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89화 (189/255)

< #189. 계획 실패 >

20층 빌딩 높이에서 사람 두 명이 떨어졌고, 한 명은 터져 죽은 사건이다.

직장인들이 많은 장소였고, 그 충격적인 광경에 사람들이 금세 모였다.

“지,지금 사람이 떨어졌어요. 많이 다쳤는데, 여기가··· 천성빌딩이요. 신 누구 부르라고 하는데···”

마실장의 눈빛을 받은 여자가 112에 신고를 했고, 그 사이 다른 사람이 119에 신고를 했는지 구급차가 먼저 왔다.

뿌득 뿌드득-

“아,아오, 힘이 무슨··· 선생님, 손에 힘 좀 빼주세요! 선생님!”

구급대원 세 명이 달라붙어 마실장을 옮기려는데, 차를 붙잡고 있는 손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실장이 점점 몸이 마비되는 것을 느끼면서도 정신력을 끌어모아 버티는 것이다.

구급대원 중에 높은 확률로 회사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선생은, 그의 산하에 있는 회사는 그럴 능력이 충분하다.

마실장은 흐릿해져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112에 전화하는 여자를 보며 웅얼거렸다.

“신해수···신해수 형사···”

아무리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도, 마실장과 눈을 마주하면 범인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피까지 철철 흘리고 있으니 더욱 무서워 말을 들어야 할 것만 같은 압박이 왔다.

“시,신해수, 신해수 형사 좀 불러달라는데요···”

여자가 용케 알아듣고 말을 전달했다. 그 이름이 나오자 구급대원 중 한 명이 흠칫했다.

형사라는 직책을 붙이니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깨달은 상황실 대원이 강력팀을 호출했고, 강력4팀은 바로 사건 장소로 출동하면서 병원에 있는 신해수에게 연락했다.

곧이어 강력4팀과 함께 신해수가 도착했고, 그의 얼굴을 본 마실장이 그제야 차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고 의식을 놓았다.

“어어, 놨다, 놨어.”

“와 이제야 놓네, 신해수 형사님이세요?”

구급대원들의 말에 해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 사람이 이 와중에도 신형사님을 엄청 찾아서··· 참 한시가 급한데 이런 사람은 처음 보네, 자기 목숨 위태로운 줄 모르고···”

“흠···”

해수는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누구인지 생각도 못하고 바로 찾아왔지만, 이곳에 마실장이 피떡이 되어 누워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나 둘! 읏차!”

근육몬 막내까지 가세해서 네 명이서 간신히 마실장을 들어 스크레치에 누였고, 그제야 그 아래에 깔려 있던 하팀장의 처참한 모습이 드러났다.

“으으”

“웁, 우욱!”

“자자 다들 물러나세요! 거기 사진 찍지 마세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사람들은 한없이 인상을 찌푸리거나 토악질을 해댔고, 몇몇은 실실거리며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었다.

한 박자 늦게 온 순마가 형사들을 도와 현장을 통제했다.

해수는 자처해서 보호자 신분으로 마실장과 함께 구급차에 탔고, 해수를 지킨다며 따라온 하루도 함께 탔다.

마실장이 눈을 감고 누워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복잡미묘했다.

“잠깐 지키고 있어, 아무도 허튼 짓 하지 못하게.”

“···네.”

해수는 오갱을 불러 긴히 말했다.

“형님, 이거 큰 건입니다. 어깨에 총상도 있습니다. 바로 현장 좀 덮쳐주세요. 아까 보니 20층 창문도 뜯겨 있던데.”

“저 사람은 뭔데, 저번에 그 사람 아니야?”

“예, 이따 말씀드리겠습니다.”

“훔··· 일단 알겠어.”

해수는 오갱을 보내고 다시 구급차에 올랐다.

마음같아서는 지금과 같은 타이밍에 허점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에 직접 올라가서 뒤엎고 싶지만, 또 한 편으로는 지금이 마실장이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되어 떠날 수 없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구급대원 한 명이 올라타려다가 해수와 하루를 보고는 멈칫하더니 조수석으로 향했다.

해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안에 이미 타 있는 구급대원에게 말했다.

“대성병원으로 갑시다.”

“예? 아 예, 안 그래도 그럴 예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실장을 태운 구급차가 대성병원으로 이동했다.

***

다른 사람도 아닌 칠성회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마실장이 20층 높이에서 떨어졌고, 신해수를 찾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컸다.

마실장은 그 빌딩에서 버려졌고, 살기 위해 해수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름도 수상한 기운이 넘쳐나는 천성빌딩이 칠성회와 아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직결된다.

그래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더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오갱이 막내와 경찰들을 데리고 들이닥쳤는데, 천성빌딩 측도 순순히 오픈했다.

