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85화 (185/255)

< #185. 신해수VS마실장 >

영업부 4팀 대리 둘째.

그는 팀장의 작전 취소 명령에 무언가 어긋났음을 깨달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는 포인트에 거의 도착한 상태였고, 팀장의 명령에 일단 셋째가 어떻게 되었는지 살피기 위해 골목길을 살짝 보았다.

셋째가 벽에 기대어 앉아있다. 그는 미간을 좁히며 칼을 들고 그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젠장···.”

둘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가까이 다가가니 셋째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목에 긴 혈선이 그어져 있고, 아직도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다.

그는 바로 벽에 몸을 붙이고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그그그-

그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방향을 따라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 검은 무언가가 그를 덮쳤다.

타닥-

여자로 추측되는 가느다란 다리가 교차되어 그의 목을 옥죄었다. 팔힘으로 단숨에 풀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발목까지 걸어서 그런지 묘하게 단단했다.

푹 푹-

그는 의식을 잃기 전에 재빨리 칼로 그녀의 허벅지를 찔렀다. 어깨도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여 강도는 약했다.

하지만 그녀의 옷을 뚫고 안에 상처를 입히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응?’

손 끝에 감각이 이상하다. 수없이 접했던 살갗을 찢는 감촉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딘가 익숙한 감각이 칼끝을 타고 흘렀다.

‘···방검복!’

전투를 대비하여 조끼 형식의 방검복을 입는 것은 가끔 있어도, 하의까지 방검용으로 입는 것은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에 당황했다.

캉- 츠즈즈

그 사이 자신의 목을 향해 단검이 들어왔다. 그 순간 목을 옥죄는 다리에 힘이 살짝 풀렸고, 그는 재빨리 칼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기술이 들어가면 몰라도, 이렇게 힘으로 붙으면 자신이 유리하다.

둘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녀의 집중이 흐트러져 목을 옥죄는 허벅지의 힘도 풀렸고, 그로 인해 피가 다시 통하여 흐릿해졌던 정신도 살짝 돌아왔다.

이제 반격의,

푹 푹 뿌득-

그녀는 대치하고 있던 단검을 갑자기 뒤로 빼더니 그의 어깨를 찍었다. 때문에 칼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고, 그 사이 목을 옥좨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끄,끄-”

제대로 목을 조이면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 다리를 풀기 위해 강인한 정신력으로 몸을 앞으로 반 발자국 갔다가 뒤로 쓰러지듯이 누우며 벽에 부딪혔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스르르

둘째는 그렇게 천천히 쓰러지며 눈을 감았고, 하루는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 단검으로 그의 경동맥까지 찔렀다.

탁, 타닷-!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뒤로 물러서는 하루.

그 장면을 목격한 영업부4팀 팀장이 발소리를 죽인 채 다가오고 있었다. 들켰다는 걸 안 그는 양손에 휘어진 단검 카람빗을 들고 하루에게 달려들었다.

‘흡.’

하루는 그에게 마주 달려가려다가 오른쪽 허벅지에 찌릿한 통증을 느끼며 멈칫했다.

그 사이 팀장이 다가와 그녀에게 카람빗을 휘둘렀다.

슥 슥-

빠르고 정확하고 절제된 공격, 실력자다. 추측은 했었지만, 이번 공격으로 이 자가 이들의 리더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루는 재빨리 몸을 물리며 피하다가 뒤로 한 바퀴 굴렀다. 등과 머리에 피가 묻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타다다닥-

딱딱한 얼굴의 팀장이 무섭게 달라붙으며 카람빗을 내리찍었다.

하루는 쪼그려 앉은 상태로 단검을 들어올려 그의 공격을 막으며 그의 발목을 다리로 쳤다.

탁-

평소라면 이 가느다란 다리로는 정통으로 때려도 끄떡도 하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은 교묘하게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렸고, 바닥에는 피 웅덩이가 있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마찰력이 작다.

“흡!”

