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3화 (13/300)

# 13

-500코인 수색 의뢰

태백산에서 알란트의 흔적 조각을 찾아라.

보상 3000화이트 코인.

송연지는 수색 의뢰를 수행하고 있었다.

수색 의뢰는 트레저 헌터에게 유물이나 유산의 위치를 직접적으로 알려 주는 중요한 정보였다.

언뜻 보면 제거 의뢰와 같아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원하는 유물 조각을 얻을 수 있다.

보통 제거 의뢰는 어떤 유물이나 유산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은 아예 없다.

하지만 수색 의뢰는 보상이 명확히 보였다.

때문에 트레저 헌터들은 여러 상점의 의뢰를 수시로 확인했다.

상점마다 의뢰가 달랐기 때문이다.

‘알란트의 흔적이면 무조건 찾아야지.’

알란트의 흔적은 모두 다섯 조각으로, 송연지는 두 조각을 보유하고 있었다.

‘500코인 의뢰는 처음인데.’

그래서 아직 자신의 실력으로 위험할지 모른다 생각하면서도 이 의뢰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녀는 300코인 이상의 의뢰는 해 본 적이 없었다. 원하는 조각이 아니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화살표는 사라졌어.’

제거 의뢰와 달리 수색 의뢰는 1킬로미터 지점까지만 표시가 되고, 그 후에는 화살표가 사라진다.

여기서부터는 그녀가 가진 능력으로 찾아야 한다.

“여기서 정확히 1킬로미터면.”

그녀는 지도를 꺼냈다.

“내가 온 방향이 이쪽, 화살표가 사라진 지점을 감안하면…….”

송연지는 일부러 다시 물러나서 화살표가 나타나도록 했다. 그리고 옆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방향을 설정했다.

한 시간 정도의 확인 끝에 그녀는 정확한 방향을 잡았다.

“여기다.”

지도에 점을 찍은 그녀는 핸드폰을 꺼냈다.

흔히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이지만 내부의 부품과 소프트웨어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통신사의 신호와 상관없이 위성과 연결이 된 그녀의 핸드폰은 목표 지점의 위치가 정확히 찍혔고 나침반 역할을 했다.

송연지는 무선 이어폰을 꺼내 한쪽 귀에 착용하고 핸드폰은 가방에 집어넣었다.

“안녕, 겁먹지 마. 그냥 지나갈 거니까.”

깊은 산속에 들어온 터라 간간이 변종이 되지 않은 평범한 산짐승이 보였다.

토끼나 노루, 고라니가 있었고 파충류도 꽤 보였다.

변종이 없는 지역으로 도망가다 보니 자연스레 밀집 지역을 형성한 것이다.

그런데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크앙!

귀를 울리는 포효에 송연지는 급히 걸음을 멈췄다.

새들이 일제히 하늘로 튀어 올랐고 진동에 흩날린 낙엽이 눈처럼 쏟아졌다.

‘뭐지?’

목표 지점과의 거리는 300미터였다.

‘가디언? 설마……. 태백산에 무슨 가디언이…….’

유물을 지키는 변종을 가디언이라고 했다.

‘어쩐지 보상 코인이 많더라니.’

송연지는 빠르게 활을 꺼냈다. 일단 가디언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그녀가 원하는 것은 유물이지, 가디언과의 싸움이 아니었다.

가디언을 유인할 수만 있다면, 자신은 빠르게 수색을 끝내고 의뢰만 끝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첫 번째로 할 일이 대상 파악이다.

그녀는 나무 위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소리가 다시 들리길 기다렸다.

쿵! 쿵!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동물들이 도주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꽤 거친 녀석이네.’

송연지는 조심스럽게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도착한 곳은 목표 지점과 100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표범?’

대형 표범이었다.

표범은 고라니 한 마리를 잡아 뼈째로 뜯어 먹고 있었다.

표범이 입을 움직일 때마다 뼈가 부서지는 기괴한 소리가 숲 전체로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에 표범이 있었어?’

그녀는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다.

‘쉽지 않겠는데.’

송연지는 일단 물러났다. 숨소리까지 죽이며 거리를 벌리고서야 그녀는 안심한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포기할 수 없지.’

유물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송연지는 좀 더 안전한 거리에서 표범을 살피기 시작했다.

반나절 동안 송연지는 표범과 유물이 있는 지역을 정찰하기만 했다.

‘돌무덤.’

목표 지점 근처에 의심스러운 돌무덤이 있었다. 표범이 뭔가를 숨기려고 어설프게 쌓아 올린 것으로 보였다.

다만 돌 하나하나의 크기가 바위 수준이었다.

‘골치 아프네.’

문제는 돌무덤이 아니었다.

표범의 속도는 그녀의 상상을 초월했고 소리나 움직임에 바로 반응할 만큼 민감했다.

‘밖으로 빼내려면 동물을 이용해야 하나?’

