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211화 (211/255)

< #211. 행복드림 주먹드림 >

오갱의 선전포고에 행복드림 사무실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조현상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지라, 현재 상황을 인정하기까지는 몇 초의 시간이 걸렸다.

“뭐, 뭐라는 거야?”

“니네 뭐야?!”

“아,아니 나는 아무 잘못 없는데, 시,시키는 대로만···!”

오갱은 마침 옆으로 지나가는 근육몬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문 막아, 여기 화장실이 뒷문이랑 이어져 있다고 했어. 막내, 아니지 이제, 근육몬, 너 혼자 가도 되지?”

근육몬 우강철은 자신의 이두를 쥐어짜보이며 대답했다.

“거뜬합니다.”

오갱은 그 터질듯한 이두를 보며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주 그냥 믿음직스럽네, 죽이지만 마.”

신해수는 신입과 함께 가장 끄트머리에 따로 분리되어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30대 중반의 남성과, 이제 막 옷을 다급하게 입고 있는 젊은 여성이 있었다. 여성의 겉옷은 행복드림 마크가 붙어 있었다.

남자가 바지 지퍼를 올리며 외쳤다.

“너,너네 뭐야, 뭐야 이 새끼들아, 어디서 왔어?!”

해수는 손으로 자신의 턱 아래를 받치며 대답했다.

“딱 보면 모르나, 너 잡으러 온 경찰이다. 행복드림 사장 이행복, 널 사기 및 살인교사, 장기밀매 등의 혐의로 체포한다.”

경찰이라는 말에 이행복은 화들짝 놀랐다. 해수의 비주얼을 보고 경찰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다,닥쳐 시팔! 내가 뭘 잘못했는데, 영장 내놔 영장!”

“영장은 저기 있고, 일단 나와.”

해수가 손을 까딱까딱거렸고, 이행복은 다급히 구석에 놓은 골프채를 들어 휘둘렀다.

“조까 이 개새끼야!!”

“꺄악!”

후웅- 턱-

해수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골프채가 허무할 정도로 쉽게 잡혔다. 해수는 그대로 이행복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책상 모서리에 내리찍었다.

퍽 퍽! 퍼석!!

세 번 내리찍으니 얼굴이 피범벅이 되고, 책상과 바닥에 그의 것으로 보이는 치아가 나뒹굴고 있었다. 최소 열 개 이상이었다.

해수는 피떡이 된 그의 뒷덜미를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

우당탕탕 콰장창!!

여기저기 난리가 났다. 숫자로는 경찰이 다섯 배 넘게 적으니 반항이 심한 것이다.

체포현장에서 보이는 일종의 법칙이다.

죄가 적을 수록 반항이 적고, 죄가 클수록 목숨을 걸고 반항한다.

이들이 집단이기 때문에 반항하는 것도 있지만, 자신의 죄를 알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해수는 옷섬을 추스르고 있는 여직원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있는 신입을 힐끔 보았다. 신입이 눈이 마주치자 움찔한다.

“얘도 니가 채워, 난 진압 좀 할 테니까.”

“네? 아 넵 알겠습니다!”

해수는 무언가 홀가분한 표정으로 어깨를 돌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의 발걸음은 왠지 매우 가벼워보였다.

신입은 눈을 반짝이며 해수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해수는 먼저 가장 가까이에 형사에게 의자를 휘두르는 덩치의 목을 잡고, 쇄골을 눌렀다.

끄득-

“끄아악!”

덩치는 의자를 놓으며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해수는 그의 팔을 잡아 등 뒤로 확 꺾었다.

우드득!

“아으윽!!”

손목에 수갑을 채우기 위해 꺾은 것이지만, 아예 어깨가 탈골되어 덩치는 고통에 신음했다.

철컥 철컥

해수는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빠르게 수갑을 채우고, 다음 사냥감을 찾아나섰다.

쾅! 쾅! 우드득- 꽈득

정면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상대는 잽으로, 몸으로 덤비는 상대는 가차없이 팔다리를 꺾는다.

가벼운 잽인데도 그의 주먹에 맞으면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마취총에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졌다.

상황이 매우 난잡한데도 해수는 저항하지 않는 사람들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격한 저항을 하는 자들만 제압한다.

“우아아아!!”

콰광 쾅쾅!!

그 와중에 뒤쪽에서는 짐승의 포효와도 같은 괴성과 함께 한 사람이 공중을 날았다가 바닥을 굴렀다.

근육질 선임이 뒷문으로 도망치려는 자들을 제압하는 것이다.

우드득-

“하하하하!! 일루와 일루와, 어딜 가!”

가장 순해보였던 팀장 오갱마저도 해수처럼 저항하는 자들의 뼈를 꺾으면서 즐거워한다.

신입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 괴물같은 자들과 한 팀이라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이 생겨났다.

‘가장 끄트머리인 강력4팀이 이런데··· 다른 팀은 도대체··· 나, 잘못 들어온 걸까.’

고민거리가 하나 늘어난 신입이었다.

*  *  *

강진경찰서 강력반.

