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65화 (65/300)

# 65

단 한 방이면 충분했다.

“미안해. 좀 치사했지.”

소변을 보는 사이에 뒤에서 치는 걸로 끝이었다. 피가 튀지 않도록 심장이 있는 가슴의 뒤쪽을 때렸다.

사내는 깨끗하게 소멸했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이건 내가 해 줄게. 매너니까.”

상엽은 사내가 서 있던 소변기의 물을 내리고 화장실을 나섰다.

화장실 문밖에는 웨이터 한 명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 집에 갔어.”

“네?”

“집에 갔다고. 바쁜 일이 있는 모양이던데.”

상엽은 멍하게 있는 웨이터를 보며 지갑을 꺼냈다.

“여기서는 이게 매너라며?”

5만 원권 2장을 꺼내 주자 웨이터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한 명을 처리하고 복도를 걸어올 때였다.

상엽에게 인사를 했던 마담이 룸 앞에서 한숨을 쉬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그 녀석들이 있는 곳인데.’

상엽은 일단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서 마담이 들어간 방을 훔쳐봤다.

두 명의 사내는 이미 많은 술을 마셨음에도 취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하연이 불러오라고 했을 텐데.”

중국말이었다. 그럼에도 마담은 사내의 말을 분명히 알아들었다.

“생리라서 휴가예요.”

“그래? 그럼 마담이 대신하든가.”

대머리 사내가 마담의 얇은 허리에 팔을 감더니 끌어당겼다.

사내는 마담을 무릎 위에 앉히더니 옷 속으로 거칠게 손을 집어넣었다.

“이러지 마세요.”

“죽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사내의 손이 마담의 속옷 속으로 들어갔다. 마담은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지만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

거미줄에 걸린 곤충처럼 꼼짝없이 그 손을 받아들이자 사내는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생리든 뭐든 하연이를 데리고 오든가 아니면 여기서 마담이 우리를 즐겁게 해 주든가.”

이미 사내들 옆에는 두 명의 아름다운 여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 여성들은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녀들의 옷은 속살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흐트러져 있었고, 진이 빠진 모습으로 소파에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마담이 그 꼴을 당할 차례였다.

“그만해!”

마담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렇지만 사내들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래야 재밌지. 크크!”

촤앗!

결국 사내는 마담의 옷을 찢어 버렸다.

“악!”

쾅!

문이 열리고 웨이터들이 뛰어 들어왔다. 그중에는 꽤나 힘을 좀 쓸 것 같은 사내도 있었다.

“됐어! 그만둬!”

마담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웨이터들을 향해 소리쳤다.

“나가! 난 괜찮으니까!”

결국 마담은 웨이터들을 몰아내고 옷을 붙들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렇게 치파오를 벗어 버린 마담은 속옷만 입은 채로 사내들에게 말했다.

“애들은 내보낼게요.”

마담은 늘어진 두 명의 여성을 부축해서 룸 밖으로 내보냈다.

“이제 마음대로 하세요.”

“혼자 감당할 수 있겠어?”

“죽기밖에 더 하겠어요?”

“죽는 거보다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 그런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하세요. 그게 뭐든.”

마담의 당당함에 사내들이 웃었다.

신체 능력은 떨어지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마담의 강단은 사내들에 못지않았다.

그리고 마담이 절대 반항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신고도 못 해. 죽은 애들만 불쌍하지.’

이미 웨이터 중의 한 명과 아가씨 한 명이 죽었다. 그렇지만 변종 사냥꾼이라 신고를 할 수도 없었다.

경찰이 잡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고, 그게 실패할 경우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그런 얼굴을 할 수 있을지 볼까?”

대머리 사내가 혀로 입술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쾅!

룸의 한쪽 벽이 박살 나며 그 기파가 대머리 사내를 덮쳤다.

엄청난 소음과 충격에 마담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다만 방을 가득 채운 울림 속에서도 한 사내의 목소리는 분명히 들렸다.

“왜 우리나라에서 지랄이야?”

쾅!

재빨리 소파에서 일어난 사내의 가슴에 상엽의 해머가 꽂혔다.

두 명을 간단히 처리한 상엽은 입고 있던 셔츠를 벗었다.

“입어.”

상엽은 마담에게 셔츠를 던지고는 사내들이 남긴 전리품을 챙겼다.

“그리고 이걸로 수리비 결제해. 나 목마르니까 음료수도 가져오고.”

