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41화 (41/300)

# 41

105만 코인.

상엽은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일단 습격은 여기까지.”

그는 박광신에게 받은 바이크에 올라 사건 현장을 떠났다.

상엽이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레나의 오피스텔이었다.

코인에 블랙과 화이트가 섞여 있어서 그레이 상점을 먼저 찾을 수밖에 없었다.

“고스트 체인 10단계까지.”

8단계였던 고스트 체인이 10단계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소모된 코인만 38만 4천 코인이었다.

그 순간, 유령 추종자가 튀어나와 모습이 변했다.

작은 새였던 모습이 독수리처럼 커졌고 날개를 펼치며 상엽의 머리 위를 날았다.

“너보다 저 녀석이 더 좋아하는데?”

“누구든 좋으면 됐지.”

“그런데 무슨 짓을 했기에 이렇게 코인이 많은 거야?”

“까부는 놈들이 있어서 정리 좀 했어.”

레나는 이미 상엽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다만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럼 갈게.”

“그래. 또 봐.”

레나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인사가 전부였다.

상엽은 남은 코인을 신체 강화에 투자했다.

화이트 상점에서 순발력을 10단계로 올렸고, 블랙 상점에서 근육을 10단계로 상승시켰다.

10단계 특성으로 인해 그의 능력이 대폭 강화되었고 당장 하루 전과 전혀 다른 상태가 되었다.

-화이트 하급 상점

근력 10단계

순발력 10단계

정신력 5단계

-블랙 하급 상점

근육 10단계

유연성 8단계

피부 5단계

-스킬

헌터 아이 4단계

스트라이크 10단계

순간 증폭 3단계

고스트 실드 10단계

고스트 체인 10단계

유령 추종자 3단계

완성된 스킬만 3계였고, 신체 강화도 세 가지나 10단계에 도달했다.

“다시 태어난 것 같은데.”

무엇보다 그의 속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이름 없는 신의 반지까지 가진 그는 이제 힘뿐만 아니라 속도전에서도 자신감이 생겼다.

-주인. 주변.

그리고 고스트 체인 10단계로 인해 추종자가 성장하면서 정찰을 시작했다.

범위는 겨우 반경 20미터밖에 되지 않았지만 상엽은 크게 만족했다.

‘성장시키면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거지.’

상엽은 스마트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형.”

-네, 상엽 씨. 해내신 일에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내 주변에 있는 녀석, 형이 보낸 거야?”

상엽의 물음에 박광신은 잠시 시간을 가졌다. 정보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아닙니다.

“알았어.”

상엽은 건물 옥상에 엎드려서 자신을 정찰하는 이를 보았다.

난간 너머라서 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령 추종자의 눈까지 피하진 못했다.

툭.

상엽이 가볍게 바닥을 굴렀다. 그러자 5층 건물의 옥상으로 화살처럼 날아갔다.

그리고 난간 뒤에 있는 인물이 보였다.

‘화이트 코인.’

상대에게 15화이트 코인이 있었다.

‘백섬.’

상엽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스킬을 펼쳤다.

-아오나의 고스트 체인: 유령사슬

10단계-50미터의 유령 사슬을 다섯 개까지 사용한다. 사슬을 창으로 사용할 수 있다.

촤랏!

체인의 끝이 화살촉처럼 빠르게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다 상엽의 의지에 따라 딱딱하게 굳으며 50미터 길이의 창이 되었다.

게다가 일렬로 늘어선 체인은 설명과 달리 다섯 개가 아니라 일곱 개였다.

유령 추종자로 인한 상승이었다.

체인은 필요에 따라 채찍처럼 사용할 수도 있었고, 주먹이 늘어난 것처럼 단순 공격 스킬로도 효율이 괜찮았다.

‘마음에 들어.’

그를 정찰하던 사내는 재빨리 몸을 움직였지만 결국 체인 하나에 등이 꿰뚫리고 말았다.

“이제 다섯 명인가? 스물다섯 명 남았네.”

상엽은 정찰하던 사내가 머물던 자리를 보았다. 그곳에는 전화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도주를 하던 상대가 차마 챙기지 못한 물건이었다.

상엽은 전화기를 들어 가장 최근 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얼마 되지 않아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고하라.

