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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너무 강함-241화 (241/255)

< #241. 국회의원의 복수 >

신해수는 아지트 팀원들에게 음주운전 살인마 김안석과 그의 아버지 국회의원 김청원의 뒷조사를 맡겼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음주운전으로 중앙선을 넘어가 역주행으로 사고를 낸 것만으로도 무조건 실형이다.

그런데 집행유예라니, 분명 더러운 수작질이 있다.

신해수는 먼저 김안석 사건 기록을 받기 위해 해당 서로 향했다.

“아, 그 사건? 깔끔하게 끝난 건데 왜 이제 와서 그걸 보려고요? 뭐 그 부자가 티비라도 나온대요?”

고진찬.

사건 담당 형사가 아니꼬운 표정을 지으며 해수를 맞이했다.

해수는 그의 얼굴을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살이 뒤룩뒤룩 붙고 눈이 가느다란 것이 욕심 많고 뒷돈 쳐먹을 상이다. 해수는 관상이 과학이라는 말을 믿는다.

얼굴에 비해 반전이 있던 사람들도 오래 보면 결국에는 얼굴값을 했었다.

“그럴 수도 있죠, 어디 있습니까?”

“뭐 그렇게 억울하다고··· 쯧.”

담당형사는 자료보관실에서 한참을 밍기적거리다가 얇은 파일을 해수에게 내밀었다.

해수가 받으려하자 쏙 뒤로 빼며 말했다.

“이걸로 나 귀찮게 하지 마요. 이미 끝난 사건 건드리는 거 나 많이 싫어해, 내 말 명심해요. 신,해,수, 경위님.”

해수는 대답없이 손을 뻗어 그의 손에 들린 파일을 낚아채었다.

‘고진찬.’

해수는 그의 이름을 기억에 담았다.

*  *  *

신해수는 서에서 나와 차에 타자마자 바로 영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위 고진찬 털어봐, 김의원한테 뒷돈 받은 거 없는지.”

-옙썰, 오늘 오십니까?

“퇴근하고 간다.”

27억짜리 호화 아파트에 사는 국회의원 아들, 전세 3천짜리 허름한 건물 원룸에 사는 아줌마.

애초에 게임이 안 되는 승부였다.

그래서 상대방의 수작을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그냥 멍청한 건지 빈틈은 금세 찾을 수 있었다.

“고진찬 경위, 사돈에 사촌까지 뒤져봤는데 계좌로 받은 건 없고요. 가족 SNS보니까 와이프가 명품가방이 늘었네요. 3천짜리 한정판도 있고.”

“박봉형사 와이프가 3천만 원짜리 명품 가방이라···.”

해수가 팔짱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더없이 명확한 심증이다.

타다닥-

정영수는 어지럽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만지다가 말을 이었다.

“김안석 집유 내린 판사, 김의원 동창의 동생이에요.”

그 옆에서 온갖 인상을 쓰며 스쿼트를 하던 쪽새가 투덜거렸다.

“냄새 냄새 구린 냄새, 왜 이렇게 있는 것들은 더 더럽게 살지 못해서 안달일까?”

“그러게. 네가 웬일로 바른 말을 하냐, 점심 잘못 먹었나.”

영수의 이죽거림에 쪽새가 눈을 흘겼다.

영수와 쪽새는 동갑이지만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헛소리 말고 키보드나 두들기세요.”

해수는 사건기록 복사본의 한 구간을 펼쳐놓은 채 멈춰서서 고민에 잠겨있다.

‘혈중알콜농도 0.05가 역주행이라···.’

김안석이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고도 집행유예를 받은 판결문의 주요내용은 이러하다.

가해자 김안석의 충분한 반성, 이천 자의 사과문과 반성하는 태도, 더해서 혈중알콜농도가 낮다는 것.

반대로 피해자, 승준의 어머니는 통화를 하느라 전방주시태만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상황인데 피하지 못했다는 책망이 들어있다.

첨부된 자료만 봐도 확실히 중앙선을 넘었는데 어이가 없는 판결이다.

거기다 김안석의 차 블랙박스 메모리칩은 증거자료에 없었다. 기록을 보니 아예 고장이 나서 없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해수와 영수는 승준 엄마의 블랙박스 파일을 계속해서 돌려보았다.

김안석 사건을 독단적으로 판지 사흘 째.

“신형님이 말씀하신 혈중알콜농도 측정치, 조작된 거 확인했어요. 담당 형사 고진찬이 장난질 한 것 같아요. 여기, 여기보면 다 가짜야.”

영수가 또 하나 건졌다. 해수는 눈을 번뜩였다.

“경찰이면 가중처벌해야지.”

