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88화 (188/255)

< #188. 신해수 데려와 >

인적이 드문 외곽 도로.

유턴을 하는 검은색 차량 뒤쪽 창문이 깨져 있고, 한 남자의 머리통이 튀어나와 있다.

그의 목을 커다란 손이 움켜쥐고 있다. 남자는 지금 포지션에서 벗어나려고 바둥거렸지만, 목을 쥔 손은 바위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돌연 안쪽으로 쑥 빨려들어갔다.

푹 푹-!

마실장은 목을 움켜쥐고 있던 회사원을 끌고 와 앞좌석에 있는 자들이 뻗는 칼을 막았다.

칼 두 개가 회사원의 등과 목을 찍는다.

“컥”

마실장은 반대편으로 회사원을 내던지고, 앞좌석 머리 받침대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콰지직!

머리받침대가 부서지며 조수석에 있던 사내의 머리를 때렸고, 그 사이 운전수 동식이 마실장을 향해 다시 칼을 휘둘렀다.

훙 훙-

마실장은 뒤로 물러나며 발로 조수석 등받이를 힘껏 찼다.

쾅! 콰지직!!

지지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등받이가 역으로 완전히 접혔다. 조수석에 있던 회사원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리까지 접히며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휙-

동식이 아예 몸을 구부정하게 일으키며 마실장의 목을 향해 칼을 뻗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빠른 공격, 적절한 변화와 판단, 아까운 인재다. 하지만 지금은 처리해야할 적일 뿐이다.

푹-

마실장은 팔뚝으로 칼을 막으며 오른주먹을 뻗었다.

피하면 반격이 힘들지만, 막으면 반격의 거리가 짧아진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예전이라면 생각하지도 않을 행동이지만, 해수와의 격전 이후 달라진 마실장이었다.

퍼억-!

마실장의 주먹이 동식의 얼굴에 정통으로 꽂혔다. 그는 동식의 상태를 살피지도 않고 바로 몸을 돌려 옆자리에 앉아 동료의 칼에 경동맥이 끊긴 채 피를 흘리고 있는 회사원을 잡아 차 밖으로 던졌다.

“끄윽!”

그러고는 조수석에서 나오려고 낑낑대는 회사원을 힐끗 보고, 역으로 꺾인 등받이를 발로 가차없이 밟았다.

퍽 퍽- 퍽 퍼석!

아무런 신음도 들리지 않았을 때쯤 등받이를 살짝 들어보니 상대의 얼굴이 함몰된 것이 보였다.

마실장은 마지막으로 혼절해 있는 동식의 멱살을 잡아 끌었다.

그 사이 동식이 정신을 차렸지만, 눈 앞에 마실장을 마주하자 전의를 잃은 듯이 눈을 내리깔고 있을 뿐이다.

마실장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도 모르겠냐, 총이 없으면 나를 잡을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지.”

마실장은 그를 뒷좌석으로 끌고 와, 깨진 창문에 목을 대고 아래로 내리찍었다.

우드득-!

기괴한 소리가 적막한 도로에 울려 퍼졌다. 동식은 운 나쁘게 즉사하지 않았어도, 유리조각에 경동맥이 끊겨 죽을 수밖에 없는 치명상을 얻었다.

마실장은 그 큰 몸을 어기적 어기적 운전석으로 옮겨 핸들을 잡았다.

밖에 내던졌던 회사원이 갓길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것이 보인다.

마실장은 고민없이 액셀을 깊게 밟았다.

부아아아앙- 퍼억! 덜커덩

그렇게 마지막 남은 회사원을 차로 치고, 머리를 밟아 마무리까지 하고는 천선생의 사무실을 향해 핸들을 돌렸다.

핏자국이 가득한 채 덜컹거리는 자동차가 굴러가는 모습은 꽤 으스스해보였다.

*

“포경 1팀, 1팀 응답하라.”

-1팀 없다.

“···”

하팀장은 무전너머로 들리는 마실장의 목소리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1팀의 실패는 어느정도 예상한 결과다. 최저인력의 기습으로 큰 산을 쉽게 넘으려 꼼수를 쓴 것이지, 운이 안 좋았을 뿐이다.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갈 테니까.

하팀장은 말없이 가만히 무전기를 바라보다가 채널을 돌렸다.

“포경2팀, 포경 준비.”

