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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너무 강함-243화 (243/255)

< #243. 각대장과 하루살이의 만남 >

김청원은 이상함을 느꼈다. 옆에 신해수가 타고 있는데 운전석에 앉은 운전기사나, 그 옆에 앉은 홍비서가 마치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린다는 듯이 가만히 전방만 주시하고 있었다.

자신이 뒷좌석에서 여직원들을 가지고 놀 때 하던 행동들이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다.

“이, 이 개자식들이···!”

“개자식은 너고.”

신해수는 김청원 의원이 칠성회에 소속된 기업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자료를 찾았다.

게다가 방금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가 회사원들을 수족으로 두고 있다고 했다.

고로, 그는 칠성회 회원이다.

해수가 안광을 번뜩이며 그를 노려보았다.

“너 천선생의 개잖아.”

“다, 닥쳐라!”

순간 무슨 용기가 나서 이런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김청원은 자신도 모르게 포켓에 있는 만년필을 집어 해수에게 휘둘렀다.

턱-

해수는 쇄도하는 그의 공격을 팔뚝으로 막고, 다른 손으로 그의 목을 잡고 창문에 꽂았다.

콰장창!

“끄르륵.”

김청원은 그 한 방으로 눈알을 까뒤집으며 혼절했다.

해수는 손을 털어 피를 닦아내고는 앞을 보며 말했다.

“홍비서님, 갑시다.”

“···예.”

*  *  *

김청원의 죄목은 대충 찾아도 무수했다. 크게 살인교사, 뇌물청탁, 부정매매 등등.

해수는 김청원 사건을 황시목이라는 별명이 있는 동부지검 강지태 검사에게 맡겼다.

그는 올곧은 행동에도 불구하고 올해 부장검사로 승진해 있었다. 그만큼 유능하다는 것이다.

사건을 맡은 직후, 강지태 검사는 빠르게 움직였다.

국회의원에게는 특별한 법이 적용된다.

국회 회기 중에는 현행범이 아니라면 살인교사죄여도 체포가 불가능한 것이다.

체포를 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그것이 오히려 김청원에게는 독이 되었다.

아직 기사가 나기도 전에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김청원의 죄가 낱낱이 까발려진 것이다.

명확한 증거까지 제시되어, 그 누구도 김청원의 편을 들지 않았다.

[반대 0표]

“니네들은 이런다고 무사할 줄 알아? 후회하게 될 거다!”

김청원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협박하다 국회에서 쫓겨났다.

바로 검찰에 인계되어 조사를 받던 김청원은 칠성회 회원들에게까지 손을 뻗었다.

그러나, 천선생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정계의 사람이라고 해도, 천선생이 자리에 없는 지금 그를 도와주는 이는 없었다.

이때를 빌미로 공격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모두들 침묵했다.

“내가 니들을 위해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해왔는데!! 다 죽여버릴 거다. 다, 죽여버릴 거야!!”

악에 받친 김청원의 저주는 법정 내에서 공허하게 흩어졌다.

그의 뒷모습을 신해수와 안서은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추하네요. 권력욕의 끝이란··· 아버지도 저렇게 될까요?”

해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자식 잘못 둔 게 시발점이었죠, 안회장님은 그러실 일은 없을 듯합니다.”

해수의 말에 안서은이 살풋 미소를 지었다.

*  *  *

창문 밖에 푸르른 잔디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사무실.

그곳에 천선생이 깔끔한 수트를 입은 중년인과 함께 바둑을 두고 있었다.

천선생이 두자, 중년인이 바둑알을 들었다가 바로 두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미간에 주름이 깊다.

“김청원 의원 건 때문에 그렇습니까?”

중년인이 상념을 접고는 시선을 천선생에게 두었다.

“···국회는 그렇다 쳐도, 회원들도 그리 방치할 줄은 몰랐습니다. 실망이 커요. 아끼던 놈인데.”

천선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서서 그에게 등을 보이며 말했다.

“재벌들은 법보다 주먹을 무서워하는 법이지요. 제가 한 번 만나봐야겠습니다.”

중년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선생님께서 직접 말입니까?”

천선생은 대답없이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저 먼 곳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는 빌딩들이 보였다.

*  *  *

한편, 천선생이 말하는 재벌 사업가이자 현 칠성회 회원, 해수의 스파이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안회장은 TV를 보고 있었다.

거대한 화면에는 안서은의 얼굴이 모공까지 나올 정도로 크게 잡혀 있었다.

“또 보십니까?”

김비서가 와서 말을 걸었다.

안회장은 안서은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반대했지만, 지금은 벌써 수십 번째 보고 있었다.

