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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너무 강함-252화 (외전) (252/255)

< #외전 1화. 커뮤니티의 선순환 >

3년 전.

하루가 신해수의 원룸에서 동거한 지 며칠 안 되었을 때다.

하루는 손에 들고있던 물티슈를 내려놓고 해수가 사준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잔액: 1,000,000 원]

먹을 것을 사먹든, 옷을 사든, 마음대로 쓰라고 넣어준 돈.

하루는 이 돈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잘 알지 못했지만, 어디에 써야 할 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언제까지 나랑 같이 살 수는 없으니까, 지금처럼 틈날 때마다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울 거야, 잘 기억해둬.

어제 괜히 맛있는 식사에 대한 감사인사를 표하려다가 오히려 밉보였다.

분명 빠른 시일 내에 내쫓으려 할 것이다. 내쫓기지 말아야 한다.

청소, 요리로는 부족하다.

하루의 손가락이 토도독 움직였다.

[질문-집주인님에게 내쫓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대 여자입니다. 집주인은 30대 남자고요. 쫓겨나고 싶지 않아요. 청소랑 요리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모자랍니다.

다른 좋은 방법 없을까요?

┗저번에 그 외노자네

┗재미들렸네, 청소도 하고 요리도 열심히 하는데 쫓아내면 그냥 쫓겨나야지 뭘 그렇게 들러붙어

┗너 솔직히 말해봐 못생겼지?

┗맞말, 못생겼지? 혼자 사는 남자가 청소랑 요리 잘하는 20대 예쁜 여자를 쫓아낼 리가 없잖아?

┗그니까

┗게이들아 섣부른 판단은 금지, 인증해봐

┗맞아 인증 인증!

┗그늠으 ‘집’짜부터 빼고 부르라니까?

-(작성자) 인증이요? 뭘 어떻게 인증하라는 건가요?

┗얼굴이나 몸 둘 중 하나.

┗아 뭔가 순수한 사람한테 더러운 때 묻히는 느낌이다··· 그냥 키가 몇인지, 몸무게 몇인지 정도만 대충 말해봐

-(작성자) 저도 잘 모르는데···

┗이거봐이거봐 인증 피할 줄 알았어, 개씹돼지네 이러니까 쫓아내지

┗위에 씹돼지무새 꺼지시고, 그럼 입는 옷 있음? 그거 사이즈 알려줘도 됨, 찍어서 보여줘도 되고

하루는 해수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사준 하얀색 면 티와 딱 달라붙는 청바지를 휴대폰으로 찍어서 올렸다.

-(작성자)(사진)(사진)

그 간단한 인증 하나가 잠재되어있던 수많은 커뮤니티 상주자들의 마음 속에 불을 질렀다.

┗저게 뭐야? 아동복?

┗미친 졸라좋은데?

┗얼굴이 빻았나?

쓸데없는 댓글 뒤로 꽤 진지한 댓글도 달렸다.

┗옷이 문제네, 옷부터 바꿔입어봐 (링크)

┗오 그러게 옷 바꿔입어보셈

┗ㅁㅊ 링크 옷 뭐임? 니 스타일 아니야?

┗(링크)(링크) 이 옷도 잘 어울릴듯···(은 내 판타지 옷장)

┗ㅗㅜㅑ 쩐다 입고 인증 고고싱!!

┗진지하게 생각해봐, 옷만 바꿔입어도 그냥 평범한 여사친에서 자기야로 훅 바뀐다

-(작성자) 감사합니다. 해보겠습니다.

하루는 댓글에 있는 링크를 눌러 생전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옷을 구매했다.

[아찔한 과외선생님 (size free)]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구매를 누르는 하루의 손가락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띵 동-

-택배 왔습니다.

하루는 초인종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가, 문을 열어보니 택배기사는 온데간데 없고 그 앞에 덩그러니 놓인 택배상자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이게 바로···.”

하루는 상자를 후다닥 들고 들어와 단숨에 개봉했다. 안에는 쇼핑몰에서 보았던 그 옷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택배 도착만큼 반가웠다!’ 라는 비유가 자주 보였는데, 그 마음을 이제 하루도 극히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하루는 곧바로 그 옷으로 갈아입고 곧 퇴근하고 들어올 해수를 기다렸다.

삑 삐빅, 철컥-

“오, 오셨습니까···?”

신해수는 무방비한 상태로 집에 들어왔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현관 앞에서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자신을 맞이하고 있는 하루.

해수는 3초간 가만히 있다가 돌아서서 문을 먼저 닫고 다시 하루를 보았다.

