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1화 (21/300)

# 21

변종 요리사 석동희.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화이트든 블랙이든 상관없어요. 드세요.”

석동희는 상엽의 무기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너무나 안일한 모습에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상엽은 그런 석동희와 2미터 거리에 서 있었다.

170cm 초반의 신장에 평범한 체구였다. 운동을 많이 한 몸매는 아니었고 얼굴은 한없이 순박하게 보였다.

“너 몇 살이야?”

“올해 스무 살 됐어요.”

“동갑이네.”

“어? 정말요? 반가워요.”

동희는 냄비 옆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상엽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에 상엽이 경계하며 한 발 물러섰다.

“아, 죄송해요.”

석동희는 얼른 손을 자신의 옷에 정성스럽게 닦았다. 그러더니 다시 손을 내밀었다.

‘그게 문제가 아닌데…….’

상엽은 자신도 모르게 경계가 무너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 차리자.’

결국 그는 손을 잡지 않았다.

“이해해요. 미안해하진 마세요.”

“안 미안한데.”

“그래도 이건 드시고 가세요. 배고프면 안 되잖아요.”

요리가 다 되었는지 석동희는 야영용 플라스틱 그릇에 국을 떠서 내밀었다.

“미안해.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나 그냥 갈게.”

상엽은 그냥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동희는 불쌍한 표정으로 손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죽음이 뭔지 알아?”

“뭔 소리야?”

“굶어 죽는 거야. 영양실조로 죽고, 정말 먹을 게 없어서 죽고. 그렇게 죽는 거야.”

동희의 표정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상엽은 정말로 도망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이 그의 걸음을 붙잡았다.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돌아가셨어, 1년 전에.”

그 말을 하며 동희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씨. 알았어. 한 그릇 줘 봐. 치사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냐?”

결국 상엽은 동희가 내민 그릇을 받았다. 그렇지만 대비는 잊지 않았다.

‘해독제 있으니까.’

그는 왼손에 해독제를 들고 동희가 건넨 그릇을 들었다.

‘냄새는 좋은데.’

붉은 국물에 다양한 내용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다만 그 정체는 알 수가 없었다.

동희는 그런 상엽을 기대에 찬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이에 상엽은 그릇을 입에 대고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상엽은 놀란 눈으로 동희를 보았다.

‘최악이야!’

그가 먹어 본 모든 음식 중에 최악이었다.

기름을 마신 것처럼 느끼했고 건더기는 전부 익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상엽은 끝까지 씹어서 속으로 넘겼다. 오로지 동희의 천진난만한 표정 때문이었다.

“한 그릇 더 줄까? 아직 많아.”

“아니, 배불러. 오기 전에 많이 먹었어.”

상엽은 곧바로 거절했다. 결코 다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잘 먹었어. 이제 갈게.”

“아니야. 한 그릇 더 먹어. 몸에 좋아.”

상엽은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낼 뻔했다. 다행히 잘 참아 내고 웃으며 말했다.

“혹시 다음에 만나면 내가 밥 살게. 식당에서.”

“진짜 몸에 좋은 건데.”

“갈게.”

이상한 만남은 그렇게 끝났다.

10분 후.

“해독제를 먹어야 하나?”

김만득이 남긴 지도를 보며 변종들 출현 지역으로 이동하던 상엽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배 속이 뜨거운 물을 담아 놓은 것처럼 뜨거웠다. 그리고 열기는 곧 온몸으로 퍼졌다.

그때, 상엽 앞에 변종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상엽은 반사적으로 화이트 해머를 뽑으며 앞으로 뛰었다.

10미터 거리였지만 한 번의 도약으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어?’

그런데 그의 몸은 늑대의 머리 위를 지나가고 말았다.

‘뭐야?’

늑대가 놀라서 몸을 돌리는 순간, 상엽은 스트라이크를 쓰며 돌진했다.

쾅!

늑대가 핏물로 흩어졌다. 그런데 상엽은 놀라서 자신의 손을 보았다.

‘강해졌는데?’

그리고 온몸을 돌던 열기가 점차 안정되며 온기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상엽은 자신이 스트라이크를 펼치며 지나온 거리를 보았다.

흔적이 평소보다 진하게 남았다.

그는 이유를 생각하다 조금 전에 만났던 동희의 말을 떠올렸다.

-몸에 좋아요.

이게 그런 의미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진짜 이상한 놈이야.’

음식을 먹는다고 신체 능력이 상승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다른 이유는 있을 수가 없었다.

