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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너무 강함-178화 (178/255)

178. 살인마의 자백

거실 창문이 깨지기 몇 초 전.

귀신을 본 듯이 하얗게 질린 얼굴, 파르르 떨리는 입술, 두려움 가득한 눈, 그리고… 집 안쪽에서 미세하게 풍겨오는 비릿한 피냄새.

신해수는 이곳에 범인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용의주도한 놈이다.

미리 이곳으로 도주하여 여학생을 대신 내보낼 계획까지 짜둔 것이다. 그렇다면, 집안에 여학생이 도움요청이 아니라 지금처럼 범인에게 협조하도록 만든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인질…!’

해수가 물러나자마자 범인이 바로 인질과 여학생을 해칠 수 있다. 지원을 기다리기에는 늦는다.

그러니 안심하도록 물러났다가, 기습한다.

해수는 문이 닫히자마자 소리를 죽이며 그 옆에 거실에 큰 창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뒤로 살짝 물러났다가 빠르게 돌진했다.

와장창창!!

해수가 거실 창문을 부수며 들어가 바닥을 한 바퀴 구르자, 범인은 순간 당황했지만.

기다렸다가 인질로 협박하기보다는 현재 바닥에 엎어져 있는 해수를 해치우는 것이 더 쉽다는 치명적인 오판을 내렸고.

“미친 새끼가!!”

범인은 잡고 있던 여학생의 어머니를 옆으로 밀치고, 바닥에서 막 일어나는 해수의 목을 향해 칼을 뻗었다.

처적-

하지만.

해수는 재빨리 일어나 그의 칼날을 맨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멱살을 잡으며 덤벼드는 방향 그대로 업어쳤다.

콰광쾅!!

범인도 예사놈은 아닌지 유리조각이 널린 바닥에서 재빨리 낙법으로 한 바퀴 구르고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칼처럼 뾰족하게 생긴 날카로운 유리조각을 왼손에 들어, 양손에 흉기를 쥐게 되었다.

“재밌네, 재밌어, 내가 넌 죽여줄게!”

예상치 못했을 상황에도 그의 눈동자는 광기로 번들거린다.

해수는 차분하게 그의 눈빛을 마주하고 손을 까딱까딱거리며 도발했다.

“와라.”

“죽어 이 새끼야!!”

놈이 달려드는 듯하더니 갑자기 확 몸을 낮추며 해수의 발등을 칼로 찍으려 했다.

훌륭한 선택이었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해수의 동체시력이 조금만 안 좋았다면, 반응속도가 조금만 느렸다면 범인의 수는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해수는 그의 수를 읽고 오히려 반박자 더 빠르게 앞으로 나서며 무릎을 들어올렸다.

뻐억!

당황한 범인이 물러설 새도 없이.

해수의 무릎이 달려드는 놈의 얼굴을 정확하게 찍었다. 놈은 치아가 안쪽으로 말려들어가고, 코뼈가 주저앉는 끔찍한 통증을 실시간으로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대 자로 뻗었다.

쿠웅-

이를 서로 부둥켜 안은 두 모녀가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해수는 범인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꽉 잡고 있는 칼과 유리조각을 빼내고, 몸을 돌려 두 팔을 뒤로 묶으며 말했다.

“당신을 특수살인미수 및 납치, 감금 혐의로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변명….”

해수는 멈칫하더니, 눈을 감고 있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할 수 있으면 해봐, 혓바닥을 뽑아줄 테니까.”

해수의 목소리에서는 매서운 살기가 짙게 풍겼고.

기절한 범인의 몸이 일시적으로 움찔 떨리는 것만 같았다.

“뭐야 뭐야! 어 해수! 이 분들은… 괜찮으십니까?”

오갱과 막내, 다른 경찰들이 금세 들이닥쳐 여학생과 그녀의 어머니를 살피기 시작하자, 뒤늦게 안심한 여학생의 두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두 모녀는 정신적 충격은 컸지만, 신체는 다친 곳이 없었다.

* * *

강진서 강력반.