“그래, 보고한다.”

상대는 상엽의 말을 듣고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상엽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전했다.

“이거 다 녹음해서 길드원들한테 뿌려.”

상엽은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며 말했다.

“백섬에서 탈퇴하는 놈은 살려 준다. 남아 있는 놈은 전부 죽는다. 쉽지?”

상엽은 마지막 인사를 잊지 않았다.

“딱 하루 준다. 꼭 보자, 개새끼들아.”

그는 전화기를 바닥에 던져 부숴 버렸다.

“아, 전자 상가에 팔 걸 그랬나?”

한발 늦게 후회를 했지만 이미 전화기는 회생 불능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거 전부 팔아 버릴까?’

상엽은 유산 보관함을 보았다.

완성된 그림을 확인하던 그는 중국의 왕수가 원하던 물품을 떠올렸다.

‘이렇게 쉽게 찾을 리가 없지.’

그는 망치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떠올랐다.

가버문트의 신발.

오로라의 정수 조각.

라루스의 신전 조각.

유물은 코인이라 확인하지 않고 흡수를 했다. 그런데 유산 조각에서 신발은 보이지도 않았다.

오로라의 정수로 추정되는 것도 없었다.

갑옷과 장갑 등이 보였지만 상엽은 이를 모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망설일 때가 아니야.”

먼 미래를 대비하기에 그의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움직이려면 돈도 필요해.’

그는 결정을 내리고 지갑에 보관하던 명함 한 장을 꺼냈다.

금산에서 만났던 갓코인 브로커의 명함이었다.

‘유산은 거래가 오래돼야 받는다고 했는데.’

상엽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고 신분을 물었다.

“정상엽입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유산 조각들을 팔아 주세요.”

대화는 간결하고 짧았다. 브로커는 잠시 말이 없더니 짧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약속 장소와 시간을 알려 주시죠.

“최대한 빨리. 서울이면 어디든 좋아요.”

-3시간 후에 서울역 광장에서 뵙겠습니다.

브로커는 의외로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상엽의 거래를 받아들였다.

상엽은 이 부분이 의심스러워서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처음 말했던 것과는 다르네요. 유산은 관계가 오래되어야 받는다더니.”

그의 질문에 브로커는 솔직히 대답했다.

-정상엽 씨의 이름값이면 충분합니다.

상엽은 모르고 있었지만 갓코인 브로커들 사이에서 그의 이름은 이미 유명해진 후였다.

유명한 자는 많은 코인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브로커에게 당연히 큰 고객이 되는 것이다.

“알았어요.”

상엽은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씨. 유명해지면 안 되는데.”

의지와 상관없이 그의 이름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있었다.

이른 아침 서울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브로커는 벤치에 앉아 있는 상엽을 정확히 찾아왔다.

“차로 가시죠.”

상엽은 브로커를 따라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상엽은 유산 보관함을 꺼냈다.

“전부 처분해 주세요.”

브로커는 상엽이 보관함에서 꺼낸 유산 조각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그를 놀라게 하는 유산도 있었다.

“헤이스의 검, 좋군요.”

강한 인물들이 누군가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가지고 있었던 물건이었다.

평범한 유산은 브로커에게 맡긴 터라 특별한 유산만 남은 것이다.

‘역시.’

오상식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부분에서 기분이 좋아졌다.

유산 하나하나의 가치는 꽤 높았다.

유물이 아니라는 점은 아쉬웠지만 이 정도면 그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전부 확인했습니다.”

감정을 끝낸 그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상엽에게 쪽지 하나를 내밀었다.

이는 그가 상엽에게 받은 유산의 이름들이었다.

‘이런 식이구나.’

상엽은 브로커와의 거래를 하나씩 배우는 중이었다.

“현금을 원하십니까? 교환을 원하십니까?”

선글라스를 벗은 그는 숙련된 군인처럼 단단한 느낌의 인상이었다.

“현금으로 해 주세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유산이 보입니다. 시간이 충분하면 협상을 통해서 더 많이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엽은 단순히 물건을 넘긴다고 끝이 아님을 알았다.

“음.”

그는 곧바로 결정하지 못했다.

“혹시 당장 돈이 필요하신 겁니까?”

