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http://novelagit.xyz
****************************************************3
163. 마실장을 만나다
강수대는 연쇄살인범 라이터남 사건을 끝내고 나서도, 그를 죽인 마실장을 찾기 위해 수사를 지속했다.
신해수는 그가 본명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아는 정보도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알게 된 정보만 공유하며 마실장의 행적을 쫓았다.
그러나 답답하리만치 수사에 진척이 없었다.
“이거 이놈 어떻게 잡냐 진짜? 강수대 설립 이래 최초로 미제사건 생기는 건 아니겠지?”
오갱의 투덜거림을 곽팀장이 받았다.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 범죄자는 안 잡는 놈은 있어도 안 잡히는 놈은 없다.”
웬일로 진지한 명언에 막내가 엄지를 추켜들었다.
“오… 팀장님 멋있습니다. 꼭 경찰같았습니다.”
“저 근육몬시키 저거 지금 나 먹이는 거지?”
“아, 참경찰 같았습니다! 진심입니다.”
“그래 그래. 아무튼, 근데 돌격이는 또 어디 갔냐?”
“뭐 통화하면서 나가던데?”
“하여튼 얘는 혼자 후다닥 잘 나가.”
“그래서 에이스잖아.”
“그렇긴 그렇지.”
* * *
같은 시각, 신해수는 오토바이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정영수에게서 방금 마실장의 대포폰 위치가 파악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해수는 앞뒤 관계를 알기 때문에 확신하고 있지만 현재 사건만 두고 마실장이 영상 속 살인범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저 덩치가 비슷할 뿐이다.
그래서 긴급체포도 할 수 없고, 하루와 마주쳐서도 안 되니 해수는 팀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출발했다.
부아아앙!
위치는 다행히 강진서와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20분을 넘기지 않고 도착한 곳은 낙후된 시장이었다.
요즘은 대형마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죽은 시장이 많았다.
해수는 시장 입구에서 오토바이를 두고, 위치가 뜬 장소 중심점에서부터 주변을 둘러보았다.
20분이나 지났으니 그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크지는 않았다.
‘음?!’
그때, 저 끝에 모퉁이를 돌고 있는 덩치 큰 사내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긴 코트를 입고 있지만 숨길 수 없는 태평양같은 어깨와 190이 넘는 키가 돋보였다.
해수는 재빨리 그곳으로 달려갔다.
타다다닥
‘사라졌어?’
몇 초 안 지났건만 순식간에 사라지고 세 갈래길이 나왔다. 해수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cctv 위치를 확인했다.
마실장은 전에 병원 공원에서도 귀신같이 사라졌다. 평소에도 cctv와 블랙박스를 습관적으로 의식할 것이다.
해수는 허공을 보며 그의 행동패턴을 생각했다. cctv가 없고 인적이 드문 곳…
‘왼쪽이다.’
33프로의 확률이다. 해수는 확신을 갖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러다가 모퉁이를 돌아 아까 보았던 그 큰 덩치를 확인했다.
해수는 가슴이 크게 두근거리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마실장!”
그를 불러도 멈추지 않는다. 일반인이라면 자신이 마실장이 아니더라도 돌아서서 힐끔 쳐다보기라도 했을 것이다.
확신한 해수는 그를 덮치며 팔을 잡아 등 뒤로 확 꺾었다.
그러나, 그 찰나에 마실장이 교묘하게 풀며 손바닥으로 해수의 가슴을 밀쳤다.
터덕 퍽-!
해수는 초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세 걸음 밀려났다가 멈추어 섰다.
그제야 해수와 그가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보았다.
그때, 불에 종이가 타듯이 재가 되어 주변 풍경이 날아가고,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해수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고, 문이 서서히 열렸다.
스으윽 쿵.
앞에는 엘리베이터 문을 꽉 채우는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모자에 후드를 겹쳐 쓴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먹잇감을 바라보는 금수의 번뜩이는 안광.
‘죽일까? 말까.’
그의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읽힌다.
해수는 공포에 사로잡혀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었다….
“뭡니까?”
