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42화 (42/300)

# 42

1억이 생겼다.

상엽은 통장에 찍힌 금액을 몇 번이나 다시 보았다.

몇 번을 봐도 금액은 변하지 않았다.

“억울해, 억울하다고…….”

그는 1억을 보며 이 말을 반복했다.

“진작 알았으면…….”

택시비를 걱정하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동희도 그랬고, 레나도 그랬는데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갓코인 유저는 대부분 돈이 많다고 했다. 그 이유를 상엽은 단순하게 생각했다.

-유물과 유산을 팔아서 버는 거야.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상엽은 가지고 있던 유물과 유산 중에 아오나와 파이어스의 망치를 제외하면 전부 송연지에게 넘겨주었다.

‘몇 개만 챙겼어도.’

송연지에게 준 것이 아깝지는 않다. 다만 자신이 가난하게 살아온 시간이 억울했다.

“나 이제 부자야!”

그의 외침에 주변의 시선이 쏠렸다.

은행 앞이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상엽은 얼른 인사를 하고 은행을 나섰다.

활동비 1억 원.

“기름값만 있어도 되는데.”

돈도 써 본 사람이 잘 쓴다. 상엽은 바이크 기름값에 식사비만 있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다.

“정상엽! 정신 차려!”

상엽은 만족하려는 자신을 다그쳤다.

“사람이 보는 게 있으면 배워야지!”

그는 기억 속에서 가장 훌륭했던 장면을 떠올렸다.

“광신이 형처럼 사는 거야! 아니지, 그것보다 더 잘살아야지.”

상엽은 박광신을 기준으로 목표를 잡았다.

“새로운 인생이야! 비싼 거 먹으러 가자!”

그는 바뀐 인생을 곧바로 즐기기 시작했다.

상엽은 스테이크를 먹고 패밀리 레스토랑을 나섰다.

“아이 씨.”

그는 스테이크를 다섯 개나 먹었다. 기본적으로 양이 너무 적었고, 소스는 싱거웠다. 결국 10만 원이 넘는 비용의 가치를 느끼지 못했지만 오기를 부리며 다섯 개를 먹어 치웠다.

“짬뽕이나 먹으러 가자.”

결국 그는 주변의 중화요리점을 찾아 들어갔다.

그는 백섬의 길드원에게 하루의 시간을 주었다. 그래서 하루 동안 돈을 마음껏 쓰며 즐기려 했다.

명품 매장에도 가 보고 스마트폰도 최신형으로 알아봤다.

그런데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았다.

결국 그는 예전 모습 그대로 번화가를 걸었다.

“어?”

어느 순간, 사람들의 감탄사가 들렸다.

“첫눈이야.”

첫눈이 내렸다.

선물처럼 내려앉는 첫눈을 보며 상엽은 잠시 하늘을 보았다.

“아씨. 기분이 뭐 이러냐?”

그는 외로움을 느꼈다.

전장에 나서야 하는 전사의 마음이 그랬다. 들뜨고 긴장되면서도 진한 외로움을 느낀다.

혼자서 싸워야 하는 상엽은 더더욱 외로움이 컸다.

‘즐기는 건 그 녀석들이 사라진 다음에.’

적이 가까운 곳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즐겁지 않다. 그가 좋은 물건과 옷에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였다.

“변종이랑 사람은 다르니까.”

첫눈은 그를 더욱 쓸쓸하게 했다.

“힘내자! 아자!”

다행히 그는 극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주변의 따가운 눈총은 덤이었다.

하루가 지났다.

상엽은 정확히 24시간이 되었을 때, 여관을 나섰다.

일부러 레나의 오피스텔이 아닌 여관을 선택한 것은 백섬의 본거지가 가까웠기 때문이다.

-전원 본부에서 대기 중.

현재 백섬의 상태였다.

“치사한 새끼들.”

백섬의 본거지는 서울 종로의 15층 빌딩이었다.

그런데 전부를 그들이 쓰는 건 아니었다.

7층부터 12층까지가 그들의 본거지였고 다른 층은 일반인들이 사무실로 사용했다.

고급스럽고 큰 건물이라 유명한 회사도 많았고, 지하에는 대형 서점까지 있었다.

밤새 야근이 이루어지는 건 당연했고, 유동 인구도 많았다.

‘일반인들 때문에 그냥 칠 수도 없고.’

일반인들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방패막이가 되고 있었다.

이는 흑점의 본거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꽤 오래 버틸 텐데.”

들어가지 않으면 얼마든지 내부에서 버틸 수 있다. 상엽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준장 아저씨한테 말해서 회의를 열어 달라고 해도 되고, 백섬 녀석들도 가족은 있을 테니까…….”