“이거 말고는 현재에는 별거 안 나오네요. 맨날 술 쳐먹고 여자 만나고, 그거 말고는 없는거같은데.”

영수는 온라인으로 김안석을 미행 중이었다.

오프라인으로는 쪽새와 하루가 붙었다.

밤 열 시가 다 되어가자 그 둘이 아지트에 복귀했다.

지친 얼굴에 힘없는 발걸음이 결과를 말해준다. 해수가 묻기도 전에 쪽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소파에 털썩 쓰러졌다.

“없어요 없어, 아무것도. 얼굴은 쌩양아친데 왜 이렇게 건전하게 노냐··· 아 건전은 아닌가.”

하루도 지쳤는지 1인 소파에 앉아 말없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쪽새가 돌연 벌떡 일어나 윗옷을 털었다.

“아 찝찝해! 이 씨!”

흙탕물이 옷에 튀었는지, 아랫부분 중 상당한 면적이 젖어 있었다.

“봉고차 그 나쁜 자식, 내가 나중에 빵꾸낸다.”

“봉고차 아니야, 빨간색 스포츠카야.”

하루는 입만 열고 여전히 멍한 눈으로 어딘지 모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누님이 어떻게 알아요?”

“니뒤에서 봤어.”

그들의 대화를 듣던 해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제야 허공에 고정되어 있던 하루의 눈동자가 움직인다.

해수는 성큼성큼 걸어가 영수의 의자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아까 그 장면.”

“넵.”

영수가 해수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재빨리 블랙박스 화면을 켰다.

“멈춰.”

승준 어머니가 사고나기 직전, 김안석의 차가 막 중앙선을 넘어오는 시점이다.

김안석의 스포츠카 앞에 차가 언뜻 스쳐간다. 은색 모닝이다. 번호가 끄트머리 한 글자만 안 보인다.

“이 차 차주 알아내봐.”

“네? 넵···.”

번호판이 딱 한 글자만 보여도 대장이 까라면 까는 거다. 기본급 천 만원에 인센티브까지 있고, 근무환경 자유로운 직업이 어디 또 있겠는가?

영수는 뒷번호 1부터 0까지 검색해보았다. 다행히 모닝이 딱 두 대 나온다. 그중에 은색은 한 대다.

해수는 곧바로 차주를 찾아갔다.

“강진서 특수팀 신해수 수사관입니다. 은색 모닝 차주 되시죠?”

20대 젊은 여성이 차주였다. 그녀는 형사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겁을 집어먹었다.

“네,네, 무,무슨 일이시죠?”

해수가 사건 관련 이야기를 하자 그녀가 기억난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기억나요! 저도 엄청 놀라서, 그때 이후로 무서워서 차도 못 끌고 나갔어요.”

순간 희망이 피어올랐다. 이미 사건 발생 후 반 년이 넘게 지났기에 기록이 소멸될 가능성이 컸는데, 차를 안 끌고 다녔다면 아직 남아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배터리가 나가는 것 때문에 시동을 끄면 블랙박스도 완전히 꺼지게 해놓았단다.

“그럼 잠시 기록 살펴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근데 그 사고당한 아줌마는 어떻게 됐어요? 많이 다쳤죠?”

해수는 그녀가 넘긴 메모리칩을 리더기를 이용하여 태블릿에 꽂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망하셨습니다.”

“···어머! 어떡해···.”

그녀가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동안 해수의 눈이 확 커졌다.

‘있다!’

최근 날짜 순으로 정렬하자, 파일 리스트 맨 위에 사고 발생 날짜 영상이 남아있었다. 정말로 사고 이후로 이 여자는 운전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이다.

어쩐지 모닝에 먼지가 많이 쌓여있다 싶었다.

-끼이이익 쾅!

-어머, 어머 어떡해! 사고났나봐, 어떡해···

그녀가 승준 어머니의 차를 스치고 지나가자마자 사고가 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해수는 조금 더 전으로 화면을 돌려보았다.

찍혀있다. 승준 어머니의 얼굴이.

휴대폰을 손에 들고있지 않다. 두 손이 정확하게 핸들을 붙잡고 있고, 입은 벌리고 있다.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까지는 보이지 않아도, 고개는 똑바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해수가 고개를 들어 여자를 보았다. 여자가 흠칫하며 한 걸음 물러났다. 해수는 말없이 그녀를 향해 엄지를 추켜들었다.

“···?!”

*  *  *

해수는 대성에서 붙여준 청렴하고 혈기왕성한 젊은 검사를 앞세워서 항소를 했다.

“형사에게 뇌물을 주고 혈중알콜농도를 조작한 점, 반성문을 대필한 점, 고인이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했었다며 거짓 진술로 고인을 능욕한 점 등, 그 죄질이 매우 나쁘고 교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여 징역 12년 형을 선고한다.”