해수가 한 손에 붕대를 감고 나타나자 곽반장이 호들갑을 떨었다.

“야잇!! 아니 얼마나 다친 거야! 이거 피 봐라 피! 돌격이 혈액형 뭐지? ABC형! ABC형 피 다 모아봐!”

해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특유의 차분한 눈을 하고 손사래를 쳤다.

“괜찮습니다. 살짝 베였을 뿐입니다.”

“아냐 아냐, 어차피 그 미친 싸이코새끼는 오갱이 취조하고 있으니까 너는 빨리 병원 갔다 와라.”

“며칠 있으면 금방 아물 겁니다.”

“니가 무슨 트롤이냐? 애기들도 그 정도 치유력은 안 돼 임마! 얼른 가! 반장 명령이야!”

곽반장의 목소리가 한 단계 더 커졌다.

주변 형사들의 시선도 조금 모였다. 곽반장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해수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러면…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형사가 사건 해결하다가 다치는 것보다 서러운 게 없어. 그렇다고 범인을 안 잡을 수도 없고, 일단 다치면 최대한 최선을 다해서 원상복구 해놔야 돼. 막내야! 뭐하냐, 이 손으로 운전시킬 거야?”

막내가 재빨리 차 키를 챙기고는 사무실 밖으로 뛰어가듯이 걸음을 옮겼다.

“가고 있습니다!”

* * *

강진 종합 의료원.

신고자 김인경씨가 의료원 응급실로 갔기에 해수는 그녀의 상태를 체크할 겸 그곳으로 손 치료를 받으러 갔다.

먼저 손바닥 여덟 바늘을 꿰메고 김인경씨를 찾아갔다.

수술실 앞에는 젊은 남성 한 명과 경찰 두 명이 서 있었다. 경찰은 해수를 알아보고 경례를 취했다.

“신경위님 오셨습니까? 이 분은 김인경씨 남자친구분입니다.”

“아, 예.”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의 젊은 남성은 해수에 관해 이미 들었는지, 다가와 손을 덥썩 잡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인경이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래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아, 다행이군요.”

위로의 말을 꺼내려는데, 전화가 울렸다.

지이잉 지이이잉

“예, 팀장님.”

-어, 이 새끼 완전 꼴통이네, 무조건 너 불러달래, 다 얘기한다고, 지가 사람을 다섯 명을 더 죽였댄다.

“…지금 가겠습니다.”

* * *

강력반 취조실.

오갱과 마주하고 있는 범인이 등받이에 등을 붙인 채 오만한 눈빛을 하고 있다.

코는 뭉개지고 살짝 벌린 입 안에는 없는 이가 더 많은데도 그 분위기는 여유롭기만 하다.

오갱이 한껏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

“박정국, 너 잘못 생각하는 거야, 걔 오면 너 감당할 수 있겠어? 그 꼴이 되도 걔를 보고 싶어?”

“그러니까 보고 싶디, 나 난자야, 걔 오면 다 마래중다니까?”

얼굴은 연쇄살인범에 어울리게 험악하게 생겼으면서, 치아가 절반은 빠져서 발음이 새는 게 우스꽝스럽다.

오갱은 웃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곧 온댄다. 참고로 말하는데 넌 운 좋은 거야, 연쇄살인범 중에 걔한테 검거당한 애 절반은 죽었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읽었는지, 이번 말에는 흠짓 놀라는 눈이 살짝 보였다.

똑똑

-신해수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어어 들어와, 얼른 바꾸자.”

해수가 문을 열자마자 오갱이 바로 벌떡 일어나 바톤터치를 했다.

해수는 바로 자리에 앉지 않고, 자신의 의자를 문고리에 받치고, 들고 온 빈 커피잔을 cctv에 씌웠다.

그 모습에 불길함을 느낀 박정국이 물었다.

“지금 머하는-”

말을 다 잇기 전에, 해수의 우악스러운 손이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얼굴을 취조실 테이블에 내리찍었다.

쾅 쾅 쾅!! 쾅!

