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68화 (167/255)

168. 브라더

강진서 경찰서장은 신해수가 근무하는 동안 총 세 번 바뀌었다.

해수가 처음 왔을 때 있던 정의감 넘치는 서장은 다른 서로 갔고, 두 번째 서장은 조감찬 청장의 기에 눌려 아무런 터치가 없었다.

그리고 세 번째 서장은, 정의감이 넘치지도, 권위적이지도 않고, 인간적이었다.

-…뭐?

“못 하겠습니다. 이 정도로 징계를 받으면 누가 범죄자들 잡으러 나갑니까? 골프채 들고 나 때리려는 범죄자 잡으면 징계 먹는데, 아닙니까?”

-야!! 감히 서장 따위가 뭘 안다고 내 명에 토를 달아!

“…….”

서장이 침묵을 지키자, 발끈 했던 청장도 가만히 있다가 다시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후… 강서장, 당신 말도 일리가 있지만, 범죄도 뭐가 가장 나쁩니까? 재범이 가장 나쁜 거 아니에요? 이 형사들은 상습범이에요, 상습범. 지금 한 번 잡지 않으면 강서장 임기 끝날 쯤에는 정말 강제퇴임해야 할지도 몰라요. 아무튼, 빠르게 처리하고 보고서 올려요.

“…예.”

서장이 징계를 주지 않는다고 안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청에서 직접 내리면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건을 과잉진압으로 직위해제는 과한 처사다.

보통 직위해제는 3개월로 어떤 직원은 무급휴가라며 즐기는 이도 있지만, 공무원에게 이렇게 불명예스러운 처분도 없다.

서장은 골똘히 고민하다가 타자를 쳐내려갔다.

[징계]

아래 경찰은 과잉진압으로 징계에 처한다.

경감 오경석 (감봉 3개월)

경위 신해수 (감봉 6개월)

오랜만에 게시판에 붙은 징계 처분 내용에 경찰들이 모여들었다.

같은 강력반 형사들이 그것을 보고 미간을 좁혔다.

“이게 뭐야?”

“얼마만에 과잉진압 징계냐.”

“우리 새 서장님, 그렇게 안 봤는데….”

“서장님이 그랬겠냐? 청장님이…읍읍.”

그 사이 강력4팀도 식당에서 나와 게시판을 보았다.

오갱도 김정승의 따귀를 때렸다고 3개월 감봉을 받은 것이다.

“흐음….”

“음….”

그들 사이로 곽반장이 끼어들어와 양쪽에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이야… 청장님 바뀌었다고 이렇게 바로 피드백이 오냐, 오갱은 좀 잘못했지, 묶인 애 때리면 어떡하냐?”

“아니 그 새끼가… 아무튼, 형님 나 너무 속상하다.”

곽반장은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밖으로 튀어나갈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확 그냥 내가 청 가서 다 엎어버려?!”

“예, 형님 화이팅!”

오갱과 해수가 떠밀자 곽반장이 바로 후퇴했다.

“생각해보면 정당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것도 다행이라고 여겨, 청장님은 해수 직위해제 시키라고 했는데 서장님이 바꾼 거야. 청장님이 알면서도 서장님 체면 봐서 그냥 놔둔 거지.”

해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강수대를 나와보니 우리가 그동안 수사를 너무 편하게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지고 보면 그렇긴 하지, 속 시원하게 밀어붙여도 이상할 정도로 아무런 문제가 없긴 했어.”

예전에 워낙 자주 징계를 받아서 덤덤한 해수였지만, 막내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혼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씩씩거렸다.

“후, 이러면 도대체 누가 나쁜 놈들을 잡는다는 겁니까? 진짜 너무합니다! 청장님!”

“응, 우리 몬 진정하고, 그런 말은 청장님 앞에서 직접 하고.”

“후욱, 후욱.”

덩치는 산만하고 근육은 흉기같은 막내가 멧돼지처럼 씩씩거리고 있으니 다른 경찰들이 겁을 먹고 피했다.

해수는 그를 다독이며 강력반 사무실로 인도했다.

그러나 징계만이 끝이 아니었다.

[강진서 형사, 재벌3세 폭행]

강진시 용수동의 한 주점, 김씨 일행과 이씨 일행이 술을 마시다가 작은 다툼이 생겼다.

이에 경찰이 출동하고, 형사 신ㅇㅇ 경위는 김씨 외 4명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혼돈의검: 와 견찰이 견찰했다

┗몽환: 와 기렉이 기렉했다

┗마카롱: 뭔소리야? 그러니까 경찰이 그냥 재벌3세를 팼다고? 자세히 좀 말해봐

┗g1757: 기사 존나 대충 썼네 이러고도 월급 처먹냐?

