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4. 신입 전입 >
명식의 친구가 한 손으로 수도꼭지를 잡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때, 신해수가 들고 있던 수조 뚜껑이 그의 손을 찍었다.
“끄으아아악!!!”
“아이 시팔!”
때마침 정신을 차린 명식이 그의 친구를 옆으로 밀치며 일어나려 했고, 해수가 그 틈을 주지 않고 수조 뚜껑으로 턱을 올려쳤다.
쾅!
명식이 눈을 까뒤집으며 다시 바닥에 쓰려졌고, 해수는 돌연 쪼그려앉더니, 수조 뚜껑을 두 손으로 잡고 높이 들어올렸다가 내리찍었다.
콱! 콱!!
“꺼허어어억!!”
수조 뚜껑이 명식의 두 발목을 찍었다. 기절했던 명식은 5초도 지나지 않아 그 끔찍한 고통에 눈을 부릅뜨며 일어나 비명을 내질렀다.
“아프냐? 너만 아픈 거 아니야.”
해수의 시선이 그의 손목으로 향했다. 그도 그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손을 빼내거나 보호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몸이 마비가 된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수가 다시 수조 뚜껑을 들어올렸다.
“친구는 기다려, 똑같이 만들어줄게.”
쾅!!!
*
저벅 저벅 저벅
귀청을 찢을 듯한 비명이 잦아들 때쯤, 해수가 깨진 수조 뚜껑을 들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해수의 얼굴과 손에는 범인들의 것으로 추측되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밖으로 나가니 오갱과 우강철이 먼저 도착해 있고, 피해자 장하연은 구석에 앉아 형사활동복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아직 구급차가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스윽
그녀가 해수를 발견하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고는 그의 옷자락을 가느다란 손으로 붙잡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떨리는 목소리, 떨리는 손, 그녀는 평생 끔찍한 트라우마로 남을 일을 겪고도, 힘을 내어 일어나 진심어린 감사를 표했다.
해수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입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
대담하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송곳으로 협박하여 걸어서 납치, 강간 및 살인을 한 명식과 그의 친구는 총 세 명을 살해했다.
첫 번째가 바로 이 다가구주택에 혼자 살던 여인이었고, 고무통에 시체를 유기해놓고 있었다.
그렇게 세 명의 살인 및 유기를 인정했고,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받게 되었다.
그들은 해수의 개인적인 부탁으로 효성교도소 마실장의 룸메이트가 되었다.
*
그로부터 얼마 뒤.
“신,고! 합니다! 순경 김하민! 오늘부터 강력4팀으로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짝짝짝짝짝!!
오갱과 근육몬이 격하게 박수를 친다. 팀장 포함 팀원이 네 명도 아니고 세 명인 팀은 강력4팀밖에 없었다.
특수대 때처럼 다른 강력팀 사건 터지면 깍두기 형식으로 갈 때가 더 많을 정도로 인원수가 부족한 편이었다.
그런데 신입이 들어옴으로써 드디어 팀이 제대로 격식을 갖추게 된 것이다.
“와우!! 김하민! 이름도 좋아!”
“감사합니다! 팀장님!”
신입은 근육몬 우강철과는 달리 날렵한 스타일에 눈이 똘망똘망했다.
“똘똘해보이네, 나는 우강철, 환영해요.”
“오오 우리 막내 후임 왔다고 벌써 무게 잡는데.”
“허헣 아닙니다 팀장님“
오늘따라 신입이 왔다고 강력4팀 분위기가 붕 뜬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별일없이 지나갔다.
“오늘은 여유롭습니다. 이대로 칼퇴각입니다.”
우강철의 말에 오갱이 투덜거렸다.
“...아니 그런 말 꺼내지 말라고, 퇴근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출동 나가면 니가 책임질래?”
그 말을 꺼낸 지 오분쯤 지났을까.
띠리리리리
내선 전화가 한 번 울렸고, 곽반장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예 강력반입니다.”
곽반장은 대기중인 강력4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신입 첫날부터 긴급출동이네, 얼른 가라! 강진역3번 출구, 코드제로 수배범!”
“예썰!”
*
타다다다닥-
지하철 안, 한 남자가 다급히 달려가고 있다.
-꺄악-!
한 칸 너머에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통로칸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몇 명이 한 쪽에 몰려있고, 중앙에는 붉은 피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남자는 사람들을 헤치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구석에 젊은 사내가 의자에 기대어 힘없이 앉아있다. 그의 폐와 심장 위치에는 피가 울컥울컥 쏟아지고 있었다.
“신입, 신입!”
“헉, 허- 선배님...”
신입은 마지막 남은 힘으로 신해수의 소매를 붙잡고 한 손으로 지하철 창문 밖을 가리켰다.
그의 손 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지하철 밖에 후드를 눌러쓴 사내가 임산부의 목에 칼을 대고 있다.
