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4.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
신입은 트럭에 치인 듯한 충격에 몸을 웅크린 채 가만히 있었다.
오갱이 달려와 신입의 상태를 살폈다.
“신입, 신입 괜찮아?! 이런 개새끼들이!”
콰광!
그때, 뒷문이 거칠게 열리며 신해수가 튀어나왔다. 그는 곧바로 아래 1층에 오갱과 쓰러져 있는 신입을 발견했다.
신입을 그렇게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급하게 도망치는 조폭 두 명도 보았다.
해수는 그들을 쫓으며 씹어먹을 표정으로 말했다.
“니넨,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
“시팔 너는 나 존나 패도 되고 나는 니네 건드리면 안 되냐! 이 이기주의 새-!”
퍽!
욱하여 소리치던 조폭은 말을 끝내지 못하고 해수의 발차기에 허리가 꺾이며 바닥을 굴렀다. 다른 놈은 이미 거의 1층에 가까워졌다. 오갱이 잡으러 가지만 약간의 거리가 있다.
후웅-
해수는 계단 난간을 넘어가 아래로 뛰어내려 위에서 그 조폭을 덮쳤다.
쾅!
“꾸웩!”
0.1톤에 가까운 중량이 어깨 위로 떨어지자, 그 충격을 못이긴 조폭이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해수는 그의 배 위에 올라타 주먹을 내리찍었다.
“감히”
퍽!!
“우리”
퍽!
“귀한 신입을 건드려?”
퍼억!
조폭은 금세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고, 손이 축 쳐졌다. 기절한 것이다. 해수는 그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따귀를 갈길 준비를 했다.
“일어나, 일어날 때까지 쳐맞는···”
그때, 아까 발차기에 넘어졌던 놈이 눈치를 살살 보면서 계단을 내려가다가 해수와 눈이 딱 마주쳤다.
해수가 지금 패던 놈의 머리채를 놓으며 말했다.
“너 덜 맞았지.”
“네? 저요?”
“셋 셀 때까지 안 튀어오면 한 대 더 때린다. 셋”
사내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생존본능으로 해수에게 튀어왔지만, 해수가 바로 셋을 외치자 당황하며 급브레이크를 잡았다.
“이히익!”
턱-
그러나 이미 늦었다. 해수의 손이 그의 멱살을 잡았다. 해수는 살기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낮게 읊조렸다.
“한 대 추가.”
콰앙!!
*
신입은 다행히 가벼운 타박상만 입었다. 그래도 계단을 굴렀으니 병원에 가서 검사받기를 강요했지만, 그는 극구 거절했다.
“그래도 병원은 가야한다.
“괜찮습니다. 진짜, 정말 괜찮습니다.”
“처음엔 다 그래, 병원부터 가자.”
“아,아닙니다. 진짜 멀쩡합니다. 괜찮습니다. 저, 너무 쪽팔려서··· 가고싶지 않습니다.”
선배들의 태도가 강경하자 신입이 자신의 본심을 내보였다. 그제야 선배들은 그의 어깨를 한 번 토닥이고는 더 이상 병원을 강요하지 않았다.
떼폭 잔존세력을 검거하여 강진서로 복귀하자, 곽반장이 그들을 반겼다.
“아이고 제일 튼튼한 것들이 제일 늦게 복귀하네, 2,3팀은 벌써 다 와서 점심 쳐묵으러 갔다. 잠깐, 우리 신입 얼굴이 왜 그래.”
“아 넵! 검거 중에 살짝 긁혔습니다.”
곽반장이 눈을 부릅뜨며 막 사무실로 연행되는 조폭들을 향해 소리쳤다.
“어떤 개새끼가 우리 신입 얼굴 이렇게 만들었어!!”
오갱이 다가와 곽반장의 어깨를 토닥이며 작게 말했다.
“형님 걔넨 여기 없어, 해수가 박살내서···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
“아 그래? 역시 우리 돌격이 덕분에 병원비가 마를 날이 없네.”
곽반장은 해수에게 엄지를 추켜올리고는 말을 이었다.
