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9. 황장수 고용 >
[오의원 납치, 경찰 대규모 살해 괴한들이 범인?]
[오의원 납치, 광수대와 합동수사팀의 활약으로 구출 성공]
[오의원 납치극, 정의의 승리]
┗나 이거 실시간으로 봤다 개꿀 영화한편 뚝딱
┗나도, 경찰이 줄 끊었을 때 카타르시스 폭발했다. 함성소리 월드컵 4강 진출한 줄
┗와 구해서 망정이지 만약 떨어졌으면 어쩔 뻔했어, 전국민 보는 앞에서 머가리 으깨진 시체가 뙇/ 세계 최초 전국민 앞에서 사형당한 국회의원 세계일보 1면에 뙇!
┗미친 개싸이코새끼야 구했잖아 그딴걸 왜 상상해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링크)사건 현장에서 억울하게 차 파손된 차주입니다. 국민 혈세 먹는 소방차가 이래도 됩니까? 보시고 서명 부탁합니다. 우린 정말 억울합니다. 법적으로 보상도 얼마 못 받는다고 합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응 오랜만에 옳은 일 하네 우리나라
┗응 쓰레기 인증 꺼지시고
┗와 진짜 멋있긴 하다 경찰들
┗이거 다 주작임 아직도 믿는 새끼들 있냐?
┗그와중에 방송 키는 너튜버들 bj들 진짜 개역겹다 토나온다 싹 다 전염병 걸려서 뒤졌으면
┗방구석에서 누구 뒤졌으면 뒤졌으면 하는 니인생이 레전드
┗신형사님은 진리다. 신형사님을 국회로. (턱 일동)
사건 자체가 터지기 전부터 수많은 관심이 쏟아졌던 만큼, 그리고 구해지는 과정도 극적이니만큼 전국민의 관심이 해당 사건에 집중되었다.
해당 사건을 맡은 형사들에게도 인터뷰 건이 쏟아졌지만, 특수팀은 그 모든 것을 광수대에게 맡겼다.
광수대 형사들은 그 와중에 두 명이 치명상을 입어 긴급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 있는 상태였다.
광수대 본부 취조실.
신해수가 얼굴이 망가진 사내와 테이블을 가운데에 두고 마주앉아 있다.
“나 혼자 벌인 일입니다. 증거도, 자료도 전부 있습니다.”
해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많이 잡아봐야 20대 중반, 그 역시 다른 회사원들처럼 지문이 뭉개져 있었다.
해수와 눈을 마주하던 사내가 고개를 돌려 새까만 창문을 보며 말했다.
“담당형사님 좀 바꿔주십시오.”
해수는 피식 냉소를 흘리고는 입을 열었다.
“내 얘기는 어디까지 들었나?”
“···당신이 누군지 모릅니다.”
“그래, 그렇겠지. 근데, 너희는 날 몰라, 너희는.”
해수는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사내에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 절대 이길 수 없어, 오늘처럼.”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던 사내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렇게 해수는 사내에게 무언가를 자세히 캐묻지도 않고 취조를 금방 끝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건진 게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가 최초로 숨어있던 건물 주변에서 버려진 휴대폰을 발견한 것이다. 나름 부수긴 했지만 기적적으로 데이터칩은 멀쩡했다.
물론 휴대폰에는 통화도 문자도 아무런 기록이 없었지만, 포렌식으로 다시 살려내어 문자를 열람할 수 있었다.
발신번호도 제한이 되어있어 상대의 휴대폰 번호를 알아낼 수는 없었으나, 적어도 그 사내가 이번 사건 동안 천선생과 직접적으로 마주한 적은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 * *
“3198번, 들어가.”
오의원 납치범은 예의 그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배정된 방으로 들어가다가 멈칫했다.
한 덩치 큰 남자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고, 그 뒤로 날렵한 근육을 지닌 남자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다가 멈추어 섰다.
인기척을 느낀 덩치 큰 남자의 눈이 살며시 뜨였다.
“헙!”
납치범이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 남자, 마실장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반갑다. 어서 와라.”
* * *
오의원 납치 사건 이후, 오의원은 물론 다른 국회의원들도 경호원을 대폭 늘렸다.
