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58화 (58/300)

# 58

4단계 후반 유저.

3단계 화이트 상점의 신체 강화를 모두 마스터하고 4단계도 후반에 이른 자였다.

사쿠라 길드장 테라다.

그는 자신 앞에 있는 상엽을 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상엽은 야베와 전투를 벌였음에도 별로 힘든 기색이 없었다.

“고맙군.”

“놀란 거 봤어. 어디서 뻥카야?”

“놀랐지. 그토록 바라던 일이 갑자기 일어났으니.”

상엽은 상대의 여유가 불쾌했다.

‘이 녀석은 진짜다.’

지금까지 수많은 전투를 치른 본능이었다. 상엽은 자신의 작전이 먹혀들었지만 승리까지 확보하진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작하지.”

챙!

테라다가 양손을 옆으로 펼쳤다. 그러자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두 개의 톱이 나타났다.

양손에 나눠진 두 개의 톱은 단단한 덩치에 어울려 더욱 야성적인 느낌이 나도록 했다.

그동안 냉정하고 차분하던 테라다는 전투를 앞두자 분노한 곰과 같은 느낌이었다.

“재미있겠어.”

쾅!

테라다의 야성이 상엽의 본능을 깨웠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를 향해 달렸다.

끼릿!

서로의 무기가 얼굴 앞에서 엇갈렸다. 상엽의 해머를 대비해 테라다는 두 개의 톱을 교차했지만 힘으로는 이길 수가 없었다.

갑자기 무거워진 해머가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하자 테라다는 굳이 이를 막지 않았다.

힘을 이용해 해머를 옆으로 흘린 테라다는 몸으로 상엽을 들이받았다.

쿵!

서로의 무기는 목표를 잃었지만 그들은 몸으로 힘 싸움을 시작했다.

달려들던 힘이 충돌했지만 누구도 상대를 밀어내지 못했다.

이는 둘 모두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다.

테라다는 한 발 뒤로 물러나며 밀려났던 톱을 아래에서 비스듬히 들어 올렸다.

시야를 벗어난 톱이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자 상엽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테라다의 톱 끝에서 갑자기 칼날이 튀어나오면서 사정거리가 늘어났다.

츳!

상엽의 왼쪽 가슴에서 피가 튀었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간담이 서늘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테라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곰처럼 정면으로 달려든 테라다는 양손에 시간 차를 주며 상엽을 압박했다.

상엽은 뒤로 물러나며 사정거리가 늘어나는 톱을 피하기만 했다.

‘지금.’

쾅!

공격을 지켜보던 상엽은 단 한 번 공격을 시도했다.

두 톱이 서로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며 공방을 바꾸는 시간이었다.

그 중간에 해머가 끼어들자 테라다는 충격을 받고 한 발 뒤로 물러났다.

테라다의 공세는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상엽 역시 수세에 있던 터라 반격까지 할 수는 없었다.

“다시 시작이네.”

탐색전은 끝났다.

상엽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선공에 나섰다.

‘스트라이크.’

그의 주력 스킬인 스트라이크가 펼쳐졌다.

챙!

그런데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 그 순간, 테라다가 톱을 칼처럼 내밀었다.

칼날이 튀어나오며 상엽은 죽음으로 뛰어드는 꼴이 되고 말았다.

‘망할!’

상엽은 예상치 못한 반격에 급히 스킬을 멈추며 방향을 틀었다.

츳!

그의 어깨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그리고 중심을 잃은 상엽이 바닥을 구르다 벽에 부딪쳤다.

쾅!

멀쩡하던 벽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갔다. 그만큼의 충격이 상엽의 몸에 전달된 것이다.

‘파악됐다.’

상엽의 전투 방식이 파악됐고 테라다는 이에 대해 충분히 대비가 되어 있었다.

상엽의 스킬은 의외로 단순했다. 스트라이크의 가장 큰 약점이 드디어 드러난 것이다.

-직선 공격.

스트라이크는 다양한 방향으로 쓸 수 있지만 결국 직선 공격이었다.

쾅! 쾅!

쓰러진 상엽의 몸에 테라다의 톱이 떨어졌다. 상엽은 바닥을 구르며 이를 피했지만 동작에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빠르게 굴러도 뛰어가는 것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결국 상엽은 수세에 몰려 위기에 빠졌다. 그때, 테라다의 눈앞에서 엄청난 빛이 발생했다.

유령 추종자였다.

당황한 테라다는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 틈에 상엽은 몸을 일으켜 다시 대치 상태를 만들었다.

‘쳇.’

상엽의 몸에는 열 개가 넘는 상처가 남았다. 특히 어깨의 상처는 꽤 심각했다.

‘이길 수 있다.’

