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91화 (191/255)

< #191. 팀원 모집 >

#191. 팀원모집

하루 전, 엑시트 온라인 내.

[하루살이: 님 자리에 있음?]

[서으니당: 이씀]

[하루살이: 해수님이 안회장님 만나고 싶다고 함]

[서으니당: 울아빠? 레알?]

[하루살이: 레알 급함]

[서으니당: ㅇㅋㅇㅋ 손절한 지 좀 됐는데 다시 연락해보겠음]

[하루살이: 님만 믿고 기다리겠슴]

[서으니당: ㅇㅋ 아 사냥터에 각대장 있었는데

[하루살이: ㄱㄱㄱ]

하루와 서은은 게임 내에서 대화를 자주 했고, 언젠가부터 말투도 게임 내에서는 현실과 달라지게 되었다.

물론 닮아가는 것은 말투 뿐만이 아니었다.

.

.

.

“오, 드디어!”

곽팀장은, 반복 노가다 끝에 드디어 그때 잃었던 검을 다시 장만하고 활짝 웃었다. 강화 수준은 아직 낮지만, 이제 드디어 다시 본래 사냥터에서 사냥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쁜 순간이었다.

그런데.

훙 훙-

눈 앞에서 익숙한 캐릭터 둘이 생겨나고.

[하루살이: ㅎㅇ]

[서으니당: ㅃㅇ]

푹 찍-

[캐릭터가 사망하였습니다.]

[+5절망의검(유니크) 을 떨어트렸습니다.]

화면을 내려다보던 곽팀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둘은 각대장의 캐릭터 앞에서 춤을 췄고, 그 사이 근처에 있던 슬라임이 꾸물꾸물 다가와 검을 먹었다.

각대장은 그 모습에 오열했다.

[각대장: 내가··· 니네 꼭 잡고 만다. 나 수사반장이야!!]

[하루살이: 응 나는 경찰청장]

[서으니당: ㅇㅇ그럼 나는 재벌3세]

“각대장···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곽팀장은 차마 모니터를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각대장의 통탄의 목소리가 게임 너머로 들려오는 듯했다.

*

고급스러운 한식집.

드르륵-

깔끔한 수트를 입은 남자가 미닫이 문을 열자, 그 뒤로 중후한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에 미리 앉아있던 안서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안서은의 아버지, 안회장은 애써 무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웬일이냐, 먼저 보자고도 하고.”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사적인 자리에서 회장님 호칭을 붙인다. 안회장은 그 발언에 미간을 살짝 좁히며 자리에 앉았다.

“아직도 그때 그 일로 꽁해 있는 거냐? 그게 다 널 위해 했던 일인 걸 모르겠냐?”

안서은은 작게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오늘은 소개시켜드릴 분이 있습니다.”

“···뭐?”

드르륵-

그때, 고정되어 있는 줄 알았던 뒷문이 열리며 덩치 큰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직접적으로 본 적은 없어도 서로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해수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처음뵙겠습니다. 안기원 회장님, 신해수입니다.”

해수를 발견하자 회장이 인상을 확 구겼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안회장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감히 고작 형사 주제에 전화로 협박하여 자신의 딸 감금을 풀어줬던 때가 떠올라 그때의 치욕스러움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가 문을 향해 손을 뻗었을 때, 해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실장과 손을 잡았습니다.”

턱-

안회장의 발이 멈추었다. 해수가 말을 이었다.

“오늘 자리는 서로 ‘득’이 될 이야기가 많을 것입니다.”

기업을 가꾼, 특히나 제 손으로 가꿔서 자수성가를 한 안회장 같은 스타일은 이익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머리가 클 수록 자존심이 하늘에 닿지만, 가끔은 이익을 위해 타협을 하는 것이 장사꾼이다.

스윽

안회장이 다시 돌아서자 해수는 그의 비위를 맞춰 고개를 살짝 숙였고, 그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위험한 자리를 만들었는지, 들어나 보지.”

안회장도 알고 있는 것이다. 유일하게 칠성회에 대항하는 해수를 만나면 자신도 그리고 딸인 안서은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해수는 안서은을 힐끔 한 번 보고는 다시 안회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동안 대성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기에, 이번 폭풍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려 합니다.”

“뭐? 기회?”