무릎에서부터 한 뼘, 아니 30센티는 될법한 길이에 속옷 라인이 보일 정도로 딱 달라붙은 미니스커트, 하얀 블라우스는 가슴이 절반은 내놓은 것처럼 가운데가 파여 있었다.

해수는 의식적으로 그곳에서 시선을 떼고는 입을 열었다.

“뭐지?”

해수의 차가운 반응에 하루는 몸둘 바를 몰라하며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그, 그게··· 이,이런 옷은 안 좋아하십니까?”

해수는 하루의 물음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복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그녀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며 툭 던지듯이 대답했다.

“안 좋아한다.”

해수는 그대로 욕실로 향했고, 하루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해수가 손을 씻고 다시 나왔을 때는, 벌써 하루가 원래 있던 면티에 청바지로 갈아입은 후였다.

달그락 달그락

식사 시간, 지독한 침묵이 흘렀다.

아까의 일을 눌러둔 해수는 오늘 새로 맡은 살인 사건으로 머리가 복잡하여 침묵한 것이지만, 하루는 자신의 복장 때문에 해수가 화가 났다고 착각했다.

김치를 집는 하루의 젓가락이 가늘게 떨린다.

그녀가 결국 김치를 떨어트리자, 해수가 대수롭지 않게 김치를 집어 그녀의 밥그릇에 올려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먹어.”

*  *  *

다음날, 신해수가 출근을 하자 하루는 곧바로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했다.

[망했습니다. 미움받았습니다.]

-’아찔한 과외선생님’ 옷을 구매해서 보여줬는데, 집주인님이 이 옷 싫어한답니다. 화가 났는지 밥 먹을 때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나 어떡합니까? 쫓겨나기 싫습니다···

┗헐?

┗불쌍해··· 그냥 쫓겨나야지 뭐

┗저 옷 프리라 한 사이즈밖에 없고, 몸매 쩔어야 맞을 텐데? 저 옷 맞는 정도면 싫어할 수가 없는데? 이해가 안 가는데?

┗제발 인증샷인증샷

┗글쓰니 주작같은데, 인증샷 주면 믿음

┗쓰니가 웨 니한테 인증해야되는데?

┗그 집주인은 게이가 확실하다

┗아 그거네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취향이 확고한 사람일 수 있어, 이거 봐봐(링크)

┗ㅗㅜㅑ 좋은데?

-작성자: 감사합니다. 구매해보겠습니다.

┗오예

┗저 옷이 통한다면 말투도 바꿔야함

-작성자: 어떻게 바꿔야합니까?

┗일단 호칭에 ‘집’짜를 빼

┗퇴근하고 올 때 문 앞에서 무릎꿇고 다소곳이 앉아있으면 퍼펙트

┗오 좋다

┗그리고 이 말만 하면 끝···

하루는 비장함을 다지며 링크를 통해 쇼핑몰 사이트를 눌렀다.

[친절한 메이드짱 (size free)]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탁-

그로부터 이틀 뒤, 드디어 옷이 도착하여 비장의 수를 선보일 때가 되었다.

하루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스승들의 조언을 깊이 새기며 친절한 메이드짱 옷을 입고 해수를 기다렸다.

띡띡띡띡- 철컥

“헙.”

해수는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하루를 발견하고는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뒷걸음질을 쳤다.

현관문 앞에는 하루가 매우 노출이 심한 메이드복을 입고 다소곳이 무릎을 꿇은 채 해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볼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주, 주인님 오셨습니까?”

“···?!”

해수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녀의 복장만으로도 어지러운데 호칭까지 복장과 일체가 되니 어떻게 답변해야 할 지 몰랐다.

“넌···.”

해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촉촉한 눈망울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그 모습에 해수는 하려던 말을 집어넣고 생각했다.

하루는 며칠 전에도 꽤 선정적인 옷을 입고 자신을 맞이한 적이 있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여 금세 갈아입었지만.

이전에 옷을 사준다고 했을 때에도 쉽게 고르지 못하여 매장 직원의 도움을 받아 골랐던 때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루가 직접 고른 옷들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렇다는 것은···.

“이런 옷을 좋아하는군.”

하루는 해수의 말에 크게 뜬 눈을 깜빡이며 순간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팔뚝을 감싸며 고개를 내려 반쯤 내놓은 가슴과 짧은 치마를 보았다.

그때, 해수가 그녀의 옆을 지나치며 말했다.

“입어, 대신 집에서만.”

이윽고 떨어지는 해수의 허락, 하루는 그가 이 옷과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좋아한다고 해석하여 뛸 듯이 기뻐하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감사합니다. 주인님이 좋아하셨습니다.]

