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98화 (198/255)

< #198. 한 대 맞아, 나쁜놈아 >

황장수가 두 사람을 금세 제압한 실력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지원군이 도착했음에도 남은 세 명은 기가 죽지 않았다.

머리가 나쁜 것이다.

“닥쳐 이 새끼야!”

한 놈이 신해수를 향해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콰광쾅쾅!!

해수는 몸을 틀어 그것을 피하며 옆에 멍청하게 서 있는 사내의 얼굴을 잡아 수산물 가게 셔터에 들이박았다.

그 사이 계단 위에 있던 하루가 날 듯이 튀어나가 쇠파이프를 든 사내의 등을 무릎으로 찍고, 쇠파이프를 든 팔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확 꺾었다.

우드득-

“아아악!”

마지막 남은 한 놈이 하루와 해수를 번갈아보며 급변하는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하나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 뒤에서 저승사자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하냐 넌?”

“어어억?!”

황장수는 두 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아쉬운 듯이 내려놓고, 놈을 뒤에서 끌어안고 허리를 확 꺾었다.

쿠웅!!

놈은 그대로 바닥에 꽂혀 혼절했다. 전문가답게 머리가 아닌 가슴부터 닿게 하여 죽지는 않았다.

황장수는 손을 탁탁 털며 중얼거렸다.

“뭐더러 나왔어, 나 혼자서도 충분한데.”

“너 혼자면 한 두 명은 죽었겠지.”

“뉘에 뉘에 짭새 만만세, 아악!”

맞는 말이지만 친구가 하니 뭔가 아니꼽다.

황장수는 두 손을 위로 들어올리며 비아냥거렸고, 해수는 그의 손가락 하나를 잡아 꺾었다.

하루는 짐승같은 사내 둘을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황장수 옆에 있으면 해수의 못 봤던 면을 자주 보게 된다.

강수대에 있을 때는 근육몬 우강철이 해수를 깍듯이 대하는 걸 넘어서서 거의 종교같은 느낌이었고, 팀장과 오갱은 해수에게 가끔 장난을 치지만 동생인데도 무서워하는 편이어서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황장수만이 유일하게 해수의 새로운 면을 이끌어내는 것이 하루는 좋았다.

“일단 들어가자.”

“나 손 다쳐서 못할 것 같은데, 너 혼자 데리고 가라.”

“왼쪽도 해줄까?”

“어디로 데려가리? 아래? 위?”

“위.”

“콜.”

툴툴거리던 황장수가 쓰러져 있는 사내 둘의 뒷덜미를 잡고 계단을 질질 끌고 올라갔다.

*  *  *

황장수가 사는 원룸, 후줄근한 옷을 입은 사내 다섯 명이 주르륵 무릎을 꿇고 손을 공손하게 모아서 내밀고 있다.

하루가 그들의 손목을 케이블타이로 묶었다.

해수에게 장수가 귓속말을 한다.

“얘넨 내가 요리한다.”

해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 놈들 다루는 건 해수보다 장수가 더 전문가일 것이다.

장수는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보다가 한 놈에게 멈추어 섰다.

“니가 대장이야?”

장수에게 가장 먼저 쳐맞아 코뼈가 으스러진 사내다.

“예? 예, 예···.”

“이름이 뭐야.”

“바,반동막이입니다.”

장수는 그 옆에 쪼그려 앉아 친근하게 어깨동무를 하며 긴밀하게 속삭였다.

“그래 동막아, 이쯤 되면 처지를 알겠지? 여기서 니네를 갈아먹어도 아무도 몰라, 아, 니네한테 나 담그라고 시킨 양전무는 알겠지. 근데 모를 거야. 왜? 몰라야 하니까, 뭔 말인지 알지?”

“예? 아, 무슨 말씀이신지···.”

“에헤이, 우리 쉽게쉽게 가자. 양전무가 일 시킨 거 녹음본이랑 돈 어떻게 줬는지 상세하게 읊어봐.”