생각을 하던 상엽은 한순간 고개를 저었다.

“내 방식대로 하자.”

상엽은 해머를 들고 여관을 떠났다.

오전 10시였다.

상엽은 검은 가방 하나를 들고 백섬의 본거지가 있는 건물로 들어섰다.

이미 업무가 시작되어 많은 이들이 건물을 출입했다.

내부에는 신분증을 검사하는 곳이 있었지만 상엽은 눈을 피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는 6층으로 이동했다.

‘7층부터였지?’

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한 상엽은 6층에 도착해서 사무실들이 늘어선 복도로 갔다.

6층은 유명한 외국계 보험 회사가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었다. 상엽은 넓은 사무실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보험 회사를 지나쳤다.

이를 지나자 6층의 일부분을 사용하는 광고 회사가 나타났다.

직원 5명의 소규모 회사였다.

상엽은 그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젊은 사내가 상엽을 발견하며 물었다. 이에 상엽이 웃으며 되물었다.

“사장님 뵈러 왔어요.”

상엽의 말에 30대 후반의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시죠?”

그녀가 광고 회사의 사장이었다.

“받으세요.”

상엽은 사장을 향해 가방 하나를 던졌다.

사장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가방을 열었다.

“이게…….”

“9천만 원이에요. 곧 일어날 일에 대한 보상이에요.”

“네?”

“저도 필요한 돈이 있어서 전부 드리지는 못했어요. 이해해 주시고, 그만 나가 주세요.”

사장은 상엽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상엽이 다시 한번 말했다.

“오늘 하루만 노세요. 여기 사무실은 위험하니까.”

“저기, 잠깐만…….”

“9천만 원, 싫으세요? 하루면 되는데.”

사장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쉽게 허락할 성격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이에 상엽은 블랙 해머를 꺼냈다. 그 모습을 보자 처음 인사를 했던 사내가 놀라서 외쳤다.

“변종 사냥꾼!”

상엽은 그를 보며 그저 웃기만 했다.

변종 사냥꾼이라는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변했고 사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냥 나가 주시면 돼요. 여러분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결국 다섯 명의 직원들은 급히 소지품을 챙기고 회사를 나섰다.

“자, 금액도 지불했으니까 공사를 시작해 볼까?”

상엽은 아무도 없는 사무실의 천장을 보았다.

“철거의 기본 장비. 오함마, 드릴, 빠루.”

그는 점검을 끝내고 천장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일곱 개의 고스트 체인이 천장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드릴 작업 끝. 다음은 빠루.”

상엽은 천장을 통과한 고스트 체인의 끝을 구부렸다.

빠루는 공사장 인부들이 쓰는 말로 끝이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꼬챙이였다.

철거반은 이를 천장을 뜯는 용도로 사용했다.

일곱 개의 고스트 체인은 빠루처럼 끝이 구부러져 바닥에 걸렸다.

“오함마 한 방.”

상엽은 그 상태로 몸을 띄워서 천장을 향해 해머를 휘둘렀다.

강하게 휘두르면 다른 곳까지 부서질 수 있어서 최대한 힘 조절을 했다.

천장에 작은 금이 가는 것을 본 상엽은 힘을 주어 고스트 체인을 끌어당겼다.

쿠쿵!

한순간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공사 끝.”

상엽은 드러난 천장을 향해 뛰었다.

그곳에는 소음을 듣고 달려온 세 명의 백섬 길드원이 있었다.

“스트라이크.”

10단계 스트라이크로 그의 몸이 투명해졌고 순식간에 목표물 앞에 나타났다.

쾅!

폭발과 함께 한 명이 처리됐다. 그리고 상엽이 한쪽 손을 뻗었다.

촤랏!

고스트 체인이 등을 보이고 돌아서는 사내의 등을 꿰뚫었다.

그사이, 한 명이 상엽의 등에 칼을 꽂으려 했다. 하지만 유령 추종자가 빛을 뿌리며 방해했고, 그나마 내지른 칼도 고스트 실드에 막혔다.

“멍청하긴. 그러게 백섬에서 나가라니까.”

쾅!

상엽의 주먹이 상대의 정수리를 때렸다.

상대는 멍하니 상엽을 보다가 천천히 쓰러졌고 곧 빛으로 흩어졌다.

“21명 남았어.”

상엽은 눈앞에 보이는 벽을 향해 다시 해머를 휘둘렀다.

벽은 힘없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고 건너편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두 명의 길드원이 상엽을 보더니 급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건물의 보안이 발동하며 사이렌이 울렸다.

건물 전체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무너진 천장을 통해 아래층의 혼란스러운 소리도 들렸다.