‘보약 제조라니.’

상엽은 동희와 헤어졌던 방향을 보았다. 이미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진 상태였다.

“진짜 정력에 좋은 거였어.”

그는 아쉬웠지만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 * *

하얀 표범은 금산의 남쪽 지역에 있었다.

북쪽에서 들어왔으니 가장 먼 거리에 있는 것이다.

상엽은 김만득이 남긴 지도를 보며 이동 경로를 설정했다.

‘한 달쯤 걸리겠어.’

단순히 목표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면서 사냥을 할 생각이었다.

‘코인 많은 놈이 장땡이야.’

유물과 유산은 분명 매력적인 결과물이었다.

상엽이라도 이에 대한 욕심이 없진 않았다. 다만 그러한 불확실성보다는 정확히 예상되는 성장이 좋았다.

그게 코인이다.

‘일용직이 복권 사고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상엽은 다시 자신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한 달이라는 시간은 금방 흐르기 마련이었다.

상엽에게는 이런 패턴이 아주 익숙했다.

그래서 한 달을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루함에 익숙해지면 더 이상 지루하지 않아.’

누군가는 이를 적응이라 했고, 누군가는 포기라고 했다.

‘뭔가를 하면서 지루한 건 괜찮아.’

상엽은 그냥 이렇게 생각했다. 긍정적이고 단순하기에 가능한 결론이었다.

“멍청한 놈!”

상엽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의 계획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다.

‘코인이 모이면 위험하잖아.’

금산에 들어온 지도 벌써 일주일이다. 김만득이 남긴 지도 중의 세 곳을 정리했고 하나의 유물을 습득했다.

그로 인해 상엽은 2만 코인을 모았다.

정확히는 원래 있던 코인까지 합쳐서 2만 1290코인이었다.

코인 수치가 2만을 넘어가자 상엽은 슬슬 자신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소모해야 돼.’

안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절차였다.

“잘 모이긴 하는데, 이런 점은 귀찮네.”

아무도 없는 산에서 사냥을 하는 것과 의뢰가 많은 사냥터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변종 사냥꾼들이 찾아오는 지역인 만큼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을 수가 없다.

결국 상엽은 왔던 길을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돌아가는 길이 제일 위험하겠구나.’

의뢰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많은 코인을 가졌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걸 노리는 놈들도 있겠는데?’

없는 게 이상할 정도로 당연한 예상이었다.

‘블랙 코인 한 명, 화이트 코인 한 명.’

그의 헌터 아이에 두 명의 사냥꾼이 걸렸다.

‘의뢰를 완료한 건가?’

의뢰를 끝내면 코인이 바로 들어오게 된다. 100코인 이하의 보상은 없으니 당연히 헌터 아이에 걸리는 것이다.

‘일단 서로 만날 거리는 아니야.’

상엽의 걸음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어.’

그는 더욱 조심스럽게 남대전 방어선을 향해 움직였다.

* * *

블랙 유저 김도진.

그는 눈앞에서 웃고 있는 변종 요리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입술이 터져서 피가 흐르고, 오른손은 기괴하게 꺾여 있음에도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냥 알았다고 하면 전부 끝나.”

결국 김도진은 단검을 꺼내 동희의 허벅지에 찔러 넣었다.

순간 동희의 주먹이 그의 얼굴로 날아왔다. 지금까지 어떤 반항도 하지 않던 그가 처음으로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연체동물처럼 휘어진 팔은 채찍처럼 휘어서 김도진의 얼굴을 노렸다.

그 속도가 엄청나서 김도진은 얼굴 앞에 왼손을 세웠다. 순간 그의 팔이 강철로 바뀌며 동희의 주먹을 막았다.

쾅!

김도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신체 능력의 차이가 컸다.

“제법인데 상대를 잘못 만났어. 내가 3단계 유저거든.”

3단계 유저라는 말은 화이트나 블랙의 세 번째 상점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이런 말이 처음 나온 것은 갓코인 유저 집단을 만들면서였다.

실력을 단순히 나누기 위해 이용 상점에 따른 분류를 만들었는데, 실력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는 아니었다.

다만 3단계 상점을 이용한다는 것은 적어도 하급 상점의 목록 하나는 전부 강화했다는 뜻이다.

“자, 다시 기회를 줄게. 우리 팀으로 들어와. 그럼 네가 원하는 재료도 얼마든지 구해 주고, 네가 만든 밥도 맛있게 먹어 줄 테니까.”

“싫어.”