그때, 지하 저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그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자 엘리베이터 풍경이 다시 사라지고 낙후된 시장 풍경이 마실장의 배경에 자리했다.
15년 전 그와 마주치자 공포에 사로잡혔던 고등학생 해수의 마음도 사그라들었다.
이로써 해수는 확신했다. 이 자가 아버지를 자살로 위장 살해했던 그 사람임을.
“당신은….”
해수는 멈칫했다. 사실 그를 용의선상에 올릴 수 있는 근거 아무것도 없다. 외관이 비슷하다는 것 외에는.
그래도 워낙 신비에 싸인 인물이니 잡아놓고 증거를 찾을 생각에 무작정 잡았다. 아니, 살인 증거를 빌미로 그와 칠성회에 관해 찾을 생각이다.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었습니다. 저와 같이 서로 가시죠.”
“제가 용의자라… 안 간다면?”
마실장의 표정이 사뭇 여유롭다.
해수는 대답 대신 수갑을 꺼내어 보였다. 케이블타이가 아닌 수갑을 꺼낸 건 오랜만이다. 수갑을 너클로 사용하던 때 말고는 수 년간 꺼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저 두꺼운 팔뚝은 케이블타이를 손쉽게 찢어버릴 것이다.
수갑도 큰 차이는 없을듯하지만, 널 강제로라도 잡아가겠다는 의지는 정확히 표명했다.
마실장은 수갑을 보고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그제야 발 끝을 돌렸다.
“갑시다.”
다행인지 마실장은 순순히 따랐다. 해수는 그를 대각선으로 한 발자국 앞에 세우고 데리고 시장을 나서면서 손을 폈다.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마주한 것만으로도 극도로 긴장했던 것이다. 최근에 이렇게 긴장한 적이 있었던가?
그는 계산하기론 최소 40대 이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늙기는커녕 매우 노련하고 포악한 호랑이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 * *
퉁퉁 끼익-
강수대 본부 문이 열리고, 해수가 마실장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미리 연락을 취해서 하루는 자리에 없었다.
해수와 막내를 합치고도 키는 더 큰, 찾아보기 힘든 피지컬의 마실장이 들어서자 대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해, 해수야?”
“와… 우리 돌격이, 또 사고를…”
“으음….”
대원들은 해수가 아무런 단서도 없이 갑자기 cctv 속 용의자와 동일한 체형의 사람을 덥썩 잡아오니 놀람을 금치 못했다.
마실장이 뿜어내는 금수와 같은 기운에 막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들은 애써 감정을 감추며 해수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해수는 마실장을 취조실에 넣고 그들에게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래서 일단 잡아왔습니다.”
“음….”
“위험한 방법인데….”
현재로써는 아무런 단서나 물증도 없이, 그저 아주 멀리서 찍힌 실루엣과 체형이 닮았다고 해서 잡아온 것에 불과했다.
일단 잡아놓고 증거를 찾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수는 단호했다.
애초에 해수의 진짜 목적은 그의 신분이나 그와 연계된 단체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설명을 마친 해수는 직접 취조실에 들어가 마실장과 마주했다.
그러고는 노트북으로 cctv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해당 사건의 살인 용의자로 동행하신 겁니다.”
마실장은 가만히 그 화면을 바라보다가 묵직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닙니다만.”
“조사에 협조해주시고, 죄가 없다면 금방 풀려나실 겁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김석필.”
해수는 바로 타자를 치려다가 멈칫했다. 당연히 본명이 나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마 씨가 아니니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간을 좁혔다.
“지금 사시는 곳은….”
“천안시 성사동….”
해수는 보편적인 취조와는 달리 그에게 사소하고 많은 질문을 했다.
조회를 해보니 김석필이라는 사람과 얼굴이 동일했다.
그는 다른 회사 놈들과는 달리 지문도 멀쩡하게 있었다.
그는 서류상 중소기업 무역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이었다.
“…범인이 아니라면 억울할 텐데, 상당히 차분하시군요.”
“형사님 말대로, 죄가 없다면 풀려날 테니까요.”