-안 쫓겨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젠장 게이가 아니었네

┗이런 해피한 결말을 기대한 게 아니었는데

┗지금까지 다 개구라 아님? 생각해보면 여기 남초잖아, 님 형이지?

┗그럴수도, 인증해봐

┗인증샷 인증샷!

-작성자: 무엇을 인증합니까?

┗당연히 메이드짱 착용샷이지

-작성자: (사진)

하루는 별 생각 없이 친절한 메이드짱 복을 입고 얼굴은 나오지 않게 전신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리고, 게시판은 폭발하였다.

┗ㅗㅜㅑ

┗ㅗㅜㅑ

┗ㅗㅜㅑ

┗사랑해 눈나

┗미친 ㅅㅂ 사랑해 사랑한다고!!

┗우리집이 더 좋음 여기 살아 요리 내가 해줄게

┗우리집 오세요 제발, 돈줄게요

┗와··· 거기 집주인 거북선 조타수인 게 분명하다

┗이정도면 장군 환생인듯

┗개쩌네

┗근데 왜케 흉터가 많음?

┗여신이다. 우리 남초에 여신이 강림했어!!

┗이거 사진 어디 떠도는 거 퍼온 듯

┗개소리 마라 링크 복이랑 동일하다. 여신님!!

하루는 갑자기 글이 인기글 1위에 등극하면서 더욱 더 쏟아지는 댓글과 개인쪽지에 겁이 나서 커뮤니티 사이트를 닫아버렸다.

하지만 그 관심들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무튼··· 좋은 곳이야.’

어찌 되었든 친절한 조언은 꽤나 유용했다.

하루는 그 뒤로 주구장창 매일매일 메이드복만 입고 생활하였고, 무의식 중 청소할 때 속옷까지 보여 결국 해수가 참지 못하고 다른 옷도 좀 입으라고 권유했다.

그러다가 웃지 못할 그녀의 사연을 듣고 나서야 오해가 풀렸고, 해수의 강한 권유로 ‘아찔한 과외선생님’ 복장과 ‘친절한 메이드짱’ 복장은 옷장 구석에 박혀 추억 속으로 잠들었다.

*  *  *

그로부터 3년 뒤, 리드빌딩 10층 펜트하우스.

하루는 거실 복도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오늘 방송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운동실에서 카메라 셋팅을 마친 정영수가 물었다.

“누님, 오늘도 그 트레이닝복 입고 찍으실 거에요?”

“글쎄.”

“오늘 실버버튼 받은 기념방송인데 조금 여자여자한 옷 입고 찍으시는 건 어때요?”

하루는 머리를 왼쪽으로 당기다가 그대로 멈추어 선 채 말없이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가 검지로 자신의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골라줘, 난 옷 잘 못 골라.”

“아 네, 그럼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영수는 그래도 여자의 방이라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하루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옷장을 살피던 중, 그의 시선을 빼앗는 복장이 있었다.

“헐··· 누님? 이런 옷도 있었어요? 이거 실제로 입어본 적 있어요?”

영수의 말에 하루가 들어와 그가 가리키는 옷을 보았다.

추억이 깃든 ‘친절한 메이드짱’ 복장이다.

하루는 가슴이 푹 파인 그 옷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휙 낚아채었다.

“이거 입어야겠다.”

“···네?”

영수는 순간 뇌리에서 신해수의 성난 얼굴이 스쳤다. 자신이 했던 말이 후회가 된다. 그냥 늘 그랬듯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찍을 걸.

“누, 누님, 안 됩니다. 그러면 저 죽어요. 딴 거 입읍시다. 좀 더 정숙한···!”

“이거 입을래.”

하루는 곧바로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졌고, 영수는 하는 수 없이 휙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방에서 나왔다.

잠시 후.

“허억···!”

메이드복에 이전에는 없던 스타킹까지 신고 나온 하루의 모습은 뒤에 후광이 비추는 것만 같았다.

영수는 반쯤 벌린 입에서 침이 떨어지는 줄도 몰랐다.

그렇게 실버버튼 기념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하루살이입니다. 오늘은 실버버튼 기념으로 친절한 하루메이드가 되었습니다. 주인님, 오늘은 턱걸이 풀업을 몇 개나 할까요?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오우

-오우야···

-ㅗㅜ 눈나 나 쥬겨

-미친, 미쳐따 피지컬!!!

-하루살이 눈나 사랑해!!!

“쓸데없는 소리 그만 하고 몇 개나 할 지 얼른 말하세요.”

-츠, 츤데레까지

-도도한데 복종적인 메이드라니, 이거 귀하다!!

-저항할 수가 없자나!

실버버튼 기념 이벤트날. 하루는 골드버튼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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