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6화 (16/300)

# 16

-넌 죽을 거야.

레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건 확신이었다.

-난 안 죽어.

상엽은 자신감이 있었다.

‘변종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은 결국 다른 이야기를 했다.

-다른 유저들이 널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레나의 말은 그런 의도였던 것이었다. 상엽은 그 사실을 잊고 있었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

‘사람을 찾는 스킬이 있는 건가?’

헌터 아이에 들어온 세 명은 집요하게 상엽을 쫓아왔다.

‘그것보다…… 어떻게 화이트와 블랙이 팀인 거지?’

상대는 블랙과 화이트가 섞여 있었고, 몰이사냥을 하듯 상엽을 따라왔다.

“이대로는 곧 잡히겠는데…….”

거리는 점차 좁혀지고 있었다.

‘300미터.’

상엽은 최선을 다해 달렸지만 도망갈 수 없음을 알았다.

‘대화로 풀 수는 없을 거야.’

화이트와 블랙이 모두 섞여 있는 것이 문제였다.

누구든 한 명은 자신의 그레이 코인을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무기를 보여 주는 걸로 속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망할!”

상엽은 만약을 위해 도주하는 방향을 바꿨다.

같은 시간.

“방향을 바꿨어.”

10대 후반에 신장이 작은 소년은 한쪽 귀에만 착용하는 이어폰을 통해 정보를 전달했다.

“남쪽 12도 방향.”

그의 눈에는 회색 점이 선명히 보였다.

‘미친놈. 초보 주제에 10만 코인을 넘게 가지고 있다니.’

찢어진 작은 눈에 욕망이 선명히 떠올랐다.

“거의 잡았어.”

거리는 200미터까지 줄어들었다. 그런데 회색 점이 뭔가를 찾는 듯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법 도망치잖아. 안 그래? 모처럼 쫓는 재미가 있어.”

소년은 선명한 비웃음을 지었다.

“10만짜리잖아. 이 정도는 해 줘야지.”

-타투칸의 헌터 아이: 사냥꾼의 눈.

10단계-반경 10킬로미터 안에 있는 50코인이 수치로 표시된다. 반경 1킬로미터 안에 있는 사람의 그레이 코인이 수치로 표시된다. 1킬로미터 밖의 사물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된다.

-뱀눈, 방향 제대로 잡고 있는 거지?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최고 길드에서도 데려가려고 안달이 난 몸이라고.”

앞서 뛰던 두 명은 그 말에 인정한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스카우트.

소년은 집중 진화 방식을 택했다.

당연히 투자에 비해 전투 능력이 떨어져서 선택하는 이가 별로 없었다.

헌터 아이 10단계에 필요한 코인은 20만 4600코인이었다. 게다가 상엽은 모르고 있지만, 헌터 아이를 피하는 스킬도 있었다.

완벽하지 않은 스킬에 20만 코인을 투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완성하고 난 뒤의 효율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 외에도 소년은 정찰에 관련된 3개의 스킬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직 강화 단계가 완벽하진 않았다.

전투 능력이 떨어지지만 큰 집단일수록 그런 자를 원했고, 지금처럼 자신보다 훨씬 강한 자들의 보호까지 받을 수 있다.

“키킥, 잡았어.”

결국 세 명의 사냥꾼 앞에 먹잇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 정상엽 씨.”

소년은 하얀 눈밭 위에 화이트 해머를 들고 서 있는 상엽을 보았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거지?”

“그거야, 돈을 주고 샀으니까.”

상엽은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누군가 자신이 있는 위치와 상황을 누설한 것이다.

“옷이라도 좀 입고 다니지. 하긴, 죽고 나면 시체도 없을 테니 상관없나?”

“뱀눈, 유물이나 유산은?”

“유산 조각이 하나 보이네. 유물은 없어.”

“쳇.”

질문을 한 이는 하얀 칼을 쥔 사내였다.

“유산 조각 하나 때문에 이 고생을 한다니.”

불만을 터트리는 사내와 달리 곁에 있는 깡마른 사내는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10만 코인이라. 횡재했군! 크큭!”

검은 도끼를 든 그는 이미 상엽을 죽였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그들의 규칙에 따라 블랙 유저인 도끼 사내가 상엽의 코인을 흡수하는 것이다.

대신 유물과 유산은 화이트 유저의 차지였다.

상엽이 블랙 유저라면 가져가는 것은 바뀌게 된다.

이것이 그들만의 규칙이었다.

“형들, 빨리 처리하고 가자. 나 배고파. 오늘은 만구 형이 쏘는 거지? 10만 코인이니까 비싼 걸로 사.”

“얼마든지.”

만구라 불린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곁에서 불만을 터트리던 하얀 칼의 사내도 똑같이 거리를 좁혔다.

전투를 앞두자 그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형들, 왜 그래? 1년도 안 된 초보를 두고.”

그들은 상엽이 갓코인을 얻게 된 시점도 알고 있었다.

“뱀눈, 조용히 해. 초보가 10만 코인이나 보유하고 있을 리가 없잖아.”

