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94화 (194/255)

< #194. 쳐봐, 쳐보라고 >

마실장은 그제야 신해수와 눈을 마주하고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이고는 두 손을 들어보였다.

“이만 하고 앉지.”

마실장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리에 앉았다. 눈을 가리는 피를 손등으로 닦자 얼굴에 피칠갑을 한 것처럼 보여 더욱 기괴하게 느껴졌다.

결과적으로는 마실장만 맞았는데, 이상하게 그의 말을 따르게 되는 형사들이었다.

“그,그러니까요. 팀장님, 팀장님.”

“하오 이 새끼가···.”

강범은 못이기는 척 물러나다가 마실장의 손목에 끊어진 수갑을 발견하고 움찔했다.

하지만 모른척,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아 테블릿을 폈다.

“내가 시간이 없어서 참는다. 다음에도 이렇게 까불면 넌 진짜 죽는···”

강범의 말이 흐려졌다.

강범의 말에 마실장은 테이블에 올려놓은 손을 말아쥐었다가 폈다를 반복했다. 주먹 크기가 어린아이 머리통만하다. 여기저기 굳은살이 박힌 것이 마치 돌덩이같은 느낌을 주었다.

“···거야, 아무튼, 널 습격한 놈들. 그 놈들을 보낸 놈, 그리고 너, 알고 있는 건 전부 말해.”

마실장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미세하게 저었다.

“경찰은 못 잡는데···.”

“잡고 못 잡고는 내가 판단하는 거고, 넌 주둥이만 열면 돼. 아니면 아까처럼 쳐맞고 열래?”

강범이 당장이라도 그의 머리통을 후려칠 것처럼 다시 재털이를 집어 들어올렸지만, 마실장은 눈썹 하나 꿈틀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안중에도 없고 해수에게 시선을 주었다.

해수는 손을 휘휘 돌리며 아는 대로 말하라는 제스쳐를 취했고, 그제야 마실장의 입이 열렸다.

“천선생이라고 있어, 날 습격했던 놈들은 그의 휘하 무력 단체다. 지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고.”

“개인 무력 단체? 첫판부터 개소리를 쎄게 하는데?”

“믿고 안 믿고는 형사님 판단이고.”

강범은 인상을 확 찌푸렸다가 손을 들고 까딱거렸다.

“계속 해봐, 먼저 천선생은 누구야, 이름이 뭔데.”

“본명은 아무도 몰라, 천선생이라고 부른다. 그가 천씨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하 씨···.”

강범의 반응이 어찌됐건, 마실장은 한 번 말하기 시작한 김에 많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천선생의 권력도 무한하지 않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칠성회 소속 회원들을 주시해라.”

“칠성회는 또 뭐야?”

강범의 질문에 마실장이 답답한 듯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고는 해수를 보았다가, 다시 강범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익을 위해 뭉친 일곱 개의 단체, 일성, 대성, 하진, KD, 천상, 성공일보, 그리고, 청와대.”

마지막 말에 강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해수 역시 처음으로 정확히 칠성회의 이름을 들은데다가, 청와대까지 나오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칠성회의 존재조차 몰랐던 것 같은 강범과는 달리, 해수는 그의 말이 모두 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놀랐다.

마실장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했잖아, 경찰은 못 잡는다고.”

“···닥쳐.”

강범은 더 들어볼 것도 없다는 듯이 일어났고, 마실장 역시 지금 상태로는 더 알려줄 게 없는 듯 입을 다물었다.

강범을 따라 팀원들이 나가고, 해수가 마지막으로 나가기 전에 마실장을 보며 말했다.

“나중에 연락하지.”

‘연락?’

마실장은 나중에야 독방에서 교도관이 휴대폰을 건네주는 것을 보고, 연락의 의미를 깨달았다.

*  *  *

해수는 나오자마자 강남팀 팀원들과 거리를 둔 채, 턱 아래쪽을 살짝 누르며 혼자 중얼거렸다.

“지금 마실장 얘기 다 들었지, 대성, 성공일보, 청와대 빼고 회사원들이랑 천선생 흔적 찾아봐.”

-예스 보스.

“보스는 뭐야.”

-예스 캡틴!

“그냥 보스 해, 일성도 빼고, 온오프로. 내가 모르는 경찰들 조사 있을 지 모르니까 의심받지 않게 조심하고.”

-아 그러면 KD랑 하진만 보면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보스!

“···그래.”

대답하던 해수의 미간이 슬쩍 좁혀졌다.

