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아오나의 고스트 실드: 유령 방패
8단계-보호막의 모양이 자유롭게 변형된다.
9단계-방패와 벽, 신체 보호막을 동시에 사용하게 된다.
10단계-모든 보호막이 자동으로 발동한다.
상엽은 스킬 완성의 의미를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야, 내 차에서 내려와.”
두 달 만에 상엽은 전 재산을 털어서 산 SUV를 다시 보았다.
“이 자식들이 내 차에 무슨 짓을 한 거야? 그거 산다고 내가 얼마나 고민했는데.”
상엽의 차는 이미 폐차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름도 지어 주려고 했는데…….”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상엽은 200마리 고양이를 향해 뛰었다.
고양이들은 예전처럼 포위망을 형성해 상엽을 압박했다.
그 순간, 제일 먼저 유령 추종자가 반응했다.
참새처럼 보이는 새의 형상이었다.
고스트 실드가 완성되면서 유령 추종자도 성장했고 이제는 더욱 빠르고 밝은 빛을 뿌렸다.
그리고 그 빛은 고스트 실드를 직접 움직이기도 했다.
쿠앙!
상엽의 뒤로 달려들던 고양이 세 마리가 솟아오른 투명한 벽에 부딪쳤다.
상엽이 아니라 추종자가 발동한 것이다.
추종자는 상엽의 마음과 상태를 완벽히 이해해서 약점을 보안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상엽이 인지를 하면 전투를 방해하지 않았다.
끼릿!
고양이의 발톱 하나가 상엽의 발목을 그었다. 하지만 고스트 실드가 자동으로 반응해 어떤 상처도 남지 않았다.
쾅! 쾅!
상엽의 해머가 폭발을 일으키는 순간, 3미터 높이에 사격형의 방패가 나타났다.
그리고 방패는 무너지는 천장처럼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방패에 깔려 고양이 열 마리가 빛으로 흩어졌다.
‘진작 완성할걸.’
전투를 하면서 상엽은 신체 강화에만 집착했던 지난 시간을 후회했다.
스킬 강화가 곧장 전투에서 위력을 발휘한다는 건 알았지만 10단계는 차원이 달랐다.
당장 변종 고양이들의 공격이 상엽에게 전혀 먹히지 않게 된 것이다.
-주인. 위험해.
“알았어.”
5분간 전투를 펼치던 상엽은 전투 현장에서 빠져나왔다. 동시에 그의 몸을 감싸던 방어막과 추종자가 모두 사라졌다.
‘유지 시간이 짧아.’
많은 타격을 막아 내면 시간이 짧아진다.
들개와의 싸움에서는 20분 이상을 버텼지만 타격을 많이 당하는 고양이는 5분이 한계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해.”
조절을 하면 시간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이 쓰면 쓸수록 늘고 있었다.
쓸데없는 소모를 줄이고 힘 조절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부분이었다.
스킬도 이처럼 숙련도가 중요했다.
“자, 이제 제대로 붙어 봐야지?”
상엽은 5분쯤 회복하다가 다시 전투에 나섰다.
* * *
들개 지역 55일.
고양이 지역에 들어온 지 15일이 지났다.
홀로 사냥을 한 지도 두 달이 된 것이다.
다른 이들이라면 대부분 버티지 못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상엽은 조금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화가 잔뜩 나서 결코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넌 내가 꼭 잡는다.”
15일 동안 상엽은 고양이 영역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도망을 가던가! 붙던가! 비만 고양이 주제에!”
고양이 대장으로 인해 그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고양이들을 군대처럼 이끄는 녀석은 절대 상엽의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추격을 시작하면 어김없이 달아났다. 그리고 엄청난 고양이들의 습격을 받았다.
15일 동안 이 과정을 반복했다.
이번 역시 상엽은 변종 고양이와 전투를 펼치다가 영역 밖으로 물러났다.
고스트 실드의 회복을 위해서였다.
‘15분.’
이번에는 15분간 전투를 펼쳤다.
상엽이 고양이에 익숙해지면서 압도적인 전투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스트 실드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 보자.”
상엽은 실드가 회복되었음에도 다시 영역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5천 코인 모았어.’
고양이 지역에서 그는 하루 5천 코인을 한계로 잡았다. 오늘 그 목표량을 채워서 사냥을 그만두기로 한 것이다.
그는 무리하지 않고 휴식에 들어갔다.
맨바닥에 누워서 눈을 감는 것으로 하루의 피로가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좀 자야겠어.’
완벽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 수면은 필요했다. 상엽은 오랜만에 깊은 수면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 시간 후.
