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51화 (51/300)

# 51

드바란의 투구.

오상식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드바란의 투구에 대한 정보를 보냈다.

유산-드바란의 투구

투신 드바란의 정수가 담긴 투구로써 정신 계열 마법에 대한 내성이 뛰어나며 머리와 얼굴 전체를 보호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충격에 대한 반탄력을 가지며 특수 기술로 ‘광기의 외침’이 잠재되어 있다.

전사들에게 가장 위험한 부위 중의 하나인 머리에 대해서 아주 뛰어난 방어 효과를 지닌 유산이었다.

“음.”

상엽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신 계열에 대한 내성이라…….’

그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긴 했다.

-모든 사냥꾼들이 노리는 유산입니다.

상엽은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그도 오상식의 설명을 듣자 조각 하나와 바꾸기가 아까워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신의 오함마라면…….’

고민은 계속됐다. 하지만 상엽의 생각은 점차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광기의 외침이라.’

가능성의 차이였다.

파이어스의 망치는 여전히 다른 가능성이 있지만 드바란의 투구는 놓치면 끝이었다.

“완성시키자.”

그는 고민을 끝내고 결정을 내렸다.

드바란의 투구 조각을 모두 꺼내 하나로 겹치자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조각은 상엽의 손을 벗어나 멀티스크린처럼 자리에 맞게 떠올랐고 완벽한 문양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문양은 마지막으로 강렬한 빛을 뿌리더니 상엽에게 흡수되었다.

투구는 늑대의 머리 모양이었다.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형태였고, 투구를 쓴 상엽은 마치 늑대 인간처럼 보였다.

투구는 마치 피부처럼 상엽의 얼굴에 자리를 잡아서 움직이거나 시야에 불편함이 없었다.

“없앨 수도 있겠지?”

상엽은 해머를 집어넣듯이 투구를 사라지게 했다. 예상대로 투구가 사라지고 상엽의 얼굴이 다시 나타났다.

“늑대 가면이었네.”

상엽은 이렇게 이해했다.

‘스킬이 있다고 했는데.’

그는 오상식이 보낸 자료를 떠올렸다.

“광기의 외침.”

상엽이 스킬 이름을 말하는 순간,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폭음이 울렸고 몸 전체로 그 충격이 퍼져 나갔다.

펑!

순식간에 발생한 고통은 곧 사라졌다.

두근!

대신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상엽이 바라보는 세상이 변했다.

모든 것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붉은 흙, 붉은 나무, 공기의 흐름마저 붉은 아지랑이로 보였다.

‘늑대 인간!’

당당하게 허리를 편 그의 몸엔 거친 털이 자라났고 팔은 길게 늘어나서 무릎까지 닿았다.

-광기의 외침

늑대 인간 드바란의 광기를 불러온다.

늑대 인간의 튀어나온 입을 통해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상엽은 흥분 상태에서 싸우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느꼈다.

‘그만.’

다행히 상엽은 이성을 되찾고 모습도 원래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다시 인간의 몸이 되자 갑자기 힘이 빠져나갔다.

‘후유증이 있어.’

상엽은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정상으로 돌아왔음을 확인했다.

‘이거 위험한 스킬인데.’

그렇지 않아도 위험한 전투를 펼치는 상엽에게 광기의 외침은 파괴 본능만 남길 수도 있었다.

‘일단 확실히 알고 쓰자.’

상엽은 그곳에서 좀 더 시간을 보냈다.

‘연락 올 때가 됐는데.’

그는 오상식의 연락을 기다렸다.

드바란의 투구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준 그는 다른 유물과 유산도 분석에 들어갔다.

워낙 많은 양을 획득해서 그런지 시간이 꽤 걸렸다.

-오상식입니다.

다행히 늦지 않게 오상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드바란의 투구는 완성시켰어.”

-잘 생각하셨습니다. 하지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두 번이나 주인이 바뀐 유산입니다.

두 명이나 완성을 시켰지만 결국 죽었다는 뜻이다.

‘위험한 스킬이니까.’

상엽은 조심하기로 마음먹고 오상식의 말을 기다렸다.

