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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너무 강함-176화 (176/255)

176. 딸은 강했다

빛을 등지고 있기에 신해수의 얼굴은 물론 근육덩어리 몸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덩치 큰 사람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해수와 키가 비슷한 사람이 이쪽 무리에도 있었다. 그들 중 가장 키가 큰 대장급인 코에 피어싱을 한 청년이 해수 뒤에 하루를 힐끔 보았다가 미간을 좁히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아저씨 뭔데, 뭔 대화.”

해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의 어깨에 한쪽 팔을 걸쳤다.

“응, 니네가 지금 곤경에 처한 거 같아서 아저씨가 도와주려고 그러지, 무슨 일인지 말해봐.”

피어싱남은 해수의 팔을 신경질적으로 치우며 말했다.

“뭔 소리야, 아저씨. 여친 앞이라고 가오 잡지 말고 꺼져, 어린 놈들한테 쳐맞기 싫-”

그때, 해수가 엄지와 검지를 뻗어 그의 코에 있는 피어싱을 잡고 확 뜯었다.

“끄아아악!!”

피어싱남은 피가 새어나오는 코를 부여잡은 채 주저앉았고, 해수는 그의 앞에 피어싱을 버리고 다른 놈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저씨가 좋게 대화하자는 게 아니야, 협박하는 거야. 니네 지금 여학생 한 명 감금시키고 있지?”

놈들의 눈이 확 커졌다가 해수의 시선을 피했다. 그때 피어싱남이 피범벅이 된 얼굴을 들이밀며 해수에게 주먹을 날렸다.

“이 개새끼야!!”

터덕-

해수는 그의 주먹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목을 움켜쥐고 번쩍 들어올렸다. 해수의 키가 커서 주차장 천장이 닿을 정도였다.

“우어,”

“허억!”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오는 학생들, 해수는 높이 떠오른 피어싱남의 공포에 젖은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바닥에 내리꽂았다.

쾅!!

“커허억!”

피어싱남은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뒤집었고, 해수는 그의 등에 발을 올려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는 다른 놈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름은 곽은정.”

이번에는 몇 명이 흠칫한다. 몇 명은 이름까지는 몰랐던 듯하다. 해수는 품에서 신분증을 보여주며 말했다.

“아저씨 형사야, 지금 곽은정 어딨어? 3초 안에 말 안 하면 니네도 이렇게 된다.”

“여기 305호요!”

“셋… 운 좋네, 비밀번호는”

“2580이요!”

해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하루와 눈을 마주했다. 하루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이들 말로는 위에는 여학생들만 있다. 이들도 공범이기에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어서 해수는 같이 올라가지 않았다.

해수가 말을 하자마자 바로 빠르게 상황파악을 하고 소리친 남학생은 부동자세로 있는데, 그 뒤에 있는 학생 세 명이 움찔거리며 발을 옮기려고 한다.

“어허.”

해수의 목소리에 그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정지되었다.

“니네도 공범이잖아, 맞지?”

자기들끼리 눈을 마주치며 현실을 부정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엄지발가락 뽑는다.”

“…….”

말투가 아이들 대하듯이 조금 상냥한 편이지만, 듣는 이들은 방금 쌩으로 엄지발가락이 뽑히며 새하얀 뼈가 훤히 드러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협박이 통했는지 그들은 얌전히 서 있었고, 해수는 여전히 피어싱남의 등을 밟은 상태로 무전기를 들었다.

“여기 백넷, 청영로32번길 해돋이 빌라라는 건물인데….”

해수가 무전을 치느라 시선을 돌린 사이, 다른 무리가 가만히 있다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덩치가 커도 쪽수로 이길 수 있다는 세상 어리석은 생각을 한 것이다.

그들이 서로를 보며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숫자를 셋다.

‘하나’

‘둘’

“셋!”

“셋!!”

셋을 외침과 동시에 호수와 비밀번호를 가르쳐줬던 학생까지 포함한 네 명이 해수에게 달려들었다.

밤하늘에 시선을 두고있던 해수의 한쪽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 * *

슥삭슥삭

해돋이 빌라 305호.

곽은정의 교복은 구두자국이 찍혀 있고, 머리는 봉두난발이며 얼굴은 날카로운 손톱이 할퀴고 지나가 볼이 패여있다.

“꺄하하!”

“하, 시발 저 년 밟으니까 존나 속 시원하다.”

“뭘 벌써 시원해 이 년아, 이따 또 존나 밟아줘야지.”

“와 양장미 존나 잔인해, 하긴 쟤가 똥오줌 지리면서 질질 짜는 거 보고싶긴 하다.”

장미문신 여학생은 고개를 돌려 곽은정을 보며 소주병을 들어올렸다.