그런데 그와는 관련이 없는 대기업 회장들도 경호를 강화시킨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서울 한마음 병원 VIP실.
“아빠, 진짜 어디 웬만하면 나가지 말고··· 아, 불안해 죽겠네.”
“아빠는 괜찮아, 지금도 이렇게 살아왔잖아?”
“아이 정말, 어떻게 괜찮냐고. 그 사람 봤잖아, 막 날아다녀···.”
오미연은 걱정스런 얼굴로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연스레 해수를 보았다.
그런 실력자들도 한 방에 제압하는 해수가 자신의 아빠를 경호해준다면 얼마나 안심이 될까 싶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아쉬워했다.
그런 마음을 아는 오의원이 딸을 토닥이며 말했다.
“괜찮아 정말로. 내가 그 사람을 잘 아는데, 그는 날 다시 건드리지 않을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그때 해수가 끼어들었다.
“맞습니다. 그래도 만에 하나를 대비하여 경호원을 붙여야 하지만, 그는 의원님의 패는 이미 쓸모를 다했다고 생각할 테니 위험을 부담하면서 다시 사용할 일은 없다고 봅니다.”
오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는 실패한 계획을 또 들여다보는 사람이 아니거든.”
확신에 찬 두 남자의 말에도 그 중간에 낀 오미연은 그저 걱정 가득한 눈을 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해수는 오미연을 보았다가 오의원에게 시선을 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그 자를 꼭 잡아서, 불안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겠습니다.”
“그래주면야··· 나는 고맙지, 항상, 고맙네···.”
오의원은 돌연 해수의 손을 덥썩 잡고는 오미연에게 말했다.
“우리 딸, 잠깐 바람 좀 쐬고 와라.”
“···응? 아, 네···.”
미연은 눈치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나갔다.
미연의 뒷모습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던 오성주 의원은 이내 해수에게 시선을 돌리며 긴밀하게 물었다.
“혹시, 이번에도 범상치 않은 방법으로 날 구했나?”
“······.”
오성주 의원은 예전에 해수에게 구함을 받은 적이 있고, 그때는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구하여 죽을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에 해수의 능력을 대충이나마 눈치 챘었다.
하지만 오늘의 해수는 침묵했다. 오의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그러기에는 다른 기억이 없으니··· 이거 실례했네.”
“아닙니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래, 그래서 말인데, 자네 우리 딸 미연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
“내 딸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어른들한테도 잘 하고, 뭐든 열심히 하고, 능력도 있고, 정말 예쁘지 않은가?”
이것이 본론이었던가?
오미연이 방금 나간 문을 바라보는 오성주 의원의 눈빛에는 하트모양이 보이는 듯했다.
“예, 예쁩니다. 강력반에서도 예쁨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자네는?”
“저는···.”
순간 해수의 머릿속에 누군가가 스쳐지나갔다. 해수는 눈을 들어 오의원과 마주하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좋은 후배라고 생각합니다.”
“어허, 그렇구만, 이거이거, 일만 잘 하지, 눈이 영 별로구만!”
오의원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해수를 나무라고는 천선생에 관하여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 *
공기가 상쾌한 고급 저택.
천선생은 서재에 앉아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똑똑
“영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눈썹 양쪽 끝이 살짝 내려온 선한 인상의 사내가 들어왔다. 그가 가까이 오자 천선생은 리모콘으로 음악을 정지시켰다.
“오의원 건은 실패했고, 양1호는 수감되었습니다.”
천선생은 고개를 천천히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패라니, 이 정도면 준수한 성공이지. 나는 실패하는 계획 따위 세우지 않아.”
“죄송합니다.”
“그래서, 또 신해수라고?”
“예.”
영이라는 사내가 대답하며 천선생 앞에 테블릿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천선생이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
“······.”
영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기에 대답할 수 없었다.
“백화점에서 갑자기 여기로 갔어, 심지어 소방차에 현장 경찰에게 협조까지 구하고.”
현장이 긴급을 요한다면 소방차와 현장 경찰에게 협조를 구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천선생의 의심을 산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는 검지로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시간을 봐, 이때는 아직 오성주를 매달지도 않았던 때 아닌가?”
