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60화 (60/300)

# 60

유령 추종자.

7단계 강화, 아오나의 신전 조각 3개, 아오나의 스킬 강화.

이것이 합쳐지면서 유령 추종자는 이제 꽤나 강한 물리력을 발휘했다.

유령 추종자는 처음 헬스장에 등록한 고등학생처럼 바위를 들며 힘을 확인하고 있었다.

‘저 녀석을 10단계까지 강화하려면…….’

8단계 128만, 9단계 256만, 10단계 512만.

총 896만 코인이 필요했다.

-주인님께 충성을!

“너 왠지 압박하는 거 같다?”

평소보다 힘 있는 외침에 상엽은 입맛을 다셨다.

“걱정 마. 내 식구한테는 안 아껴.”

소장이 그랬듯이 상엽도 가능하다면 유령 추종자를 더욱 강화할 생각이었다.

‘이제 그냥 유령이 아니니까.’

유령 추종자는 여러 의미가 있었다.

전투의 기본인 정찰은 완벽에 가까웠고 친구처럼 대화를 할 때도 있었다.

전투 중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상엽을 구해 주기도 했다.

“네가 완성되는 걸 나도 보고 싶어.”

-감사합니다. 주인님.

‘결국 유산 강화도 저만큼의 코인이 필요하다는 건데.’

파이어스의 망치는 최종 강화가 무려 20단계였다.

‘계산하기도 싫어.’

상엽은 떠오르는 숫자들을 지우려 머리를 흔들었다.

‘이제 그런 단계로 들어선 거야.’

웬만한 코인으로는 강화 자체가 불가능한 시기로 들어선 것이다.

현재도 1만 2천 코인이 있지만 많이 가지고 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자, 다시 시작이네.”

상엽을 실은 고깃배가 해안에 닿았다.

“나도 당당하게 비행기 타고 싶다.”

상엽은 선장에게 인사를 하고는 바다로 뛰어들려고 했다. 그런데 그의 핸드폰이 먼저 울렸다.

“뭐?”

상엽은 모든 행동을 멈추고 문자에 집중했다.

-타나카 소멸 확인. 네 명의 추적자들이 도톤보리로 간 것으로 확인됨.

블랙 길드 데스문의 정보였다.

‘타나카…….’

상엽으로 인해 사쿠라 길드를 배신한 자였다. 가족을 찾아갔던 그는 결국 네 명의 잔당으로 인해 소멸하고 말았다.

‘타나카는 일부러 소멸시킨 거야. 날 끌어들이려고.’

사쿠라의 마지막 추적자들은 수단과 방법으로 가리지 않았다. 타나카의 소멸이 이를 증명했다.

“나와 관련된 자들을 노릴 거야.”

상엽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 * *

약속을 했다.

어떤 경우에도 도와주지 않기로.

그럼에도 상엽은 그들을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일본 오사카의 최고 관광지 도톤보리.

상엽으로 인해 주인이 바뀐 곳이었다. 그곳에는 상엽을 기다리는 한 여인이 있었다.

캬바 클럽 식스헤븐의 에이스 아이리.

지금은 식스헤븐의 실질적인 경영까지 책임을 지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두 번째 부인이 경영권을 넘겨받았고, 부인은 아이리에게 다시 경영권을 넘겼다.

밤이면 100명이 넘는 캬바걸들이 80개에 이르는 테이블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거대 캬바 클럽의 운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이리는 훌륭히 그 일을 해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밤 10시.

캬바 클럽이 가장 바쁠 때였다.

그곳으로 네 명의 사내가 들어섰다.

“손님, 죄송합니다. 남는 테이블이…….”

사내들은 정중하게 말을 하는 웨이터를 밀어냈다. 웨이터가 경비를 부르려는 순간, 아이리가 나타났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자신이 나서기는 했지만 아이리는 숨이 막혔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평범한 사람이 발산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갓코인 유저.’

이를 느꼈기에 아이리가 나선 것이다.

“하루 주지.”

선두에 있던 마른 체구의 사내는 큰 키로 아이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무슨 뜻인가요?”

“정상엽. 내일 이 자리에 그자가 없다면 모두 죽이겠다.”

“네? 그게 무슨…….”

“정상엽을 아는 자는 모두 죽는다. 내일 이 시간까지. 잊지 마라.”

네 명의 사내는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그들이 식스헤븐을 완전히 떠난 뒤에 아이리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그렇게 할 거야.’

네 명의 사내들은 무심하거나, 분노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결코 거짓말을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상엽 씨…….”

깊은 무기력함을 느낀 아이리는 그 이름을 떠올렸다.

* * *

히로시, 다케시, 카케루, 료타.

네 명의 잔당들은 약속한 시간에 식스헤븐을 찾아왔다.

그들은 직접 추적을 하는 대신, 상엽이 찾아오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여기서 실패하면 한국으로 간다.”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복수에만 전념했다.

“히로시, 갓코인 유저의 정체가 밝혀질 수도 있어.”