-포경2팀 양호

마실장이 눈치는 챘겠지만, 몰래 준비하느라고 회사 병력을 많이 빼오지는 못했다.

마실장의 무뚝뚝하고 잔인한 성정과 절대적인 힘을 맹목적으로 존경하는 놈들도 생각보다 많아서, 그들의 눈을 속이느라 스무 명도 간신히 모았다.

하지만 이미 그에게 칼을 들이민 이상 돌이킬 수 없다.

상위권 등급 회사원 스무 명, 우리나라 그 어떤 누구의 목도 딸 수 있는 인원, 군대의 고위급 간부는 물론 국가의 원수도 암살할 수 있는 전력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딱 한 명만은 확신할 수 없다.

지리적 이점, 장비, 인원, 모든 게 유리해도 장담할 수 없는 상대다.

하팀장은 사무실로 들어가 여전히 창문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흰 머리 중년인에게 말했다.

“천선생님, 일단 자리를 피하시죠, 헬기 대기 시켜놓았습니다.”

천선생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건 참 리더의 자세가 아니야, 마실장이 올라오면, 나를 볼 권리가 있지, 암.”

“···예.”

하팀장은 살짝 미간을 좁히며 돌아서서 사무실 문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말했다.

“총 챙겨.”

*

우리나라의 경제가 돌아가는 곳, 크고 작은 일이 정해지는 곳, 칠성회 우두머리 일곱 명이 원탁에 앉아 회의를 하는 이곳, 천성 빌딩은 20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층고가 높고 견고하여 같은 층의 다른 빌딩보다 높은 편이다.

이곳 로비는 지어질 때부터 효율적인 동선보다는 방어를 목적으로 지어졌다.

회전문을 통해 들어서면 앞에 거대한 스크린 벽이 가로막고 있고, 양옆으로 나뉘어져 좁은 길을 통과하여 다시 가운데로 모이고, 강철로 된 게이트 두 개를 지나야만이 엘리베이터에 도착할 수 있다.

빌딩을 이용하는 대다수가 알지 못하지만, 중앙에 세워져 있는 벽은 안에서 밖이 보이고,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있어, 밖을 관찰하고 기습하기 좋다.

지금처럼.

슥-

마실장은 돌연 뻗어오는 송곳을 피하고 그 손목에 칼을 찍었다가 뽑았다.

치이익-

마실장의 두 손에 들린 칼은 이미 피로 흠뻑 물들어 있었다.

아무리 대한민국을 뒤흔든다고 해도 회사원들에게 총을 배포하지는 않는다. 구하기가 쉽지도 않지만, 가장 큰 이유는 천선생이 자신 외에는 총을 들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을 대체한 것이 바로 석궁이다.

빌딩 로비 벽에 수많은 회사원들이 들어가 그곳에 난 구멍으로 석궁을 난사하는 방어전을 펼치는 것이다.

아무리 마실장이라도 온 몸이 돌로 되어있는 것은 아니기에, 평소에는 들지 않았던 칼을 양손에 들고, 심장과 배에 두꺼운 책을 붙이고 전장에 들어섰다.

퍽 퍽 푹-!

마실장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이 방어진을 파훼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는 벽 안쪽 입구까지 달려가 문을 부수고, 내벽으로 들어가 다수의 회사원들을 학살했다.

회사원들은 석궁으로 동료를 맞출까봐 망설이다가 칼로 바꿔들고 마실장에게 덤볐고, 목이 꿰이거나 심장이 파였다.

-딩 동 로얄층입니다.

지이이잉-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피비린내가 진하게 풍긴다.

철퍽, 철퍽.

마실장은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피에 흠뻑 젖은 신발을 끌고 걸음을 옮겼다.

카펫이 붉은 색이기에 피가 바닥에 묻어나는 것이 그리 티가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붉은 카펫을 깔았나 싶기도 하다.

똑똑

“나 왔습니다.”

끼이익-

천선생의 사무실에 노크를 하자 문이 열렸고, 사무실 안에 풍경이 보였다.

천선생이 예의 그 통창문을 바라보며 등을 보이고 서 있고, 그 뒤로 하팀장과 그의 부하 네 명이 마실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 하나같이 특이한 모양의 총이 들려 있다.

하팀장은 마실장의 꼴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거의 열 발이 넘는 석궁이 꽂혀있고, 팔뚝, 허벅지, 발등, 얼굴까지 칼에 베인 상처가 있고 지금도 피를 흘리고 있었다.