“천선생을 끌어내려 지하로 숨게 하고, 마실장을 돌아서게 했습니다. 마실장으로 인해 앞으로의 천재지변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알려주십시오. 지금 칠성회 내에 상황이 어떻습니까?”

안회장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몇 번의 설득과 어르고 달랜 끝에 입을 열었다.

“···그날, 천선생 라인으로 [대기]라는 지령이 내려왔다.”

대기는 숨 죽이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말라는 뜻이다. 불리한 사건에도, 유리한 사건에도 어떤 푸쉬도 취하지 말라는 뜻이다.

다른 칠성회는 예상했다시피 모두 뉴스에서 나오는 그 흉악 범죄자가 마실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선생의 주축이 되는 힘은 세 가지다. 첫째는 연결망, 둘째는 회사, 그리고 마지막은 천선생의 모든 오더를 실행하는 실무자 마실장이었다.

그런데 퇴사시키지 못하고 양패구상 된 상황이니 칠성회 회원들에게도 당연히 영향이 컸다.

누군가는 천선생을 노렸고, 누군가는 마실장으로 인해 피해를 볼까 봐, 또는 이럴 때 천선생의 점수를 따기 위해 마실장을 없애려고 시도를 하는 자들이 있었다.

말 그대로 혼돈이었다.

“···좋군요.”

“뭐가 말인가?”

“칠성회 잡기 딱··· 좋은 날 아닙니까?”

해수의 겁없는 말에 안회장은 기가 찬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

그날 밤, 리드빌딩 10층 신해수의 집.

하루가 오늘도 괴상한 오크가면을 쓰고 턱걸이 풀업을 하고 있다.

해수는 못본 척 밖에서 TV를 크게 틀어놓고 기다리다가, 그녀가 나오자 불러세웠다.

“이리와서 앉아봐.”

“예? 아··· 옙.”

하루는 땀에 절어 씻고 온다고 할까 고민하다가, 해수의 진지한 표정에 그냥 바로 소파로 향했다.

해수는 1인 소파, 하루는 3인 소파에 앉아 마주본 상태로 말을 이었다.

“천선생하고 회사를 잡으려고 특수본부가 설립된 거 알지?”

정확히는 이틀 후 월요일에 정식으로 설립된다. 현재는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미리 발표부터 한 것이다.

물론 관련자들이 정체를 숨기고 있는 만큼,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 및 폭력집단'을 꼭 잡아내겠다고 선언할 예정이다.

“네, 해수님도, 강철 선임도, 오강철 팀장님도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곽반장님도 가셔, 대장으로”

“아”

“그런데, 경찰들은 못 잡아.”

“예?”

“위에서 흔드는대로 수박 겉핡기만 하다가 칠성회가 보낸 희생양 한둘 잡고 사건은 마무리 될 거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하루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말을 잇는 해수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나는, 같은 시간에 진짜를 잡을 거다.”

하루의 고개가 다시 들려 해수와 눈이 마주쳤다. 해수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너를 그렇게 끔찍한 유년기를 보내게 했던 회사를, 회사를 만든 천선생을, 천선생을 그 자리로 올려준 칠성회를··· 잡아서 심판할 것이다.”

해수는 그녀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같이 하겠나?”

하루는 돌연 벌떡 일어나 해수의 손을 맞잡으며 당차게 대답했다.

“누구 목부터 따면 됩니까?”

하루의 살벌한 대답에 해수는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황장수는 린치를 당한 후, 의사가 놀랄 정도의 회복력을 보이며 3개월만에 퇴원 수속을 밟게 되었다.

퇴원날, 해수가 그의 짐을 챙겨주며 물었다.

“이제 뭐하면서 살게.”

“말 잘 했네, 나 또 칼 맞기 싫어, 겁나 아파, 나 좀 챙겨줘라, 내 돈 다 줄게.”

“너 노리는 놈들 이제 없어, 가서 적당히 평범하게 살아, 맨날 노래 불렀던 것처럼.”

장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이래서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짭새는 짭새고 조폭은 조폭인 거야.”

장수는 환자복을 벗고 해수가 사준 수트 한 벌을 입으며 말을 이었다.

“니가 거기 대가리를 까고 단체를 해체시키고 아무리 뭔 쌩 난리 쑈를 부렸어도, 이게 사람 마음이 그렇게 깔끔하게 딱 자를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그 좃같은 새끼도 대장이라고 그놈 존경하던 새끼, 또는 그 아래 새끼, 또는 그냥 나 담구고 싶은 새끼, 아직도 존나 많아, 그래서 한 번 조폭은 평생 조폭이 될 수밖에 없는 거야.”