마실장은 변호사도 부르지 않고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당연히 살인 사실은 부인했다. 그렇게 취조하는 중, 곽팀장이 취조실 문을 열고 들어와 그를 데리고 나왔다.
“무슨 일입니까?”
“젠장, 김석필 알리바이 입증됐어. 그 시간에 회사 사람들이랑 회식한 거, cctv에도 찍혔다.”
곽팀장은 방금 무전기로 받은 화면을 해수에게 공유했다. 다른 사람보다 머리 하나가 툭 튀어나온 사람이 호프집으로 들어서는 장면이다.
해수는 그것을 보며 미간을 확 찌푸렸다.
“이거 잠깐 숨겨놓죠.”
“어, 엉?”
“조금만 더 잡아놔주세요. 몇 시간만 더.”
“음….”
물증이 부족하니 당연히 자택 수색 영장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하루에게 몰래 특별임무를 부여해주었다.
얼굴을 가리고 마실장의 집에 침입하여 도청기를 설치하는 임무다.
해수는 다시 취조실로 들어가 그와 마주했다.
위에서 움직이거나, 로펌 변호사들이 총출동하면 칠성회의 꼬리라도 잡을 텐데,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해수의 안색을 살피던 마실장이 차분하게 물었다.
“제 결백이 증명되었습니까?”
해수는 그의 눈을 가만히 마주보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예, 그러죠.”
한 시간쯤 지나자 하루에게서 설치가 완료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해수는 밖에 나갔다가 새로운 소식을 들은 듯이 다시 들어와 그를 풀어주었다.
마실장을 배웅하는 길, 해수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며 말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실장은 가만히 서서 해수를 바라보았다. 해수는 그의 눈빛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면이 벗겨졌다.
지금 이 자는 무역회사 김석필이 아니라 암살부대의 악마교관 마실장이다.
그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간다.
“신해수씨, 또 봅시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걸음을 옮겼다. 곧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택시 하나가 경찰서 앞에 멈추어 서더니, 그를 태워갔다.
해수는 택시의 번호를 외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 * *
본부에 들어가자 오히려 대원들이 해수를 나무랐다.
“어후, 아니 돌격아 아무리 외형이 비슷하다고 해도, 아무나 그냥 막 잡아오면 어뜩하냐.”
“그러게, 근데 진짜 저런 덩치가 흔하지는 않지, 나는 해수 마음 이해해.”
“맞습니다. 그리고 저 사람, 뭔가 무서웠습니다.”
막내가 마실장과 마주했던 때를 떠올리며 두 손으로 팔뚝을 매만졌다.
그 모습에 오갱이 그의 팔뚝을 손바닥을 찰싹찰싹 쳤다.
“무서워쪄요? 무서워쪄요? 징그러 이놈아, 덩치는 산만해가지구.”
“저 사람이 진짜 산만했습니다.”
“너나 김석필이나 비슷해, 근데 하순경은 갑자기 어딜 간 거야?”
끼익
오갱이 하루를 찾자, 바로 문이 열리며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 있습니다.”
“제가 뭐 좀 시켰었습니다.”
* * *
며칠 뒤.
그동안 도청기에서는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정말 무역회사를 다니고 혼자 사는 평범한 회사원의 대화 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강진서장이 강수대를 방문한 것이다.
“이번 사건 접어요.”
“서장님? 강수대 못 믿으십니까?”
“그게 아니라, 잘 알잖아요. 피해자가 연쇄살인범인 데다가 2차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도 적은 사건이니까, 능력 있는 강수대가 맡고 있는 건 재능낭비라는 결정이 내려졌어요. 아무런 진척도 없잖아요?”
해수는 눈을 좁혔다가 서장에게 다가갔다. 서장이 그의 흉기같은 외형에 흠칫 놀라 한 걸음 물러났다.
“청장님 결정입니까?”
강수대는 강진서에 있을 뿐이지 청 소속이다. 청장 쪽 허락 없이 서장이 사건을 종결시킬 순 없었다.
서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