가장 신중한 성격의 료타가 큰 키의 히로시를 보며 말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일반인을 죽여야 한다면 그것도 내가 하겠다.”

큰 키에 꺽다리처럼 마른 체형을 가진 히로시는 해체된 사쿠라 길드의 부길드장이었다.

평소 말이 없고 신중한 성격이라 자연스레 네 명의 리더가 되었다.

“왜 이래? 길드가 없어졌으니 우린 예전처럼 친구라고.”

땅딸보 다케시가 히로시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 말에 히로시가 웃었다.

좀처럼 보이지 않는 웃음이었다.

“친구니까 책임은 나눠야지. 살면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고. 물론 우리만 죽을 수는 없지.”

창백한 피부의 카케루는 그저 듣고만 있었다.

“시작하지.”

히로시는 선두에 서서 식스헤븐의 입구로 갔다.

식스헤븐의 간판은 불이 꺼져 있었고 입구에는 임시 휴업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팻말의 뒤로 보이는 유리 벽 너머에는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는 네 명의 추적자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거 곤란한데…….”

말이 많은 땅딸보 다케시가 걸음을 멈춘 히로시 앞에 섰다.

유리 벽 너머 식스헤븐의 입구에는 웨이터들이 열을 맞춰 서 있었다.

일반인들인 것이다.

“원래 있던 웨이터들이 아니야.”

신중한 료타가 웨이터들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이 지역의 야쿠자들인 거 같아.”

료타는 미리 조사한 정보를 떠올리며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식스헤븐을 막고 있는 자들은 상엽으로 인해 도톤보리를 맡게 된 심부름센터 연합이었다.

그들은 아이리를 도와주기 위해 이 방법을 택했다.

“상황 파악을 잘못했군.”

히로시는 팻말을 밀어내고 유리문에 걸린 자물쇠를 뜯어냈다.

그 모습에 웨이터 복장을 한 야쿠자들의 동공이 커졌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자들.

변종 사냥꾼에 맞서는 일반인은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비켜라. 1분 뒤엔 모두 죽는다.”

히로시는 그 말을 하며 손목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다른 세 명의 사내는 야쿠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신중한 료타는 단검, 말이 없는 카케루는 가시가 돋친 사슬, 땅딸보 다케시는 철퇴를 꺼냈다.

“물러서지 마라!”

침묵이 이어지자 웨이터 중에 한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심부름센터의 대장이었던 사내.

와타나베였다.

지금은 도톤보리를 운영하는 야쿠자의 보스였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 직접 선두에 섰다. 그 정도 용기는 있는 사내였다.

그를 본 히로시는 천천히 무기를 꺼냈다.

양 끝이 날카로운 창이었다.

이를 본 와타나베는 이를 악물며 더욱 크게 소리쳤다.

“버텨라!”

히로시는 무심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리고 손을 움직였다.

“그만두세요!”

웨이터들 뒤에서 날카로운 음성이 들리며 히로시의 움직임을 막았다.

웨이터들을 뚫고 나오는 이는 식스헤븐의 주인 아이리였다.

그녀는 영업을 할 때처럼 속이 은은히 비치는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드레스는 몸을 움직일 때마다 자극적인 느낌을 주었다.

“제가 여기 책임자예요.”

아이리는 당당하게 히로시 앞에 섰다.

“정상엽은?”

“그분과는 연락이 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너희들은 모두 죽는다.”

“저 하나로 충분하지 않나요? 어차피 그분은 오지 않아요. 떠날 때 그렇게 약속했으니까요.”

히로시는 잠시 아이리를 지켜보았다.

“아까운 여자군.”

“저 하나로 끝내 주세요.”

“그럴 수 없다.”

히로시는 결국 창을 들어 올렸다.

“우리 역시 전부를 걸었다. 명예까지 버리면서.”

그의 창이 아이리의 정수리로 떨어졌다.

그때였다.

끼아아!

히로시 앞에 갑자기 사람 형상이 나타나 귀곡성을 퍼트렸다.

히로시는 본능적으로 창을 거두며 물러났다. 다른 세 명의 사내도 표정을 바꾸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귀곡성이 끝났을 때, 누군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 패잔병들.”

네 명을 단숨에 도발하는 이는 상엽이었다.

그는 파이어스의 망치를 어깨에 걸친 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리, 와타나베 데리고 빠져 있어. 위험하니까 최대한 멀리 가.”

“상엽 씨…….”

상엽은 눈앞에 있는 사내들을 무시하고 아이리를 보며 말했다.

“오늘 예쁘네. 금방 끝내고 갈게.”

그는 여유 있게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그 모습에 땅딸보 다케시는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았다.

“멧돼지 아저씨, 그렇게 흥분하지 마. 이 싸움을 시작한 건 내가 아니니까.”

상엽은 아이리와 야쿠자들이 떠나는 것을 보며 싸움을 준비했다.

“잘못된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나는 거야. 잘못된 사람을 받으면 그 단체가 망하는 거고.”

네 명의 추적자와 상엽이 드디어 마주 섰다.