미세하게 팀장의 중심이 흐트러진 그 찰나, 하루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상처입은 사냥감을 본 맹수처럼 그를 덮치며 오금과 간장, 겨드랑이 사이, 마지막으로 목을 찔렀다.

그 다섯 번의 칼질은 마치 하나의 행동처럼 부드럽고 빠르게 이어졌다.

푸북 푹푹 치이익-

“아으···.”

팀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 뜬 상태로 하루에게 카람빗을 휘적휘적 휘둘렀다. 그러나 힘이 다 빠진 휘두름은 하루의 옷자락조차 닿지 못했다.

털썩

몇 초 후, 팀장이 피웅덩이에 코를 박고 쓰러졌다.

하루는 그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품을 뒤져 무전기를 꺼내어 챙기고, GPS기기와 감청기를 안주머니에 붙이고는 그 장소에서 떠났다.

잠시 후.

“흐음···.”

“오랜만에 실패네.”

“그러게.”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복장을 한 사람들 네다섯 명이 현장에 나타났다.

그들은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보고는 놀라지도 않았다.

그러고는 익숙하게 형광 조끼를 꺼내어 입고, 공사중 입간판을 골목길에 세우고는 시체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금방 옥상에 있는 넷째의 시체도 찾아내었다.

그렇게 시체를 모두 수거하고, 피도 깔끔하게 지우고 약품 처리까지 하여 전과 같은 상태로 만들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거침이 없어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스윽-

그들이 봉고차를 타고 문이 닫혔을 때, 건너편 옥상에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던 하루도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  *  *

끼익

10센티가 넘는 두꺼운 문을 열자 스산한 한기가 느껴졌다.

저벅 저벅 저벅

육중한 발소리가 적막한 실내를 뒤덮는다.

실내에는 새하얀 옷과 모자, 마스크를 쓴 사람 세 명이 있지만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숨까지 참고 방금 들어온 자의 눈치만 살폈다.

머리가 천장이 닿을 것처럼 키가 크고, 몸의 두께도 그에 못지 않은 사내,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몸을 덜덜 떨게 만드는 위압감이 저절로 풍겨나오는 사내.

마실장은 덮여있는 하얀 천을 걷어냈다.

창백하게 굳어버린 영업부 4팀 네 명의 시체가 여실히 드러났다.

마실장은 그 시체를 보며 눈썹 한 번 꿈틀거리지 않고, 눈동자에 작은 흔들림도 없었다.

스릉-

마실장이 단검을 꺼내자 장내에 있는 사람들 몇 몇이 움찔거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그는 마치 사물을 보듯이 시체의 상흔을 칼끝으로 벌려가며 자세히 살폈다.

‘칼을 쓰는 데 거침이 없다. 상흔의 끝까지, 전문가야, 신해수가 아니다.’

“cctv는.”

“모두 확보했습니다만, 포인트에서 처리되어 의심이 가는 자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포인트는 cctv의 사각지대로 잡는 게 기본 룰이다. 그것을 역이용당한 것이다.

저벅 저벅

마실장은 영업부 4팀 대리의 시체로 다가가 목을 살폈다. 다른 자들과는 달리 살 끝이 살짝 말렸고, 여러 번 조인 상처가 있다.

‘한 번에 목을 비틀지 못했어, 힘이 강하지 않은 남성, 혹은··· 여성, 신해수가 어떤 단체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한참 상념에 빠져있던 그때, 마실장의 뒤에서 쇳소리처럼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장님, 천선생님에게는···.”

마실장이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깔끔한 수트 차림에 뱀을 연상케 하는 희귀한 눈동자를 지닌 남자가 서 있었다.

“됐다.”

“예, 알겠습니다.”

뱀눈이 고개를 숙였고, 마실장은 돌아서서 영안실을 빠져나왔다.

뱀눈은 살짝 눈을 들고는 마실장의 뒤를 가만히 노려보다가 그의 뒤를 따랐다.

*  *  *

삑 철컥-

신해수는 퇴근을 하고 문을 열자마자 후다닥 자신을 덮쳐오는 하루를 맞이했다.

