다. 그렇다고 그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야?”

“나 집 샀어.”

“그래? 많이 늦었네.”

레나는 마치 자신의 집처럼 창가로 다가가서 경치를 구경했다.

“안내 좀 해 줄래?”

“아, 처음 온 손님이라 깜빡했네.”

상엽은 서두르지 않고 43평 아파트를 천천히 구경시켜 주었다.

그런데 한창 구경을 시켜 주던 중에 레나가 물었다.

“여기 네가 구한 거 아니지?”

“어?”

“너 아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그리고 네가 이런 그릇을 샀다고 믿으라는 거야?”

여자의 눈은 속일 수가 없었다.

심플한 인테리어지만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준비하는 것이 레나의 눈에는 분명히 보였다. 이는 결코 상엽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자산 관리사가 있어서…….”

“괜찮은 브로커를 잡았나 보네.”

“훌륭해.”

“너무 믿지 마. 네가 버는 거보다 더 벌면 좋은 브로커가 아니니까.”

레나는 기준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뭐, 어쨌든 좋네. 집들이 선물은 어떻게 할까?”

“한 시간 내 마음대로.”

“두 시간 줄게.”

“역시 화끈한 여자야.”

상엽은 그녀를 안고 침대로 갔다.

두 시간 후.

샤워를 마친 상엽과 레나는 소파에 함께 앉았다. 둘 모두 속옷만 입은 상태였다.

“괜찮아? 지쳐 보이는데.”

“기분 좋은 피로라서 괜찮아.”

레나는 상엽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상점 때문에 부른 거지?”

“너 보고 싶은 게 먼저라고 하면 믿을래?”

“아니.”

레나는 누운 자세 그대로 손을 내밀었다. 상엽은 그녀의 손 대신 머리카락을 쓸어 주며 말했다.

“5분만 쉬어.”

“산적이 배려를 배웠네.”

“몰라서 못 했던 거야. 알면 처음부터 했을 거야.”

“괜찮은 성장이야. 앞으로도 기대할게.”

레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감았다. 그러더니 곧 잠이 들었다.

상엽은 그녀가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자는 사람을 깨워서 부른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레나가 눈을 뜬 것은 한 시간 후였다.

“기다려 준 거야?”

“예뻐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

“너무 많이 배우지 마. 신선한 맛이 떨어지니까.”

레나는 불만을 터트리며 상엽의 손을 잡아 상점을 열었다.

“업그레이드할 거야.”

“10만 코인이야.”

“할인…….”

“정찰제야.”

“그 말이 듣고 싶었어. 그 말을 할 때 매력적이거든.”

레나의 주변으로 펼쳐진 광경이 변했다.

은하수가 멋지게 뿌려진 우주의 풍경이었다.

“너 여신 같아.”

“나쁘지 않은 평가네.”

중급 그레이 상점.

상엽은 드디어 3단계 그레이 상점으로 진입했다.

메뉴는 이번에도 동일했다.

-기술

-의뢰

-잡화

-치료

“어? 하나가 더 있네.”

-위치 등록

못 보던 목록이었다.

“위치 등록이 뭐야?”

“이동 등록이야. 그레이 상점을 통해서 다른 그레이 상점으로 이동할 수 있어.”

“어떻게 이동하는데?”

“순간 이동. 사고율은 제로니까 안심하고 써도 돼. 5초 정도 걸려.”

“우와!”

상엽은 진심으로 놀랐다.

“그럼 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거네.”

“맞아. 그런데 최소 중급 상점은 돼야 돼. 그리고 중급에서는 등록 지점이 5개로 제한되어 있어.”

“최소 중급 상점이면…….”

“11만 코인이 들지.”

“비싸!”

레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상엽을 노려보았다.

“나한테 따질 일이 아닐 텐데. 아직도 그걸 깨닫지 못한 거야?”

중급의 위치 등록은 두 가지 제한이 있었다.

-이동에 관여한 두 상점 모두 중급일 것.

-위치 등록은 다섯 개까지 가능.

새로운 메뉴였지만 두 번의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고 이에 드는 비용을 봤을 때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였다.

“일단 너한테 등록하는 건 공짜지?”

“이미 업그레이드가 됐으니까.”

“알았어. 등록해.”

레나의 손짓에 따라 배경의 모습이 변했다. 은하수 뒤에 태양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예쁘네.”

“나보다?”

“그럴 리가 없잖아.”

상엽은 적당히 기분을 맞춰 주고 다음 메뉴를 살폈다.

먼저 잡화였다.

기본적으로 같은 물품이 있었고 용량과 성능이 늘어난 형태였다.

-그라덴의 중형 유물 보관함. 1만 코인

-그라덴의 중형 유산 보관함. 1만 코인.

-정령의 손길: 지혈진통제. 5천 코인.

-차원의 중심: 대형 아공간 가방. 2만 코인.

-태양 비스킷: 피로 회복 영양제. 3천 코인.

“이건 처음 보네.”

호르몬제와 해독제도 상위 물품이 있었고, 상엽이 처음 보는 두 가지 물품이 있었다.

-올로라도의 시계: 기억 전달. 30만 코인.

-올로라도의 팬던트: 기억 저장. 30만 코인.