결코 상엽이 바라던 그림은 아니었다. 하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널 죽여 동료들의 원한을 풀겠다.”

히로시가 다시 선두에 섰다. 그 뒤로 세 명이 신중한 눈빛으로 싸움을 준비했다.

“혼자서는 무서우니까 친구들이랑 뭉쳐 다니는 놈들을 뭐라고 그러는 줄 알아?”

상엽은 웃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깡패 새끼들.”

그 말에 다케시가 곧장 반응을 보이며 달려들었다.

“깡패들이 인내심이 없지.”

상엽은 달려드는 다케시를 향해 해머를 휘둘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다른 세 명은 다케시를 보호하지 않고 상엽의 급소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상엽은 해머를 회수하고 급히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상엽은 상대의 눈빛을 다시 보았다.

‘전부를 걸었다는 거지?’

상처 입은 맹수는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살려고 하는 녀석과 상대를 어떻게든 죽이려는 녀석이다.

지금 네 명의 추적자는 후자에 속했다.

자신이 죽더라도 상엽을 죽이는 것에 집중했다.

“그래 봐야 깡패 새끼들.”

상엽은 그들의 투지를 받아들였다.

‘깨끗하게 끝내자.’

그는 사쿠라 길드와의 모든 일을 이곳에서 끝낼 생각이었다.

죽음을 각오한 네 명의 최강 전사들.

그들과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 * *

겨우 5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5분 동안 수백 번의 위기와 반격이 있었다. 그렇지만 누구도 먼저 쓰러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멀쩡하지도 않았다.

다섯 명 모두 크고 작은 상처들로 인해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상황이 안 좋은 이는 상엽이었다.

“후우.”

그는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둘러싼 네 명을 보았다.

어깨와 허벅지는 속살이 드러날 정도로 큰 상처가 있었고, 옆구리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버티고 있었다.

테리아의 은총.

그의 모든 세포가 살려고 발버둥을 쳤다.

‘망할.’

계산 착오였다.

화이트 상점에서 신체 강화를 한 것에 너무 몰입이 되어 있었다.

그는 강했지만 목숨을 건 네 명을 상대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게다가 상대는 영리하고 치밀했다.

사슬이 상엽을 노리고 이를 피하면 어김없이 창이 들어왔다.

창은 언제나 급소를 노렸고 퇴로는 철퇴가 차단했다.

이를 운 좋게 벗어나면 마지막으로 어디선가 단검이 날아왔다.

그들은 전문 팀이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호흡을 보이고 있었다.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상엽이 계산하지 못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게다가 네 명은 단순히 힘이 더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스킬들이 조합이 되면서 피할 수 없는 그물이 만들어졌다.

이 역시 그들은 영리하게 사용했다.

상엽은 포위가 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이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대로는 죽는다.’

그 생각을 할 때,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사슬이 아니라 단검이 먼저였다.

등 뒤에서 날아오는 단검을 보며 상엽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드바란.’

상엽은 투구를 믿고 단검을 던진 료타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그의 옆구리를 향해 창과 사슬이 날아왔다.

그냥 두면 고스트 실드를 충분히 깨트릴 위력이었다. 그때, 상엽이 갑자기 스킬을 사용했다.

‘스트라이크.’

그의 이동이 갑자기 90도로 꺾이며 공격을 준비하던 다케시에게 다가갔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다케시는 철퇴로 앞을 막았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일제히 상엽의 등을 노렸다.

‘잡는다.’

당연히 멈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상엽은 그대로 돌진을 택했다.

콰쾅!

모든 힘을 실은 폭발이 일어났다. 다케시의 철퇴가 그대로 부서졌고 그의 몸까지 찢어 버렸다.

한 명을 드디어 처리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훌륭한 선택이 아니었다.

챙! 챙!

고스트 실드와 갑옷이 순서대로 깨지고 상엽의 몸 안으로 창과 단검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목에는 가시가 돋친 사슬이 박혔다.

상엽의 거친 움직임이 그대로 멈췄다.

챙.

상엽을 상징하던 파이어스의 망치가 바닥을 뒹굴었다.

털썩.

그리고 상엽은 무릎을 꿇었다.

히로시와 료타는 동시에 창과 단검을 뽑았다. 상엽은 몸을 크게 폈다가 앞으로 쓰러졌다.

“끝이군. 이렇게까지 버티다니…….”

“드디어…….”

“짐승 같은 놈이었다.”

세 명의 사내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극도의 피곤함을 느꼈다.

“다케시…….”

히로시는 다케시가 사라진 자리를 보았다. 남은 건 그가 가지고 있던 유물과 유산 조각뿐이었다.

“네 희생을 기억하겠다.”

그는 천천히 조각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였다.

“히로시!”

말이 없던 카케루의 외침이었다. 그 의미를 알아들은 히로시가 급히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날카로운 늑대의 손톱이었다.

쩍!

히로시의 머리가 손톱에 의해 그대로 잘려 버렸다.

“크흐.”

테리아의 은총.

특수 스킬 회생.

늑대 인간 상엽은 남은 두 명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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