“아아 그리고 우리 4팀, 좋은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
“뭡니까?”
“우오오!”
곽반장의 말에 신입을 제외한 4팀 전원이 데리고 오던 조폭들을 놓고 후다닥 모여들었다.
“서장님이 현재 체제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서장님 권한으로 강력반을 중도 개편하신단다. 4팀을 특수팀으로 배치해서, 전에 강수대 때처럼 운영하기로, 충남 전역은 아니지만 강진시에 한해서.”
“오?”
“오오!”
“좋은 건가?!”
긍정적인 반응에 곽반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었다.
“지금은 강수대 본부가 교통장비 창고로 쓰이고 있는데, 거기 다시 들어갈까?”
그 말에 해수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오갱도 곽반장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 자리도 남는데 그냥 여기 강력반에 있을게요. 정보 전달도 빠르고, 나가보니까 여기서 다른 팀 애들이랑 부대끼는 게 더 좋아.”
“저도 그렇습니다!!”
사실 강수대 본부로 가는 것이 훨씬 더 쾌적하지만, 곽반장과 떨어져서 근무한다는 것이 아쉬운 오갱과 해수였다.
곽반장은 내심 좋아하며 우대리를 검지로 가리켰다.
“쟤는 언제 막내톤 내려놓냐, 뭐 아무튼, 그래라, 내 생각도 그렇긴 해, 나 먼저 밥 먹으러 간다.”
곽반장이 빠지고, 강력4팀 팀원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좋아했다.
“크, 이제야 실속없는 사건 말고 진짜 사건만 맡게 되는 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몸 좀 더 키워야겠습니다.”
“넌 그만 키워, 느려터졌어.”
앞으로 특수팀으로써의 일을 기대하는 팀원들과는 달리, 신입의 얼굴은 흙빛이었다.
“저 잠시 바람 좀 쐐고 오겠습니다···”
다들 기뻐하는 중에 신입은 혼자 밖으로 터덜터덜 나갔다. 해수가 그의 어깨가 축 쳐진 뒷모습을 힐끔 보고는 따라 나갔다.
경찰서 본관 출입문 구석, 자판기 앞.
해수와 신입이 믹스커피를 홀짝거리고 있다. 신입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트릴 것처럼 글썽글썽이며 입을 열었다.
“저는, 저는··· 너무 무섭습니다. 나름대로 일반인보다는 강하다고, 강력팀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해수는 신입의 몸을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보았다. 우대리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근육이 적절하게 붙어있고, 날렵해보이는 몸이다.
지구대 한 바퀴 돌자마자 강력팀을 지원한 열정만큼, 몸 쓰는 것에 자신이 있을 만하다. 기초는 괜찮다.
“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겠지, 이겨낼 수 있겠지, 그렇게 위로하며 버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특수팀이라니요. 저는··· 무섭습니다.”
해수가 몇 초간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무서운 게 당연한 거다. 나도 그랬어.”
“거짓말··· 흡!”
신입은 다급히 요망한 자신의 주둥이를 막았다. 자신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왔다.
아무리 보아도 보디빌더급 근육질 우대리보다 신해수가 더 살벌하고 무서웠다. 그가 조폭들을 보며 무서워하는 신입 때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해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 거짓말이다.”
“아, 어, 그, 죄,죄송합니다.”
해수는 학창시절 때부터 황장수와 함께 여러 종류의 인간들과 싸움을 경험했고, 그 중에는 격투기 선수도 있었지만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오로지 단 한 번, 마실장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 뿐이다.
꾸지직-
해수는 커피를 다 마시고 종이컵을 구기며 말을 이었다.
“악한 놈들은 점점 더 강해진다. 주어진 환경이 우리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지, 끼니 제때 못챙겨먹고, 운동도 많이 못하고 항상 피곤에 쩌들어있으니.”
신입이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이며 깊게 동감했다. 얼마나 됐다고 벌써 몸이 물 먹은 솜처럼 축 쳐진다.