상엽은 멍하니 셔츠를 잡은 마담에게 검은색 카드를 넘겨주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상엽은 가득 찬 얼음물을 들었다.

얼음이 있다고 해도 상엽에겐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뜨거운 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앞에는 옷을 갈아입은 마담이 앉아 있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해요.”

대답을 하는 마담은 그리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걱정 마. 오늘 이후로 다시 볼 일은 없을 테니까.”

“네?”

“내가 어떤 놈인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단 말이야.”

“죄송해요.”

“이해해. 나라도 그랬을 거니까.”

진상 변종 사냥꾼 두 명이 소멸했다. 그렇지만 더 강한 변종 사냥꾼이 나타났다.

상엽이 구세주일지, 더 심한 진상일지는 모르는 것이다.

마담은 그래서 밝은 표정을 할 수가 없었다.

“한 가지만 확인하면 돼.”

“말씀하세요.”

“저 녀석들 말고 다른 녀석들도 여기 와?”

“네. 가끔씩 와요.”

“그래? 그럼 좀 놀다 가야겠네.”

동료가 연락이 되지 않으면 분명히 찾으려 할 것이다. 상엽은 이를 노렸다.

“제일 비싼 술로 결제하고 아가씨도 한 명 불러 줘.”

“네? 알겠습니다.”

마담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에 술상이 차려졌고 마담이 세 명의 아가씨를 데리고 왔다.

“세 명 다 앉아.”

상엽이 세 명을 전부 소파에 앉히자 마담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불안하면 마담도 앉아 있든지.”

“아니에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해 주시고요.”

마담이 나가자 세 명의 아가씨는 경직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밥은 먹었어?”

“네?”

귀여운 인상의 여자가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배고프면 밥이라도 시켜 먹어. 여기 있는 거 먹던지. 혼자 있으면 심심할까 봐 전부 앉힌 거야. 그냥 수다 떨면서 쉬어.”

상엽은 더 이상 아가씨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상엽은 가끔씩 물을 마실 뿐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아가씨들의 경계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고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하거나 음식을 집어 먹기도 했다.

“지루해?”

“아, 아니에요.”

처음 반문을 했던 귀여운 인상의 여자가 손을 저었다.

“편하게 있어. 나 이상한 놈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상엽은 오랜만에 입을 열어 그녀들을 안심시키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왔습니다.

2시간 30분이 흘렀을 때, 드디어 기다리던 자들이 왔다.

‘몇 명이야?’

-두 명입니다.

그저 확인을 하러 온 것이다.

“예상보다 적네.”

상엽이 원하던 인원은 아니었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들이 내부로 들어왔고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상엽의 방 옆을 지났다.

쾅!

벽이 무너지고 한 명이 기파에 휩쓸려 소멸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도 충격에 밀려 바닥에 쓰러졌다.

으득!

상엽은 쓰러진 사내의 양쪽 무릎을 밟았고 곧장 목을 꺾어 기절을 시켰다.

그리고 기절한 사내를 룸 안으로 끌고 왔다.

“이제 전부 나가. 마담한테 공사비랑 며칠 영업 못 하는 금액까지 전부 결제하라고 해. 카드는 이미 줬으니까.”

아가씨들은 놀란 눈으로 방을 나섰다.

“유령아, 네 차례야.”

저항이 불가능한 사내의 몸으로 유령 추종자가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필요한 정보들을 빼냈다.

“11명 남았네.”

상엽은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고 방을 나섰다. 그렇게 카운터 앞에 섰을 때, 마담이 카드를 내밀었다.

“결제했어?”

“그냥 가세요. 제가 처리할게요.”

마담은 안전을 위해 술값조차도 결제하지 않았다.

“1억으로 하자.”

“네?”

“결제하라고. 1억.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상엽이 다시 카드를 내밀었다. 그렇지만 마담은 머뭇거리며 받지 않았다.

“나 시간 없어. 그리고 오늘 영업은 중단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결국 상엽은 1억을 결제하고 룸살롱을 나섰다.

* * *

상엽은 밖으로 나와서 어두운 골목에 몸을 숨겼다.

‘이건 뭐야?’

사내에게서 흡수한 정보 중에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

“유령아, 이거 진짜야?”

-그렇습니다.

“너랑 관계가 어떻게 되는데?”

-다른 주인을 모시는 같은 종족일 뿐입니다.

상엽이 이런 질문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유령 추종자를 쓰는 사람이 또 있네.’

11명의 오룡회 길드원 중에 유령 추종자를 쓰는 자가 있었다.

