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223화 (223/255)

< #223. 협박은 이렇게 하는거야 >

앞에 여덟, 뒤에 일곱, 총 열 다섯 명.

어디서 구했는지 각목과 알루미늄 방망이까지 들고 있다.

이 정도의 폭력성은 처음 보기에 황지구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그에 반해 황장수는 여유롭게 손목을 풀며 미소를 머금었다.

“특수폭행까지, 생각보다 더 쓰레기였네.”

정남수는 장수를 노려보며 이죽거렸다.

“아재, 유언은 그게 끝? 이제 그만 뒈져!”

“죽여!”

겁 없는 고등학생들이 열 명 넘게 모이면, 게다가 손에 무기까지 쥐어주면 이성적인 판단이 매우 흐려진다.

생전 처음 무기를 사람에게 휘두를지라도, 이 이후에 어떤 죗값을 감당해야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누구든지 다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에 용기가 백배 폭발한다.

쳐맞기 전까지는.

쩌억!!

맨 먼저 달려들었던 학생이 각목을 절반쯤 휘둘렀을 때,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리치가 긴 황장수의 손바닥이 학생의 얼굴을 덮쳤다.

학생의 각목은 저 멀리 날아가 다른 학생의 어깨에 부딪혔고, 학생은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았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쿠웅-

그 압도적인 한 수에, 용기 백배였던 학생들의 움직임이 한 순간 정지 상태가 되었다.

“크륵, 끄르르.”

바닥에 엎어진 학생은 기절이라도 했는지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었다.

황장수는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정남수를 보며 목관절을 풀었다.

“왜, 벌써 쫄았어? 에이 안 되지, 얼른 들어와, 니네 대가리수 많잖아, 혹시 알아? 로또 확률로 니네가 이길지?”

“뭐, 뭐라는 거야! 야 밟아! 밟으라고 씨발!”

아직 한 명만 당했을 뿐이다. 사기는 꺾였지만 용기가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정남수가 먼저 무기를 들고 앞장서자 그를 쫓아 네다섯 명이 따라 나왔다.

그러나 전처럼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각목 끄트머리를 잡고 최대한 멀리서 황장수를 찌르려고 했다.

힘도 제대로 받지 않아서 찔려봤자 아프지도 않은 공격, 장수는 손을 뻗어 각목을 잡아채어 확 당겼다.

각목을 쥐고 있던 학생이 제때 놓지 못하여 딸려 들어왔고, 장수는 그의 멱살을 잡아 반대편에 던졌다.

“어어어!”

“으어어!”

후웅- 쿠당탕!

한 손으로 던졌는데도 학생은 몇 미터를 날아가 다른 학생들을 덮쳤다. 그 공격으로 각목 학생을 포함하여 총 네 명이 넘어졌다.

장수는 손을 탁탁 털며 불만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놈들은 어른 앞에서 흉기까지 들었으면 빨리 빨리 들어올 것이지, 눈싸움만 할 거야? 얼른 들어와, 아니면 흉기 내려놓고 무릎 꿇고 손 들던지.”

“개소리하지마!”

친구들이 공포에 잠식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정남수는, 욕을 지껄이며 먼저 앞으로 나가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툭-

남수의 야구방망이가 황장수의 몸에 닿기 직전, 장수의 가벼운 잽이 남수의 코를 때렸다.

“어-”

남수는 이상했다. 분명 약하게, 가볍게 맞았는데 눈물이 핑 돌고 머리가 어지럽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시야가 낮아진다.

쾅!

황장수는 왼손 잽 이후 오른손 훅을 휘둘렀다. 장수의 큼지막한 주먹이 정남수의 얼굴에 정통으로 꽂혔다.

그는 몸이 붕 떠서 저 구석 골목 벽에 강하게 부딪혔다가 스르르 쓰러졌다.

그 엄청난 파워에 학생들은 공격의지를 잃었다.

장수가 다음 사냥감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을 때, 그와 시선을 마주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철커덩 타닥탁-

한 명이 흉기를 내려놓으니, 다른 학생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흉기를 내려놓았다.

장수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갱생의 의지가 보이는 놈들이 꽤 있네, 잘했다. 야 지구야, 잘 찍고 있냐?”

장수가 뒤돌아서 지구를 보자,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던 지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몹시 얼떨떨해보였다.

“네에···.”

지구는 아까 정남수를 뒤따라가면서 황장수가 했던 말을 실천하는 중이었다.

-이따 뭔 일 나면 동영상 찍어라잉.

“그래도”

“무기 든 건”

“선 넘었지.”

퍽-

남은 학생들은 장수의 말대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었고, 장수는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손바닥으로 머리를 한 대씩 내리쳤다.

살살 건드리는 것 같지만, 손바닥이 워낙 묵직하여 학생들의 머리가 휘청거렸다.

한 명도 빠짐없이 머리를 내리친 장수가 뿌듯한 얼굴로 돌아서서 지구에게 말했다.