“커, 커헉, 커-”

해수가 잠시 멈추자 박정국이 고개를 들었다. 얼굴이 금세 피떡이 되었다.

정국의 귓가로 해수의 스산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살인마 새끼가, 감히 형사를 지목해?”

“아 아니 그-”

쾅 쾅 콰장창!!

테이블이 결국 부서졌고, 박정국은 검거 당할 때처럼 다시 기절했다. 기절 직전에 그의 귓가로 다른 형사들이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었다.

그로부터 3분 뒤, 정국이 다시 깨어났을 때는 가운데에 다른 간이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해수와 마주하고 있었다.

“깨어난 거 알아, 고개 들어.”

정국은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을 느끼며 남의 손에 의해 들어올려지는 것처럼 고개를 들었다.

“날 왜 찾았어.”

“느르…그트…가타서…”

해수는 바로 손을 뻗어 그의 턱을 움켜쥐었다.

우지끈

“껴어어억!”

“똑바로 말해.”

“나, 나랑 가튼 사람 가타서!”

순간 해수의 눈에서 끔찍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정국은 그 살기에 본능적으로 입술을 덜덜 떨면서도 눈은 웃고 있었다.

“마, 마자나… 처음 날 팰 때 느꼈어, 아, 쥬기는 걸 두려워하지 안는구나, 즐기는구나.”

쾅!

예상치 못한 말에 해수는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테이블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이 흔들렸다.

“그 혀 뽑아줄까.”

“당신으 바능이 이미 증거야, 보통 사람이엇스면 그냥 개소리하는구나 하고 넘어가께지, 날 이렇게 쥬길듯이 쳐다보지 안캣지. 마래봐, 몇 명이나 쥬겻서? 느끼미 어때? 합뻡적으로 사람 주기니까 조앗서?”

낄낄대는 웃음 소리와 함께, 바들바들 떨고있으면서도 둥글게 휘어진 정국의 두 눈이 해수를 응시했다.

드르르륵-

해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에게서 더욱 짙어진 살기를 느낀 정국이 서둘러 말을 이었다.

“처뻔째는 여기 말고 옆동네, 하국동, 이름은 진하련. 21세, 다리가 참 하얗고 이뻤는데… 차즐 수 있으려나 몰라, 거기 재개발 드러간다고 했는데.”

정국을 노려보던 해수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이 안에 있는 이상 기회는 많았다.

박정국은 무슨 심리인지 해수에게 모든 살인을 자백했다. 피해자의 나이, 이름, 시체를 처리한 장소까지.

확실한 건, 정국은 자백할 때 자랑을 하는 말투였다.

***

박정국의 첫 번째 살인은 순조롭지 않았다.

처음에는 혼자 카페에 온 여성(진하련)의 근처에 앉아,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때 커피에 수면제를 탔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정신을 못차릴 때 남자친구인 척 데리고 나갔다.

일을 진행할 때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손발도 덜덜 떨렸다며 낄낄 웃었다.

그래서 실수했다. 수면제의 약효가 동물의 경우과는 많이 달랐던 것이다. 손발을 묶어두지 않았던 것도 화근이었다.

실톱을 가져오는 사이, 진하련이 밖으로 도망친 것이다.

그때 마침 순찰을 돌던 경찰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도망치다가 주저앉은 진하련을 발견했다.

-아이고 술이 웬수지, 젊은 여자가 이렇게 입고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저기요. 저기요, 아가씨?

-…와줘, 도…줘

경찰들은 술냄새도 나지 않는 진하련이 술에 만취했다고 생각했고, 이를 몰래 지켜보던 박정국은 대담하게 경찰들 앞으로 나섰다.

-죄송합니다. 제 여자친구입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하아, 아아…

-적당히 좀 먹어요 적당히, 예, 아니 이 아가씨는 내가 좋은가봐, 댁 남자친구 여기 있어요.

경찰은 정신을 못 차리면서도 경찰의 소매를 꼭 붙잡은 진하련의 손을 뿌리쳤고, 박정국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보냈다.

