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
한임 초등학교.
금산 위험 지역 내에 있는 폐교는 변종 출현 이후에 들고양이들의 숙소가 되어 있었다.
경계가 심하고 영리한데다 행동까지 빨라서 사냥을 하기도 어렵고, 보유 코인도 낮아서 인기가 없는 녀석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요사이 들고양이들은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아씨, 망했어.’
상엽은 자신의 주변에 떠 있는 하얀빛을 보았다.
‘3만 코인짜린데…….’
상엽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오나의 유령 추종자
1단계-주인을 따라다니는 유령 추종자를 소환한다.
2단계-주인을 따라다니는 유령 추종자를 소환한다.
1단계와 2단계의 설명이 같았다.
‘정찰이라도 될 줄 알았더니.’
그가 유령 추종자를 선택한 이유였다. 하지만 유령 추종자는 그저 하얀빛으로 떠 있기만 했다.
‘상대도 헌터 아이가 있을 거야.’
상엽이 굳이 모든 코인을 소모한 이유는 상대의 정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예전에 당한 경험이 있는 터라 잡화까지 사면서 코인을 모두 소진했고 남은 코인은 17그레이 코인뿐이었다.
추종자의 도움을 포기한 그는 무너진 담장 안에 있는 폐교를 주시했다.
‘어차피 날 아는 녀석들이야. 처리하자.’
동희를 구하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위협을 제거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 컸다. 어차피 자신을 노리는 놈들이라면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놔두면 더 집요해지겠지.’
장유진의 경우를 봤을 때,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상엽을 위협할 것이다.
‘옥상에 한 명.’
상엽은 옥상에 있는 자의 시선을 피해 최대한 몸을 숨기며 폐교로 접근했다.
철거 공사를 진행하면서 시골 폐교의 구조는 상엽도 잘 알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1층은 모두 볼 수 있는 것이 학교 건물의 특징이었다.
‘1층은…… 없나?’
상엽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난간을 이용해 2층을 살폈다.
‘찾았다.’
2층 중앙 교실에 동희와 한 사내가 있었다.
동희는 교실 구석에 정신을 잃은 채로 쓰러져 있었고, 사내는 한 발 떨어진 곳에서 경계를 섰다.
‘저 자식부터 처리해 볼까.’
결정을 내린 상엽은 망설이지 않았다.
난간에 올라선 상엽은 곧바로 몸을 튕기며 스트라이크를 날렸다.
챙!
유리창이 깨지는 순간,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쾅!
‘제길.’
상엽의 해머는 벽을 때렸다.
폐교 건물이 무너질 듯이 흔들리고 해머에 닿은 벽은 완전히 무너졌다.
‘이런!’
공격을 피한 사내는 갑자기 안개로 흩어지더니 상엽의 뒤에서 나타났다.
‘위험해!’
상엽은 뒤를 돌아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고스트 실드를 사용했다.
순간, 그의 몸에 네 겹의 실드가 쌓였다.
‘뭐지?’
평소보다 실드가 두꺼워졌고 한 겹이 늘어났다.
챙!
단검이 그의 몸을 스쳤지만 실드가 이를 막아 냈다.
‘고스트 체인.’
상엽은 상대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투명한 체인을 던졌다. 끝이 창처럼 뾰족한 형태라, 상대는 다시 한번 피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것도 거리가 늘어났어.’
상엽은 그때서야 자신의 머리 위에 빛이 떠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상대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동희를 향해 뛰었기 때문이다.
“안 되지!”
상엽은 다시 한번 체인을 던져 쓰러진 동희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자신에게 끌어왔다.
그때, 상엽의 뒤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망할!’
상대의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거의 지척에 다가오고서야 알아차린 것이다.
‘늦었어.’
다시 실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상엽의 머리 위에 있던 빛이 갑자기 밝게 빛났다.
상엽의 등 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악!”
강렬한 빛이 상대의 눈을 마비시켰다.
상대는 본능적으로 물러섰지만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상엽의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쾅!
결국 상엽이 기회를 잡고 한 명을 처리했다. 그러자 등 뒤에서 나머지 한 명이 다가왔다.
‘실드.’
이미 한 번 막아 본 터라 상엽은 그의 공격을 무시했다. 그리고 오히려 반격을 선택했다.
쾅!
단 한 방으로 끝이었다.
“후우.”
동희를 지키던 둘은 빛으로 부서져서 상엽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유물 조각도 챙기고.”
각각 두 개씩, 네 개의 유물 조각이 상엽의 손에 들어왔다.
여관에서 챙긴 것까지 총 일곱 개였다.
‘더 큰 보관함이 필요하겠어.’