“저, 저는 도무지···.”

퍼억!

장수는 동막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따귀를 한 대 갈겼다. 얼마나 쎄게 때렸으면 그대로 엎어져 바닥에 입술을 박았다.

뿌드드득-

“끄, 끄으으”

장수는 꿈틀거리던 그의 목을 무릎으로 지그시 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위협했다.

“형이 쉬운 길 알려줬잖아 동막아, 반동막이. 반토막 나고 싶어서 그래?”

장수는 그 말을 내뱉고는 해수와 하루의 얼굴을 힐끔거렸다. 나름 괜찮은 드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해수는 한껏 인상을 찌푸려주었다.

“안되겠다. 하루씨, 저기 도끼 좀.”

“옙.”

하루는 후다닥 도끼를 집어 장수에게 주었고, 장수는 그것을 익숙하게 집어 가장 구석에 있는 한 사내를 누이고 도끼를 조준했다.

“어차피 다섯 명이니까 한 두 놈 정도는 죽여도 상관없지.”

이에 해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어쩔 수 없지.”

동막의 눈동자에 지진이 일었다.

지금까지 칼밥을 먹으면서 눈치로 생존했던 놈이다. 눈앞에 있는 장수보다 해수가 실질적인 리더고, 살인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애초에 직전의 전투도, 누군가 죽을까봐 내려왔다 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가 허락하니 진짜로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이 덜컥 들었다.

어쩌면 아까의 그 말은 장수에게 남이 보는 곳만 피하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커,컥, 혀,형님 형님! 사,살려주세요!!”

구석에 강제로 엎드려진 놈이 덜덜 떨며 동막을 보고 외쳤다.

“가만히 있어 임마, 어설프게 빗나가면 목 너덜너덜해지고 존나 아프다. 가만히 있어.”

스윽

장수가 도끼를 번쩍 들어올렸을 때.

지이이잉-

짧은 진동이 울렸다. 문자다. 소리가 들린 방향은 동막, 장수의 눈짓을 받은 하루가 동막의 주머니를 뒤져서 폴더폰 하나를 꺼내었다.

-[1] 끝났냐?

장수는 문자를 보고는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동막에게 건네주었다.

“전화 걸어.”

“···예?”

퍼억!

장수가 바로 도끼 면으로 동막의 머리통을 후려쳤고, 방 한쪽면에 피가 튀었다. 얼마나 쎄게 쳤는지 머리가죽이 찢겨진 것이다.

“크흐으···.”

동막은 쓰러졌다가 머리를 부여잡고 다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장수는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주워 다시 동막에게 건넸다.

동막은 장수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재빨리 휴대폰을 받아 피 묻은 손으로 문자의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야 시팔, 갑자기 왜 전화를 걸고 지랄이야?

“아, 아니, 그게 저···.”

냅다 버튼만 눌렀을 뿐, 정보를 캐기는커녕 잔뜩 굳어버린 동막.

혀를 찬 장수는 그에게서 휴대폰을 빼앗아 말했다.

“아이고 꼴에 또 직접 일은 안 하시나보네, 운전기사님. 양전무님은 평안하십니까?”

-이, 이런 씨

“이런 씨가 아니라, 곧 찾아뵙겠다고 전해주세요.”

뚝-

“뭐야 시벌, 끊었어?”

장수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그는 휴대폰을 다시 동막에게 던졌다.

“자, 동막아, 이제 일어나자. 원래 사냥개가 살려면 주인을 뜯어먹어야 하는 거다.”

고개를 숙인 동막이는 생각이 많아보였다.

그 뒤에서 눈치를 보는 오합지졸들은 더 복잡한 얼굴이었다.

해수는 황장수의 매끄러운 일처리에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재능 있는 놈이야.’

*  *  *

양전무의 집.

그는 불 꺼진 거실을 왔다갔다 하며 초조해하고 있다.