-아직 유물을 전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모르는 유물 조각도 있어서 조사가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모르는 조각은 내가 직접 감정할게. 그거 조사하는 시간이 더 아까워.”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10가지 조각은 흡수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희귀한 조각도 있지만 획득 코인이 높은 편이라 지금 상엽 씨에게는 그게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오상식은 자신의 이익보다 현재 상엽의 상태에 대해서 말했다.

-10가지 조각만 해도 40만 코인이 넘을 것입니다.

“꽤 많네.”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조사를 해 볼 생각입니다.

“무슨 말이야?”

-물품이 맞지 않습니다.

상엽은 오상식의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설명을 기다렸다.

-무라카에 대해서 계속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이름을 쓴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그가 거래를 진행하던 물품들과 상엽 씨가 빼앗은 물품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그에게 유물과 유산을 보관하는 다른 방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사기 아닐까?”

-그럴 만큼 가치 있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흡수를 위한 유물 판매라서 그럴 이유가 없었습니다.

상엽은 그제야 오상식의 의문을 이해했다.

“다른 창고가 있었단 말이지?”

-만약 창고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건 사람일 것입니다. 다른 방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특별한 유산이 있다면 모르지만 말입니다.

“좋아. 그건 내가 알아볼게. 계속 지원해 줘.”

-알겠습니다.

상엽에게 오상식은 브로커나 자산 관리사가 아니라 같은 팀원으로 느껴졌다.

“형, 고마워. 진심이야.”

-제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그 이상으로 해 주고 있는 거 알아. 꼭 보답할게.”

상엽은 진심으로 인사를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니까 사람이라는 다른 창고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긴데…….”

그는 무라카에 대해서 알고 있는 바를 떠올렸다.

“오함마를 얻을 기회가 더 있단 말로 들리는데?”

상엽은 그 자리를 떠나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매너를 좀 지켜 볼까?”

그는 주변을 둘러보고 가장 고급스러워 보이는 호텔로 들어갔다.

10분 후.

“안녕? 지금 안녕이라고 했어?”

레나는 화가 났다.

10분 전에 그녀는 상엽에 의해 호텔로 소환이 되었다.

웬일로 고급 스위트룸에, 테이블에는 와인까지 세팅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상점을 이용한 상엽은 손을 흔들며 아주 매너 있게 안녕이라고 말했다.

“미안, 내가 시간이 없어서.”

상엽의 해맑은 웃음이 레나를 더욱 화나게 했다.

“네, 고객님. 이제 저 찾지 마세요. 다른 상점 소개해 드릴게요.”

“업그레이드 다시 해야 되잖아. 안 돼.”

“어머, 고객님. 업그레이드 때문에 싫다는 건가요?”

상엽은 털이 곤두서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는 레나의 눈빛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할게. 나 지금 유물 창고 찾으러 가야 돼. 그런데 시간을 아껴야 해서 어쩔 수 없어.”

“네, 그러시겠죠.”

레나는 관심 없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면서 차갑게 말했다.

“죽지나 마세요.”

“고마워.”

상엽이 웃으며 대답하자 레나도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또 봐.”

결국 레나는 포기한 듯이 인사를 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그녀를 보낸 상엽은 곧바로 자신의 스킬을 확인했다.

-드바란의 투구

5단계-광기의 외침이 5단계로 상승하며, 투구의 방어 능력이 자동으로 발동한다.

이에 소모된 코인만 31만 코인이었다.

-신의 소통

4단계-모든 언어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게 된다.

8만 코인을 소모했고 총 39만 코인이었다. 흡수한 유물을 두 가지 스킬에 모두 투자한 것이다.

이로써 상엽은 누구와도 완벽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고 드바란의 투구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는 상태가 되었다.

“자, 보물찾기 시작.”

상엽은 레나와의 짧은 만남을 끝내고 도톤보리 거리로 다시 나섰다.

을씨년스러운 거리였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떠들썩하던 거리는 상엽으로 인해 유령 마을과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경찰의 통제로 인해 오가는 사람은 없었고, 상점의 간판은 대부분이 꺼졌다.

적막한 어둠과 미처 끄지 못한 네온사인만 남은 거리를 상엽은 홀로 질주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으니까 편하네.”

빠른 속도로 거리를 달리던 상엽은 어느 상점의 창문 틈으로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을 느꼈다.

키가 작은 아이였다. 아이는 상엽과 눈을 마주치자 몸을 떨었다.