대답을 하는 동희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김도진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단검은 분명히 동희의 허벅지를 파고들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독까지 묻혀 놓았다.

‘꽤 아플 텐데.’

그런데도 동희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이에 화가 난 김도진이 단검을 비틀었다.

동희의 허벅지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표정 변화는 없었다.

“이 개새끼가!”

졌다는 생각이 든 김도진은 동희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맨주먹이라고 해도 무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웃고만 있던 동희가 그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 귀 옆을 지나간 김도진의 손목을 물었다.

“윽!”

동희와 달리 김도진은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미친 새끼!”

김도진은 그때부터 동희의 얼굴을 무차별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동희는 입에 물린 손을 놓지 않았다. 그의 이빨은 어느새 피부를 파고들어 김도진의 뼈에 닿아 있었다.

“으아! 개새끼! 그냥 뒤져!”

김도진은 오른팔의 고통에 이성을 잃었다.

그는 동희의 특별한 능력을 알고 팀에 영입하려 했지만 단박에 거절을 당했다.

어떻게든 영입하겠다는 생각에 협박과 고문까지 했지만 이젠 마음이 변한 것이다.

“죽어! 병신 같은 새끼!”

그의 왼손에 새로운 무기가 나타났다.

블랙 소드와 크기는 같지만 손잡이에 붉은 보석이 박혀 있고, 날 전체에 붉은 선으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3단계 중급 블랙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검이었다.

게다가 5단계까지 강화가 되어 강도와 예기, 특수 스킬까지 발동된다.

그의 검이 파란 예기를 뿜었고 곧장 동희의 목을 향해 떨어졌다.

그 순간, 김도진을 향해 엄청난 기세가 몰아쳤다.

화가 난 상태지만 김도진은 곧바로 이에 반응했다. 그의 몸 전체가 강철로 변했고, 팔을 세워 정면을 막았다.

찰나의 순간임에도 그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해일 같은 기세가 그를 덮쳤다.

콰앙!

폭발이 일어나며 엄청난 힘이 그를 덮쳤다.

방어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오산이었다.

그의 몸이 50미터 이상을 날아갔다. 그런데 동희는 끝까지 팔을 놓지 않았다.

투둑!

김도진의 오른쪽 팔꿈치 아래가 떨어져 나갔다. 동희가 양팔을 땅속에 묻으면서까지 버텼기 때문이다.

덕분에 동희의 입에서도 피가 튀었고 턱이 기괴하게 꺾였지만 끝까지 버텨 냈다.

한쪽 팔을 잃었음에도 김도진은 어떻게든 중심을 잡으며 바닥에 내려섰다.

그는 떨어져 나간 팔에서 피가 쏟아지고 충격에 시야가 흔들렸지만 어떻게든 반격을 준비하려 했다.

‘강하다!’

그는 이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두 번째 공격이 이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말을 걸어서라도 멈추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덩치 큰 산적이 눈앞까지 다가온 것을 보았다.

‘가만히 있으면 당한다.’

김도진은 반격을 선택했다.

‘같이 죽진 않을 테지.’

그는 정확히 상대의 심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그의 칼이 나타나면서 완벽한 반격이 되었다.

그런데 상대는 칼을 피하지 않았다.

쾅!

투명한 방패가 나타나며 그의 칼을 막았다. 그리고 방패는 그대로 벽이 되어 그의 몸을 덮쳤다.

김도진의 몸이 다시 한번 밀려났고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충격음이 들렸다.

쾅!

이번에는 머리였다.

반격을 시도했던 탓에 어떤 방어도 할 수 없었다.

김도진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당했다는 걸 믿지 못했다.

3단계 유저.

그것도 3단계 중반에 다다른 실력자였지만 해머 한 방에 소멸하고 말았다.

“별것도 아니네.”

다행히 김도진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아우, 아퍼. 그 칼은 뭐야?”

산적 같은 사내는 상엽이었다.

그의 어깨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김도진의 검이 고스트 실드를 뚫고 들어와서 어깨를 스친 것이다.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상엽으로서는 간담이 서늘한 순간이었다.

“야, 요리사. 괜찮냐?”

상엽은 여전히 쓰러져 있는 동희에게 다가갔다.

동희는 피가 잔뜩 묻은 입을 닦아 내며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무서워. 그렇게 웃지 마.”

상엽의 진심에 동희는 피로 물든 이빨을 드러내며 말했다.

“밥 먹었어? 조금만 기다려. 밥해 줄게.”

상엽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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