“왜 이렇게 연락이 없어? 잘못 된 거 아니야?”

지이이잉

그때, 뒤늦게 폴더폰이 울렸다. 양전무는 한 번 울리자마자 바로 받았다.

“어 어떻게 됐어?!”

-전무님, 일이··· 틀어졌습니다.

“뭐? 틀어졌다니, 자세히 좀 말해봐!”

-황기자에게 동막이 애들이 역으로 잡힌 것 같습니다. 전무님을 찾아간다고···

“이런 씨팔!! 그 새끼들 일 잘한다더니, 순 병신새끼들이었어! 오라 그래 시팔, 그 새끼가 뭐 할 수 있는 거 없어, 우리 집 대문도 못 넘어.”

-그래도 일단 몸을 잠시라도 피하셔야···

“닥쳐! 이게 다 니가 일처리를 좃같이 해서 그런 거 아니야! 끊어!”

양전무는 전화를 끊고 바로 다른 곳에 전화를 걸었다.

저 무능한 운전기사를 손보는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어, 어 나 양전무에요 실장, 아니 그 다름이 아니라, 사장님이 데리고 다니던 그 장씨 있잖아요. 살벌한 친구, 장씨 지금 연락 되나?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런데, 에? 한 달 전부터 안 나와? 하··· 예예, 연락 되면 좀 알려줘요. 어, 수고해요.”

전화를 끊은 양전무의 얼굴이 점점 흑빛으로 변한다. 황기자가 와도 자신이 직접적으로 시켰다는 증거가 없으니 발뺌만 하면 된다.

의뢰도 운전기사가 했고, 돈을 전달한 것도 운전기사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지이이잉 지이이잉

잠시 후, 양전무의 본 휴대폰이 울렸다. 황기자다.

양전무는 그것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전화는 받으시네, 운전기사분한테 얘기는 들었죠? 우리 할 얘기 많잖아요. 나와보세요. 아니면 내가 들어가도 되고.

통 통-

쇠를 두드리는 소리.

양전무는 다급히 거실 커튼을 치고 대문쪽을 보았다. 황기자로 보이는 덩치 큰 실루엣이 대문에 우뚝 서 있다.

지금 집에는 아이들과 와이프가 자고 있다.

양전무는 이를 악물고 전기충격기와 캡사이신 스프레이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  *  *

양전무의 차 안.

앞좌석에는 양전무와 황장수, 뒤에는 언제 잡혀왔는지 운전수 이씨가 앉아있다.

장수는 통화내용과 어둡지만 동막 패거리가 그를 공격하는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똑똑한 분이 왜 이런 멍청한 짓을 했을까, 나 진짜 죽여서 입막으려고 했어요?”

“아니···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니까, 딱 보니까 이씨가 자기가 낸 사고 덮으려고···.”

탁-

장수는 이번에는 다른 휴대폰을 들이대며 녹음 파일을 틀었다.

-···어, 동막이 시켜서 황기자 그 새끼 정리하고, 이씨도 가족 데리고 어디 좋은 데 좀 다녀와.

운전수와의 통화 내용이다. 이미 해수 팀은 운전수에게 뒤집어 씌울 것을 예상해서 그를 설득하여 녹음파일을 얻어낸 것이다.

양전무가 홱 뒤를 돌아보며 운전수를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

“너, 너, 너···!”

철컥-

그때, 뒷문이 열리며 새로운 인물이 차에 탔다.

양전무는 뜬금없이 추가되는 인원에 눈을 살짝 크게 떴다가, 그 얼굴을 확인하고는 눈알이 빠질 듯이 크게 떴다.

“다,당신은?”

해수는 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특수본 신해수 경위입니다.”

긴가민가했는데 소개로 쐐기를 박았다. 사색이 된 양전무는 차마 그의 손을 잡지 못했다.