김비서는 안회장이 권력과 재력 욕심을 한풀 내려놓자, 그 뒤로 이렇게 가족을 돌아보게 된 변화가 마음에 들어 전보다 더 진심을 다하여 그를 보좌하는 중이었다.

안회장은 서은의 얼굴을 보며 히죽 웃음지었다.

“원래 나 닮아서 잘난 줄은 알았는데, 화면빨을 잘 받아. 그렇지 않나?”

“예, 벌써 팬 카페도 생겼다죠.”

안회장의 고개가 살짝 돌아갔다.

“팬 카페?”

“네, 가입하시려고요?”

“흠흠, 그게 무슨, 애도 아니고···.”

안회장은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TV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TV에 서은이 나오는 걸 보니, 내 욕심으로 연예인 못하게 한 게 국가적인 손해가 아닌가 싶구나.”

“회장님 욕심이 아니라 본인께서 안 한다고 하셨는데.”

김비서가 팩트를 말하자 안회장이 미간을 좁히며 그를 보았다.

“퇴근 안 하나?”

“아, 가보겠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비서가 퇴근한 후, 안회장은 아무도 없는데 주변 눈치를 보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안서은 팬 카페]

딸칵

-우리 안대표님 출근룩

-안대표님 경호원 클라스

-우리 안대표님 예능 또 출연 안 하시냐?

-대성엔터는 뭐하냐? 안대표님 드라마 출연 안 시키고!

-안대표 사랑해!!

-안대표랑 결혼하려면 어떡케 해야하나요?

-안대표 사진 새삥 삽니다. 장당 5만

회원 3만 명을 소유한 꽤 큰 팬 카페다. 그곳에는 배경부터 게시판까지 안서은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안서은은 비연예인에다가 다른 셀럽처럼 별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지도 않아 그녀의 사진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

“이, 이 자식들이···!”

안회장은 눈에 불을 켜고 게시판 하나를 클릭했다가 가입을 해야만 볼 수 있다는 문구를 접했고, 자연스럽게 팬 카페에 가입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안서은이 여전히 엑시트 모바일이라는 게임을 즐겨 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카페에서 겜하는 안대표님(사진)

-엑시트에서 홍보 CF 찍자고 했지만 그딴 건 필요없다고 거절한 찐게이머  안대표님

-나 어제 엑시트에서 안대표님이랑 같이 파사했다

-나도 오늘부터 엑시트 한다

“엑시트···.”

안회장은 어렴풋이 예전에 서은을 감금했을 때 그녀가 하던 게임을 떠올렸다.

검색해보니 그때 그 게임과 동일했다.

“고작 게임이 뭐라고···.”

말과는 달리 안회장의 손가락은 엑시트 모바일 PC버전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게임이라도 같이 해보면 동일한 주제로 대화할 꺼리도 많이 생길 테고, 지금까지 멀어져 있던 관계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을까 싶어서다.

“음?”

“오.”

“흠!”

안회장이 의식을 못하는 사이, 창문 밖은 어두워졌다가 다시금 금빛 태양이 떠올랐다.

“회장님? 언제 오셨습니까?”

김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안회장은 그제야 자신이 밤을 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그래. 이 게임 회사가 어딘가? 생각보다 재밌군 그래.”

김비서는 안회장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가 모니터에 비친 엑시트 게임을 보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  *  *

각대장은 요즘 더욱 게임에 빠졌다. 최근에 엑시트 신규유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존 게임 유저로써 우월감이 한층 올라간 것이다.

그는 더욱 가까이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초보존에서 초보자들을 찾아나서 이것저것 도왔다.

-서으니짱: 오우 감사합니다! 각대장님 엄청 쎄시네요?

-안대표럽: 각대장님 감사합니다. 저도 얼른 키워서 각대장님처럼 강해졌으면 좋겠네요.

-서은냠푠: 와 세 번 죽었는데 각대장님은 한 방에 잡으시네, 최고!

“훙 후훙 훙훙~”

그렇게 우월감에 빠져 콧노래를 부르며 초보존을 거닐던 그때,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삐까뻔쩍한 장비를 착용한 캐릭터를 발견했다.

[서은최고]

그 역시 요즘 많이 보이는 속칭 ‘안서은빠’ 닉네임이었다.

그 레벨에 현재 착용 가능한 모든 캐쉬템을 둘둘 두르고 초보존을 학살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봤자 초보, 각대장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각대장은 저 오만한 초보의 콧대를 꺾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각대장: 서은최고님?

-서은최고: ?

각대장은 그의 반응에 움찔했다. 동일한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반응이 똑같다.

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차분하게 타자를 이었다.