┗몽환: 딱 보면 모르나? 경찰 까는 기사 아니야, 재벌한테 돈 쳐먹었다에 내 손모가지, 아니 니들 손모가지 건다.

┗마카롱: 후속기사를 내놓으시오.

┗바람: 진짜 경찰 무서워서 어디 다니겠냐?

┗장금: 뭔 소리? 우리나라처럼 공권력 약한 데가 어디 있다고, 인도처럼 존나 패야돼

최근 들어서 쭉 그래오긴 했지만, 대성에서 도와주지 않는 것이 바로 티가 났다.

대성 쪽 기자들이 가만히 있어도 다른 기자들이 해수와 경찰을 까기 바쁘니, 일반 기자들도 여론을 따라 조회수 올리기용 기사를 마구 뽑아내어 이미지 피해가 큰 것이다.

해수는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는 않아도 대성에서 커버쳐주던 때가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청장도 바뀌고, 안서은도 없으니 권력의 힘을 여실히 깨닫게 되어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토로하고 싶었다.

“…뭐, 이렇습니다.”

“흠… 그렇군요. 아무래도 경제 쪽이 아니면 찾아보질 않으니, 이제야 우리 신사장님 소식을 들었네요. 죄송합니다.”

해수는 오랜만에 구세주 사장과 만나서 회포를 나누고 있었다.

운영하고 있다는 투자회사는 안전성 위주로 가면서도 쑥쑥 성장하는 중이었다.

“아닙니다. 무슨… 한 잔 드시죠.”

해수는 그에게 손을 내밀며 잔을 권했다. 장소는 야외 테라스같은 곳이었다.

“예, 옙.”

쮸룹

두 사나이가 진지한 얘기를 나누는 이곳은 편의점 앞에 설치된 야외 테이블이었다.

둘은 동시에 단지 바나나 우유를 들이켰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전화가 울렸다.

[로이스킴]

휴대폰에 뜬 이름을 보고는 해수가 받을까말까 고민했다.

“누군데 그러십니까?”

“아, 전에 알게 된 교포 친구인데, 말이 좀 많아서….”

“아하, 신사장님하고는 약간 결이 다르군요.”

“음… 잠시만.”

계속 울리니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하여 전화를 받았다.

-요우! 부라더! 잘 지냈써요?

“뭐, 잘 지내지는 않았습니다. 로이스킴은 어때요.”

-왜왜 와이? 무슨 일이야? 내가 도울 수 있어요?

“별 거 아닙니다.”

-사실 알아요. 기사 많이 봤어요. 나 잠깐 만날래요? 할 얘기 많아요.

“아….”

해수가 구사장을 잠깐 보았다. 눈치 빠른 구사장은 내용도 모르면서 손을 들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러죠, 어디서 볼까요.”

잠시 후, 편의점 앞.

바쁜 구사장은 다시 회사에 들어가고, 로이스킴과 해수가 마주 앉아 있었다.

“와우, 이런 거 좋아요. 길거리 그, 센시티브?”

“감성… 앉으시죠, 음료는 제가 샀습니다.”

해수가 그 앞으로 초코우유를 밀어주었다. 로이스킴은 그것을 보고 엄지를 추켜올렸다.

“요즘 부라더 기자들 공격 많이 받아요. 로이스 마음이 아파요.”

“저는 연예인이 아닙니다. 아무런 타격 없어요.”

“오우 노노, 부라더 폴리스, 짱, 최고잖아요. 부라더가 욕 먹으면 폴리스 욕 먹어요. 폴리스 자리 좁아져요.”

“입지, 음, 그럴 수 있죠.”

해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빨대로 우유를 쪽 마실 때, 로이스킴이 명함을 내밀었다. 그때 보았던 똑같은 명함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 도와주고 싶어요. 폴리스 부라더.”

호칭은 대체 언제 폴리스 프랜드에서 부라더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로이스킴은 외국계 기업 한국지부 본부장이라던데, 회사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 모른다. 투자회사라는데 그쪽으로 관심이 없으니 들어본 적도 없다.

나중에 구사장에게 물어봐야겠다.

“내가 뭐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당연히 필요없어요. 부라더 돕는 데 허락만 필요할 뿐, 허락한 거에요. 오케이?”

“그냥 하지 마십시오. 이건 기자들의 단순한 어그로용 기사가 아니라, 여론 몰이에요. 괜히 로이스킴도 피해 봅니다.”

“오 쉣! 배드 카르텔? 그러면 더 질 수 없어요.”

“허허….”

해수는 이 순진하고 정의감 가득한 교포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두 시간을 같은 이야기만 반복했고, 헤어지기 전까지 얘기했다.

“하지 마, 로이스킴 회사 피해본다니까.”