행복드림 사장 이행복, 보험설계사 김미영, 비리경찰 강상철이 서로 입을 맞추지 않게 하기 위해 따로따로 떨어트려 놓았다.

이행복은 예전 강수대 건물로 데려가서 따로 취조를 했다.

그는 나름대로 머리를 쓴다고 입을 절대 열지 않았다.

“변호사 오면 얘기할게요 변호사, 아 그리고 당신, 나 이렇게 만든 거 죗값 톡톡히 치르게 할 거야.”

이행복이 검지로 해수를 가리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해수는 주먹을 쥐었다 펴며 낮게 읊조렸다.

“발음이 좋네, 이빨이 덜 뽑혔나봐.”

이행복은 다급히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해수가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냉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변호사 오기 전에 김미영씨 취조는 끝날 거다. 지금 묵비권을 행사하면 너한테 불리하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이행복의 눈썹이 살짝 흔들린다. 그러나 입은 꾹 다물고 있다.

똑똑

그때, 근육몬이 노크를 하고 취조실로 들어와, 해수에게 은밀히 말을 전했다.

해수는 말을 듣는 와중에 눈을 들어 이행복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행복이 해수의 표정을 살피며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근육몬이 나가고, 해수가 취조를 이었다.

“수사법에서 나오는 흥미로운 말이 있어, 범죄는 혼자 저지를 때 가장 완벽하다.”

“···뭔데.”

“사람이, 뭔가 같이 범죄를 저지를 때는, 꼭 방패막을 만들어놔, 그게 서로의 목줄을 옥죄는 줄도 모르고.”

이행복이 시선을 테이블로 내렸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불안하게 움직인다.

“김미영씨가 아주 철저한 분이네, 너랑 대포폰으로 한 통화내용, 가입자 정보 미리 받은 서류, 보험금 나온 거 받은 대포통장, 전부 챙겨놨다. 넌 이제 진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쾅!

그때, 그가 두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아니야! 나는 그 년이 그런 짓 할 줄 몰랐다고!  나는 보험사기 진짜 모르는 일이야! 나는 그저 그 년이 보험 가입 잘 꼬드기니까 시키는 대로 했던 거야! 김미영 그 년이 경찰새끼랑 짜고 친 거라고!”

해수가 미간을 좁히며 진지한 표정으로 몸을 조금 더 가까이 붙였다. 마치 이행복의 말을 더 잘 들어주려는 듯이.

“그러면 너는 자동차 계약서 위조만이고 보험사기나 사망 건 조사, 그러니까 살인교사는 너랑 관련이 없다?”

살인교사라는 자극적인 말이 들어가자 이행복은 발끈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살인은 무슨 살인! 어우!”

“아하··· 계약서 위조, 니가 한 게 맞구나?”

“아, 아···.”

이행복은 그제야 당했다는 듯이 눈알을 데룩데룩 돌리다가 등을 등받이에 붙였다.

“변호사랑 얘기하겠습니다.”

이미 늦었다.

해수는 씨익 한쪽 입고리를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던지.”

*  *  *

같은 시각, 강진서 강력반 취조실.

4팀장 오갱이 보험설계사 김미영을 취조하고 있다.

“···가입시켜주고, 사망하면 생명보험급 지급하게 심사 통과 잘 되게 작업하고, 꿩 먹고 알 먹고, 그렇게 한 거 아니에요?”

김미영은 다리를 꼬고 팔짱도 낀 도도한 자세를 유지하며 말했다.

“전혀 아닙니다. 왜곡된 논리를 마치 사실처럼 얘기하니 저는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네요. 요즘도 경찰들이 막 고문하고 없는 사실 만들고 그러나요?”

오갱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럴수도, 아닐수도?”

오갱의 눈빛에서 순간 광기가 스쳤고, 김미영은 움찔했다. 그러나 금세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저는 그저 행복드림 사장님과 서로 상생하는 관계였을 뿐입니다. 경찰분은 사망 사고 담당자셔서 안면이 있을 뿐이고요.”

“음···그렇구나, 이거 잠깐 보실래요?”

오갱이 노트북을 돌려 김미영에게 보여주었다.

이행복이 취조실에서 진술을 하는 장면이다.

-···김미영 그 년이 다 한 거라니까?!

그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이행복의 발언을 보고, 도도했던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저,저 개 부랄 뜯어먹을 종간나 새끼가···!”

*  *  *

지능범죄수사팀 취조실.

취조실이 마땅치 않아 곽반장이 비리경찰 강상철을 이리로 데리고 왔다.

강상철을 마주한 곽반장의 눈빛에는 살기가 넘실거렸다.

“이 쓰레기같은 개새끼야, 아니, 분리수거도 안 되는 다 썩어빠진 음식물쓰레기 끝에 핀 곰팡이같은 새끼야, 너같은 놈 때문에 경찰이 싸잡아 욕 처먹는 거잖아, 이 새끼야!!”

강상철은 옆으로 틀어앉은 채로 중얼거렸다.