“야, 이쁘게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이거 다 마시면 3차전 시작이다. 기대해?”

곽은정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가 슬며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 순종적인 모습에 장미문신녀는 낄낄거리며 만족스러워했다.

슥슥 삭삭

그러나 그 굴욕적인 행동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였다.

곽은정은 두 손목을 묶은 밧줄을 서랍장 모서리에 대고 계속해서 비비고 있었다.

눈앞에 네 명의 여학생이 있지만 다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처먹느라고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은정의 이상행동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딱-

은정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대로 이 정신나간 년놈들과 있다가는 정말로 큰 일이 날 것만 같아, 혼신의 힘을 다하여 밧줄을 비빈 결과 거의 한 시간만에 끊을 수 있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남자들이 술을 더 사러 간다며 우르르 나간,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더욱 열을 낸 결과다.

으드득 으득

은정은 뒷짐을 진 상태로 뻣뻣해진 손목을 돌리고,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미 한참 전부터 이 년들을 어떻게 상대할지 이미지트레이닝은 질리도록 한 상태였다.

먼저 가장 가까운 의자를 들어 가장 재수없는 양장미의 머리에 내리찍고.

퍼억!!

“꺄윽!”

퍽 퍽!!

“켁!”

쉽게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제대로 조준하여 두 번 더 찍었다.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오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 사이 그나마 정신이 멀쩡한 여학생 둘이 일어나 은정을 상대하려 했다. 은정은 재빨리 소주병을 들어 한 여학생의 얼굴을 후려치고.

뻐억-

“꺼억!”

퍽!

발을 뻗어 또 한 명의 배를 걷어찼다.

“어헉-”

삑삐삐삑

그때,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와 함께 하루가 들어왔다. 그러나 은정은 과도한 아드레날린 분비로 인해 정신이 없어 소리를 듣지 못하고, 오로지 눈 앞에 전투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음.”

하루는 바로 뛰어들어가 여학생들을 참교육시키려다가 눈앞의 현장과, 은정의 불타오르는 눈을 보고는 멈춰섰다.

퍽 퍽 퍼억!

눈빛이나 반사신경, 냄새를 보면 여학생 네 명이 이미 술에 취한 상태인 것 같지만, 한껏 얻어맞은 은정 역시 온전치는 않은 상태. 그런데도 네 명을 상대로 혼자서 거의 압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하루는 빠르게 승패를 판단하고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잘 싸우는데… 실전 경험은 중요하지.”

쾅!

은정은 한 여학생에게 박치기로 마무리를 하고는 무의식적으로 참고 있던 숨을 몰아쉬었다.

“헤엑! 헤엑, 헥, 허억….”

산소가 공급되자, 그제야 현관문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현관문 앞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최고존엄 아름다우신 그녀를 발견했다.

달빛이 마치 후광처럼 그녀를 뒤에서 비추고 있었고, 살짝 음영이 진 얼굴은 암흑가의 매력적인 여보스를 연상케 했으니.

은정은 자연스레 얼굴이 화끈거려 자신의 손에 피가 묻은 것도 모르고 두 손으로 뺨을 감쌌다.

방금 악바리같은 모습을 봤을까 봐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어,어, 그, 하,하루 언니가 어떻게…!”

고개를 숙이고 어버버거리는 은정의 시선에, 신발을 신은 채로 방바닥을 밟으며 뚜벅뚜벅 다가오는 하루의 발이 보였다.

은정의 머리 위로 가느다란 손이 얹혀졌다.

“멋있었어.”

짧고 굵은 한 마디, 용량 초과의 행복감에 은정의 눈이 풀리며 스르르 그 자리에서 쓰러져 내렸다. 놀란 하루는 의식을 잃은 그녀를 재빨리 받았다.

그때 마침 해수가 올라왔다. 그의 옷에도 피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그는 하루의 품에 안긴 은정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눈에 불을 켰다.

“기절?”

“아, 음, 네.”

“이 씹어먹을 것들이….”

형사들에게 같은 팀의 가족은 나의 가족이다. 해수는 하루도 순간 흠칫할 정도의 살기를 내뿜으며 그녀를 옆으로 치우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흐으….”

그러나, 차마 모두 뻗어있는 여중생들에게 응징을 가할 수 없어, 분한 마음에 주먹으로 벽을 쳤다.

쾅 쾅 콰장창!!

그는 문득 몇 시간만에 핼쑥해진 반장의 얼굴이 떠올라, 피가 흐르는 손으로 무전기를 들었다.

“은정이… 찾았습니다.”

* * *

강진서 강력반, 무려 강력반 반장의 딸이 납치감금되었다는 소식은 금세 강력반에 퍼졌고, 한참 후 납치범들을 검거했다는 소식에 다른 사건으로 나가 있던 형사들도 잠시 복귀했다.