상엽은 정리를 끝내고 기절해 있는 동희에게 갔다. 기억을 읽는 능력 때문인지 특별히 고문을 당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야, 요리사. 정신 차려 봐.”
몇 번이나 흔들어 깨우자 동희는 힘겹게 눈을 떴다.
“어떻게 된 거야?”
“두 놈은 내가 처리했어. 일어날 수 있겠어?”
“응.”
동희는 상엽의 부축을 받고 몸을 일으켰다.
“날 구하러 온 거야?”
“겸사겸사. 일단 안전한 곳으로 가자.”
“너한테 더 미안해질 거 같아.”
“그럼 살아. 난 다른 녀석들 처리하러 갈 거니까.”
동희는 상엽을 빤히 보았다. 그러다가 진지하게 물었다.
“밥 먹었어?”
“그런 표정으로 묻지 말아 줄래?”
“밥해 줄까?”
“이런 대화 할 분위기 아니라고.”
동희는 상엽의 거절에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상엽이 먼저 화제를 바꿨다.
“혼자 돌아갈 수 있겠어?”
“응.”
“그럼 얼른 돌아가서 쉬어.”
“같이 가. 너 혼자는 위험해.”
상엽은 잠시 고민했다. 상대가 다섯 명이라 도움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너 싸울 줄은 알아?”
“응.”
“나 너 못 도와준다.”
“응.”
결국 상엽은 합류를 허락했다.
* * *
팀 아이언의 팀원들은 지금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한국 최고의 팀을 만든다.
한국은 갓코인 팀이 많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뒤처진 상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변종의 출현이 늦었고, 변종 대처가 잘되어 사냥꾼들에게 인기 있는 사냥터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다른 나라보다 쉽게 팀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나마 인정받는 두 개 팀이 있었고, 아이언은 무난히 세 번째 팀으로 성장 중이었다.
구성은 늦었지만 실력자들이 많아서 다른 팀들과 정치적인 교류까지 가능했다.
-팀을 전부 통합해서 거대 길드로 만든다.
팀장 김도진은 이런 야망을 가지고 팀원들을 모았다.
그런데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목표를 향해 다가가던 그들은 이제 전멸 위기에 몰렸다.
“추격조가 연락이 안 돼.”
함정에서 상엽을 기다리던 다섯 명 중의 두 명이 당했다.
석동희가 나타나서 추격을 하던 중에 연락이 끊긴 것이다.
“정상엽이라는 놈이 그렇게 강하다고?”
그들은 혼란을 겪고 있었다.
“그렇게 강한 놈이 있다는 말은 못 들어 봤는데.”
김도진을 포함해서 벌써 7명이 죽었다. 이젠 복수나 유물 회수는 문제가 아니었다.
“난 그만두겠어.”
목숨은 하나다. 그들의 팀은 이미 무너졌고 더 이상 함께 죽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 각자 살아남자.”
결국 그들은 흩어졌다.
그것이 얼마나 큰 오산이었는지 그들은 알지 못했다.
쾅!
가장 먼저 움직였던 한 명이 굉음과 함께 핏물로 흩어졌다. 그 모습에 다른 이들이 등을 보이며 반대쪽으로 뛰었다.
하지만 그것도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걸음이 느린 한 명이 등 뒤에서 쫓아오는 상엽에 의해 처리됐다.
나머지 한 명은 끝까지 살아남는 듯했다. 그런데 동희가 그의 앞을 막았다.
동희를 본 사내는 곧바로 공격을 시도했다. 단숨에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전투가 시작되자 동희는 맹견처럼 악착같이 달라붙어 결코 상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사이, 상엽이 도착했고 해머가 등을 강타했다.
팀 아이언은 그렇게 팀원 전원 소멸과 함께 사라졌다.
“우웩!”
마지막 한 명을 쓰러트린 상엽은 허리를 숙이며 토악질을 시작했다.
‘다시는 안 마셔!’
동희가 준 이상한 음료로 인해 싸움을 하는 내내 속이 불편했다.
“괜찮아? 아직 미완성이라 맛은 신경을 못 썼어.”
“이렇게 죽고 싶진 않았는, 우웩!”
“그래도 몸에 좋아.”
동희의 말대로 음료의 효과는 확실했다. 신체 강화 2단계에 해당하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상엽이 평생 먹어 본 음식 중에 최악이었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상엽은 불만을 쏟아 낼 틈도 없이 다시 한번 속을 게워 냈다.
인간 사냥.
그 결과는 변종 사냥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9명의 팀원은 모두 상엽의 손에 죽었고, 그로 인해 습득한 유물 조각만 20개에 달했다. 그리고 유산 조각도 15개였다.
획득 코인도 결코 적지 않았다.
3만 화이트 코인.