후드를 깊게 눌러써 눈은 보이지 않고 코와 입만 보인다.
위이이잉-
때마침 지하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해수는 눈에서 피가 날 정도로 범인을 강렬하게 노려보았다.
범인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즈즈즈-
그는 장난 치듯이 가볍게 임산부의 목에 혈선을 만들었다.
-꺄아아악-!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지하철 창문에 길게 묻어난다. 안에서 그 잔혹한 장면을 마주한 사람들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해수는 분노와 살의를 삼키며 속으로 속삭였다.
‘...리셋’
*
“...아니 그런 말 꺼내지 말라고, 퇴근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출동 나가면 니가 책임질래?”
볼멘소리를 하는 팀장과 그 반응에 낄낄대는 팀원들, 강진경찰서 강력반 사무실이다.
신해수는 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19시57분’
지하철 창문너머로 범인과 눈을 마주하기 한 시간 전이다.
해수는 가장 먼저 장비 캐비넷에서 방검복을 꺼내어 구석에 있는 신입에게 다가갔다.
“신입”
“옙!”
신입은 좀처럼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항상 무서운 기운을 풍기는 선배 신해수가 말을 걸자 군기가 바짝 들어 일어섰다.
해수는 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방검복을 던졌다.
“이건 갑자기 왜...”
“입어.”
“옙!”
출동도 없고 곧 퇴근시간이지만 무서운 선배가 까라면 까는 거다. 신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방검복을 입었다.
그 모습에 팀장은 물론 선임 팀원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오갱이 구두를 신었다가 다시 활동화로 바꿔 신으며 중얼거렸다.
“아, 해수가 저런다는 건...”
띠리리리리-
내선 전화가 한 번 울렸고, 곽반장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예 강력반입니다.”
-코드제로, 수배범 강주식 신고입니다. 강진역 3번 출구 인근, 강진역 3번 출구 인근, 복장 검은색 후드점퍼 곤색 면바지.
“역시”
무전 소리에 곽반장이 말하기도 전에 팀원들이 먼저 일어나 바쁘게 출동 준비를 했다.
오갱은 겉옷을 챙겨입으며 중얼거렸다.
“강주식, 강주식이 뭐하는 놈이었더라.”
그의 물음에 해수가 바로 대답했다.
“고암동 발바리입니다. 공개수배범.”
“아 맞네, 건 챙겼지?”
“옙”
“가자.”
강력4팀 팀원들이 봉고차에 탔다. 그러나 신해수만은 차가 아닌 그 옆에 주차되어 있는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그 모습에 조수석에 앉은 신입이 물었다.
“그런데, 신해수 선배님은 왜 저렇게 혼자 다니십니까? 2인1조가 기본원칙 아닙니까?”
신입의 물음에 우강철이 욱하여 대답했다.
“선배님 혼자 2인은 물론 20인은 되신다. 혼자 다니셔도 넘쳐나, 구한 사람만 한 트럭이야.”
“와... 그렇습니까?”
이번에는 오갱이 대답했다.
“그러니까 저렇게 혼자 돌아다니게 놔두지, 안 그럼 진작에 쫓겨났어.”
팀원들이 안전벨트를 하는 사이, 신해수는 이미 헬멧을 쓰고 경찰서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
드르르릉-!
신해수는 오토바이를 타고 빠르게 앞장서서 현장으로 향했다.
리셋 후 현장으로 가는 길은 필연적으로 범인을 혼자서 맞이하기에 매우 위험하다.
“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 지하철 대기칸으로 내려가는 계단 꺾이는 부분에 지하철 보안관 두 명이 쓰러져 있다. 다행히 그들에게 피는 보이지 않는다.
과거보다 일찍 도착했기에 지금 일이 있었던 일인지 미래가 바뀐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해수는 다급히 아래로 뛰어내려갔다.
쉭-
마지막 계단에 발을 딛는 순간, 벽에 붙어 숨어있던 검은 후드가 튀어나와 해수에게 칼을 뻗었다.
칼이 향하는 위치는 정확히 경동맥, 전문적인 솜씨, 위험한 놈이다.
해수는 반사적으로 살짝 고개를 틀며 동시에 손을 뻗었다. 칼날이 해수의 뺨을 스치며 가느다란 혈선을 만들었다.
터덕 휙-
해수의 한 손이 그의 팔목, 다른 손은 그의 멱살을 잡고 바로 업어치기에 들어갔다.
검은 후드의 몸이 빙글 돌아 반대편 바닥에 꽂혔다.
쿵!
‘낙법?’
칼을 쥔 한 팔이 봉인된 상태에서도 두 발과 한 손으로 낙법을 쳤다.
업어치는 그 찰나에 해수의 등에 손을 짚어 넘어가지 않으려는 저항도 있었다.
오늘 꼭 잡아야 하는 놈이라는 것이다.