“이제 반격의 시간이다.”

“네?”

*  *  *

경일경찰서.

황장수는 바로 경찰에 학생들을 넘겼다. 무기가 현장에 있는 그 자리에서 바로 체포되어야 형량이 터무니없이 경감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을 때는 무조건 현장에서 즉시 신고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장수는 알고 있었다.

무려 집단 특수폭행이라는 강력한 혐의였지만, 모두 미성년자에다가 초범, 가장 중요한 피해자가 피해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크게 작용하여 솜방망이같은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를 예상했는지 정남수는 분노어린 표정으로 황장수와 지구를 노려보고 있었다.

“학생, 학생! 어딜 그렇게 봐? 학생이 지금 뭘 얼마나 잘못했는지 아직 모르겠어?”

남수는 고개를 돌려 형사를 노려보며 물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뭐? 이게···!”

“내가 씨발, 저새끼들이 맞을 짓을 해서 패려고 했는데 뭘 잘못했냐고?!”

남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러자 형사가 욱하여 같이 일어나 서류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어딜 이 새끼가 형사한테! 앉아, 앉아!”

그때, 저 멀리에서 굵고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우리집 귀한 아들 머리를 때려!!”

형사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는 풍채가 있는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눈이 부리부리하니 한 성깔 하게 생겼다.

그의 뒤에는 깔끔한 수트를 입은 남자 두 명이 따르고 있었다. 모양새로 보아하니 변호사인 듯보였다.

“야! 2022년에 경찰이 경찰서에서 학생을 때려? 당신 짤리고 싶어?!”

정남수의 아빠로 보이는 중년남성과 그 뒤에 있는 변호사들을 힐끔 보던 형사가 금세 머리를 조아렸다.

그의 얼굴이 똥밟은 듯 일그러졌다.

“아··· 그, 죄송합니다. 이 학생 아버님 되십니까?”

중년남성은 형사의 말을 무시하며 정남수에게 다가가 따귀를 갈겼다.

“넌 새끼야!”

짜억-!

“아버님!”

“어이쿠, 말려라 말려!”

형사들이 말리자 그제야 씩씩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넌 좀 있다가 집에서 보자, 어이, 여기 서장 좀 보자 그래.”

“네? 서장님이요?”

“그래! 나 정의찬 왔다고, 서장 나오라고 하라고!”

이름을 얘기하며 너무 당당하게 서장을 부르자, 형사들은 그가 서장과 막연한 사이이거나 갑을관계로 추측하고 더 저자세로 나왔다.

그 뒤로도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이 줄줄이 들어왔고, 마치 무기를 들고 떼거지로 덤비려던 학생들처럼 학부모들도 인원이 많아지자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곳에서 2차 폭행이 가해졌다.

“아니 개미새끼 한마리 못 잡는 우리 아들한테 뭐? 각목으로 사람을 패려고 모였다고? 그게 말이야 방구야!”

“그러니까, 딱 보니 저 아저씨가 깡패네 깡패, 아니 요즘 경찰은 머리가 안 돌아가나? 딱 봐도 각이 나오는구만, 엄한 애들 잡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거기 깡패, 각오해. 우리 애 얼굴 이렇게 만든 거,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 테니까.”

황장수는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예, 마음대로 하세요.”

보다 못한 형사들이 지구가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었지만, 그것마저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거 누가 찍은 건데? 쟤가 찍은 거라며? 조작이네 조작, 이게 공정한 수사에요?”

그렇게 말이 통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자기 자식만 감싸는 학부모들을 뒤로 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형사 한 명이 황장수와 지구를 긴히 불렀다.

표정부터 죄 지은 표정이,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되었다.

“저··· 음, 그게, 일단 현장 체포도 했고 증거가 확실한 만큼 기소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형사양반, 길게 끌 거 없이 본론만 얘기해요. 나도 친한 친구가 형사라서 대충 다 압니다.”

“아··· 예, 일단 수사 기간 동안에는 도주의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서··· 오늘은 다들 돌려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구가 놀란 마음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황장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뭐, 대한민국 법이 그렇다면 따라야지, 우리도 가도 됩니까?”

“예, 나중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예, 수고하십시오.”

황장수와 황지구는 경찰서에서 나와 그의 집으로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황지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각목과 야구방망이로 집단폭행을 하려던 학생들을 다시 그대로 풀어준다.

거기다 오늘 그 정남수의 충격적인 행동에 겁을 잔뜩 먹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아저씨··· 남수가 나 죽이면 어떡해요?”

“그럴 일 없어, 걱정 마.”

“아저씨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난 무서워 죽겠는데!”

장수는 걸음을 멈추고 지구의 어깨를 붙잡아 돌려세우고는 눈을 마주했다.

“그런 행동 조금이라도 보이면, 내가 진짜 죽일 거니까.”

지구가 눈을 끔벅였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살기 가득한 말이, 지구는 이상하게도 안심이 되었다. 마음이 얼어붙기는커녕 따뜻해졌다.

