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2화 (22/300)

# 22

상엽은 김도진과 동희의 만남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끼어들지 말지를 끝까지 고민했다.

‘상당히 강해 보이는데.’

이를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2만 블랙 코인. 3만 2천 그레이 코인.’

개인이 가진 코인 중에서는 상엽이 본 최고의 수치였다. 그럼에도 행동에 여유가 넘쳤다.

실력에 자신이 있고, 그 정도 코인을 모아야 할 만큼 비싼 강화를 계획 중이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김도진은 중급 블랙 상점에서 신체 강화 7단계를 준비 중이었고 이 가격은 6만 4천 코인이었다.

‘공격이 통해서 다행이야.’

이번 싸움으로 상엽은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일단 3단계라고 해도 공격은 먹히네.”

신체 강화와 개조의 시너지가 가장 컸고, 스트라이크와 순간 증폭도 시너지를 발휘했다.

이런 모든 힘이 하나로 모이자 3단계 중반 유저도 당해 내지 못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시너지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데 넌 못 이기겠다.”

“응?”

“기어이 음식을 만든 거야?”

동희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고기와 빵을 굽더니 야채를 사이에 끼워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일단 이거 먹어.”

“너 진짜 이상한 놈인 거 알아?”

“응, 알아. 그러니까 먹어.”

상엽은 피투성이가 내미는 음식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거 먹으면서 저것도 챙겨.”

동희는 김도진의 시체가 사라진 자리를 가리켰다.

“아.”

상엽은 얼른 샌드위치를 받고 그 자리로 갔다.

“많네.”

“팀장이었거든. 팀 단위로 모으던 유물도 있을 테니, 꽤 될 거야.”

무려 9개의 유물 조각에 7개의 유산 조각이 있었다.

“근데 넌 치료 안 받아도 돼?”

“괜찮아. 맞는 건 익숙해서.”

“이거나 발라.”

상엽은 하급 상점에서 구입한 정령의 정수를 내밀었다. 그런데 동희는 이를 받더니 병을 기울여 입으로 가져갔다.

“먹는 거 아니야. 상처에 바르라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맛은 봐 두려고.”

동희는 결국 충분히 맛을 본 뒤에 정령의 정수를 바르기 시작했다.

상엽은 그냥 포기하고 바닥에 떨어진 유물을 챙겼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동희와 마주 볼 수 있는 자리로 갔다.

이는 본능이었다.

유물 앞에서 등을 보일 수는 없었다.

반면 동희는 상처에 약을 바르느라 상엽에게는 관심도 없었다.

“어?”

상엽은 눈에 띄는 유물 하나를 발견했다.

반달 형태의 유물이었다. 크기나 문양이 그가 가지고 있던 것과 비슷했다.

‘다 모은 건가?’

상엽은 일단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고 유물을 모두 보관함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7장의 유산 조각 역시 보관함에 넣으려 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한 장이 있었다.

‘오함마다!’

유산 조각 중의 하나에 해머가 그려져 있었다.

“그놈 잘생겼네.”

모든 유산 조각에는 완성된 그림이 있었고 이를 통해 결과물을 알 수 있었다.

‘5조각쯤 되겠는데.’

상엽이 가진 그림은 손잡이 부분이었다.

황금색 손잡이는 악마를 연상시키는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완성된 그림은 해머에 보석 돌기가 솟아 있고 기괴한 문양이 손잡이부터 봉을 통과해 해머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아, 갖고 싶다.’

자신이 원하는 무기를 본 전사의 욕심을 상엽은 처음으로 알았다.

당장 나머지 조각을 찾으러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직은 아니야.’

상엽은 일단 모든 걸 보관함에 챙겨 넣었다.

정리를 끝낸 상엽은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동희를 노려봤다.

‘최악…….’

그런데 매서운 시선을 받는 동희는 자신도 샌드위치를 먹으며 또 다른 음식을 하고 있었다.

“너 뭐 해?”

샌드위치를 겨우 넘긴 상엽이 동희에게 물었다.

“너 도시락 싸 주려고.”