마치 지금 피에 젖은 옷이 모두 그가 흘린 피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천-”

타닥 타다닥-

마실장이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하팀장이 먼저 총을 발사했고, 빨간 깃이 달린 송곳 모양 총알이 날아가 그의 몸 이곳저곳에 박혔다.

마취총이다. 다섯 방 중에 한 방만 빗나가고 나머지 네 방은 박혔다.

하팀장이 총을 들어 총구로 머리를 긁적이며 이죽거렸다.

“코리끼 마취제야, 과다사용으로 죽을 수도 있고.”

마실장은 대답 없이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몸에 박힌 것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걸음을 옮겼다.

척, 철퍽 척, 쿠웅-!

그 거대한 몸이 세 걸음을 채우지 못하고 그대로 엎어졌다.

이미 상태가 마취총을 맞기 전부터 걷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이기는 했다.

멀쩡했다면 이렇게 쉽게 마취총을 맞추지도 못했을 것이다.

스무 명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하팀장은 워커발을 들어 마실장의 머리를 밟았다.

뿌드득-

“크흐···”

마실장의 신음이 낮게 울려 퍼진다. 고통에 찬 신음도 마치 맹수가 위협하는 소리같다.

스윽

천선생이 그제야 뒤돌아서 마실장 앞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멈추더니 한 걸음 뒤로 옮기고 입을 열었다.

“마실장, 주인이 먹이를 많이 줘서 덩치도 커지고, 훈련 시켜서 똑똑해져도··· 개는 개인 거에요. 주인에게 이빨을 보이는 순간, 안락사 시킬 수밖에 없어요. 나는 이제, 마실장을 믿을 수 없게 됐어요.”

천선생이 말을 마치며 하팀장에게 눈치를 줬고, 하팀장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그는 미리 준비해둔 정글도를 꺼내어 마실장의 목에 겨누었다. 그러고는 번쩍 들어올렸다가 강하게 내리쳤다.

카앙!!

그 순간, 마실장이 몸을 비틀어 그것을 피했다. 정글도는 딱딱한 바닥을 강하게 내리쳐 하팀장의 손아귀가 찢어졌다.

그 사이 마실장이 벌떡 일어나 하팀장의 목을 움켜쥐고 옆으로 비틀었다.

우드드득-

하팀장은 눈을 까뒤집고 팔다리가 축 쳐졌고, 다른 경호원들은 칼을 들고 마실장에게 덤벼들었다.

천선생도 놀라서 책상 쪽으로 뒷걸음질 치며 품에서 진짜 총을 꺼내어 들었다.

푸북 푹 푹-

마취총이 아예 안 통한 건 아닌지, 경호원들의 칼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옆구리에 그대로 받았다.

“크흐아아아!!!”

마실장은 이미 축 쳐진 하팀장의 시체를 들고 반 바퀴 돌려 경호원 몇 명을 물리고는, 그대로 통창문으로 돌진했다.

콰장창창!!!

매우 두꺼운 특수유리인데 아예 연결부가 뜯겨나가며 통창문이 떨어져 나갔고, 마실장과 하팀장이 창문 밖으로 튀어나갔다.

천선생은 다급히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알이 마실장의 넓은 등판에 박히며 피가 튀었다.

쾅! 쾅 쾅 쾅!!

마실장과 하팀장은 밑으로 떨어지며 중간 중간에 열려있는 창문에 부딪히고, 마지막에는 고급 승용차 위에 떨어졌다.

콰광!!! 삐이! 삐이! 삐이!-

차가 종잇장처럼 완전이 주저앉았고, 마실장이 에어백을 삼아 아래에 깔았던 하팀장의 몸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일부 터져나갔다.

“꺄아악!”

“뭐,뭐야!”

“사람이 떨어졌는데?”

“사,살아있는 거 같아?”

“112, 112에 신고해야 해요!”

대포알이 떨어진 것 같은 커다란 굉음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천선생은 위에서 마실장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가 다른 경호원들의 만류에 뒤로 물러났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 이상 지금은 손을 댈 수가 없다.

마실장은 그 높이에서 떨어졌음에도 엄청난 정신력으로 의식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는 112에 전화한다는 여자에게 검지를 뻗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신해수··· 신해수 데려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