-선배님, 근데 저 여자 신발도 안 신었네요? 확인해볼까요?

-뭔 확인이야 확인은, 딱 얼굴 보니까 사이즈 나오드만, 쓸데없이 일 만들지 말고 가자 좀.

-흠…네

멀어져가면서 경찰은 진하련이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러려니 하며 넘어갔다며 정국은 한참 조롱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날 경찰이 놓아준 박정국은 진하련을 포함한 다섯 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

경찰관의 이름도 똑똑히 기억하는 박정국 덕분에, 해수는 해당 지구대에 연락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누가 폭로했는지, 혹은 냄새를 맡은 건지 이 사실은 언론에 공개되기까지 했다.

[연쇄살인마 박정국 검거, 여성 5명 살해, 경찰 초동수사 실패]

-첫 번째 피해자 진ㅇㅇ양이 박정국의 자택에서 탈출하여 순찰 중이던 경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수면제에 취한 진ㅇㅇ양을 주취자로 착각하고,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박정국에게 넘겨준 사실이 확인되어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해당 경찰의 관할서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입니다.

┗실화냐? 경찰 진짜 없애자 그냥 자경단으로 하자 세금만 쳐먹고 무쓸모

┗진짜 영화보다 현실이 더하다. 저 경찰은 왜 이름 공개 안 함? 또 씨ㅂ놈의 인권보호? 인권이 인간을 해친다

┗그러면 저 경찰이 풀어줘서 다섯 명 죽은 거잖아, 살인자로 감옥에 쳐넣어야 하는 거 아니냐?

┗저 경찰 신상 나옴 평택시 하국동 남부지구대 강ㅇㅇ경사

┗빨리 지우셈 님 신고 들어갈수있음

┗풀네임도 아닌데?

┗마음대로 하셈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피해가 커졌던 만큼, 인터넷에서는 해당 경찰을 포함한 경찰 전체에 커다란 질타가 이어졌다.

그에 반해 그 당시 선임경찰이었던 강용식은 6개월 감봉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끝이 났다.

cctv도 없고 유일한 증인인 후임도 그와 입을 맞춰서, 다른 경찰이어도 의심하지 않고 보냈을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하였고, 그 의견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

하국동 남부지구대 정문.

한 중년남성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퇴근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나오던 강용식이 남성을 알아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씨 저 늙은이는 맨날 쳐있냐, 할 일도 없나….”

남성도 강용식을 알아보고는 달려와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야이 놈아! 우리 하련이, 하련이 살려내!!”

“아이 진짜, 내 잘못 아니라니까!”

“어이쿠!”

강용식은 진하련의 아버지를 밀쳐 넘어트리고, 차를 타고 퇴근했다.

고기집으로 가서 친구와 함께 고기에 술 한잔을 마시던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크… 아 씨 요즘 왜 이렇게 술이 쓰냐, 빨리 지구대 옮기든지 해야지, 좃같은 유가족 맨날 보느라고 술맛이 다 떨어지네.”

“니가 고생이 많다. 경찰이 해튼 호구야 호구, 아니 무당도 아니고 걔가 범인인 줄 어떻게 아냐고.”

“그러니까, 시팔…!”

그때, 그들의 테이블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검은 점퍼에 검은 바지, 검은 모자, 마치 사신같은 느낌의 덩치 큰 남자가 그들의 테이블 앞에 섰다.

강용식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물었다.

“뭡…니까?”

남자는 용식의 옆자리에 앉아 분노를 꾹꾹 누르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잘못했음, 이 네 글자면 된다.”

“…뭐?”

“잘못했음.”

용식은 인상을 확 찌푸리며 스댕으로 된 물컵을 뒤집어 손에 쥐었다.

안그래도 꿀꿀한 기분에 사생활까지 따라나오니 열불이 머리 끝까지 솟구쳤다.

“뭐야 씨발, 너도 유가족이야? 쳐맞기 전에-”

콱!!

“아아악!!”

강용식이 말을 끝내기 전에, 그의 손등에 쇠젓가락 두 개가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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