“그렇다고 월급이 많아서 정신적으로 충만감을 주는 것도 아니고, 후”
“후···”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형사들이 처해진 현실에 신입은 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그때, 돌연 해수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너는, 피하고 싶나.”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어 신입은 고개를 돌려 해수의 얼굴을 보았다.
“아니면, 강해지고 싶나.”
해수는 그와 눈을 마주했다. 해수의 얼굴은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비장했다.
신입도 덩달아 비장해져서는 고개를 숙이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민했다.
“저는···”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해수와 눈을 마주하고, 손을 들어올려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강해지고 싶습니다!”
그의 선택에 해수가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러면 휴가를 써라.”
“···네?”
“병가로, 최대한 길게, 병원은 대성병원으로 가라, 내가 말해둘 테니, 지금 당장.”
잠시 후, 병원에 다녀온 신입이 오갱에게 다가왔다.
“저, 아무래도 어깨가 좋지 않아서··· 병원을 갔다왔더니 입원하라고···”
해수에게 신입의 사정을 미리 들은 오갱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호탕하게 말했다.
“어 그래그래! 우리는 몸이 재산이야, 몸 다치면 푹 쉬어야돼, 완전히 나을 때까지 푹 쉬다 와, 푹! 어? 푹!”
“···예,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에이 죄송하기는 무슨! 얼른 가 얼른!”
오갱이 손을 휘휘 저었고, 신입은 그에게 허리를 깊이 숙이고 뒤돌아섰다.
돌연 해수도 벌떡 일어나 오갱에게 말했다.
“데려다주고 오겠습니다.”
“어 그래, 어? 뭐라고?”
오갱이 뒤늦게 말의 의미를 깨닫고 되물었지만, 해수는 이미 신입과 함께 사무실을 벗어나고 있었다.
창문너머 해수의 뒷모습을 보며 오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 왜 신입 데리고 나가는 거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엥, 같이 차 타고 가는데요?”
“엉?”
오갱과 우대리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창문밖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해수이니,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
끼이이익-
리드빌딩 지하주차장.
“내리자.”
“넵! 어어···”
신입은 주차장에 고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입을 살짝 벌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해수가 가장 꼭대기인 10층을 눌렀다.
-10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지이이잉-
문이 열리고, 해수가 다가가자 홍채인식으로 1차 잠금이 해제되고, 엄지를 대서 2차 지문 잠금이 해제되었다.
삐빅, 철컥-
해수가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신입이 따라 들어오다가 내부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긴, 어딥니까···?”
“우리집.”
“여긴 왜···”
해수는 대답없이 앞장서서 운동방으로 향했다. 신입은 본능적으로 그의 뒤를 쫓다가 멈칫했다.
그곳에는 기능성 운동복을 입고 있는 미녀와 야수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분들은···?”
한 사람은 민낯인데도 후광이 비춰지는 엄청난 미인, 한 사람은 미소를 짓고 있는데도 몸이 덜덜 떨리는 엄청난 인상, 정말 희한한 조합이다.
해수가 고개를 돌려 신입을 보며 물었다.
“병가 얼마나 받았지?”
“3주···입니다.”
“그래, 앞으로 3주간 너의 훈련을 시켜줄, 교관들이다.”
“···네?”
근육질 야수는 그렇다 쳐도, 여리여리한 미녀에게 몸을 쓰는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제가 선배님들에 비해서 많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여성분에게까지 배울 정도로는···”
그때, 신해수만큼이나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야수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앞으로 훈련을 보조할 황장수 부교관입니다.”
그 옆에 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걸어나와 신입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교관, 하루입니다.”
교관과 부교관의 소개가 뒤바뀐 것 같다. 신입은 머리가 엉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래도 일단 눈 앞에 손이 내밀어졌으니,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꿀피부에 비해 손이 상당히 거칠···’
후웅-
그리고, 세상이 빙글 돌았다.
쿠웅!!
그 사이 조절을 했는지 매트에 정확히 등부터 내리쳐졌고, 하루는 누워서 켁켁대고 있는 신입을 내려다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