“···그렇습니다.”
천선생은 검지로 턱을 매만지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이상해···이상하단 말이야, 꼭 미래를 알고 움직이는 것처럼···.”
“······.”
영은 천선생의 말이 헛소리로 들렸지만, 감히 입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때 천선생이 고개를 홱 돌려 영을 보며 말했다.
“신해수가 담당했던 사건 기록 싹 다 가져와, 지금처럼 자세하게, 모든 정보를 시간별로 정리해서.”
영은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선생님.”
* * *
어두운 회의실.
빈 의자에 홀로그램이 생겨났다.
그림자처럼 새까만 인영들이 저마다 의견을 토로했다.
-···이건 분명 경고에요 경고, 천선생의 경고.
-누가 그걸 모르나, 이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그걸 정하자고 모인 거 아니요?
-참나, 일선에서 도망쳤으면 그대로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숨어있어도 왕노릇은 하겠다고 이딴 경고나 하고.
-천선생 무식한 거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무지막지한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아니 근데 이게 왜 우리를 향한 경고라고만 생각하는 거야? 신해수랑 마실장한테 하는 거일 수도 있잖아.
-오성주 죽이는 게 그 둘한테 경고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 머리로 어떻게 사장이 됐지? 이래서 여자는 집구석에만 박혀 있어야 해.
-뭐라고? 당신 부랄 뜯기고 싶어?!
-자자 그만들 하시고, 그래서 다들 어떻게 대처하실 겁니까? 대충 생각해둔 게 있을 거 아니에요?
사회자 역할을 하는 차분한 어조의 목소리에, 지금까지 아무 말이 없었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이 경고가 무조건 우리 싹 다 죽인다는 말은 아닌 것 같아요. 말 그대로 경고는 다음부터 잘해라, 이런 거 아닌가요. 전 이제부터 천선생님 눈밖에 나는 짓은 안 하려고 합니다.
-허헛
-허, 참, 지 혼자 살겠다? 아주 충신 나셨네.
-충신이고 뭐고, 목숨보다 귀한 게 있나요?
-아무리 천선생이라고 해도 이제 마실장도 없으니 날개 잃고 이빨 빠진 호랑이입니다. 나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 경호원들 24시간 고용했고요. 무슨 일이 있어도 맞설 겁니다.
-후···
-아무튼, 다들 천선생에게 어떻게든 접촉이 오면 공유하는 겁니다.
-예, 뭐.
-알겠습니다···
삑, 삐빅 삑-
전자음과 함께 하나 둘씩 그림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어두운 회의실 불이 켜지며 한 중년인과 신해수의 모습이 드러났다.
해수가 빈 의자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천선생이 무섭긴 무서운가 봅니다.”
해수의 말에 대성그룹 회장 안기원이 의자에 몸을 파묻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혜성같이 나타나··· 자신보다 경험도 재력도 월등한 사람들을 짓밟고 치솟더니, 정상에서 20년 동안 우리나라를 쥐락펴락했던 인물이야. 두렵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그렇군요. 회장님도 두려우십니까?”
“나? 허허.”
안회장은 너털웃음을 짓다가 정색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안서은씨에게 경호원을 열 명이나 붙이셨군요.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안서은 얘기에 안회장의 입가에 바보같은 미소가 지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명석한 두뇌로 눈에 들었던 아이, 그보다 더 뛰어난 미모로 스타성까지 있어서 대성의 이름을 알리는데 톡톡히 한 몫을 한 딸.
막내딸이지만 안회장의 마음 속에는 그녀를 내심 후계자로 점찍어둔 상태였다.
“전혀, 우리 딸 손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야.”
“숫자가 모든 걸 해결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경호에 혼선이 오고 방심을 일으켜 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근접 두 명, 간접 두 명으로 줄이시고 근접에 제 친구를 넣으시죠.”
안회장이 살짝 미간을 좁히다가 해수 친구라는 말에 고개를 돌려 얼굴을 마주했다.
“자네 친구?”
“혼자서 웬만한 회사원 두세 명은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정말?”
“예, 제가 보장합니다.”
안회장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나는?”
“회장님은 회장님이 알아서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