김안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발작했다.

“이게 뭐야 씨팔! 야, 야!! 이게 뭔 개소리냐고!”

그가 판사를 손을 가리키며 욕을 하다가, 돌연 승준 부자에게 다가왔다.

“야, 야, 내가 돈 줄게 돈, 어차피 뒤진 사람 안 살아나잖아, 살 사람은 살아야지, 돈 준다고, 얼마 원해, 1억? 2억? 10억 줄게 10억!”

사람들이 다급히 말렸지만 그는 거칠게 뿌리치며 추태를 부렸다.

짜악-!

그때, 김청원 의원이 그의 따귀를 강하게 때렸다. 그러자 망아지같던 김안석의 행동이 거짓말처럼 멈추어 섰다.

“아,아버지···.”

“추하다.”

김청원은 그 말을 남기고는 바로 뒤돌아서 재판장을 빠져나왔다.

*  *  *

해수의 건물이자 아지트의 4층, 승준의 집.

승준의 아버지와 해수가 앉아있고, 승준이 싱크대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승준아빠는 그런 승준의 뒷모습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이고 승준아, 이 애비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지경이다.”

“아 좀, 거의 다 됐어.”

승준이 그제야 행주 두 개로 냄비 손잡이를 잡고 탁상 위에 냄비를 올려놓았다.

콩나물, 햄, 만두, 김치까지 들어간 라면.

고작 라면이지만 어떻게든 대접하고 싶어서 있는 것 없는 것 때려박은 요리다.

“나름 맛있어보이네, 형사님 먼저 드십시오.”

“아닙니다. 먼저 드십시오.”

승준 아빠가 먼저 먹고, 그 뒤에 해수가 먹고는 눈을 크게 뜨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승준을 보았다.

“어때요. 괜찮아요? 맛있어요? 맛없어요?”

해수는 말없이 엄지를 추켜들었다. 그제야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던 승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저렇게 웃을 줄도 아는 놈이라는 게 신기하다.

“형사님은 언제부터 히어로였어요?”

“히어로?”

승준 아빠가 되묻자 해수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히어로는 무슨, 아저씨 경찰이잖아, 당연히 할 일 하는 거야.”

“아, 맞아 다 비밀이지, 알겠어요. 형사님 진짜 감사합니다.”

그가 고개를 깊이 숙인다. 그 모습에 승준 아빠도 찡한 얼굴을 하다가 해수의 손을 두 손으로 소중하게 감싸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 은인입니다 은인, 펴엉생 잊지 않고 형사님 복 빌며 살게요.”

해수는 최대한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손을 빼고 라면을 마저 먹었다.

*  *  *

모든 건은 김안석이 독단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며 죄가 김청원 본인에게는 하나도 닿지 않았다.

그가 직접 움직였던 판사와의 친목은, 판사가 비록 만나기는 했으나 돈 한 푼도 받지 않았기에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그 아들은 죗값을 치르는 데 성공했으나, 김청원 의원은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이다.

김청원은 씩씩거리며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넥타이를 신경질적으로 풀어헤치며 말했다.

“저 바퀴벌레 새끼들, 어디 학교 다니는지, 어디 회사 다니는지 알아내.”

그의 뒤를 바짝 따라붙는 수행비서가 말했다.

“예, 해고 시킬까요.”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도 모르면서 대뜸 해고를 입에 담는다. 김청원 의원이 가진 권력이 그러하다. 말 한마디면 대한민국 회사원 중 95프로는 바로 해고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수행비서의 한마디로 청원이 자신의 위치를 다시금 인지하며 오만한 여유를 찾았다.

“그래야 쓰나? 천천히 말려 죽여야지, 회사 재정 횡령에 여직원 성추행 정도가 적당하겠어.”

“바로 진행시키겠습니다.”

김청원은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리고는 담배를 물고 불을 붙여 한모금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그 담당검사 그 자식도 알아봐, 어디 듣도보도 못한 놈이 겁도 없이 말을 따박따박 잘 하던데? 결혼은 했는지, 애는 있는지, 가족은 누군지, 사돈에 팔촌까지, 싹 다··· 씨를 말려버려.”

김청원의 말에 수행비서가 태블릿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다가 멈칫했다. 씨를 말려버린다는 말은 인생을 나락으로 보내는 복잡한 방법이 아닌, 깔끔한 처리를 뜻한다.

김청원은 다른 의원들과는 달리 그런 물리적인 힘도 갖추고 있다.

“예, 의원님.”

김청원의 눈빛이 살기로 넘실거렸다.

“건방진 하류인생 새끼들이··· 누굴 건드렸는지 똑똑히 알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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