해수는 가만히 장수의 말을 곱씹다가, 그의 짐이 담긴 캐리어를 끌었다.

“그럼 숨어 지내, 따라와.”

“오, 오 굿, 기대된다잉”

그렇게 해수가 마침 비었던 아래층 902호를 황장수 이름으로 구매했고, 그는 해수의 비호 아래에 리드 빌딩에서만 활동하며 조용히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

902호에서 신해수와 하루, 황장수가 마주보고 있다.

해수의 진지한 표정에 장수가 한쪽 눈을 찡그렸다.

“뭔 일? 칼 쓰는 건가?”

해수가 고민하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할 수도.”

그쪽 일을 완전히 손 떼라고 했던 해수가 권하는 칼 쓰는 일,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의심할 필요도 없다.

장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뭘 묻나? 리셋인지 뭔지 니가 내 앞에서 개소리 지껄일 때부터, 내 목숨줄 니가 쥐고 있다. 주인이 까라면 까야지.”

*

작지만 깔끔한 방에 모니터 여섯 대가 2단으로 설치되어 있다. 중앙에 메인 모니터 두 대에는 게임이 실시간으로 돌아가고 있다.

타닥 타다다닥

정영수는 눈을 반짝이며 바쁘게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그때.

똑똑-

꽤 큰 노크 소리가 영수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그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이 진짜, 누구야, 택밴가? 놓고 가세요~!”

쿵 쿵!

그러자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소리가 울렸다. 살짝 감정이 실린 느낌이다.

영수는 자라처럼 확 목을 움츠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뭐,뭐야, 아래층인가? 나 층간소음 발생 안 시켰는데, 소리가 너무 컸나?”

영수는 소심하게 스피커 소리를 줄이고 조심스레 현관문으로 가서 문구멍으로 밖을 확인했다.

문 밖에는 어마어마하게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서 있었다.

“히익!”

영수는 바로 몸을 낮추며 입을 막았다. 그때 들려오는 남자의 묵직한 목소리.

-뭐야, 없는 것 같은데, 부술까?”

보통 사람이라면 부순다는 말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하지 않는다.

영수는 무서움에 손을 덜덜 떨었다. 그때 울리는 벨소리.

띵 디링 띵 띵띵-

영수는 기겁하며 휴대폰을 놓쳤다가, 공중에서 간신히 낚아채며 품에 안았다.

-안에 있네, 문 앞이네, 어이, 문 좀 열어봅시다.

“흐,흐,흐으”

옆에 버튼을 눌렀지만 여전히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 영수는 그제야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다급히 받았다.

“시,신형님! 지금 저희 집 문 앞에 어떤 험악한 아저씨가···”

-그래, 문 열어.

그런데 목소리가 이중으로 들린다. 문너머에서도 들린 것 같다. 다시 구멍으로 확인해보니 험악한 남자 옆에 해수가 보였다.

그제야 영수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문을 열었다.

황장수는 정영수의 방으로 가자 눈히 휘둥그레졌다.

영수는 살림살이가 나아져서 작은 빌라로 이사를 했고, 더욱 제대로 장비를 갖췄다.

하루도 영수가 이사하고 나서의 집에 들른 것은 처음이어서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렸다.

“와우, 이거 뭔 영화에서 보는 방 같네, 니 천재냐?”

“예? 아, 아니 그냥 컴 만지는 거 좋아해요···”

“겸손하기도 하네, 신기하네.”

해수도 슬쩍 둘러보고는 바로 영수가 앉는 게이밍 의자에 앉아 본론을 꺼내었다.

“영수야, 장기 프로젝트 하나 하자.”

“아하···”

영수는 이미 하루와 장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그녀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뜬다. 허락의 의미다.

“네에··· 어떤 일이죠?”

해수는 대충 그가 알아야 할 정도만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그 중에서 네가 주로 할 일은 거짓정보를 분별하는 일이다. 하겠냐?”

영수의 대답에 망설임은 없었다.

“당연하죠 형님, 페이는 많이 주실 거죠? 아, 그러면 이렇게 네 명이 팀이에요?”

해수는 고개를 저으며 두 손가락을 펴 보였다.

"아니, 아직 두 명 더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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