지구는 먼저 앞장서서 가는 황장수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쩌면, 진짜 숨겨져 있던 내 삼촌이 아닐까?’

*  *  *

경찰서에 신고한 만큼 학교 측에서도 전달이 되었고, 황장수는 이때다 싶어 더욱 몰아쳤다.

“···학폭위요?”

학교폭력위원회를 두 번이나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경험이 있던 지구였다. 그래서 학폭위를 다시 요청하는 것에 회의적이었지만, 장수가 눈을 반짝이며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휴대폰에는 지구가 괴롭힘당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이,이게 뭐에요? 누가 찍은 거에요?”

“어, 한치.”

“한···성이?”

“어어 아무튼 걔.”

한성은 구석에 앉아 없는듯이 행동하는 아싸 중에 아싸 학생이었다. 황지구와 말 한 번도 섞은 적이 없었다.

“걔도 아저씨랑 같은 팀이에요?”

“아니, 같은 편 만들었지. 너 돕고싶다더라.”

“아···.”

지구는 감동에 빠져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남수와 패거리, 그들의 갑질을 찍는다는 것은 언젠가 들키면 복수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그것을 감수하고 이렇게 많은 영상을 찍은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구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황지구는 이 동영상을 학교측에 제출하며 학폭위를 요청했고, 드디어 학폭위가 열렸다.

정남수와 그의 패거리 4명은 아직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날에는 부모와 함께 소환되었다.

학폭위 당일.

교무실과 붙어있는 상담실에 황지구와 정남수를 포함하여 학생 다섯 명, 학부모 여덟 명과 교감선생님, 담임선생님이 와 있었다.

지구 뒤에는 지구의 아버지와 황장수가 서 있었다. 전날에 황장수와 지구가 아버지에게 현재 상황을 미리 말 한 상태였다.

경찰서에서도 그랬지만, 가해 학생의 부모들은 자식들의 행동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적반하장식으로 나왔다.

“학생, 애들이 크면서 다들 이 정도 장난은 치는 거지, 이걸로 지금 뭐하자는 거야? 우리 선웅이가 그렇게 싫어?”

며칠 전 집단폭행 미수 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 예정되어 있는 정남수와 그의 아버지도 참석했다.

정남수의 아버지 정의찬은 황지구를 내리깔아보며 말했다.

“하여튼 못배우고 못사는 것들하고는 어울리는 게 아닌데, 엄한 내 아들이 이딴 놈때문에 정말···.”

지구 아빠가 욱하여 벽에서 등을 떼었다.

“지금 말씀이 조금 심하신 것 같은데요.”

“심하기는 무슨, 당신, 황석운? 당신 에스씨 전자에서 일하지?”

“남의 뒷조사도 하십니까?”

“에스씨가 어디 하청업체인지는 아나?”

지구 아빠는 불길한 예감에 미간을 좁히며 입을 다물었다. 남수 아빠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송양전자 임원이야, 당신 사람 잘못 건드렸어.”

지구 아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덩달아 가만히 있던 지구도 눈동자가 흔들리며 자신의 아빠와 남수의 아빠를 번갈아 보았다.

“아, 아니···.”

“잘못했다고 빌어봐야 소용없어, 넌 내가 이 업계에 발도 못 붙이게 매장시킬 거야.”

회사에 일을 주는 송양전자의 임원이라면 충분히 그럴만한 힘이 있다.

지구 아빠는 당황을 금치 못했고, 지구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트릴 것처럼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때, 황장수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벼파며 입을 열었다.

“거 참, 개새끼가 왜 이렇게 짖어대?”

“···뭐?”

장수는 고개를 돌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교감과 담임 선생을 보았다.

“공정해야 할 학폭위가 협박이 오고가는 게 말이 됩니까?”

“예? 아··· 그게.”

“협박이 오면 협박이 가야 더 공정해지지 않겠습니까?”

장수가 손뼉을 두 번 쳤다.

짝짝

“들어와, 신비서.”

그러자 상담실 문이 열리며 황장수에 버금가는 강렬한 포스를 지닌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본능적인 공포심에 몸을 움츠리며 입을 다물었다.

저벅 저벅 저벅

장수가 검지로 정남수의 아빠를 가리키며 말했다.

“신비서, 여기 이 아빠가 지 권력으로 협박하는데, 없애버려.”

“예.”

그 말에 남수 아빠가 피식 실소를 흘렸다.

“풉, 뭐라는 거야? 당신들 뭐 개그하는 거야?”

신비서는 그의 말을 무시하며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로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1분 뒤.

지이이잉 지이이잉

진동이 울렸다. 남수 아빠는 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의 것임을 확인하고 미간을 좁히며 휴대폰을 꺼내었다.

“아 뭐··· 헙!”

그러고는 저장이름을 보고 기겁하여 바로 전화를 받았다.

“이,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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