이에 상엽이 걸음을 멈추고 슬쩍 웃어 주었다.

“나 위험한 사람 아니야.”

상엽이 웃으며 아이를 진정시켰지만 이내 누군가 아이를 안고 사라져 버렸다.

“쳇, 나 괴물 아닌데.”

상엽은 괜히 머쓱해져서 뒷머리를 긁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일단 무라카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을 만나야지.’

상엽은 도톤보리 최고의 캬바 클럽 식스헤븐으로 향했다.

식스헤븐의 간판은 불이 꺼져 있었다.

상엽은 영업이 중단된 캬바 클럽으로 들어섰다.

몇 시간 전만 해도 그를 맞이하던 웨이터는 보이지 않았고, 화려한 홀로 이어진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상엽은 지독한 쓸쓸함만 남은 식스헤븐의 문을 열었다.

테이블 위에 있던 향초 몇 개에 불이 켜져 있었고 사람들로 북적이던 홀에는 단 한 사람이 쓸쓸히 술잔을 들고 있었다.

그 유일한 사람이 상엽을 보더니 몸을 일으켰다.

“무, 무라카는요?”

그녀의 첫마디였다.

“처리했어.”

상엽의 대답에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이 말을 기다린 거야?”

“고마워요.”

상엽이 식스헤븐을 찾은 이유는 그녀 때문이었다.

아이리.

그녀는 홀로 식스헤븐에 남아 상엽과 무라카의 싸움 결과를 기다렸다.

무라카가 돌아온다면 다시 지옥이 시작될 것이고, 상엽이 돌아온다면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그 시간과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상엽은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를 안아 주었다. 그러자 아이리는 눈물을 터트렸다.

“고마워요.”

누군가가 죽었다는 것이 어떤 때는 이렇듯 기쁨이 된다.

상엽은 그 사실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내가 그렇게 될 수도 있지.’

그는 적어도 무라카처럼 누군가가 간절히 죽길 바라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물어볼 말이 있어.”

아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엽은 그녀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한잔하시겠어요?”

“아직 일이 안 끝났어.”

아이리가 어느 정도 감정을 정리하자 상엽은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

“무라카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왔어.”

“제가 아는 건 전부 말해 줄게요.”

“그 전에 갓코인에 대해서 알아?”

상엽의 질문에 아이리는 솔직히 대답했다.

“신의 능력을 살 수 있는 코인.”

“맞아. 그럼 유산과 유물에 대해서는?”

“몰라요.”

상엽은 이 부분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했다. 그리고 목적을 말했다.

“무라카의 창고를 찾아야 돼. 아마 사람일 거야.”

아이리는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잊었던 수학 공식을 떠올린 학생처럼 말했다.

“부인들!”

“뭐?”

“무라카는 세 명의 부인이 있어요. 저도 한 번 본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힘이 셌어요. 저와 악수를 했는데 무라카가 말리지 않았다면 제 손이 부러졌을 거예요.”

상엽은 그때 상황을 상상하며 결론을 내렸다.

“부인을 갓코인 유저로 만들어서 창고로 이용했다? 독한 놈이네.”

무라카다운 방식이었다.

“부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무라카의 집을 알아요.”

“같이 가 줄래?”

“네.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도와드릴게요.”

상엽은 확답을 듣자마자 그녀를 품에 안았다. 아이리는 크게 놀란 표정이었지만 거부하진 않았다.

“멀미 조심해.”

쾅!

상엽은 식스헤븐을 박차고 나왔다.

10분 후.

상엽은 도톤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고급 아파트로 들어섰다.

“잠겨 있어요.”

쾅!

상엽은 문을 단숨에 뜯어내 버렸다.

“열려 있는데?”

“아…….”

“내가 급해서 그래. 원래 매너 있는 남자야.”

상엽은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며 허공에 대고 말했다.

“찾아.”

“누구한테 말한 거예요?”

“내 친구.”

유령 추종자가 나타나서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이리는 참았던 질문을 했다.

“그녀들을 찾으면 어떻게 할 건가요?”

그녀는 불안한 표정이었다.

“죽이진 않을 거죠?”

“안 죽여. 조각 하나만 찾으면 돼. 나머지는 위자료로 쓰라고 해야지.”

파이어스의 망치로 가는 열쇠.

상엽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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