‘잘됐어.’

상엽은 더 이상 접근하지 않고 무너트린 천장을 통해 다시 6층으로 내려갔다.

“역시 함정이 있었네.”

무너진 벽 너머의 바닥에 이상한 빛이 머물고 있었다.

상엽이 벽을 무너트리지 않고 그냥 들어갔다면 빛에 닿았을 것이다.

“음, 회사의 소방 훈련이 잘되어 있군.”

상엽은 보험 회사의 직원들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순식간에 비어 버린 사무실로 들어선 상엽은 다시 위치를 살폈다.

“건물 구조는 대부분 비슷하니까 복도의 위치는 같을 테고, 기둥의 위치를 보면 내부 공사가 이렇게 진행됐고.”

상엽은 철거 지식을 동원해 위층의 구조를 상상했다.

“그럼 중요한 방이 있을 위치는 세 곳.”

상엽은 결정을 내리고 곧바로 천장을 뚫기 시작했다.

그가 뚫은 천장에는 어김없이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함정을 의미하는 빛이 쏟아졌다.

“어?”

상대를 처리하려 부서지는 빛에 잠시 스친 상엽은 급히 모든 행동을 멈췄다.

‘정신 계열이야.’

현기증을 느낀 상엽은 함정의 정체를 알아냈다.

‘정신력이 겨우 5단계니까.’

나름대로 백섬은 현명한 선택을 했다. 하지만 상엽의 접근 방식이 너무 비정상적이었다.

“후우.”

겨우 스친 정도라 현기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신 그 짧은 순간에 눈으로 보았던 인물은 놓치고 말았다.

“이제 시작이야.”

상엽은 생각을 바꿨다.

“그만 내려오시지?”

그는 천장을 모두 부수기 시작했다.

무차별적인 해머질이 시작되자 백섬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보이지도 않는 바닥에서 갑자기 충격이 올라왔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리고 그들은 발 디딜 곳이 점점 줄어들면서 한 곳에 모일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네.’

상엽은 천장을 부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쯤이면 반응이 와야 하는데.’

상대는 여전히 피하기만 한다. 이제는 천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좋아. 끝까지 해보자.”

상엽은 결국 6층의 천장을 모두 부쉈다. 길드원들은 이미 위층으로 피신을 간 상태였다.

한 층이 사라졌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상엽은 6층에서 8층 바닥을 뚫기 시작했다. 그렇게 8층의 바닥도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드디어 누군가 뚫린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왔어? 생각보다 늦었네.”

상엽은 뛰어내린 자를 보았다.

“뭐야? 대장은 어디 가고?”

예상했던 김판종이 아니었다. 이미 상엽은 사진을 통해 백섬 길드원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설마 그 자식은 도망간 거야?”

상엽 앞에 있는 자는 2미터에 가까운 키에 엄청난 체구를 가진 뚱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남은 길드원들이 일제히 도열했다.

그런데 그 숫자는 열다섯 명밖에 되지 않았다.

뚱보까지 열여섯 명. 다섯 명이 보이지 않았다.

“너희들 인생도 불쌍하다. 부하를 버리는 대장이라니.”

상엽은 전투를 준비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철거반에 있을 때 말이야. 사고가 있었거든. 낡은 기와집인데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한 거야.”

그는 해머를 들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철거반 중에 제일 힘없는 사람이 우리 소장이었어. 그런데 소장이 제일 늦게 나왔어.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밖으로 나와서 제일 먼저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상엽은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길드원을 보며 말했다.

“전부 다 나왔어? 그러더라고.”

백섬 길드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도망갈 놈은 지금 가. 쫓아가진 않을 테니까. 대신 갓코인은 잊어. 가진 거 전부 소모하고 일반인처럼 살아. 그럼 나도 찾지 않을 테니까.”

상엽은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길드원들이 미처 생각을 하기도 전에 뚱보가 먼저 움직였다.

“죽어!”

뚱보는 양팔을 벌리며 상엽을 향해 뛰었다. 거대한 덩치로 인해 벽이 돌진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 순간, 상엽은 스트라이크를 이용해 앞으로 돌진했다. 그런데 달려들던 뚱보를 그냥 지나쳤다.

“니들 뭐하냐?”

그들은 무작정 내려온 것이 아니었다.

뚱보의 뒤에 있던 자들이 뭔가를 준비하며 눈을 감고 있었다.

정신 계열의 공격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상엽은 뚱보가 달려들던 순간부터 이를 예상했다.

“질 게 뻔한 싸움을 할 때는 이유가 있는 법이거든.”

그들의 작전은 상엽의 본능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제 기회는 없어.”

쾅!

상엽의 해머가 그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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