빌딩 로비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수십 명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해당 빌딩에 위치한 회사의 고위급 간부들이 서로 감정싸움이 격해져서 용병들까지 끌어들여 싸웠고,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쳤다.

*

대성병원 2인 입원실.

해수의 요청으로 경찰특공대 네 명이 경호를 서고 있다.

해수가 개인적으로 고용한 UDT 출신 경호원 여섯 명도 병원 입구와 입원층을 순찰하며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 중이다.

-···아무튼 그랬어, 이 천성빌딩에 그 천성이라는 회사도 뭐 아무것도 안 나오던데? 세상에 이렇게 먼지 한 톨 안 나오는 회사는 처음 봤어, 시체가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아무튼 그 사람 깨어나면 얘기하고, 수고해라.

예상하고 있었기에 해수의 표정변화는 없었다.

마스터키는 지금 옆에 누워 있는 사람이다.

마실장은 의사가 살아있는 것이 놀랍다고 할 정도로 몸이 엉망이었다.

등에 박힌 총알은 오히려 워낙 몸이 두껍고 근육이 질긴 것이 독이 되어, 본래라면 관통될 총알이 안을 헤집었다.

칼에 베이거나 석궁이 박힌 곳도 수십 군데여서, 혈관이나 힘줄이 끊어진 곳도 많았다.

놀랍게도 20층에서 떨어진 충격으로 인해 장기가 파손되지는 않았지만 깊은 안정이 필요한 상태였다.

가장 심한 것은 옆구리 간장 위치, 바로 해수가 집중해서 때렸던 곳이다.

마취 성분이 지독하게 많이 주입되었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그로 인해 마실장은 사흘째 깨어나지 못했었다.

스윽-

나흘 째 되는 날, 아침이 되어 해수가 눈을 떴다. 그러자 옆 침상에 거대한 덩치의 마실장이 상체를 일으켜 앉아 있었다.

“신해수.”

해수는 고개를 들어 천천히 그를 보았다. 양쪽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고, 발목도 묶여 있지만 그것은 형식의 문제일 뿐이다.

해수에게도 수갑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실장이 해수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 부르튼 입술을 열었다.

“내가 맞다.”

“···”

“네 아버지, 신정식씨를 살해한 사람.”

그리운 이름이 낯선 자에게서 튀어나왔다. 신해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실장은 예의 그 건조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널 찾은 건, 너 외에는 모두 칠성회에 포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거든, 너를 제외하고···”

마실장은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이 해수에게 많은 것을 털어놓았다.

천선생과 칠성회, 회사에 관해.

칠성회는 이미 대한민국의 거대한 카르텔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겁많은 권력자 천선생은 자신에게 작은 반항이나 반역의 기운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이유불문 무조건 쳐내었고, 그에게 모두 알게 모르게 불만이 있지만 이득을 보는 것이 더 많기에 맞추고 있는 상황이었다.

칠성회라는 정재계의 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권위에 올라가 있는 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긴밀한 연결망을 구축하고 서로 상생하며 대한민국을 주무르는 체계를 만든 자가 바로 현재의 천선생이다.

그가 바로 핵심인 것이다. 그에게 칠성회가 따르는 이유는 이익이 가장 크지만, 그것 못지 않은 이유가 바로 돈도 정보도 아닌, 회사 때문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지만, 법이 더 무섭다. 그러나 법보다 칼이 더 무섭다.

21세기에 이 말을 실천하는 자가 바로 천선생이었다.

그에게 밉보이면 권위가 나락으로 가고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고, 쥐도새도 모르게 가족까지 모두 사고사를 당하는 것이다.

“···천선생과 그의 회사를 처리하면 칠성회는 알아서 해산될 것이다.”

“정말··· 그들이 해산될까? 그들도 모두 내로라 하는 대기업인데.”

대기업은 물론 정치쪽 초거물, 언론 쪽을 꽉 휘어잡고 있는 거물도 있었다.

마실장은 깁스를 한 해수의 손을 보았다가 자신의 손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해수는 부정하지 않았다.

천선생과 회사를 괴멸시키고 칠성회를 해산시켜도, 언젠가는 다시 제 2, 제 3의 천선생이 튀어나올 것이다.

그것이 두려워 나아질 미래를 향해 힘쓰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해수는 마실장의 눈을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보지.”

*

마실장은 거동이 불가하여 병실에 얌전히 묶여있고, 천선생과 이제는 궤를 달리한다고 해도 그는 특급 범죄자다.

그 어떤 자를 두어도 안심할 수 없다. 해수 역시 지금 외부 활동을 하기에는 불가하여, 급한대로 곽반장에게 말하여 출동을 강행시켰다.