“난 싸 달라고 안 했는데.”

“이제 너 못 챙겨 줄 거 같아서. 마지막 선물이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잠깐만. 얼른 만들어 줄게. 넌 빨리 여길 떠나야 돼.”

동희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무슨 소린지 설명을 해 봐.”

“아까 그 남자 말이야. 10명으로 구성된 팀의 팀장이야. 그 사람들 생각보다 영향력이 크거든. 거기다 더 키우려고 했던 모양이고.”

“그런데?”

“팀장이 죽었잖아. 그러니까 복수하러 올 거야.”

상엽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분명히 앞으로 일어날 일이었다.

‘복수가 아니라 유물 때문에라도 반드시 찾으려고 하겠구나.’

집단이 끼어든 싸움은 이런 결과로 이어진다.

“자, 다 됐어. 얼른 가지고 가.”

“넌 어쩌려고?”

“난 괜찮아.”

자신의 말을 길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그 팀에는 왜 안 들어간 거야? 혜택이 많았을 텐데.”

“설탕을 뿌리더라고.”

“뭐?”

“설탕은 몸에 안 좋거든.”

“그러니까 네가 준 음식에 설탕을 뿌려서 먹었다고?”

“응.”

“그래서 그 녀석이 싫은 거고.”

상엽도 설탕이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좋은 사람 같지도 않았고.”

그나마 상엽이 이해할 수 있는 이유도 있었다.

“야, 일단 방어선 안으로 들어가자.”

“왜?”

“너도 코인이 꽤 모였잖아. 조금이라도 강해져야 살지. 위험하다며.”

한 달 사이에 동희도 사냥을 계속했기 때문에 코인이 꽤 모여 있었다.

“알았어.”

동희는 상엽의 의견에 의심 없이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상엽과 동행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근데 넌 나랑 같이 다니면 안 돼. 알지?”

“모르겠는데.”

“나랑 같이 있으면 너도 위험해. 그 사람들은 유물도 내가 가진 걸로 알고 있을 거야.”

“필요하면 말해. 그걸 돌려주면 너도 안전하지 않을까?”

“싫어.”

“왜?”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건 하기 싫어.”

동희의 고집이 어느 정도인지 상엽도 알고 있었다.

‘하긴 죽으면서도 싫다고 했으니까.’

상엽은 더 이상 이에 대해 묻지 않았다.

“일단 알았으니까 가자.”

그들은 남대전 방어선을 통과했다.

* * *

“대전에도 상점이 있다고?”

“응.”

동희는 블랙 상점을 간다며 택시를 잡았다. 상엽은 무심코 따라가려다 그만두기로 했다.

화이트 해머를 사용한 탓에 블랙 상점에 같이 가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전화 되지?”

“그러지 마. 날 살려 준 사람이 위험해지는 거 싫어. 정말 고마웠어.”

동희는 어떻게든 상엽과 인연을 끝내려 했다. 그게 살려 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 여겼다.

“도시락 꼭 다 먹어. 몸에 정말 좋은 거야. 신경 써서 만들었어.”

“그래.”

상엽도 더 이상 동희에게 해 줄 것이 없어서 멀어지는 택시를 보고만 있었다.

‘굳이 서울까지 갈 필요 없겠어.’

어차피 이곳에 꽤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상엽은 대전 상점을 찾기로 했다.

* * *

상엽은 허름한 여관에 자리를 잡았다.

53,290그레이 코인.

1만 화이트 코인.

상엽이 가진 코인이었다.

‘유물도 흡수해 버릴까?’

팀장이 가지고 있었던 만큼 꽤 가격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그는 유물 보관함에서 두 개의 조각을 꺼냈다.

“역시.”

반달곰을 잡고 찾은 조각과 김도진이 남긴 조각은 문양이 일치했다.

갈라진 두 개의 판을 합치면 정확히 원형 유물이 되었다.

‘합치면 되나?’

상엽은 조각이 갈라진 부분을 맞췄다.

그러자 유물 전체가 빛에 휩싸이며 하나로 합쳐지더니 주먹 크기로 줄어들었다.