그녀는 표범이 이동하게 만들고, 그사이 돌무덤을 탐색할 생각이었다. 결정을 내린 그녀는 곧바로 토끼 한 마리를 잡았다.

“미안해.”

그녀는 표범이 가장 멀리 움직였던 장소로 가서 토끼의 하체를 땅속에 묻었다.

그리고 그 위를 나뭇잎과 나뭇가지로 덮었다.

겁을 먹은 토끼는 움직이지 않았고 이 틈에 송연지는 돌무덤으로 접근했다.

잠시 후, 토끼가 땅을 빠져나오면서 작은 소리를 만들었다.

예상대로 표범은 곧장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뛰었다.

이 틈에 송연지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돌무덤에 접근했다.

‘빨리.’

시간 싸움이다.

송연지는 소리를 완전히 숨기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며 빠르게 돌을 걷어 내는 데 집중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바위 같은 돌을 치워 냈다. 그러자 금세 바닥이 보였다.

‘됐어.’

돌무덤 안에는 뭔가를 가려 놓은 듯 커다란 나뭇잎 하나가 있었다.

그녀는 이를 얼른 치워 냈다. 그리고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없어…….”

돌무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함정!’

이를 깨닫는 순간, 그녀를 향해 엄청난 기세의 바람이 덮쳤다.

그리고 귀를 찢을 것 같은 괴성이 들렸다.

크앙!

송연지는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 나무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표범의 반응 속도도 만만치 않았다.

표범은 단숨에 뛰어올라 송연지가 있던 나뭇가지를 앞발로 부숴 버렸다.

쾅!

송연지는 아슬아슬하게 다시 다른 나무에 올라섰다.

‘빨라.’

표범은 힘뿐만 아니라 속도도 상식을 벗어났다. 게다가 나무를 자유롭게 뛰어올랐다.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거리는 계속 좁혀졌고 송연지는 순간순간 스킬까지 써 가며 간신히 위기 상황을 넘겼다.

쿵! 쿵!

지척에서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송연지는 이를 돌아볼 틈도 없었다.

그러다 종아리가 뜨거워졌다.

선명한 발톱 자국이 남으면서 피가 쏟아졌다. 그리고 송연지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움직여야 돼!’

하지만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쾅!

위기를 느끼고 방향을 틀던 송연지의 몸에 강한 충격이 닿았다.

송연지의 몸은 중심을 잃고 한참을 날아가다 나무에 부딪쳤다.

“컥!”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그녀는 피를 토해 냈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다.

크릉!

표범이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송연지를 몸으로 들이받고 그대로 뒤따라온 것이다.

표범은 붉은 눈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했다. 살려 줄 생각이 없음을 그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산적 오빠…….”

왜 그랬을까?

송연지는 죽음 직전에 상엽을 떠올렸다. 그러자 자연스레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살 거야. 덤벼.”

그녀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이에 표범이 곧장 반응을 보이며 송연지에게 달려들었다.

송연지도 도망가지 않고 이에 맞섰다.

팟!

둘의 몸이 서로를 스치고 지나갔다.

표범의 옆구리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하지만 깊은 상처는 아니었다.

“컥!”

반면 송연지는 바닥에 쓰러져 다시 한번 피를 토해 냈다. 그녀는 왼쪽 어깨뼈가 완전히 으스러졌고, 갈비뼈도 다섯 개가 부러졌다.

더 이상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송연지는 몸을 일으키려 힘을 주었다.

표범은 전투가 끝났음을 알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송연지는 그 거만한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런데 송연지의 눈빛이 변했다.

흔들리는 동공에는 환희와 희망이 있었다.

표범의 뒤에서 뭔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를 느낀 표범이 뒤를 봤을 때, 하얀 연기가 잔상을 남기며 다가오고 있었다.

콰쾅!

잔상이 닿은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표범은 충격을 받고 30미터나 날아갔다. 하지만 머리가 반쯤 무너졌음에도 중심을 잡고 바닥에 내려섰다.

“괜찮아?”

“산적 오빠…….”

“안 괜찮은 거 알면서 잘못 물었네. 살아 있는 거지?”

송연지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쏟아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계속 살아 있어. 저 자식 좀 처리하고 올 테니까.”

상엽은 송연지를 두고 표범을 향해 뛰었다.

부상을 입었음에도 표범은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엽의 해머를 피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변 나무를 밟고 반동을 이용해 상엽을 공격했다.

챙!

상엽은 고스트 실드를 만들어 이를 버텼다.

한순간 그의 몸이 크게 휘청거리며 뒤로 꺾였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를 반동으로 이용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신체 개조의 특징이었다.

쾅!

상엽은 2미터 실드를 세우고 그대로 표범을 들이받았다.

표범이 힘을 주어 버텼지만 땅에 네 줄기 도랑을 남기며 10미터나 밀려났다.

“힘 좀 쓰는데.”

상엽은 실드를 치우고 다시 해머를 휘둘렀다.