어찌됐건 이 비밀단체의 수장이 되었으니 호칭이 있어야 하는데, 보스라는 말이 영 어색한 해수였다.

*  *  *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봉고차로 타는 길.

해수가 타자마자 강범이 바로 그의 멱살을 잡고 밀어붙였다.

“너 내가 나대지 말랬지, 저런 놈들은 제대로 꺾어줘야 술술 잘 분다고. 몰라? 하긴, 헬스장에서 쇠질만 하던 새끼가 취조방법을 알 리가 없지.”

강범이 해수를 노려보며 멱살을 잡은 손을 살짝 놓았을 때였다.

“그에게는 배드캅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겁니다.”

해수의 대답에 강범이 다시 그의 멱살을 잡으며 죽일 듯이 눈을 치켜떴다.

“말대꾸하지 말랬지?”

해수가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강남서 강력1팀 팀장의 자리까지 올라간 만큼, 자신의 방법과 생각과 수단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사람이다.

조언해준답시고 말을 섞어봐야 지금같은 반응만 올 뿐이다.

해수가 입을 다물자 강범은 자신의 협박이 통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제야 멱살을 놓고 고개를 돌렸다.

옆에 있는 다른 팀원이 해수의 손목을 툭 치고는 입모양을 지어보였다.

‘참아요.’

그래도 같은 팀에 정상인은 있는 듯했다.

본부에 도착하고, 봉고차에서 내려 걸어갈 때 약간의 거리를 두고 팀원이 해수에게 속삭였다.

어쩐지 퀭한 얼굴, 그간 많은 고생을 겪은 듯한 얼굴이다.

“팀장이 안 그래도 그 짐승한테 쫄려서 자존심 팍 상해 있는 상태라서 더 예민해요. 이럴 땐 알아서 기어야 해요. 팀장 보면 알다시피 성격도 주먹도 보통이 아니라.”

“예.”

“그래도 실력은 좋아요.”

“음···.”

강범이 겁먹었다는 것을, 해수 뿐만이 아니라 강범의 팀원들까지도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본부에 들어서자 곽반장이 그들을 맞이했다.

“뭐야, 왜 벌써 들어와, 마씨 그 양반한테 뭐 좀 건졌어?”

“그 새끼 헛소리만 듣다 왔습니다. 뭔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니 뭐라니, 확 제대로 조졌어야 했는데. 저 새끼 때문에 진짜···.”

강범이 툴툴대며 해수를 노려보다 고개를 휙 돌리자, 해수와 눈을 마주친 곽반장이 알만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래도 팀원이 마실장의 진술을 토대로 태블릿에 정리를 해놓았다.

그것을 두고 곽반장과 오갱까지 함께 모여서 앞으로의 수사방향을 토론했다.

물론 마실장의 말을 믿냐며, 사사건건 태클거는 강범 덕에 속도는 매우 느렸다.

그 사이 조아라의 팀이 복귀했다. 어디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는지 그 체력 좋다는 막내 우강철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수고들 많았네, 무전기 잠잠했던 거 보니까 뭐 건진 건···.”

조아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없어요 없어, 아, 그 당시에는 그 주변 cctv는 물론 블랙박스에도 놈들이 안 찍혔다는 거? 엄청 치밀한 놈들이에요.”

조팀장의 말에 강범이 이죽거렸다.

“아무것도 못 알아냈다는 말을 길게도 질러대네.”

조팀장이 살짝 미간을 좁히고는 양손을 허리춤에 대고 말했다.

“저기여, 그쪽은 뭐 많이 건지셨나 봅니다?”

강범은 조팀장의 말을 무시하며 일어나 곽반장에게 말했다.

“이거 봐, 이렇게 하면 안 된다니까, 이게 무슨 수사야? 싹 다 갈아엎고 관련자 하나씩 조져야 제대로 된 정보가 나온다고.”

아예 수사방법을 탓한다. 곽반장에게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곽반장이 반발했다.

“지금이 무슨 80년대냐? 조지긴 누굴 조져?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정보야? 헛소리를 억지로 쥐어짜낸 거지, 너 지금까지 수사를 그따위로 했어?”

“내가 지금 강남서 강력팀만 10년째에요. 대한민국이 들썩일 만한 강력사건만 수십 건이에요. 선배는 잘 모르나본데, 수사는 범죄자의 성향에 따라 증거기반으로 갈지, 조져서 제대로 된 진술 뽑아낼 지 봐야 한다고.”

