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4. 긴급 체포 >
턱수염 사내가 사이다녀, 하루를 보며 실소를 흘렸다.
“아가씨, 뭐 태권도라도 좀 배웠어? 기세가 등등하네? 진짜의 쓴맛을 좀 보여줘야겠네.”
턱수염이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소매를 걷으며 계단을 내려왔다.
하루는 그가 가까워질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그가 손을 뻗자 젓가락을 마주 뻗었다.
하루의 젓가락이 사내의 손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겨드랑이를 파고들었다.
핏-
젓가락은 마치 송곳처럼 그의 옷을 손쉽게 뚫고 들어가 겨드랑이를 찌르고, 빠르게 빠져나왔다.
턱수염은 순간 겨드랑이에 찌릿한 통증을 느끼고 멈칫했다.
“무슨···.”
팍 팍 푹-
젓가락을 양손에 든 하루의 손놀림이 빠르게 움직였다. 턱수염의 팔꿈치 안쪽, 옆구리, 마지막으로 무릎 뒤를 찔렀다가 부러지며 젓가락 하나가 명을 달리했다.
턱수염은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두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았다.
하루는 기다렸다는 듯이 주저앉는 타이밍에 맞춰서 무릎을 들어올려 그의 얼굴을 찍었다.
퍽 쿵!
니킥을 정통으로 맞고 뒤로 나자빠지는 그는 뒤통수를 계단 모서리에 찍히는 2차 피해를 받았다.
턱수염은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몸 안에 가득했던 의기양양한 기세는 온데간데 없었다.
그저 정신이 없고, 이러다가 죽겠구나 온몸이 덜덜 떨렸다.
스윽
하루는 말없이 그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턱을 붙잡아 입을 벌리고는 계단 모서리를 무는 형태로 올려놓았다.
턱수염은 정신이 없어 그대로 그녀의 행동에 이끌려가다가, 돌계단에서 올라오는 싸늘한 한기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우으으!!”
퍼석!
늦어도 한참 늦은 반응이었다.
동시에 뒤통수에서 조그마한 발이 느껴지며, 아래턱이 밀리는 이상하고 끔찍한 감각과 함께 이빨도 몽땅 부러졌다.
“커허어억!”
뿌득
그가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 하루가 하나 남은 젓가락을 쪼개어 둘로 나눴다. 양쪽 끝부분이 훨씬 더 날카로워졌다.
발버둥치다 하루를 올려다본 그가 사색이 되었다.
그저 흔한 나무젓가락인데 그녀의 손에 들려있으니 그 어떤 흉기보다도 무서워보였다.
그녀의 행동에는 일말의 고민이나 감정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턱수염은 오랫동안 꽁꽁 숨겨두었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살려줘···.”
다물어지지 않는 입과 피범벅이 된 얼굴로 하루를 보며 두 손을 삭삭 빌었다.
그러나 하루는 마치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무심한 눈으로 턱수염을 내려다보며 나무젓가락을 들었다.
그때, 전자음이 적막한 계단에 울려 퍼졌다.
-또 죽이면 안 된다.
턱수염의 눈이 커졌다. 그 말인즉슨, 이미 이 여자가 다른 누군가를 죽여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누군가와 통신을 한다는 것은 팀이 있고, 이 여자는 전문가라는 뜻이다.
하루는 아쉬움에 아랫입술을 잘근 씹으며 날카로운 젓가락을 든 손을 아래로 추욱 늘어트렸다.
하루가 계단에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엎어져 있는 덩치 사내와 턱수염을 번갈아보며 고민하다가 위로 턱짓을 했다.
“올라가.”
그와 동시에 기절한 줄만 알았던 덩치가 후다닥 일어나 계단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턱수염은 그런 덩치를 소리없이 욕하며 뒤를 따랐다.
* * *
박선후가 사는 빌라 옥상.
우드득-
“아으아읍!!”
엄지가 빨래 짜듯이 뒤틀리자 턱수염은 입에 물려있는 재갈을 뜯어먹을 듯이 씹었다.
이미 덩치 사내는 옆에 대짜로 뻗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그의 열 손가락은 모두 가동 불가능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턱수염은 아직 네 손가락이나 남아 있었다.
하루는 옥상에 올라와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이렇게 손가락을 하나씩 매우 고통스럽게 꺾고 부러트렸다.
하루가 턱수염의 검지를 붙잡자, 턱수염이 발악했다.
“우우웁! 우우으!!”
하루는 그의 검지를 꺾으려다가 멈추고, 재갈을 살짝 풀어주었다.
재갈에서 벗어난 턱수염이 침을 튀기며 정보를 불었다.