스슥
검은 후드가 칼을 놓았다가 떨어지는 칼을 공중에서 다른 손으로 잡아채어 해수의 팔뚝을 베었다.
자세가 힘을 주기가 쉽지 않아 특수방검복은커녕 활동복도 자르지는 못했지만, 해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은 성공했다.
그가 재빨리 일어나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
해수가 허리춤에 진압봉을 꺼내기 위해 왼손을 내렸을 때, 그의 칼이 빠르게 뻗어왔다.
툭-
해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바로 진압봉 잡는 것을 포기하고 고개를 뒤로 물려 칼을 피했다가 앞으로 나가며 주먹을 뻗었다.
주먹은 검은 후드의 코에 얕지만 정확하게 꽂혔다.
“큭”
검은 후드가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해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몸통박치기를 했다.
퍼억-!
검은 후드는 몸이 붕 떠올라 3미터쯤 날아가다가 바닥을 굴렀다.
타다다닥-
그러고는 바로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다가 중간에 보이는 모녀에게 다가가 아이를 번쩍 들어 서슴없이 철도에 집어던졌다.
“꺄아악!!”
하필 스크린도어가 공사 중이라 문이 열려있는 구간이다.
흉악한 살인범이지만 아직 살인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 아이 엄마는 경악하며 철도로 뛰어들려 하고 있다.
-대방 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마침 안내가 들려온다. 총을 꺼낼 시간도 부족하다. 고민은 짧았다.
휙
해수는 아이 엄마의 뒷덜미를 강하게 잡아당겨 뒤로 보내고 자신이 뛰어내렸다.
아이는 어디가 심하게 다쳤는지 일어나지도 못하고 주저앉아 울고 있다.
열차 불빛이 비춰진다. 해수는 다급히 아이를 번쩍 들어 위로 집어던졌다.
빠빵 빠아아앙!!
끼이이이익-
상황을 인지한 지하철 기관사가 브레이크를 급히 잡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해수를 치지 않고 멈추기에는 한참 역부족이다.
턱-
아슬아슬한 상황, 몇 명은 눈마저 감았을 때, 해수의 손이 대기칸을 찍고 휙 올라왔다.
쓰으으응-
거의 동시에 해수가 있던 곳에 지하철이 지나갔다.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잡고 있지만 치였으면 사지가 찢겨졌을 것이다.
“허,허억”
방금 아이를 잃을 뻔 한 엄마는 해수가 올라온 것을 보고는 아이를 안고 주저앉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벙끗거리고 있다.
해수는 그런 모녀를 지나치며 검은 후드가 도망간 방향으로 달려갔다.
“헐...”
“미친, 대박, 뭐야 저 아저씨?”
몇몇은 방금 상황을 휴대폰으로 찍으면서 대박이라는 말을 연발했다.
‘어디야, 어디야!’
이미 과거와 달리 자신이 일찍부터 개입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미래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수의 머릿속에 신입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던 모습과 임산부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지하철 창문에 흩뿌려지던 모습이 떠올라 더욱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때.
지직-
-여기 병아리, 택배 발견! 신경행 대기칸!
해수의 인상이 확 찌푸려졌다. 지금까지 겪어본 결과 운명이라는 실은 꽤 질겼다. 꼬이거나 끊는다고 해도 한 번 일어났던 일은 다시 붙으려고 한다.
지금 신입이 범인을 발견한 것도 그 망할 운명의 연속이다.
“신입 가까이 붙지 마.”
해수는 나지막히 무전을 치고는 바로 달려갔다.
*
신경행 대기칸, 신입은 신해수의 무전을 듣고 미간을 좁혔다.
‘그러면 범인은 어떻게 잡으라는 거지? 발바리가 뭐가 무서워서’
신입은 일단 검은 후드를 쫓아서 지하철에 올라탔다. 그리고 범인이 있는 칸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슥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것은 한 여인의 목에 칼을 대고 있는 검은 후드였다. 여인이 배만 불룩하게 나온 것을 보니 임신부가 분명했다.
신입은 재빨리 테이저건을 들어 범인을 겨누었다.
범인은 그가 겨누던 말던 상관하지 않고 임산부를 데리고 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지하철 문은 아직 닫히지 않은 상황이다.
“잠깐 잠깐만.”
신입은 두 손을 들어 테이저건을 쏘지 않는다고 직접적으로 밝히고, 테이저건을 채로 범인에게 슥 흘려보냈다.
칼을 든 범인을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신입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범인은 그것을 보고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 테이저건을 잡기 위해 몸을 살짝 숙였다.
“합!”
그 찰나, 신입이 용기내어 달려가 범인에게 몸을 부딪혔다.
둘의 몸이 뒤엉켜 한 바퀴 구르고 난 뒤 바닥에 깔린 사람은 신입이었다.
범인은 서슴없이 신입의 심장에 칼을 내리꽂았다.
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