“그건 그러네. 하긴 이상하긴 해. 여긴 초보들이 견딜 수 있는 곳도 아닌데.”

소년은 자신의 판단 오류를 인정하고 뒤로 물러났다.

“형들, 수고해.”

소년이 전장에서 100미터 이상 멀어지자, 두 명의 사내는 곧바로 전투를 개시했다.

‘5,800그레이 코인, 7,200그레이 코인, 3,800그레이 코인.’

상엽은 사내들이 보유한 코인을 확인했다.

화이트와 블랙 코인까지 합치면 꽤 많은 양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도망은 글렀고.’

코인을 많이 가졌다는 것은 강화에 그만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엽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작정 지니고 다닐 이유가 없다.

‘싸워야 되겠군.’

상엽은 집중했다.

그때, 블랙 유저가 먼저 달려들었다. 그는 상엽을 직접 죽여서 코인을 획득할 사람이었다.

그는 반쯤 몸을 숙여 바닥에 붙은 것처럼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빠르다!’

그런데 사내는 상엽의 한참 옆을 지나갔다. 반격을 준비했던 상엽은 이를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왜지?’

이 생각을 하는 순간, 정면에서 엄청난 기세가 느껴졌다. 화이트 유저가 상엽의 팔을 노리고 칼을 던진 것이다.

급히 몸을 숙여 이를 피하자 칼은 실이 달린 것처럼 사내에게 돌아갔다.

‘이런!’

그 공격으로 상엽의 중심이 무너졌다. 그때, 옆을 지나 뒤로 돌아갔던 블랙 유저가 다가왔다.

츳!

상엽은 바닥을 굴렀지만 옆구리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었다.

‘아직 아니야.’

개개인의 실력만으로도 상엽을 이길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런데 협공까지 펼치자 상엽은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온다, 분명히 한 번은…… 기회가 온다.’

상엽은 단 한 번도 해머를 휘두르지 않고 버텼다. 몸에 상처는 쌓였고 몸이 피로 물들었지만 끝까지 참았다.

긴 시간처럼 느껴졌지만 겨우 3분이 흘렀다.

몸에 쌓인 상처가 서른 개가 넘었고, 간신히 막던 급소의 보호도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저 녀석은 급소를 피해서 공격하고 있어.’

화이트 유저는 상엽의 팔과 다리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목숨을 끊는 건 블랙 유저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해야 돼. 더 이상은 못 버텨.’

상엽은 블랙 유저가 다시 스치는 순간, 바닥을 강하게 찍었다.

쾅!

첫 공격이었지만 블랙 유저는 이미 대비를 하고 여유 있게 피해 버렸다.

“훗.”

그는 상엽의 공격에 비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상엽이 노리는 건 그게 아니었다.

구오오!

산 전체를 울리는 괴성이 퍼졌다. 그 소리는 그들과 불과 500미터 거리였다.

땅속에서 폭탄이 터진 듯 눈발이 흩날렸고 거대한 곰이 나타났다.

그 모습에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소년까지 앉아 있던 나뭇가지에서 일어섰다.

“저 새끼! 일부러 여기로 온 거야. 빨리 처리해!”

소년이 외쳤지만 사내들은 여유가 넘쳤다.

“저 곰은 내가 잡아야겠어. 불만 있어?”

“그 정도는 양보하지. 10만 코인이 눈앞에 있으니.”

“형들, 만만한 놈이 아니야. 5천 코인짜리라고!”

5천 코인 변종이라는 말에 사내들의 표정이 변했다.

“빨리 처리하지.”

그들은 상엽을 먼저 처리하는 걸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블랙 유저가 지금까지와 달리 상엽의 정면으로 뛰었다.

그리고 상엽의 5미터 앞에서 몸이 두 개로 나뉘어졌다.

‘환영? 일루전 스텝?’

그런데 상엽의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

스트라이크.

상엽은 다가오는 사내를 무시하고 고스트 실드로 몸을 보호하며 빠르게 뛰쳐나갔다.

환영 사이를 빠르게 지나간 상엽은 곧바로 화이트 유저를 들이받으려 했다.

하지만 화이트 유저는 그 자리에 선 채로 한쪽 팔을 들어 올렸다.

순간, 은빛 장벽이 솟아올라 상엽의 전진을 막았다.

쾅!

고스트 실드가 부서지며 파편을 날렸지만 장벽을 뚫어 내진 못했다.

화이트 유저는 은빛 장벽 뒤에서 웃고 있었다.

은빛 장벽에는 뒤에서 다가오는 블랙 유저가 비치고 있었다.

블랙 유저는 승리를 확신했다. 이미 그의 도끼가 상엽의 심장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상엽의 몸이 기괴하게 뒤틀리더니 상체만 옆으로 선 것처럼 돌아갔다.

“신체 개조?”

블랙 유저의 도끼는 결국 목표를 잃고 화이트 유저의 장벽에 막혔다.

그 순간, 또 한 번 상엽의 팔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움직였다.