천성빌딩에 위치한 천성 기업의 비리, 회장 천선생의 비리 등은 모두 마실장의 발언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예상했지만 영장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이미 위에도 칠성회와 단단히 연결되어, 마치 천성빌딩이 성역처럼 침범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하지만 전 청장 조감찬 의원과 오성주 삼선 의원의 입김으로 간신히 영장을 받아냈고, 강진서 강력반, 그러니까 1,2,3,4팀 전부와 경특대가 천성빌딩으로 향했다.

천성빌딩은 전처럼 형사들을 흔쾌히 안으로 들였다.

“허어”

오갱은 천성기업 회장을 만났고, 해수가 알려준 천선생의 얼굴과는 전혀 다른 인물임을 깨달았다.

이미 데이터상으로도 오래 전부터 눈앞에 후덕한 인물이 회장이었다.

두 팀으로 나뉘어 곽반장이 이끄는 팀은 ‘회사’ 본부로 갔다.

“와··· 이 새끼들···”

“깔끔하네요. 이 정도면 진짜 무서워지는데.”

회사는 생각과는 달리 서울 한복판에 고층 빌딩에 위치해 있었고, 안은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

빌딩 명의도, 회사 명의도 외국 사람으로 되어있고,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무실은 종이 한 장 없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단 사흘, 사흘 만에 모든 것을 지웠다.

천선생은 물론 그의 독단적인 무력단체 ‘회사’ 회사원들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실장이 이미 예견했던 바다.

*

마실장은 생긴 것처럼 거의 오십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회복력을 보였다.

안정을 오랫동안 취해야 하지만, 이제 지켜보기만 해도 되는 수준이 되자 그의 죄목에 관한 집행이 급속도로 빨리 진행되었고, 구치소로 이동하는 날이 왔다.

강력반은 범죄자를 이관하는 집단이 아니다. 그들을 이송하는 단체는 따로 있다.

강력반이 맡은 사건들도 모두 한 생명이 달려있고, 한시가 급한 건이기에 그들을 고작 범죄자 이송에 힘써달라고 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해수는 아직 깁스를 풀지 않은 상태지만 마실장을 이송하는데 자신이 직접 나섰다.

계속 강조했지만 일정상 경찰특공대가 직접 이송은 하지 못하고, 대신 많은 경찰들이 붙었다.

구치소로 향하는 철창 버스 한 대와 순찰차 여섯 대, 해수를 태운 봉고차 두 대였다.

하루는 경찰 신분이 아니기에 합류하지 못하고 멀리서 차를 끌고 따라왔다.

쾅 쾅 콰직

해수는 깁스를 부수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아직 이물감이 있지만 이 정도면 쓸만하다.

그들은 무조건 마실장을 노릴 것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후에도 가능하겠지만, 마실장 정도 되는 실력자는 이런 도로에서 쪽수로 밀어붙이거나 총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교도소에서는 죽이기 힘들어진다.

그들은 온다.

콰광 쾅!! 끼이이이익-!!

말하기가 무섭게 굉음이 일었다. 교차로에서 거대하고 긴 트럭이 경찰차를 밀어붙인 것이다. 신호기를 조정하여 직전 초록불로 켜진 상태임에도 옆에서 온 트럭이 신호를 무시했다.

경찰차 두 대가 같이 밀려났고, 한 대는 거의 짓이겨졌다.

끼이이익- 끼이이익-

그에 이어서 비슷한 길이의 어마어마하게 큰 트럭 두 대가 와서 길게 늘어서서 길을 막았다.

해수가 미간을 좁히며 앞을 보니 앞열에 가던 경찰차 두 대와 이송 버스는 지나간 후였다.

해수는 멍한 눈으로 앞을 보고 있는 봉고차 운전자의 목덜미를 잡아 옆으로 치우고, 자신이 직접 운전하여 앞으로 갔다.

부아아아앙!!

길게 늘어선 트럭을 피해 가려면 약간 돌아가야 했다. 그래봤자 5분 남짓.

트럭 벽을 넘어서니 경찰차 두 대와 이송 버스가 뒤집혀 있다. 도로에는 경찰관 몇 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해수는 다급히 총을 꺼내어 들고 봉고차에서 내려 버스로 달려갔다.

뚝 뚝-

버스 안에는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수감자 옷을 입은 자들이 아닌,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쓰러져 있다.

그 중심에 누군가가 우뚝 서서 짐승같은 거친 숨소리를 내고 있다.

‘마실장···’

회사 놈들의 계획은 실패했다.

해수는 총을 움켜쥐고 긴장하며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탈출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지금 탈출할 수 있다.

그때, 마실장이 피에 절은 두 손을 내밀었다. 특별히 두 개를 채웠던 수갑이 이미 끊어져 있다.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거 좀 다시 채워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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