-각대장: 딱 보니까 아빠카드 써서 캐쉬템으로 꽉꽉 채운 거 같은데, 내가 이 엑시트 초고랩 유저로써 초보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방관할 수 없어서 한마디 할게, 캐쉬템으로 쉽게 잡으면 이 게임의 묘미를 느낄 수 없어, 컨트롤로 승리하는 그 짜릿함과 보스를 잡고 먹은 아이템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그 재미!

각대장은 한창 꼰대냄새가 풀풀 풍기는 고인물식 챗을 남기고는 상대방의 반응을 살폈다.

전과 같은 반응이면 그냥 무시하고 사냥터로 갈 생각이었다.

-서은최고: 맞는 말씀입니다. 선생님, 요즘 사람들은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고생을 해보지 않아서 몰라요. 이거 내가 안일한 자세로 게임에 임했네요. 반성합니다.

“오옷?”

그런데 반응이 상당히 괜찮다. 각대장은 놀람을 금치 못하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각대장: 요즘 보기드문 올곧은 가치관을 지닌 젊은이네, 이미 지른 거 다시 되돌릴 수는 없으니, 내 특별히 지금으로써도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에스코트 해주지!

-서은최고: 바쁘실텐데 괜찮으시다면 부탁합니다. 선생님

각대장은 그를 중랩존으로 데려가 현재 전투력에 알맞은 사냥터들과 보스를 알려주었다.

-서은최고: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성함이나 전화번호라도 알려주시면 제가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드리겠습니다.

-각대장: 그저 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면, 그것으로 됐다.

각대장은 솔깃했지만 감히 초보에게 근엄한 초고랩 각대장이 모양 빠지게 무언가를 받을 수 없어 쿨하게 뒤돌아섰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려는 순간.

-하루살이: ?

최악의 인연과 마주쳤다. 각대장은 바로 무기와 방패를 빼들고 등으로 서은최고를 가렸다.

-각대장: 제자! 아무것도 묻지 말고 빨리 피해! 여긴 나한테 맡기고!

-서은최고: 그게 무슨···?

서걱-

그때, 하루살이가 쏜살처럼 각대장을 스치고 지나가 서은최고의 심장에 칼날을 박았다.

-서은최고: ···?

-각대장: 이, 이 나쁜 자식아!!!

각대장이 온갖 버프 스킬과 비싼 버프 물약, 주문서까지 모두 도핑하고 하루살이에게 덤벼들었다.

채쟁 챙! 푹 푹!

[각대장이(가) 사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결국 하루살이에게 살해당했다.

각대장, 곽반장은 흑백이 된 화면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하루살이··· 이 자식이.”

각대장은 분노했다. 자신은 그렇다 쳐도, 이제 막 초보의 티를 벗어나려던 자라나는 새싹을 무참히 짓밟은 하루살이의 무자비한 비매너 피케이에 진심으로 분노했다.

-각대장: 너··· 서은최고는 왜 죽였냐, 꼭 그렇게··· 다 죽여야만 속이 시원했냐?!!!

-하루살이: ?

-하루살이: 니 제자라며?

각대장은 그의 대답에 키보드에서 손을 떼었다. 자신 때문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될 걸, 자신이 제자라고 소리쳐서 그도 죽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분노가 식지는 않는다.

각대장은 다시금 전의를 불태우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각대장: 너 나와

-하루살이: 니가 마을이잖아, 나와

-각대장: 아니, 진짜로 나와, 너 얼굴 한 번만 보자, 난 주먹질같은 건 안 하니까 쫄지 말고

-하루살이: 안쫄? 콜

곽반장은 이를 갈았다.

하루살이는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것을 생각도 하지 않는지 허무할 정도로 쉽게 곽반장과의 약속을 수락했다.

둘은 게이머답게 휴대폰번호를 교환하지 않고, 게임 내 귓속말과 개인편지로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장소는 고봉문고 사거리에 있는 카페 앞.

마침 지역도 비슷했다.

곽반장은 막상 약속장소에 다가가니 마음이 복잡했다.

‘막상 만났는데 초딩같이 어린 놈이면 어떡하지? 꿀밤 한 대 쥐어막고 먹을 걸 사줘? 아니 그러긴 싫은데, 근데 의외로 덩치 큰 조폭이면··· 체포할까?’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마치 첫 소개팅을 가듯이 떨리는 마음으로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에 누군가가 먼저 와 있었다.

“어?”

그가, 아니 그녀가 곽반장을 보고 눈동자가 커졌다.

곽반장도 검지로 그녀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설마?”

“혹시?”

둘 사이에는 카페 배너 간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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