스트라이크에 예상치 못한 반격을 당해 궁지에 몰렸지만 상엽의 자신감은 여전했다.

‘신체 능력은 내가 앞서.’

수세에 몰려서도 견딜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상엽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르르르!

쇠가 긁히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러더니 다섯 개의 원형 톱날이 튀어나와 테라다의 곁을 맴돌았다.

‘스킬.’

스킬은 상엽만 가진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상엽은 테라다의 스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스스스!

톱날에 이어 테라다의 하체 부근에 안개가 피어올랐다. 짙은 안개로 인해 그의 하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의 톱날이 안개 속에 숨었다.

‘생각하지 마.’

상엽은 길게 한숨을 쉬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몰아붙인다.’

수많은 전투를 통해 상엽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내 방식이 무너지면 변수에 대응할 수가 없어.’

결정을 내린 상엽은 기다리지 않고 테라다를 향해 뛰었다. 그러자 다섯 개의 원형 톱날이 그를 덮쳤다.

‘고스트 실드.’

벽을 만들어 톱날을 막고 상엽이 해머를 휘둘렀다. 그의 해머는 자신이 만든 벽을 때렸다.

챙!

깨진 고스트 실드가 유리 조각을 머금은 폭풍이 되어 테라다를 덮쳤다.

‘고스트 체인.’

톱을 교차해 앞을 막는 테라다를 향해 상엽은 이동을 멈추고 오른손을 뻗었다.

일곱 줄기의 고스트 체인을 본 테라다는 옆으로 이동해 사슬의 그물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상엽이 손을 휘두르자 사슬은 채찍처럼 휘어져 테라다를 쫓아갔다.

촤랏!

테라다의 원형 톱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톱날은 정확히 상엽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봉쇄해.’

고스트 실드가 변형되었다. 원형 돔으로 변한 고스트 실드가 다섯 개의 톱날을 가둬 버렸다.

하나의 스킬을 봉쇄한 상엽은 곧바로 테라다를 향해 뛰었다.

그때, 테라다가 이동을 멈췄다.

채찍이 날아오고 상엽이 정면에서 뛰어드는 그 순간이었다.

‘뭔가 있다.’

상엽은 해머로 바닥을 때리며 방향을 틀었다.

쿠릉!

상엽이 있던 자리에 단두대에서 볼 법한 거대한 칼날이 치솟았다.

놀라운 광경이지만 상엽은 본능적으로 반격을 펼쳤다.

‘심판.’

쾅!

천장이 무너지고 테라다가 서 있던 자리로 신의 해머가 떨어졌다.

‘잡았다.’

상엽은 테라다가 해머를 완벽히 피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곧장 테라다를 향해 뛰며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테라다는 양손의 톱을 놓고 상엽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해머가 바로 옆에 떨어지는 데에도 그는 침착하게 상엽의 품으로 파고들더니 팔을 잡고 등을 돌렸다.

‘업어 치기?’

그 생각을 하는 사이, 상엽의 몸은 어느새 공중으로 떠올라 벽을 향해 날아갔다.

쾅!

상엽의 몸은 달려들던 탄력에 가속까지 붙어 벽을 뚫어 버렸다.

‘망할!’

그의 몸은 추락하고 있었다. 테라다가 노린 곳이 외벽이었기 때문이다.

무려 35층 건물이었다.

해머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테라다가 선택한 방법이었고 이는 오직 신체 능력과 신체 기술에만 의존한 공격이었다.

스킬과 순수 신체 능력만 이용하는 상엽으로서는 뜻밖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전투에 들어선 상엽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멍청한 선택이었어.”

고스트 실드.

상엽은 발밑에 고스트 실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밟고 다시 35층을 향해 뛰었다.

그때, 뭔가가 무너진 벽 앞으로 튀어나왔다.

톱날이었다.

톱날은 징검다리처럼 일정 간격으로 섰고, 테라다가 이를 밟으며 튀어나왔다.

테라다는 두 개의 톱날에 몸을 의지했고, 나머지 세 개의 톱날이 상엽을 노렸다.

‘이건 뭐야?’

상엽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 다가오는 톱날을 해머로 쳐 냈다.

“귀찮은 녀석이네.”

테라다는 심판 스킬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반면 상엽의 상처에서는 이미 피가 멎어 있었다.

유산 테리아의 은총이 상엽의 상처를 빠르게 치료했기 때문이다.

‘저건 또 뭐야?’

상엽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을 때, 테라다는 다가오지 않고 더욱 멀어졌다. 완전히 공중에 선 상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오직 톱날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만 시도했다.

상엽은 기회를 보고 고스트 체인을 던졌지만 거리가 있어서 명중시킬 수가 없었다.

“공중전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35층 건물의 절벽.