네 명의 여학생을 가운데에 두고 시커먼 형사들이 우글우글 모여 둘러싼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 어린노무 새끼들이, 감히 경찰 가족을 건드려? 그것도 강력반 반장님 딸을?”

“니네 만 14세도 아니잖아? 경찰 가족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뼈저리게 느껴봐라.”

“진짜 미친 거 아니야? 납치 감금? 인생 종치고 싶지?”

“남자 새끼들도 있다며? 그 새끼들은 다 어디 갔어?”

2팀장의 물음에 해수가 대답했다.

“남자들은 상태가 좋지 않아서 병원으로 먼저 옮겨졌습니다.”

“아?”

2팀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무언가 떠올라 해수를 다시 쳐다보았다. 해수는 스윽 그의 시선을 피했다.

이내 형사들을 물리고 4팀 형사들이 조서를 작성 중이었다.

“아 내가 더 많이 쳐맞았다고요! 그 년 얼굴 보세요!”

“조용히 해!”

그녀들은 아직까지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은정의 폭력을 주장하며 어디서 주워들은 쌍방폭행을 주장했다.

그때, 한 중년 여인이 강력반 사무실로 조신하게 들어온다. 장미문신 여학생이 여인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어,엄마….”

여학생을 본 조신 여인의 쌍심지가 갑자기 확 추켜올라간다.

“이 대가리에 똥만 찬 개쌍년이 결국 일을 쳐!!”

그녀는 여학생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당겨서 의자가 엎어지게 뒤로 넘어트리고, 들고 왔던 백으로 얼굴을 무자비하게 내리찍었다.

쾅! 퍽 퍽 퍽!

“죽어, 죽어! 이 썅년아!!”

그 짧은 시간에 시원하게 맞았고, 형사들은 잠시 방임하다가 뒤늦게 그녀를 말렸다.

“에헤여 왜 그러십니까, 경찰서에서.”

“어어 그만 그만, 어머님 마음 이해하는데….”

* * *

사건에 얽힌 학생들은 만 15세이기 때문에 촉법소년이 아니었고, 소년형사재판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특수폭행, 납치, 감금 등의 혐의로 주동자인 양장미는 8년, 나머지는 남자여자 모두 5년형을 받았다.

만약 자주 괴롭힘을 당하여 정신적으로도 나약한 상태인 피해자였으면 더 끔찍한 결과가 나왔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곽반장은 살인미수까지 엮고 싶었지만 그 혐의는 넣지 못했다.

재판이 끝난 후, 이송되기 전 복도에서 곽반장과 피의자들이 마주섰다.

남자 다섯, 여자 넷, 총 아홉 명을 한 명 한 명 눈을 똑바로 보며 얼굴을 담았다.

“니네는… 나와도 니 부모를 꼬드기든 혼자 가든 다른 나라로 꼭 꺼져라, 한 번이라도 내 눈에 띄면 기필코 이승에 사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장난으로는 욱해도, 진짜로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어 현자라고 불리는 곽반장의 진심어린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협박.

학생들이 움찔했다.

그 순간만큼은 곽반장의 기운이 근육몬보다도, 해수보다도 더 무서웠다.

“허,”

“하 참.”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일었지만 놈들은 무섭지 않은 척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한 마디도 말도 제대로 내뱉지는 못했다.

* * *

은정이 입원한 대성병원 입원실.

곽반장은 물론 모든 팀원들이 걱정했던 정신적인 충격은, 다른 것에 묻혔다.

곽은정은 집들이 때 처음 하루를 보았을 때와, 현관문에 서서 달빛을 받으며 자신을 구하러 온 하루의 모습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며 가슴을 붕 뜬 상태였다.

“진짜 멋있어, 왜 그만두셨지? 진짜 최곤데, 다시 복직하실까? 흠…”

은정이 생각하는 멋진 경찰과 하루의 강인함 플러스 극강의 아름다움은 완벽하게 부합한다. 그런데 경찰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제 일처럼 아쉬움이 컸다.

“…내가 하면 되지!”

은정의 장래희망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그녀는 경찰 하면 강인함이 따라오는 만큼, 여자의 몸으로 경찰을 하면서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그만큼 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몸은 너무 나약하다. 그저 깡만 있을 뿐이다.

-턱걸이가 최고지, 턱걸이가 맨 몸 운동 중에서 최고야, 딸은 못해.

그리고 떠오르는 운동제로 아빠의 말. 은정은 아빠가 두고 간 테블릿으로 검색했다.

“여자… 턱걸이….”

그리고 검색 결과로 떠오르는 가장 첫 번째 줄에 있는 조회수 200만에 빛나는 영상.

그것을 클릭한 은정은, 온 몸에 돋아나는 소름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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