“강주혁, 강주혁 형사! 산적같이 생긴 새끼, 그 새끼가 다 시켰어! 그 새끼가 다 관리해, 우리 하나만이 아니야!”
“강주혁?”
* * *
경찰서 지하에 있는 유치장.
산적같이 생긴 형사가 유치장 안에 몸을 움츠리고 누워있는 사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저 새끼 밥 안 주고 있지?”
“예, 물만 하루에 세 잔씩 주고 있습니다.”
“그래··· 슬슬 시작하면 되겠네.”
산적같이 생긴 형사 강주혁은 박선후를 유치장에서 끌어내어 사방이 꽉 막힌 깜깜한 취조실로 끌고 왔다.
선후는 힘없이 의자에 묶였다. 사흘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옆에서 계속해서 그가 마약 배달 유통원이라는 말만 들었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육체가 약해지면 정신도 혼미해진다.
선후의 동공은 초점이 미약하고 불안한 듯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턱-
문이 열리는 소리에 선후가 움찔했다.
마치 겁먹은 쥐새끼마냥 파르르 떠는 것이 단단히 겁을 먹었다. 이를 확인한 강주혁은 취조실로 들어와 테이블 위에 초코바 하나를 툭 내려놓았다.
선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것을 짚었다가, 바로 먹지 않고 고개를 들어 주혁을 바라보았다.
주혁이 벌레보듯이 그를 내려다보며 턱짓하자, 그제야 선후가 초코바를 허겁지겁 씹어먹었다. 기나긴 감금은 선후를 상당부분 망가뜨려놓고 있었다.
“자, 우리가 이제 진실을 얘기할 때가 되었어, 니가 마약 유통책이지? 베트남 새끼들한테 받아서 한국 약쟁이들한테 비싼 값에 팔아넘겼잖아, 맞지?”
초코바 껍질까지 혓바닥으로 핥아먹던 선후가 멈칫하더니, 그것을 내려놓고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협박당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대로, 어느날 퀵을 받았다가···.”
탁-
강주혁이 노트북 화면을 소리나게 덮었다. 그러고는 선후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어떻게 니네는 변하는 게 없냐.”
“···네?”
“전형적인 유통책 쥐새끼들 변명이잖아, 내가 너랑 똑같은 말만 올해 열 번은 들었어, 좋은 말로 할 때 인정해, 니가 유통이잖아.”
“전 정말 아닙니다! 저는 시켜서···!”
“안 되겠구만, 최형사!”
강주혁의 외침에 밖에서 한 형사가 들어와 cctv를 돌리고 녹취를 껐다.
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계를 풀었다.
“일단 좀 맞자.”
“형, 형사님! 악!”
쾅!
주혁이 테이블을 밀어 선후를 넘어트리고, 다가가 무자비하게 발로 밟기 시작했다.
묶여있던 선후는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고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퍽 퍽 퍽!!
“악! 아윽!!”
“왜! 말을! 안 쳐들어! 꼭! 쳐맞아야! 알아들어?!”
그가 흥분을 참지 못하고 선후의 머리통을 철제의자로 내리찍으려고 할 때였다.
쾅!!
취조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무언가가 날아왔다.
퍽!
“아.”
강주혁의 등에 무언가가 부딪혔다. 돌아서니 최신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는 인상을 무섭게 찌푸리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어떤 개새···.”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취조실 문으로 다른 사람이 들어올 틈이 없게 꽉 막고 있는 자는, 이전에 마주쳤던 박선후의 지인이라는 형사, 신해수였다.
해수의 뒤로 다른 형사들이 그를 끄집어내려고 낑낑거리지만, 해수의 몸은 바위처럼 끄떡이 없었다.
“어어어!”
해수가 몸을 한 번 비틀자, 그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형사 두 명이 뒤로 쓰러졌고, 그 틈에 해수는 취조실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문고리에 철제의자를 걸어놓았다.
그러고는 산적 형사 강주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되는데, 너는 안 돼.”
“···뭐?”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강주혁이 굳어있는 사이, 해수는 대답없이 그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손을 휘둘렀다. 그가 반사적으로 철제 의자를 들어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퍼억!
강주혁의 몸이 옆으로 쓰러지며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주혁은 그 한 방에 공격의지가 확 꺾였다. 무슨 따귀 한 방이 1.5톤 트럭에 교통사고를 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해수는 그의 멱살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번쩍 들어올렸다. 마치 어린 신생아를 드는 것마냥 가벼운 손짓이었다.
“경찰이, 그러면 안 되지.”
쩌억!
“커헉, 자, 자, 잠깐, 내가···!”
“경찰이, 그러면 더 혼나야지.”
쩌억! 쩍!
상황에 대해 말할 틈도 주지 않았다.
해수는 손바닥과 손등으로 번갈아가면서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는 금세 얼굴이 걸레짝처럼 변했다.