위로 올라갔던 해머를 등 뒤로 휘두른 것이다.

블랙 유저는 위기를 느끼고 떨어지는 해머를 양팔로 막아 냈다.

쾅!

그의 팔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목숨은 건졌다. 이를 본 화이트 유저가 급히 상엽의 손등을 찔렀다.

쿵.

상엽은 결국 화이트 해머를 놓쳤다.

“그냥 죽인다!”

“안 돼!”

코인에 눈이 먼 블랙 유저는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임에도 크게 소리쳤다.

그 목소리가 화이트 유저의 행동을 방해했다.

푹!

결국 그의 검은 상엽의 오른쪽 어깨를 찔렀다. 심장과 멀지 않은 위치였다.

그리고 그때, 그들이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상엽이 왼손을 휘두른 것이다. 그의 손에는 검은색 해머가 들려 있었다.

쾅!

화이트 유저의 머리가 폭죽처럼 터졌다. 그리고 상엽은 또 한 번 해머를 휘둘렀다.

쾅!

이미 전투 능력을 상실한 블랙 유저의 머리도 터져 버렸다.

“뭐, 뭐야?”

스카우트 소년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구오오!

곰이 깨어나 소년에게 달려오고 있었고, 정면에는 상엽이 피투성이가 되어 노려보고 있었다.

“쳇.”

소년은 도망을 택했다. 하지만 상엽은 이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상엽은 이를 악물고 소년을 쫓았다.

신체 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소년은 결국 5분쯤 도주하다 상엽의 손에 붙잡혔다.

구오오!

영역을 많이 벗어난 탓에 곰은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사, 살려 주세요.”

“내가 왜 그래야 돼?”

“저, 저 스카우트예요!”

“난 그런 거 몰라.”

“쓸 곳이 많아요! 정찰 스킬만 네 개나 있어요! 헌터 아이 10단계! 오리나이의 촉각 9단계! 그 외에도 많아요!”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방법을 다시 한번 시도했다.

이에 상엽은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그 말은 싸우기 전에 했어야지.”

쾅!

검은 해머가 소년의 머리를 터트렸다.

상엽은 눈밭 위에 누워서 눈을 감았다.

11만 7900그레이 코인.

8,850화이트 코인.

4,850블랙 코인.

총합은 13만 1600코인이었다.

이번 전투로 3만 코인 이상을 벌었다. 하지만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기분 엿 같네.”

화이트와 블랙이 팀을 만들어서 다른 유저들을 사냥하고 다니는 집단이 있다.

분명 이런 팀이 하나는 아닐 것이다.

‘블랙과 화이트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날 팔아먹은 놈도 있고.”

소년은 상엽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군가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소년은 돈을 주고 샀다고 분명히 말했다.

“어떤 놈인지 면상을 꼭 봐야겠군.”

상엽은 이를 악물고 답답한 마음을 힘껏 토해 냈다.

“으아!”

힘껏 소리를 지르자 조금은 속이 편해졌다.

“후우.”

언제까지 누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아공간 가방에서 정령의 가루를 꺼내 치료를 하고 몸을 일으켰다.

“부상이 너무 심한가?”

검에 찔린 어깨의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해머를 들기 어려울 정도였다.

“젠장! 조금만 더 모으면 되는데. 이거 때문에 시간을 얼마나 버려야 되는 거야.”

목표가 멀지 않았다. 그는 아쉬움에 잠시 고민을 했다.

“응?”

고민을 하던 상엽의 눈에 뜻밖의 물건이 보였다.

소년의 시체가 사라진 자리였다.

그 자리에는 세 개의 석판과 하나의 양피지가 놓여 있었다.

“유물이랑 유산이네.”

상엽은 이를 보며 하나를 알았다.

-유물과 유산은 보유자가 소멸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또 다른 결론으로 이어졌다.

-유물과 유산을 노리는 사냥꾼이 있다.

화이트 상점의 남수사도 같은 말을 했다.

-유물은 배신을 부른다.

같은 화이트 유저라도 유물은 얼마든지 뺏을 수 있다는 뜻이다. 상엽은 떨어진 유물을 들었다.

‘흡수하자.’

그는 미련 없이 흡수를 선택했다.

세 개의 유물을 모두 흡수하자 1만 5천 코인이 늘어났다.

“유산은 흡수가 안 돼.”

유물과 유산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다른 녀석들도 있었겠지?”

사냥 팀이지만 서로 다른 코인을 사용하는 만큼, 모든 것을 분배했다.

이를 예상한 상엽은 나머지 두 명이 죽은 장소로 갔다.

예상대로 그들이 죽은 장소에도 유물과 유산이 남아 있었다.

각각 두 개의 유물과 하나의 유산이었다.

‘어쩌면 채워지겠어.’

상엽은 두 명에게서 회수한 네 개의 유물을 곧바로 흡수했다.

‘15만 4604그레이 코인.’

화이트와 블랙 코인까지 합치면 목표량을 넘었다.

“내려가자.”

상엽은 드디어 하산을 결정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