곽반장은 할렘가같은 강진시에서 20년 가까이 부대꼈다. 그런데 그를 경험이 없는 경찰처럼 무시하는 발언을 하니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뭐, 뭐? 서, 선배는 잘 몰라? 너, 너 내가 지금까지 어디서 근무했는지···.”

“어디서 근무했냐가 중요한가? 어떻게 근무했냐가 중요하지, 난 내 몸이 증명하잖아, 나는 그 개구리처럼 배가 튀어나온 선배가 특수본을 이끄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

그가 말이 끝나기 전에 작은 발이 날아왔다. 형사들이 양쪽에서 다급히 튀어나와 둘을 말렸다.

“뭐 이 새끼야!! 개구리!! 니가 내 배 이렇게 되는데 뭐 보태준 거 있어!”

조아라 팀이 곽반장을 말리고, 강남팀은 강범을 말렸다.

강범은 이참에 선배를 잡아먹겠다는 듯이 팀원들을 밀치고 윗옷을 확 찢어 근육질의 몸을 보여주었다.

“이거 보라고! 여기 칼자국 보여? 선배는 뭐 커터칼에 긁힌 자국이라도 있어?”

점점 싸움이 유치하게 흘러간다. 남자들이 감정이 격해지면 오가는 말이 유치해진다.

강범이 필요 이상으로 곽반장의 감정을 건드리는 게 느껴지자, 해수가 나서서 강범을 말렸다.

“그만 하십시오. 선배님.”

그 순간.

해수가 끼어들자 강범의 눈빛이 갑자기 살벌하게 변했다.

마실장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도 쫄아서 자존심이 상했는데, 해수가 끼어들자 조련사를 본 맹수마냥 차분해진 것이나, 말끝마다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는 것이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데 지금도 지가 뭐라고, 감히 끼어들어 선배에게 경고를 하는 듯하자 더욱 화가 난 것이다.

“넌 뭐냐, 씨발.”

“욕은 하지 마시죠.”

강범이 자신의 팔이나 어깨를 잡은 팀원들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뿌리치고는 해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얼굴을 내밀었다.

“뭐 이 새끼야? 눈깔 봐라, 한 대 치겠다?”

그는 얼굴을 살짝 비틀어 해수에게 들이대며 말했다.

“쳐봐, 야, 쳐.”

그가 얼굴로 밀자 해수가 고개를 돌리며 뒷걸음질을 쳤고, 그 모습이 해수가 마치 어쩔 수 없이 참는 것처럼 비춰져 강범의 화를 돋웠다.

“쳐보라고 이 새끼야!”

그는 결국 어깨를 뒤로 젖히면서 먼저 해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해수는 살짝 상체만 뒤로 물려서 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퍼억!

“깩!”

돌연 곽반장이 튀어나와 막으려다가 강범의 주먹에 맞았다. 손바닥으로 막았지만 강범 역시 잘 나가는 강력팀의 근육질 팀장, 그의 주먹 한 방에 스프링이 튕기듯이 뒤로 나가 떨어졌고, 해수가 다급히 받았다.

가만히 놔뒀으면 몇 미터 밀려나 바닥을 뒹굴 뻔 했다.

“흐으···.”

해수의 품에서 곽반장이 올렸던 가드를 내리니, 쌍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순간 장내에 적막이 흘렀다. 모두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 몰랐던 것이다.

강범 역시 당황하여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곽반장을 멍한 눈으로 바라고만 있을 뿐이다.

해수는 조용히 옆에 바짝 다가온 막내에게 곽반장을 넘기고, 강범에게 걸어가며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야.”

해수의 부름에 멍하니 있던 강범이 고개를 돌렸다.

“이 꽉 물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해수의 주먹이 휘둘러졌다. 잽도 아닌 어깨와 허리, 발목까지 쓴 제대로 된 훅.

뻐억-!

강범은 갑작스레 발동한 생존본능으로 두 팔을 들어 얼굴을 보호하려했지만, 손바닥이 얼굴에 닿기 직전에 해수의 주먹이 꽂혔다.

후웅- 쾅!

강범은 그대로 공중에서 한 바퀴 반 돌아 바닥에 내리꽂혔다.

“팀장니임!!”

“티,팀장님! 팀장님!! 강범 팀장님!”

“수, 숨 쉬세요 숨!”

뒤늦게 몰려든 강남서 팀원들이 다급히 그를 흔들었다.

강범은 두 손을 들어올린 자세 그대로 눈알을 까뒤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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