“네. 많이는 아니고 활동비 정도요.”

“그렇다면 제가 먼저 입금을 해 드리고, 유산들은 시간을 들여 처분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실 수도 있나요?”

상엽의 질문에 브로커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런 거래가 처음이십니까?”

“네.”

상엽은 어차피 들킬 거짓말이라 생각하고 솔직히 말했다.

“그럼 절 한 번 믿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유산뿐만 아니라 유물이나 갓코인 판매도 최고 조건으로 해 드리겠습니다.”

브로커는 이것을 기회라 생각했다.

지금 상엽은 갓코인 관련자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그리고 이미 관련자들은 이렇게 평가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강한 자.

이런 상엽과 독점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면 브로커로서 이보다 좋은 결과는 없었다.

“믿는 건 쉬워요.”

상엽은 의외로 순순히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전 누구를 믿으면 완전히 믿어요. 그래서 속았을 때는 더 많이 화가 나고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죠?”

“물론입니다. 그 부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좋아요. 그럼 믿어 볼게요.”

“감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절 더 믿게 되실 겁니다. 그때는 더 많은 것을 관리해 드리겠습니다.”

“관리요? 그런 것까지 하시나요?”

브로커는 안주머니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

처음 상엽에게 준 것과 달리 금색 테두리에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상식이 형?”

“네, 오상식입니다.”

오상식은 베테랑 보험 설계사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을 말했다.

“이건 가정입니다. 만약 상엽 씨와 제가 서로 믿음을 가지고 오랫동안 함께한다면 여러 가지 일을 대행해 드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요?”

“상엽 씨의 자산을 관리하면서 유산이나 유물을 모아 드릴 수도 있고, 필요한 유산을 추천드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유물에 투자를 하기도 하지요.”

“아, 그런 것까지 가능한가요?”

“상엽 씨에 대해서 제가 많이 알아야 가능한 부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원하는 정보를 수집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정보요?”

“우리 같은 브로커에게 정보는 생명입니다.”

상엽은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단순했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오상식은 꽤나 유능한 브로커였다.

“상엽 씨와의 거래는 저에게도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믿고 맡겨 주시면 실망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네, 알았어요. 말씀하신 대로만 되면 앞으로 자주 만날 수 있을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둘은 좋은 분위기로 대화를 진행했다.

“그런데 상식이 형. 혹시 가버문트의 신발, 오로라의 정수 조각, 라루스의 신전 조각에 대해서 알아요?”

“네, 알고 있습니다. 특히 오로라의 정수는 모르면 이상할 정도로 유명하니까요.”

“그게 뭔데요?”

“젊음을 유지시키는 유산입니다. 누구든 20대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늙지 않습니다.”

“아, 그런 유산도 있군요.”

“영약의 형태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복용을 하면 다시 조각이 흩어진다고 하더군요.”

상엽은 브로커의 힘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의 정보는 코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실제로 오상식이 아니었다면 레나에게 코인을 주고 샀어야 하는 정보였다.

‘레나보다 더 나은데.’

정보의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그 외에 알 수 있는 정보는 훨씬 많았다.

“세 가지 물품에 대해서 좀 알아봐 주세요.”

“아직은 다크 마켓에 나온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계속 주시하겠습니다.”

“혹시 문양을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실수로 흡수하거나 버리지 않게요.”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틀 안에 보내 드리겠습니다.”

상엽은 오상식과의 대화에 크게 만족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대화는 하나뿐이었다.

“활동비는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상엽에겐 민감한 문제였다. 그는 고민 끝에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그 정도면 되겠습니까?”

“네. 당분간은 괜찮을 거 같아요.”

“그럼 바로 3억 입금하겠습니다.”

“네?”

3억이라는 말에 상엽은 놀라서 되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네?”

“좋습니다. 30억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상엽 씨가 절 믿는다고 하셨으니, 저도 그 정도 성의는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게 아니라 3백만 원…….”

상엽은 차마 말을 끝내지 못했다. 이에 오상식은 멍하니 상엽을 보며 물었다.

“3천도 아니고 3백…….”

상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오상식은 억지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1억 입금하겠습니다.”

오상식은 그 자리에서 상엽의 통장으로 1억을 입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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