‘신기하네.’

주먹 크기의 빛 안에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상엽이 이 빛을 만지자 솜사탕을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신의 힘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남수사는 유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연지가 잘 알 텐데.’

상엽은 손에 잡힌 빛을 보며 연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송연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그는 결국 상점 소환권을 꺼냈다.

상엽은 예상했던 잔소리를 들었다.

“계속 이런 곳에서 부를 거야?”

“그렇게 됐어.”

상엽은 잔소리를 끊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 물었다.

“이 유물에 대해 좀 알고 싶은데.”

상엽이 왼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에서 숨어 있던 빛이 나타나자 레나는 놀란 표정이었다.

“유물을 완성한 거야?”

“그렇게 놀랄 일이야?”

레나는 상엽이 들고 있는 빛의 문양을 자세히 살폈다.

“아, 2조각짜리구나.”

“조각이 많을수록 좋은 건가?”

“절대적인 규칙은 아니야. 그런데 보통은 그렇지.”

“이 유물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어?”

“유물 조각 감정은 300코인, 완성된 유물 감정은 1000코인, 그 유물에 대한 설명은 2000코인이야. 미리 말해 두지만 기본 정보일 뿐이야. 환불은 안 돼.”

상엽은 잠시 고민했다.

“좋아. 알려 줘.”

“짠돌이가 웬일이야?”

“내가 뭘 얻었는지는 알아야지.”

완성된 유물 감정과 그에 대한 설명으로 3000코인이 지불되었다.

“타르테크의 달. 조각 하나당 1만 코인. 완성된 유물의 가격은 5만 코인이야.”

꽤 높은 가격이었지만 유물의 완성 난이도를 따져 보면 그리 훌륭한 결과는 아니었다.

“타르테크는 관망의 신이야. 신들의 전쟁에서도 끼어든 적이 없지. 소멸하는 순간까지 한 자리에서 지켜보기만 했어.”

“신의 전쟁?”

“깊이 들어가면 1만 코인이야. 말해 줄까?”

“아니, 됐어. 난 역사 싫어해.”

“관망의 신 타르테크가 가졌던 다섯 가지 스킬 중에 상점에 없는 스킬은 한 가지뿐이야. 관망의 눈.”

상엽은 집중해서 설명을 들었다.

“특별한 소지품은 타르테크의 렌즈로 예상돼. 상점에도 없고, 유산에도 없거든.”

레나가 알려 준 정보는 여기까지였다.

확실한 정보라기보다 모든 상점의 물품을 분석해서 예상하는 방식이었다.

“그게 신전이라는 곳에 있다는 거지?”

“예상일 뿐이야.”

“관망의 눈이랑 타르테크의 렌즈는 어떤 기능이 있는 건데?”

“그건 말해 줄 수 없어. 신전 내부의 정보라서 코인으로도 살 수 없어.”

“아무도 모른다는 거네.”

“그렇지는 않아. 트레저 헌터들은 너랑 달리 역사에 관심이 많거든. 수집하다가 공부도 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식도 쌓이는 법이지.”

지식이 곧 힘이다.

이는 갓코인에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신전은 위험하겠지?”

“말해 줄 수 없어.”

더 이상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연지는 알고 있을 수도 있어.’

상엽과 달리 송연지는 지식에 관심이 많았다.

‘신중하게.’

아는 분야는 과감하게, 모르는 분야는 신중한 것이 상엽의 방식이었다.

“알았어.”

“이제 끝났어?”

“아니. 소환권 하나랑 정령의 정수 하나. 그리고 대전에 있는 화이트 상점과 블랙 상점을 알고 싶어.”

“1,500코인이야.”

소모품과 두 장의 명함을 받은 상엽은 곧바로 나갈 채비를 했다.

“야, 내가 먼저 갈 거야. 날 여기 남겨 두고 가겠다는 거야?”

“넌 따지는 게 너무 많아.”

“매너가 없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

상엽은 레나의 비난에 웃으며 말했다.

“내 성인식이 얼마 안 남았어. 알지?”