‘몰아붙여야 돼.’

지금까지 그의 힘을 버티는 변종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표범은 객관적으로 볼 때, 상엽보다 강한 힘을 가졌다.

첫 공격에서 피해를 준 것이 결정적이었고, 큰 부상을 입어서 밀어낼 수 있었다.

‘1000코인이라니.’

1000그레이 코인을 가진 표범이었다.

“내가 코인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야.”

상엽은 끝도 없이 표범을 밀어붙였다. 시간이 갈수록 표범의 몸에는 상처가 쌓였고 행동도 느려졌다.

‘끝낸다.’

상엽은 마지막 일격을 결심했다. 그때, 표범의 눈빛이 변했다.

표범은 아껴 뒀던 모든 힘을 쏟아 내며 상엽을 향해 돌진했다.

‘망할!’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에 빈틈이 생긴 것이다.

‘어딜!’

상엽은 물러서지 않았다.

스킬을 포기하고 순수 힘으로 해머를 내려찍었다.

콰쾅!

숲 전체가 울리는 충격음과 진동이 퍼져 나갔다. 주변 나무는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찢어졌고 땅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뿌옇게 솟아오른 먼지는 어지럽게 흩어지다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먼지를 걷어 낸 폭발의 현장에는 단 한 명만 남아 있었다.

“헉, 헉.”

남은 이는 상엽이었다.

“컥!”

그의 가슴에는 검붉은 멍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답답한 기침에 피가 새어 나왔다.

그럼에도 상엽은 몸을 움직였다.

“가자.”

상엽은 비틀거리는 몸으로 송연지를 안아 들었다.

“오빠…….”

“대답할 힘 없어. 부르지 마.”

그는 천천히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 *

일주일 후.

송연지는 돌무덤 근처를 다시 찾았다.

상엽은 그녀가 홀로 병원을 나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8구역 정리하고 올 테니까 푹 쉬고 있어.

가만히 있기가 좀이 쑤셨던 송연지는 결국 몰래 병원을 빠져나왔다.

“아우, 아직 뼈가 덜 붙었나. 산적 오빠는 금방 회복하던데.”

신체 개조의 회복 효과를 모르는 송연지로서는 그저 강화 단계가 높다고만 여겼다.

“찾았다.”

유물 감지를 이용해 결국 송연지는 유물을 찾아냈다.

돌무덤에서 5미터 떨어진 땅속이었다.

“쳇, 표범 주제에 함정이라니.”

아직도 불현듯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엔 정말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세 번이나 구해 줬네.”

그녀는 잠시 하늘을 보았다.

“자꾸 방해가 되면 안 되는데.”

서늘한 가을바람이 그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강해지는 게 먼저야. 트레저 헌터는 그 후에.”

그녀는 자신의 약점을 분명히 깨달았다.

지금까지 정보와 유물 관련 스킬에 많은 코인을 투자했다.

그 코인을 전투에 투자했다면 상엽보다 훨씬 강해졌을 수도 있다.

‘어설픈 집착이었어.’

앞만 보고 달리는 말처럼 목표에 가려져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강해지자. 이러다 그 사람이 나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

그녀는 잠시 바람에 몸을 맡기며 답답한 마음을 달랬다.

한편.

상엽은 8구역에서 마지막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우!”

거침없이 토벌을 진행하던 그에게 마지막 난관이 찾아왔다.

“뭔 토끼가 저렇게 빨라?”

그는 200코인으로 표시되는 토끼를 보고 있었다.

덩치는 다른 토끼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상엽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게다가 특이한 공격 방식이 있었다.

바닥에 있는 돌을 물고 고개를 돌려 던지면 그게 화살보다 빠르게 날아왔다.

이를 피하지 못할 때마다 상엽의 몸에는 상처가 남았다.

“저게 진짜!”

상엽의 소리를 들은 토끼는 보란 듯이 돌멩이 하나를 던졌다.

그런데 상엽이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깡!

그는 2미터 고스트 실드로 돌멩이를 막았다. 평소와 달리 필요 이상으로 안전하게 방어한 것이다.

이것 때문에 추격이 더욱 늦어지고 있었다.

“무서워 죽겠네.”

그는 실제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상엽은 다시 토끼를 추격하기 전에 자신의 허벅지를 보았다.

허벅지에는 돌에 맞아 검붉게 물든 멍이 있었다. 신체 개조와 방어막까지 뚫는 위력이었다.

“부위가 나빠.”

멍은 허벅지 안쪽이었고 두 다리가 만나는 지점이었다.

“10센티만 위였어도 나는…….”

그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두려움은 결국 빠른 결정으로 이어졌다.

“내가 졌어, 안녕.”

상엽은 사냥을 포기하고 돌아섰다. 토끼는 이상하다는 듯이 멀어지는 상엽을 쳐다보기만 했다.

8구역에 남은 유일한 변종은 그렇게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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