양전무도 막내이긴 하지만 칠성회이기에 신해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어디 기업 하나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주무르는 칠성회를 상대로 오히려 역전승을 해버린 남자.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어떠한 잘 나가는 검사보다 현재 칠성회 회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이 바로 신해수였다.

해수는 그의 눈동자에 담긴 생각을 빠르게 캐치하고는, 뻗었던 손으로 그의 손을 억지로 맞잡으며 말했다.

“자, 양인석씨,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황기자 살인미수죄로 입건, 2년 전 급발진 건 인정 및 검사결과표 제출, 어떤 걸 선택하시겠습니까?”

신해수의 눈빛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마치 너같은 거 살인미수죄로 집어넣는 건 일도 아니라는 듯이.

*  *  *

전라남도에 위치한 작은 카센터.

안에서 사장으로 보이는 자가 휴대폰을 보고 있다.

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사장이 다급히 테이블에 올린 발을 내리고 일어섰다.

안으로 반삭발에 인상이 위협적인 남자가 들어온다.

‘뭐여··· 조폭이여?’

사장이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을 때, 그 뒤로 낯익은 여인을 발견했다. 사장은 순간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고작 돈 몇 푼때문에 남의 인생 망치고, 결국 자기 인생도 말아먹었는데.

카센터 사장은 바로 양전무에게 돈을 받고 검사결과를 조작한 검사담당자였다.

“아, 어···.”

여인, 김선희가 사장을 보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먼저 들어온 황장수가 성큼성큼 다가와 1인소파에 철푸덕 앉았다.

“앉아요.”

그러고는 마치 자신이 이곳의 주인인 것마냥 사장에게 자리를 권했다.

사장이 쭈뼛쭈뼛 앉자 그가 피식 냉소를 흘렸다.

“그래도 주제에 죄책감은 있나보네.”

“예···에?”

황장수는 먼저 발뺌부터 하려는 그의 태도에 인상을 확 찌푸렸다.

“행복 카센터? 이름 참 좃같네···.”

그는 습관적으로 담배를 물었다가 김선희를 힐끔 보고는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재털이에 비볐다.

“어이, 김선희씨가 당신한테 바로잡을 기회를 줄 거야, 양전무도 급발진 인정하고 검사결과표도 내놨거든? 그러니까 당신은 이번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이전에는 위증이었다. 돈을 받고 그 지랄을 했다. 양전무가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말하면 돼, 어때, 쉽지?”

“에? 아, 어···.”

사장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린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났다.

그때.

쾅!

“어맛!”

황장수가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가 야수처럼 으르렁거리며 말을 이었다.

“시발 대가리 굴리지 마쇼. S학원에서 밤 10시20분까지 공부하는 고3 딸, 저번달에 은성으로 이직한 와이프, 평범하게 살게 해줘야지, 어?”

사장은 확신했다. 이것은 명백한 협박이다. 그리고 눈앞 남자의 인상과 기운은 그 협박을 실행에 옮기기 충분해보인다.

이 김선희라는 여자, 착하고 순진하게 생겼다 했는데 독기를 품었는지 어디선가 해결사를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거기다 그 악독하고 강해보였던 양전무가 두손두발을 든 것을 보면 보통 사람이 아니다.

위증죄로 처벌되고, 돈도 뱉어내는 큰 일을 치러야겠지만, 해야한다.

전에도 그랬지만, 가족들을 위해서.

이번엔 진짜로.

사장은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증언··· 하겠습-”

쩌억-!

“꺄읍!”

그 순간, 사장은 교통사고를 당한 것만 같았다.

왼쪽 뺨에 무언가가 닿더니, 시야가 뿌옇게 변하며 오른쪽 머리가 딱딱한 무언가에 부딪혔다.

자신이 태우는 담배꽁초 냄새가 가까운 곳에서 느껴지는 것을 보아, 그제야 테이블에 얼굴을 찍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장수는 사장의 따귀를 때렸던 손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한 대 정도는 맞아야지, 나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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