“괜찮아요. 우리 회사 그 정도로 무너질 만큼 만만하지 않아요. 한 번 봐요. 나 이만 바빠서, 바이 바이! 오늘 즐거웠어요!”

“허….”

로이스킴은 손을 흔들며 아직 다 마시지 못한 초코우유를 챙기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

검은색 스포츠카, 방패 엠블럼이 돋보인다.

부르르릉-

해수는 그의 차가 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며칠 뒤, 기사가 터졌다.

[충남경찰청장, 일성기업과의 부적절한 관계]

현 충남경찰청장과 일성그룹은 오래 전부터 밀접한 관계였던 것이 확인되었다. 11년 전 일성전자 버블자금 사건 때부터…

현재 가해자 김모씨와 혈연으로도 엮여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골프채를 휘두른 과정을 무시하고, 형사가 청장의 육촌뻘을 다치게 했으니 과잉진압을 핑계로 직위해제까지 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나귀족: 내 이럴 줄 알았다 감히 신성한 신형사를 괴롭혀?

┗백곰: 진짜 대한민국은 왜 쓰레기들이 대가리냐

┗channel0: 다 우주로 날려버리자! 청장이랑 일성 다 날려!!

┗하널: 하… 어쩐지. 충남청장 기억해둔다.

[대기업 자제 폭행 논란, 작은 다툼? 큰 일방적 폭행. 전치 8주]

…박모씨는 서울에서 왔다고 이유없이 일방적 구타를 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거액의 합의금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다. 당연히 받아야 할 형사처벌도 집행유예로 끝나, 소위 말하는 재벌가 특권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동영상 (손님을 폭행하고 경찰옷을 입은 누군가에게도 무언가를 휘두르는 장면에서 끊김)]

경찰 오모씨의 도움으로 얻은 식당 cctv 장면이다.

한 무리가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로 박모씨와 그 일행을 무자비하게 폭행한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대기업 간부의 자제인 그는 멈추지 않았다.

┗N2il: 이런 살인미수범을 집행유예? 시발 우리나라 무서워서 어떻게 사냐?

┗roanes: 청장이랑 일성이랑 싸그리 잡아넣자! 검새들은 뭐하냐?!

┗사육사: 이게 나라임? 존나 진짜 죽이려고 패는데?

┗휘오레c: ???

강력반 사무실, 해수는 기사에 링크된 동영상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이건 누가 줬지? 오모씨…?”

해수는 타당한 의심을 하며 오갱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갱은 손을 들어 오케이를 표했다.

“딩동댕~ 어떤 기자가 이 부분만 쓴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잖아, 우리 편 든다는데. 와 근데 기자는 기자다. 아주 기가 막히게 뽑았네.”

“흠….”

로이스킴이 어떻게 했는지, 여론은 금세 돌아섰다. 반박 기사도 났지만 빠르게 묻혔다.

퇴근길, 로이스킴에게 바로 전화가 왔다.

-헤이 부라더! 내 선물 어때요?

“어, 효과 좋네, 근데 음….”

-그럼 됐지, 다른 걱정 생각하지 마! 오늘 클럽 갈래요? 내가 어제 좋은 데 알아놨어!

“아니, 나는 됐-”

-지금 경찰서 앞이야! 어 보인다! 헤이! 부라더!

경찰서 입구를 정통으로 막아선 간 큰 스포츠카가 보인다. 그곳에서 깔끔한 스타일의 길쭉한 남성이 내려서 해수에게 손을 흔들다가, 의경에게 금세 제지를 당했다.

해수는 작게 한숨 내쉬며 로이스킴에게 향했다.

해수와 로이스킴은 그날 이후로 자주 만남을 가졌다.

로이스킴은 매너 있고, 선을 지키고, 정의감도 넘치고 도움까지 주니 거리를 둘 이유가 없었다.

등산길, 둘은 정상 바위에 앉아 해수가 전파한 바나나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해수.”

해수는 고개를 돌려 눈썹을 들어올리며 말하라는 제스쳐를 보였다.

“칠성회라고 알아?”

해수의 얼굴이 순간 경직되었다. 칠성회라는 단어 자체가 베일에 꽁꽁 싸여있다.

일반인들은 물론 기업 총수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것을 알아낸 박 경위님이 죽었던 정도로 비밀스러운 단어다.

지금, 이 눈앞의 가벼운 남자가 장난스레 툭 내뱉을만 한 단어가 아니다.

로이스킴은 갑자기 이미 많이 내린 집업을 더 벗어내리더니, 한쪽을 확 젖혔다.

가슴 왼쪽 끝, 겨드랑이에 가까운 부분에 북두칠성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가 붉은 입술을 열었다.

“나, 칠성회 회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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