상엽은 이를 무시했다.

‘시선 좀 끌어.’

유령 추종자가 움직였고, 상엽은 다가오는 톱날을 보았다.

‘믿는다, 늑대 투구.’

상엽은 다가오는 톱날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뛰었다.

챙! 챙!

그는 일부러 머리로 톱날을 들이받았다. 다행히 드바란의 투구가 발동되며 톱날을 튕겨 냈다.

하지만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가야 돼.’

톱날을 쳐 낸 상엽은 뚫린 벽을 통해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때, 테라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가 두 개의 톱을 다시 꺼내며 상엽을 향해 함께 뛰어올랐다.

순간, 그가 들고 있던 톱이 산산조각 나며 수십 개의 작은 원형 톱날로 변했다.

톱날의 폭풍이 상엽을 덮치려 했다.

그때, 유령 추종자가 상엽의 앞에 나타나서 엄청난 빛을 뿜어냈다.

테라다는 이미 한 번 당한 터라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그 찰나가 문제였다.

그의 시야에 있어야 할 상엽이 보이지 않았다.

갈 곳을 잃은 톱날 폭풍이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위를 보았다.

‘실수.’

그가 위를 보는 순간, 발아래에서 엄청난 기파가 몰려왔다.

상엽은 고스트 실드를 공중에 만들어 이를 밟고 추락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테라다의 발밑에서 하늘을 향해 스트라이크를 시도했다.

쾅!

테라다는 발을 받치던 톱날을 이용해 해머를 막았다. 하지만 충격파를 막기에는 부족했다.

테라다의 몸이 중심을 잃고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상엽은 이를 보며 짧게 말했다.

“심판.”

테라다는 흔들리는 와중에 거대한 금빛 해머를 보았다. 그의 동공이 해머로 가득 차는 순간, 끝을 직감했다.

쾅!

그의 몸이 해머에 짓눌려 바닥으로 추락했다.

상엽은 스트라이크로 방향을 바꿔 35층 사무실 난간에 올라섰고 떨어지는 심판을 확인했다.

쿠릉!

지진이 난 것처럼 바닥이 울리며 그 진동은 건물 전체를 흔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상엽을 향해 빛줄기가 올라왔다.

“잡았어.”

치열했지만 결국 상엽이 이겼다.

“내려가자.”

상엽은 고스트 체인의 끝을 갈고리로 바꿔서 난간에 걸고 건물 밖으로 뛰었다.

그 과정을 반복하자 어렵지 않게 바닥에 내려설 수 있었다.

그리고 폐허가 된 자리에 내려섰다.

심판의 충격으로 인해 인도와 도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마치 미사일이 떨어진 자리 같았다.

그 중간에서 상엽은 전리품을 확인했다.

길드장인 만큼 꽤나 많은 유물과 유산 조각이 있었다. 상엽은 일단 전부 회수한 다음 이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그렇게 상엽이 허리를 숙여 조각을 잡을 때였다.

폐허가 된 바닥에서 뭔가가 치솟았다.

‘촉수?’

이를 알아차리는 순간, 촉수는 상엽의 발바닥을 파고들었다.

‘뭐야?’

상엽은 본능적으로 발을 들어 몸으로 파고드는 촉수를 잡았다.

그런데 힘으로 빼내려 해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마비?’

촉수가 들어온 발바닥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촉수를 잡은 손에서도 힘이 빠졌다.

그때, 누군가 상엽의 뒤로 접근했다.

끼아아!

유령 추종자가 괴성을 지르며 접근하는 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약간의 물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덕분에 접근하는 자는 위협을 느끼고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곧 상황을 파악하며 웃음소리를 흘렸다.

“크크, 결국 내가 이겼군.”

상엽은 겨우 고개를 돌려 상대를 보았다. 그 동작조차 마비로 인해 쉽지가 않았다.

‘김판종…….’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인 김판종이 상엽의 등 뒤에 있었다.

상엽은 어떻게든 움직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젠 촉수가 완전히 몸으로 파고들어 말조차 할 수 없었다.

“빨리 끝내 주지.”

김판종은 시간을 끌지 않았다. 곧바로 무기를 꺼내며 상엽의 등을 향해 달려들었다.

상엽은 그 짧은 순간 많은 시도를 했다. 하지만 무엇도 그의 목숨을 구해 주진 않았다.

상엽의 작은 몸부림을 보며 김판종은 승리를 확신했다. 유산을 버리면서까지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 확신이 1미터 앞으로 다가왔을 때였다.

펑!

상엽의 몸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10센티미터.

그 거리에서 김판종의 칼이 멈추고 말았다.

그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늑대 인간.

“크흐.”

늑대 인간 상엽이 김판종을 보며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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