“알아. 그러니까 꼭 살아남아. 쉽지 않겠지만.”

“그 저주도 곧 끝이야.”

상엽은 레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여관을 나섰다.

홀로 남은 레나는 곧바로 사라지지 않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촉감에 눈살을 찌푸린 그녀는 곧 전화기를 들었다.

“한 실장, 충분한 것 같으니까 이제 돌아와.”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관의 창문이 열렸다. 그리고 외부에서 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는 레나의 앞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명령을 기다렸다.

“정상엽이 어떻게 코인을 모으는지 보고해.”

“지금까지 총 네 명의 유저를 사냥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사냥을 위한 싸움은 아니었습니다. 세 명은 공격에 대한 방어였고, 김도진을 잡은 것은 석동희라는 자를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먼저 시비를 걸진 않았다는 거지? 그리고 또 특이한 점은?”

“사냥 방식이 특이합니다.”

“사냥 방식?”

한 실장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보고를 계속했다.

“상처를 감안하고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가 낫기도 전에 다음 전투에 들어갑니다.”

“무식하네.”

“기본적으로 전투 횟수가 다른 유저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하루 평균 30회가 넘습니다. 50회가 넘은 적도 많습니다.”

“아주 무식해.”

“다섯 마리 이상에게 포위당한 전투만 25번이었습니다. 죽을 수도 있었던 상황만 100번이 넘습니다.”

“역시 무식해.”

“빨리 사냥하고 많이 사냥합니다. 그게 정상엽이 코인을 모으는 방식입니다.”

“미친 것 같기도 하고.”

레나는 한 실장을 보며 다시 물었다.

“그 자식, 운이 언제까지 갈까?”

“운이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해?”

“한 번은 운일 수 있습니다. 두 번, 세 번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100번은 운이 아닙니다.”

레나는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는 남자야.”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 실장을 보며 물었다.

“같은 전사로서 정상엽을 어떻게 생각해?”

한 실장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는 변종입니다.”

“변종?”

“변종처럼 싸우고, 변종처럼 사냥합니다. 변종에게 전투를 배우고, 변종처럼 살아갑니다.”

레나의 입가에 얇은 웃음이 걸렸다.

“날 흥분시키는 남자네.”

그녀의 웃음이 점점 더 짙어졌다.

* * *

상엽은 최하급 화이트 상점을 통해 상위 상점을 알아냈다.

보유 코인에 화이트 코인이 있었기 때문에 화이트 상점을 먼저 찾은 것이다.

‘따라오는 놈이 있는데.’

그가 보유한 5500화이트 코인은 헌터 아이에 걸리는 양이었다.

그리고 상대는 1킬로미터 거리를 두고 계속해서 따라왔다.

‘일단 걸리는 건 2명.’

상엽도 상대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냥 가는 건 위험하겠어.”

결국 택시에서 내린 상엽은 이동을 멈췄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상대를 향해 뛰었다.

그의 접근에 상대는 급격히 거리를 벌렸다.

‘서로 모르는 건 마찬가지야.’

상엽의 위협은 성공적이었다. 상대와 거리를 벌린 그는 서두르지 않고 상점을 만났다.

“어서 오세요.”

대전의 화이트 상점은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지배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30대 후반 남성이 상엽을 사무실로 안내했다.

“시간이 없어서 바로 살게요.”

보유 코인이 많은 관계로 상엽은 빠르게 상점을 열었다.

‘블랙 상점까지 가야 돼.’

이미 구입 목록을 결정한 상엽은 거침없이 선택에 들어갔다.

“근력 강화 5단계, 순발력 강화 5단계까지 해 주세요.”

여기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2만 8천 코인이었다. 이로써 2단계였던 강화 수치는 5단계로 올라갔다.

“순간 증폭 3단계도 할게요.”

순간 증폭은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상엽은 4,000코인을 소모하며 3단계 순간 증폭을 구입했다. 총 3만 2천 코인을 소모한 상엽은 미련 없이 화이트 상점을 나섰다.

‘블랙 상점으로 가자.’

남은 건 26,790그레이 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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