4만 7천 블랙 코인.
6만 그레이 코인을 얻었다.
총합은 13만 7천 코인이었다. 그중의 3만 7천 코인은 이미 소모한 터라 10만 코인이 남았다.
‘빨리 써야 돼.’
어쩔 수 없이 그는 두 가지 코인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눈치챈 녀석은 없겠지?’
상엽은 일단 9명을 잡고 얻은 유물을 모두 동희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네 몫이야. 같이 했으니까 수입은 나눠야지. 코인은 못 주니까 유물은 네가 가져.”
“난 괜찮아.”
“강해져. 그래야 살지.”
상엽은 미련 없이 20개의 유물을 내놓았다. 그레이 코인으로 전환하면 상엽이 가진 코인보다 많을 수도 있었다.
“이것도 필요한 건 가져가.”
뒤이어 유산 조각도 내려놓았다. 동희는 유물로 충분했는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한 가지 조각을 주시했다.
“어? 이건 가마솥이네.”
무구만 있는 게 아니었다.
무기와 갑옷, 방패, 신발까지 유산 조각은 다양했다. 그런데 동희는 가마솥을 주시했다.
“나 이거만 가져도 될까?”
“그렇게 해. 그리고 나 잠깐 상점 좀 소환할게.”
“응. 내가 지키고 있을게. 편하게 해.”
상엽은 일단 블랙 코인을 모두 소모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코인이 들더라도 알아야겠어.’
상엽은 변종 출현이 없는 지역으로 이동해서 소환권을 사용했다.
“미리 연락 좀 하지?”
레나는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스타킹을 한쪽만 신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빨리 말해. 여기 공기가 별로야.”
상엽도 시간을 아껴야 해서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스킬의 위력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단계 상승밖에 없어?”
“아니, 아주 다양해. 시전자의 능력도 있고, 숙련도도 있지. 물론 연계나 응용도 중요하고.”
“그런 거 말고. 스킬이 한계 이상의 위력을 내는 것 말이야.”
상엽은 이 부분을 확신하고 있었다.
“고스트 실드와 고스트 체인의 위력이 이유 없이 증가했거든.”
“갓코인의 비밀 정보야. 1만 코인짜리지.”
“살게. 지불은 블랙 코인으로.”
상엽이 곧바로 대답하자 레나는 놀란 표정이었다.
“뭐해? 나 시간 없어.”
레나는 1만 블랙 코인을 받고 정보를 공개했다.
“스킬은 신의 능력이야. 신의 능력을 조각으로 나눠 놓은 거지. 같은 신의 스킬을 모은다는 건, 그 신에 가까워진다는 뜻이야.”
“같은 신의 스킬을 모으면 시너지가 있다는 거지?”
“맞아.”
“단계도 관련이 있어?”
“물론이야.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지.”
“어느 정도까지 시너지가 있는 거야?”
“그건 스킬과 신에 따라 달라. 그 이상은 말해 줄 수 없어. 왜냐하면 나도 모르거든.”
어쨌든 상엽은 원하는 정보를 얻었다. 그런데 레나의 표정을 본 그는 뭔가 놓쳤다는 기분이 들었다.
“너 말 안 한 거 있지?”
“생각 중이야. 이게 1만 코인에 해당되는 정보인지.”
“뭔데?”
“뭐, 좋아. 우수 고객이니까 말해 줄게.”
레나는 기부를 하듯 한 가지 사실을 말했다.
“스킬과 강화 단계, 그게 전부는 아니야.”
“뭐가 더 있는데?”
“여기까지.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는 정보야.”
상엽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좋아.’
상엽은 결정을 내렸다.
“고스트 실드 7단계, 고스트 체인 5단계, 유령 추종자 3단계.”
“7만 1200코인이야.”
고스트 실드 6단계와 7단계 19200코인, 고스트 체인 4단계와 5단계 12000코인, 유령 추종자 3단계 4만 코인, 총합은 7만 1200코인이었다.
“너 뭐해?”
“맞는지 계산 중이야.”
상엽은 손가락을 움직이며 가격이 맞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이게 정말…….”
“뭐 맞겠지. 정찰제니까.”
“이제 끝난 거지?”
상엽에겐 아직 18800코인이 남아 있었다.
‘스트라이크와 헌터 아이도 강화할까?’
고스트 관련은 앞으로도 꾸준히 강화할 것이라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와 헌터 아이는 확신이 없었다.
‘그래도 스트라이크는 해야 돼.’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단숨에 몰아붙일 수 있는 스킬이 스트라이크였다.
상엽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킬이기도 했다.
“스트라이크 6단계.”
그는 팀 아이언을 처리한 코인을 모두 스킬 강화에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