상엽을 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 위험.
그가 마음 놓고 잠을 자는 이유가 있었다. 추종자가 보초를 섰기 때문이다.
‘기다려.’
상엽은 일부러 추종자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모든 감각을 집중하며 상대가 다가오길 기다렸다.
‘잡는다.’
다가오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분명했다.
고양이 대장.
‘비만 고양이.’
상엽은 이렇게 불렀다.
‘지금!’
충분히 접근했다고 생각한 상엽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잡았어.’
그는 확신했다. 일부러 무기도 버리고 손을 내밀었다.
손끝에 비만 고양이의 털이 느껴졌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그 느낌은 곧 사라졌다.
“야! 비만 고양이!”
고양이는 놀리듯이 상엽을 보더니 다시 사라졌다.
“내가 넌 꼭 잡는다! 아우!”
상엽은 괴성을 지르며 다음을 기약했다.
* * *
상엽은 정확히 110일을 설악산 구역에서 보냈다.
그리고 110일째 되는 날, 드디어 자동차에 대한 복수에 성공했다.
“정도 많이 들었는데 아쉽네.”
무려 55일간의 추격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상엽의 손에 고양이가 잡혔다.
“성깔하고는.”
비만 고양이는 끝까지 저항하며 상엽의 손목을 물었다.
고스트 실드를 뚫은 송곳니가 손목을 관통했지만 상엽은 고양이의 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내가 너 때문에 코인을 얼마나 쓴 줄 알아?”
그는 비만 고양이에 대한 집착으로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서울에 다녀왔다.
신체 강화를 위해서였다.
고스트 실드 10단계 강화 이후로 그가 보낸 시간은 65일이었고, 모은 코인만 34만 코인을 넘었다.
본래 모든 항목을 균형 있게 성장시키려 했지만 비만 고양이를 잡기 위해 순발력에 집중했다.
결국 순발력만 9단계까지 올렸고 이에 소모된 코인만 22만 4천 코인이었다.
이걸로도 모자라서 상엽은 스킬까지 강화했다.
11만 2천 코인을 투자한 스킬은 고스트 체인이었다. 이로 인해 고스트 체인도 8단계가 되었다.
고스트 체인은 추종자의 상승 효과까지 더해져 다섯 갈래로 뻗어 나갔고 비만 고양이의 움직임을 막았다.
그럼에도 세 시간을 추격한 후에야 비만 고양이를 잡을 수 있었다.
캬악!
비만 고양이는 여전히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상엽의 손목을 으스러트리려 했다.
하지만 상엽의 반응이 먼저였다.
“잘 가라, 비만 고양이.”
쾅!
결국 상엽의 주먹이 고양이의 머리를 터트렸다.
“후우.”
상엽은 그동안의 답답함을 긴 한숨으로 토해 냈다.
-유산.
추종자는 비만 고양이가 사라진 자리에서 밝은 빛을 뿌렸다.
“내가 조각 하나 모으려고 이 짓을 한 게 아닌데.”
-조각 아니야.
“뭐?”
-유산.
상엽은 그 말의 의미를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
“완성된 유산이라고?”
그는 얼른 추종자의 아래를 살폈다.
“어?”
양피지 조각이 아니었다.
고양이가 사라진 자리에 작은 반지가 떨어져 있었다.
“나 지금 완성품을 얻은 거야?”
-주인. 바보 같아.
“야!”
추종자로 인해 상엽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일단 반지를 손에 들었다. 손바닥 위에 올리자 그 모습이 정확히 보였다.
은색 링에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푸른 문양이 새겨진 형태였다.
“껴 볼까?”
상엽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반지를 잡았다. 그리고 이를 천천히 중지로 가져갔다.
툭.
반지가 걸렸다.
약지로 옮겼다.
툭.
“설마?”
그는 마지막으로 새끼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려 했다.
툭.
“장난해?”
작은 반지는 상엽의 손가락에 들어가지 않았다.
-주인 손가락 커.
“설마 이거 크기가 안 맞는다고 못 끼고 그런 건 아니지?”
상엽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반지의 푸른 문양이 빛을 뿌렸다.
그리고 빛이 사라졌을 때, 상엽의 새끼손가락에 끼어져 있었다.
“후우, 놀랐잖아.”
푸른빛은 심장 박동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다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순간, 상엽의 몸이 한없이 가벼워졌다.
“어?”
순발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한 상황임에도 달라진 것이 명확히 느껴졌다.
‘5단계 이상 늘어난 거 같은데.’
그는 일부러 몸을 움직여 보았다. 예상대로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아, 맞다! 감정!”