“기억 전달? 기억 저장? 뭔 소리야?”

“네가 나한테 기억을 맡겼잖아. 그거랑 같아. 대신 시간이 짧아. 시계는 전달 장치. 펜던트는 저장 장치.”

“얼마나 되는데?”

“전달하는 시간은 최대 10초. 저장하는 기억은 최대 200초야.”

“이걸로 시험 치면 끝내주겠네?”

“삭제는 안 돼. 다 채워지고 다시 기억을 채우려면 펜던트를 다시 사야 돼. 코인만 지불하면 펜던트는 얼마든지 살 수 있어.”

그 말을 듣던 상엽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이런 게 진작 있었으면 누나 기억을 저장해 둘걸. 그럼 선명하게 볼 수 있을 텐데.”

“야한 기억이나 저장하지 마.”

“안 살 거야. 너무 비싸.”

혼자서 기억을 저장하려면 60만 코인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의 기억을 받기 위해서도 30만 코인이 들었다.

상엽은 당장 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구입하지 않았다.

“의뢰는 패스.”

“너처럼 의뢰를 안 하는 유저도 없을 거야.”

“별로 효율이 안 좋잖아.”

“보통은 가장 빠른 성장이라고 말하거든.”

오직 사냥만 하던 상엽은 최근에는 상대 유저를 잡으며 성장하고 있었다.

당연히 유물이나 코인 획득이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소멸하는 거야. 네가 소멸시킨 많은 유저들처럼 너도 똑같이 될 수 있어.”

“알아. 그래서 안 싸우려고 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어.”

상엽은 오랜만에 진지하게 대답을 했다.

“이미 유명해져 버렸잖아. 상식이 형이 그러더라고. 날 견제하는 녀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상식이 형?”

“내 자산 관리사.”

레나는 유저의 정보를 절대 누설하지 않는 규칙이 있기에 상엽은 언제나 솔직히 대답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상엽에게 레나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좋아. 의뢰는 패스. 계속 둘러봐.”

“처음에는 빨리 사고 나가라고 하더니.”

“그때의 너랑 지금의 너는 다르니까.”

상엽은 웃으며 다음 목록을 보았다.

치료를 제외하면 마지막 목록이었다.

스킬.

그레이 상점의 꽃이라 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30개가 넘는 새로운 스킬들이 나타났다.

“시작이 2만 코인이라니.”

새로 나타난 스킬들은 시작이 일괄적으로 2만 코인이었다.

전투뿐만 아니라 정신, 생활, 수련에 관련해서 많은 스킬들이 있었다.

상엽은 천천히 모든 스킬들을 둘러봤다.

“아오나의 스킬은 없네.”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아오나의 스킬이 있는지였다.

고스트 실드, 고스트 체인, 유령 추종자.

안타깝게도 네 번째 스킬은 중급 상점에 존재하지 않았다.

“정보를 원해? 아오나의 스킬에 대해서는 5천 코인이야.”

“고급 정보인 모양이네.”

“말해 줄 수 없어.”

“좋아. 살게.”

상엽은 비싼 가격이지만 투자하기로 했다.

5천 코인이 빠져나갔고 레나는 상엽이 원하는 정보를 말했다.

“상점에 있는 아오나의 스킬은 총 4개야. 그중에 네가 습득하지 못한 마지막 하나는 상급 그레이 상점에 있어.”

“다음 단계 그레이 상점?”

“맞아. 그리고 나머지는 신전에 있을 거야.”

“상급 그레이 상점 업그레이드 비용은 얼마야?”

“50만 코인.”

50만 코인이라는 단위가 이제는 다르게 들렸다.

예전 같으면 말도 안 되는 금액이라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적절한 가격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다른 조건은?”

“똑같아. 블랙이든, 화이트든 중급 상점에서 신체 강화 목록 하나를 완료할 것.”

아오나의 스킬은 아직 획득할 수 없었다.

상엽은 일단 기억만 해 두고 다른 스킬들을 살폈다.

“음, 이건 괜찮아 보이는데.”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스킬 설명을 읽었다.

-인큐버스 킹의 유혹의 입술

원하는 이성에게 말을 할 때, 매력이 증가한다.

-인큐버스 킹의 현혹의 혀

이성의 피부에 혀가 닿으면 상대의 성감대가 표시된다.

-인큐버스 킹의 절정

상대의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강렬한 절정을 선사한다.

“이건 사야 돼. 무조건 사야 돼.”

“결정했어?”

레나의 목소리에 상엽은 곧바로 대답을 했다.

“다, 당연…….”

상엽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시작이 2만 코인인데…… 참자.”

강렬한 유혹이었지만 상엽은 참아 냈다. 그런데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렸다.

“후우.”

레나였다.

“뭐야? 지금 실망한 거야?”

“그냥 숨 쉰 거야.”

“표정에 있는 아쉬움은 뭐지?”

레나의 표정이 다시 예전처럼 차갑게 변했다.

“걱정 마.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 스킬은 반드시 마스터할 거니까. 지금이 아닐 뿐이야.”

상엽은 아쉬움을 이기지 못하고 몇 번이나 스킬 설명을 다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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