‘스카우트라.’

상엽의 유령 추종자는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만 그자가 쓰는 추종자는 달랐다.

‘하긴 스카우트에게 더 좋을지도.’

-주인님께 충성을!

“알았어. 난 너랑 평생 같이 싸울 거야.”

유령 추종자 스킬은 하급 그레이 상점에서 살 수 있는 스킬이었다.

누구든 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만 추종자만으로는 코인만큼의 가치를 발휘할 수 없었다.

“유령아, 혹시 그 녀석한테도 유물 조각이 있는 걸까?”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어째서?”

-유물 조각은 자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그자의 추종자도 자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엽이 원하던 대답이었다.

“한 조각 더 모을 수 있겠네.”

-주인님께 충성을!

“알았어. 흥분하지 마.”

조각을 모은다는 것은 추종자가 강해진다는 뜻이었다.

“그 자식부터 처리해야 돼. 스카우트들은 골치 아프니까.”

최상위 스카우트들은 그레이 코인뿐만 아니라 상대의 스킬까지 읽어 내는 힘이 있었다.

“유물까지 흡수하면 코인이 꽤 되겠는데.”

상엽은 다섯 명을 죽이고 습득한 유물을 떠올렸다. 총 7개의 유물 조각이었고 아직 감정은 하지 않았다.

흡수한 코인은 5700블랙 코인으로 그렇게 많은 양이 아니었다.

“일단 확인부터 하고.”

상엽은 그 자리에서 레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창 클럽이 바쁠 시간이지만 다행히 전화를 받았다.

“레나, 중급 그레이 상점 업그레이드 비용이 얼마야?”

-이제 그 생각이 든 거야?

“그동안 다른 거 하느라 바빴잖아.”

레나는 이해한다는 듯이 짧게 대답했다.

-10만 코인.

“할인은 없지?”

-끊어. 무대 나가야 돼.

레나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비싸네. 10만이라니.”

중급 그레이 상점.

그동안 다른 스킬들을 강화하느라 여전히 그레이 상점은 하급에 머물고 있었다.

“이 녀석들 잡고 그레이 상점 열자.”

상엽이 다시 움직이려 할 때였다.

누군가 골목 끝에 나타나서 상엽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흑점 길드의 한상호라고 합니다.”

그는 먼저 신분을 밝혔다. 그러더니 빠르게 말을 전했다.

“길드장님께서 싸움에 참여하셨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뭐?”

상엽은 그 말을 다시 곰곰이 생각했다.

“참여하셨습니다? 이미 싸우고 있다는 말이야?”

“지금쯤 시작하셨을 것입니다.”

“위치는?”

“인천 부두 컨테이너 창고입니다.”

상엽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부두로 뛰기 시작했다.

* * *

수천 개의 컨테이너 박스들이 열을 맞춰 서 있었다.

본래 세관과 경비들이 있어야 할 곳이지만 흑점 길드의 힘으로 귀가를 시킨 상태였다.

이는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렇게 감시가 사라진 부두에서 세 명의 사내가 해안을 등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40대 중반에 단단한 체구를 가진 사내가 서 있었다.

흑점 길드장 강청.

그는 양손으로 쥐는 긴 검을 어깨에 걸치고 상대에게 다가갔다.

“한국의 쓰레기 길드가 감히…….”

중국어로 욕설이 이어졌지만 강청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비겁한 계략이나 쓰는…….”

그들은 박광신의 계략에 의해 인원이 흩어지고 말았다.

세 명을 제외한 생존자 8명은 현재 상엽이 있던 룸살롱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는 박광신이 사실을 바탕으로 정보를 흘려 만들어 낸 결과였다.

결국 3명은 무리에서 떨어졌고 강청이 그들을 처리하기 위해 나섰다.

“너 따위가 우리를!”

세 명의 사내도 만만한 실력이 아니었다. 모두 3단계 유저였고 나름대로 전투에는 자신감을 가진 이들이었다.

“말이 많은 자들이군. 알아듣진 못하지만.”

강청은 상대방이 중국말로 아무리 떠들어 봐야 감흥이 없었다.

“싸우지. 그걸 위한 자리니까.”

그는 어깨에 있던 양손검을 벼락같이 휘둘렀다.

5분 후.

상엽은 눈앞에 놓인 철책을 단숨에 뛰어넘어 해안가로 달려갔다.

유령 추종자가 미리 길을 알려 준 덕분에 곧장 전투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늦었군.”

강청이 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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