상엽은 자신이 뭘 얻었는지는 알고 싶었다.
‘감정이 얼마였지?’
완성된 유산의 감정이 얼마인지는 상엽도 몰랐다.
‘더 모으고 불러야겠다.’
충분히 코인을 모으고 부르려던 상엽은 갑자기 모든 행동을 정지했다.
“나 진짜 바보구나.”
그는 자신을 질책하며 전화기를 꺼냈다.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는데…….”
아직 설악산 입구 주변이라 전파가 잡혔다. 그는 바로 레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도 할 줄 알아?
“방금 깨달았어.”
-그래도 다행이네. 평생 안 할 줄 알았더니. 무슨 일이야?
“완성된 유산 감정이 얼마야?”
-설마 유산을 얻은 거야?
“응.”
-1만 코인이야.
“알았어. 그럼 조금 있다가 부를게.”
상엽은 원하는 정보를 얻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곧바로 사냥에 나섰다.
고양이들은 상엽의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포위망을 형성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명령을 내리는 대장이 죽은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속도와 힘 차이가 극명했다.
상엽은 늦은 밤까지 사냥에 열중하며 1만 코인을 모았다.
소환권을 다시 사기 위해 300코인까지 확보한 그는 레나를 불렀다.
“뭐가 그렇게 급해?”
레나는 곧바로 상점을 열려는 상엽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나 반지 받았어. 프러포즈 받은 여자들의 심정이 이렇겠지?”
“글쎄. 프러포즈 받았다고 변태처럼 그런 눈빛을 하진 않을 거 같은데.”
“비난은 감정부터 받고 하자. 어때?”
“그래. 첫 경험이니까 봐줄게.”
레나는 1만 코인을 흡수하고 유산의 정보를 알려 주었다.
-이름 없는 신의 반지
옅은 바람의 기운이 남아 있다.
“설마 이게 다야?”
“맞아.”
“이게 1만 코인이라고?”
“왜? 불만 있어?”
“와, 이건 진짜 서비스라도 있어야 할 거 같은데.”
“서비스는 안 되지만 설명은 해 줄 수 있어.”
“역시 더 있는 거지? 좋아, 들을 준비는 됐어.”
상엽이 당당하게 허리를 펴며 재촉하는 눈빛을 보내자 레나는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이름 없는 신이란 소멸된 신을 뜻해. 완전 소멸이라 그 존재가 사라진 거지.”
“불쌍하네.”
“옅은 바람의 기운은 순발력이나 민첩성으로 이해하면 편할 거야. 이 반지는 하급 상점 5단계 정도의 효과가 있어.”
상엽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그리고 바람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될 거야.”
“그게 의미가 있나?”
“너한테는 없을 수도 있어. 하지만 단독 스킬로 있을 만큼 좋은 기능이야.”
그러고 보니 상엽의 기억에도 그런 스킬이 있었다.
-홀테스의 바람의 눈: 정밀 감각
짧은 시간 감각이 증폭되고 허용하는 거리까지의 모든 자연적 요소가 감지된다.
완벽히 똑같지는 않지만 분명 스킬로의 가치는 충분했다.
“어때? 1만 코인짜리는 돼?”
“뭐 조금 부족하긴 한데. 단골인 내가 참아야지.”
“그럼 고객님, 전 이만 가 볼게요.”
“그냥 이렇게 가?”
“무대 올라갈 시간이야.”
그제야 상엽은 레나의 옷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고마워.”
“다음에는 깊은 밤에 불러. 변종이 없는 곳에서. 무슨 뜻인지 알지?”
“당연히 알지.”
“이럴 때는 똑똑하네. 그럼 안녕.”
레나는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좋아. 첫 번째 유산도 얻었으니 다시 시작해야지.”
상엽은 설악산의 주차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폐차나 다름없는 그의 차가 있었다.
“괜찮아. 언젠가는 부자가 될 테니까.”
그는 자동차를 애써 외면하며 불명확한 미래를 위로로 삼았다.
“여기까지 오는 데 석 달이 넘게 걸렸네.”
110일의 여정이었다.
동희와 실패한 시간까지 계산하면 넉 달이 넘었다.
“이제 입구라니.”
상엽은 설악산의 등산로 입구에서 해머를 꺼냈다.
“내가 태백산 산신령이야.”
산을 보자 그의 마음이 오히려 차분해졌다.
“집에 가는 기분이네.”
그는 걸음을 옮겼다.
그때,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렸다.
“산신령이 아니라 산적이잖아요.”
“어?”
상엽은 급히 몸을 돌렸다.
“산적 오빠, 안녕.”
송연지가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