두 눈의 실핏줄은 모두 터져 피눈물을 흘렸고, 바닥에는 누런 옥수수알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콰앙!
그때, 억지로 막아뒀던 문이 거칠게 열리며 형사들이 들어와 테이저건을 들이밀었다.
“꼼짝 마!!”
“너 경찰서에서 뭐하는 거야!”
해수는 그제야 강주혁을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어 보여줬다. 영장이다.
“긴급 체포 중이다. 니네도, 같이 가야지.”
* * *
“오,오빠···!”
“···이리와.”
박선후가 해수에게 구해지고 집에 돌아갔을 때, 와이프를 보자마자 바로 성큼성큼 다가가 확 껴안았다.
걸을 때마다 욱신거리고, 배가 주리고 힘이 없지만, 와이프 앞에서만큼은 힘을 쥐어짜 당당하게 걸었다.
“미안해, 걱정 많았지?”
굶주리고 흠씬 두들겨맞고, 지옥같은 사흘을 보냈지만, 선후는 와이프에게 사과를 먼저 건넸다.
와이프는 한참을 말없이 안고 있다가 손을 들어 선후의 얼굴을 만졌다. 아니, 만지면 아플까 봐 1센티쯤 떨어져서 그 상처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오빠가, 후배는 참 잘 뒀어, 이제 우리 진짜 괜찮대.”
“···후배?”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그녀의 뒤로 김지안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지안의 품에는 젊은 부부의 아기가 안겨 있었다.
지안은 선후에게 다가가 아기를 내밀었다.
“우리 아기, 우리 보물···.”
선후는 후에 지안에게 자초지종을 모두 들었고, 이마에 상처가 날 정도로 큰 절을 하면서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박선후에게 작업을 한 턱수염 일당의 뒤를 봐주는 형사는 강주혁만이 아니었다.
그로 인해 연결된 것인지는 몰라도, 그와 함께 하는 마약반 2팀 형사들 세 명이 연루되어 있었다.
그들은 달에 500, 700 정도씩 수금을 받으며 마약유통을 오히려 도왔고, 단속이 있을 때는 미리 알려주었다.
그리고 위에서 실적이 없다고 쪼으면 지금 박선후처럼 무고한 사람을 작업하여 실적까지 좋았다.
신해수는 아지트 팀을 통하여 해당 사건의 정보를 수집하고, 짬이 날 때 오갱에게 말하여 특수팀이 단 번에 일망타진했다.
턱수염 일당의 뒤에도 분명히 누군가가 있지만, 아직 확인을 하지 못했다.
일단 박선후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마약반 쓰레기 형사들을 잡는 것에 집중하여 영장부터 받은 것이다.
[마약반 형사, 알고보니 마약 대부?]
[마약반 형사, 범인 조작까지, 무고한 범죄자 11명]
┗진짜 본문에 방법 들으니까 졸라 무섭다 나도 그냥 당했을듯
┗씹개쓰레기새끼들 다 사형해라!!!
┗이 ㅈ한민국은 저래봤자 직무해제에 뭐 집행유예 한 2년 때리고 끝나겠지
┗아니 그러니까 얼굴 좀 까라고, 왜 피해자 얼굴만 까고 범죄자 형사 새끼들은 모자이크 함?
┗그와중에 피해자 박모씨 존잘인데?
┗(사진)와 씨 산적인줄, 누군진 모름 그냥 놀라서 가져옴
┗존나 역겹게 생겹네
┗대한민국 견찰 진짜 잘 돌아간다
┗무슨 90년대 수사법인줄, 아직도 이런 일이 실존하는구나, 개새끼들···
대한민국에 선생, 경찰, 검사, 종교인과 같은 도덕적인 잣대가 엄격한 부류가 있다.
그런 자들이 범죄를 지으면 이름이 아니라 직업으로 기사가 나간다. 그리고 기자의 의도에 맞게 조회수도 훨씬 더 높아진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크기에 비해서 화제성이 높았다.
의도가 어떻든, 화제성이 높은 게 언제나 안 좋은 건 아니다.
덕분에 박선후가 정신적, 신체적, 그리고 일을 하지 못했던 기간, 앞으로도 치료를 위해 일을 하지 못할 기간까지 합쳐서 아주 이상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 * *
어두운 사무실.
새하얀 양복을 입고,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사내가 사과 하나를 들고 있다.
“양치도 잡히고, 그 산적도 잡혀들어갔다고?”
“예, 사장님.”
우드득-
안대 사내의 손에 들려있던 사과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으깨졌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사과즙이 흘러내린다.
사내는 사과즙을 혓바닥으로 핥으며 말했다.
“가만히 있으면 이 한가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