“아이고 욕 잘 하시네, 그런데 좀 억울하네. 내가 그런 욕 들을만 한 짓은 안 했는데, 그냥 사망한 거 사망했다고 말한 것 뿐인데, 쓸데없이 일 늘리지 않게.”

곽반장이 인상을 찌푸리다가 노트북을 돌려 그에게 화면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발뺌하지 마 이 새끼야, 우리가 그냥 잡아왔겠냐? 자기 자식, 남편, 아내 살인한 걸로 수사 들어가야 할 건만 여섯 건을 니가 패스했어! 단순 사고사로. 이거 여섯 명, 니가 죽인 거야. 사기꾼들은 원래 그런 새끼들이라고 해도 경찰은 그러지 말았어야지.”

강상철은 곽반장을 보며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푹 숙이며 자조적인 어투로 말을 이었다.

“그늠으 경찰, 경찰이 시발 그렇게 긍지가 높으면 시민 개새끼들한테 그렇게 쳐맞게 두면 안 되지, 목숨 걸고 칼받이하러 나가는데 이렇게 월급 좃같이 주면 안 되지, 안 그래요? 곽수철 경정님?”

눈을 마주한 곽반장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궤변이 일부 수긍이 돼서 역겨운 마음이 든 것이다.

곽반장은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 넌 그냥 사람 목숨으로 치졸하게 돈 번 쓰레기일 뿐이야, 독립투사마냥 씨부리지 말고··· 음, 일단 좀 쳐맞자.”

“뭐요?”

쳐맞는다는 말에 강상철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곽반장의 노트북이 그를 향해 휘둘러지고 있었다.

콰직! 콰직 쾅!!

*  *  *

[채권추심 사기업 ‘행복드림’의 실체, 사기, 살인교사까지, 사망자만 일곱 명.]

···행복드림의 대표 이모씨는 인생역전의 꿈에 부푼 사회초년생 젊은이들 위주로 직원을 채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입사 후에는 허영심을 채워줄 고급 외제차를 대출로 강매하게 하여 회사를 떠나지 못하게 족쇄를 채우는 방법을 사용했다.

···피해자에게 가족의 생명보험 가입을 돕고, 사후 처리까지 보장하는 등 가족 살인을 조장하여, 결국 끔찍한 일을 벌이게 했다.

대표 이모씨의 살인교사 혐의는 인정되었다.

┗N2il: 뭐라는거야? 대충 좀 요약해주실 분

┗gun007: 이것도 이해못하면 뭐 고졸도 아니냐?

┗N2il: 어 나 아직 중딩

┗gun007: 아 미안, 아저씨가 좀 꼰대스러웠다

┗휘오레c: 그러니까 누가 죽었는데 그걸 죽이게 시켰다고? 결국 죽인새끼가 잘못 아니야?

┗후지상: 와 존나 무섭다 우리나라 이런 거 보면 아직 후진국이라니까, 맨날 선진국이라고 어쩌구저쩌구

┗사랑당: 이게 다 정부 탓이다 정부가 잘 해봐라, 저런 놈들이 나오나, 법 구멍이 문제잖아, 다 재벌새끼들 돈 벌어주는 법만 만드니까 이딴 구멍이 뚫리지.

┗몽환현재: 응 다음 정치충

┗미라크리: 한줄요약. 행복드림이란 회사가 돈없는 사람들 떠밀어서 더 빚쟁이 만들고, 지 가족까지 죽이게 만들었다. 끗

┗주공자: 요약 존나 잘하네.

┗혼돈의검: 와 씨발 존나 끔찍해, 그 피해자도 쓰레기네 결국

┗왕십리70: 가족 죽이고 빚 갚고 지도 자살했다는 사람이 세 명임

┗가콩이: 너는 그거 어떻게 아는데?

┗왕십리70: 몰?루?

행복드림 건은 연류된 사람이 매우 많고, 사회망과 법망의 구멍으로 인해 일어난 심각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관심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사건이 단 번에 이해하기 쉽고 단순하며, 연민과 분노를 자극하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  *  *

행복드림 피해자, 강선주의 집.

식탁을 가운데에 두고 세 명이 앉아있고, 거실 한쪽에 그녀의 아들이 로보카 폴리 장난감을 만지며 놀고 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아니었으면 저는 진짜···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흑···!”

강선주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그러자 아들이 쏜살같이 달려와 그녀를 껴안았다.

“엄마 엄마 엄마, 울지마, 죽지마, 죽지마.”

아들도 함께 눈물을 흘린다. 강선주는 아들을 한 번 보고는 꼭 껴안았다.

“엄마 안 죽어, 절대로,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엄마가 미안해, 미안해···.”

그날 이후로 틈만 나면 와서 죽지말라는 말을 반복하는 아들이었다. 죽음이 무엇인지도 인지하지 못할 다섯 살 짜리 어린 아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때마다, 강선주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때, 맞은편에 앉은 하루가 비장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남편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경찰? 아니면··· 복수?”

하루와 눈을 마주한 강선주의 눈빛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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