“헙-”

해수는 반사적으로 살짝 상체를 물렸고, 하루는 빠르게 해수의 두 손목을 잡아채더니 말없이 거실로 이끌었다.

그녀의 눈빛이 사뭇 심각하여 해수는 아무 말 없이 뒤를 따랐다.

하루는 그 앞에서 리모컨을 들어 TV를 켜고, 볼륨을 꽤 크게 키웠다.

-···다음 사건입니다. 무질서한-

그러고는 뒷주머니에서 무전기로 보이는 기기를 꺼내어 해수에게 내밀었다.

해수는 영문을 몰랐지만 일단 무전기에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무질서한

TV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흘러나온다. 이것은 둘 중에 하나다. 무전기 하나가 근처에 있거나, 혹은···

하루는 해수의 표정을 살피고는 터벅터벅 걸어가 TV 셋톱박스에서 조그마한 감청기를 떼어냈다.

그것 외에도 집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감청기를 모두 떼어내어 해수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그러나 아직 놀라기에는 일렀다.

“제가,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네 명”

해수는 벌렸던 입을 다물고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하루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자책은 보이지 않는다. 죽일만 한 놈을 죽인 것이다.

“시체는”

“시체는 없습니다. 그들이 모두 가져갔습니다. 흔적도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음···”

미적지근한 해수의 반응에 하루가 그의 손목을 잡아끌며 소파에 앉혔다. 그러고는 하루 딴에는 최대한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위험합니다. 그들이 해수님을 노리고 있습니다.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의 시체에 감청기와 GPS를 붙였지만 금세 캔슬되었습니다. 그들은 전문가입니다.”

하루는 대답 대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하루의 말에 해수의 표정도 조금은 심각해졌다. 사람 죽이는 것을 업으로 삼는 전문가 중에 전문가들이 자신을 제대로 타깃으로 삼았다?

이전에는 한 명씩 덤볐고, 그 뒤로도 큰 반응이 없었다. 로이스킴의 정보에 따르면 자신을 천선생이라는 자의 아래에 두려고 처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명 한 명씩 암살을 시도했던 것은, 그들이 명을 어기고 나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네 명, 게다가 집 안에 침투하여 감청기도 붙이고 며칠간 지켜보면서 때를 노렸다.

위험하다. 회사 놈들이 작정하고 덤비면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위험하다. 덩달아 지금처럼 하루도 같이 위험하다.

그때, 하루가 돌연 해수의 두 어깨를 붙잡았다.

“도망칩시다. 도망쳐야 합니다. 해수님 돈 많습니다. 해외로 도피해야 합니다.”

해수는 그녀의 손을 천천히 내리고, 손을 잡은 상태로 입을 열었다.

“알았다. 일단··· 짐 챙기고 있어, 서에 들렀다가 올 테니.”

하루는 해수가 솔직히 고집을 부릴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순순히 같이 지금의 위기를 피하자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며칠 뒤를 생각했는데, 바로 실행에 옮긴다고 하니 하루도 자신이 챙겨야 할 짐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해수도 마주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서 집을 나섰다.

부아아앙-

해수의 오토바이가 리드빌딩 지하주차장에서 빠른 속도로 튀어나왔다.

*

강진경찰서 강력반.

당직을 서고 있던 강력 1팀이 해수를 보고는 벌떡 일어나 경례를 했다.

“충성! 선배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해수는 손을 휘휘 저으며 앉으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신경쓰지 마, 일 해.”

그가 총과 총알을 챙길 때였다. 1팀 막내이자 해수가 특별교관으로 있을 때 경찰학교 교육생이었던 김웅민이 살짝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해수는 뻔뻔한 표정으로 총을 챙기며 말했다.

“수사 중이야, 수고해.”

“예,옙! 수고하십시오!”

해수가 강진경찰서에서 다시 집으로 향하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였다.

지이이잉-

거의 다 닫힐 때쯤이었다.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타다다닥- 쿵!!

황소처럼 거대한 무언가가 들이닥치며 해수의 몸을 들이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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