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54화 (154/255)

154. 하루살이의 활약

김가드는 바로 피시방으로 향하여 자리 하나를 잡고 앉았다.

스윽

얼마 후, 옆에 모자를 푹 눌러쓴 여자가 앉았다.

김가드는 그녀가 하루임을 바로 알아봤지만 그녀가 그랬듯 알은체는 하지 않았다.

그녀가 정말로 게임을 켜고 플레이를 한다. 김가드는 눈치껏 그녀가 하는 게임과 닉네임을 확인하고 자신도 똑같은 게임에 접속하여 캐릭터를 생성했다.

몇 분 뒤, 5레벨이 되자 귓속말 제한이 풀렸고, 기다렸다는 듯이 귓속말이 도착했다.

[하루살이: 현재 도청 및 감시를 당하고 있습니까?]

[갓김: 네]

[하루살이: 제거해드릴까요?]

[갓김: 그럼 의심할 겁니다. 가족에게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하루살이: 안서은님은 현재 어떤 상태입니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갓김: 본가에서 나오지 못하고 계십니다. 전자기기는 모두 압수당했고, 데스크톱은 사용 가능하지만 cctv로 감시 당하고 있습니다.]

[하루살이: 안서은님이 일을 하지 않으면 회사에 지장이 크지 않습니까?]

[갓김: 회사 일은 새로운 비서가 결재서류를 직접 가져와서 결재를 받는 형식으로 일을 하고 계십니다. 24시간 감시를 당하고 있습니다.]

[하루살이: 결재…]

* * *

안씨 본가, 2층 끄트머리 방.

창문너머 푸르른 잔디를 바라보고 있는 안서은의 눈가에는 다크서클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눈동자에는 그 반짝이던 생기가 사라진 지 오래고, 윤기있던 피부도 푸석푸석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점점 정신이 썩어가는 느낌이 드는 서은이었다.

똑똑

-이사님, 루비서입니다.

“…예.”

-들어가겠습니다.

“예.”

루비서라는 여자가 품에 두꺼운 결재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 월요일은 항상 서류가 두껍다.

오늘도 어김없이 초점 없는 눈으로 서류를 읽어내려가며 결재하던 중, 안서은은 멈칫하더니 눈을 두어 번 감았다가 떴다.

이상한 문구다.

[엑시트 모바일 게임 광고 협의 건, 유저 하루살이님의 추천으로 대성 가드가 게임 광고에 출연.]

갑자기 대성 가드와 모바일 게임 콜라보 협의라니, 뜬금없는 내용이다.

‘하루…살이?’

굳이 추천한 유저의 닉네임까지 올라온 이유가 뭘까? 닉네임도 하루살이, 무언가 이상하다.

서은은 슬쩍 눈동자만 돌려 루 비서의 눈치를 살폈다. 몸을 돌리고 정자세로 결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결재 관련 서류는 그녀가 미리 살펴보지 않는다.

‘엑시트 모바일… 하루살이… 대성 가드….’

썩은 동태 눈깔같던 그녀의 눈이 찰나 반짝였다.

루 비서를 보내고 서은은 바로 데스크탑 전원을 켰다.

‘엑시트 모바일 게임 PC버전… 설치.’

* * *

같은 시각, 안씨 본가 경호원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그녀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뭐하는 거지? 갑자기, 게임?”

“게임은 쳐다도 안 보던 아가씨가 게임이라니… 하긴, 나같아도 저기 있으면 게임이라도 하겠다.”

“저게 뭐냐, 사람 사는 게 무슨… 에효, 불쌍하다.”

“응 불쌍한 사람 재산 니 재산 2천배.”

“땡, 2만배.”

cctv로 감시를 하고 있지만 게임 내 채팅까지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SNS나 이메일, DM이면 바로 확인했겠지만, 게임은 따로 확인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확인할 길도 없었다.

캉 캉 캉 촤악-

[레벨 업]

‘분명 뭔가 있어, 하루살이, 하루씨를 뜻하는 건가… 다음 퀘스트는 늑대 30마리….’

안서은은 생전 처음 접해본 MMORPG 게임을 하면서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그렇게 5레벨까지 올리자 귓속말 기능 튜토리얼이 올라왔다.

그녀는 바로 하루살이라는 닉네임으로 귓속말을 보내었다.

[서으니당: 안녕하…세요?]

[하루살이: 안서은님?]

[서으니당: 하루씨? 하루씨? 하루씨!!! 으엉]

[하루살이: 신해수입니다.]

[서으니당: 아 네… 해수씨, 저…]

[하루살이: 언제 상황이 바뀔 지 모르니 짧게 묻겠습니다. 당신은 칠성회 소속입니까?]

[서으니당: 칠성회를… 아세요? 정말 많이 알게 되셨군요.]

[하루살이: 대답해주세요.]

[서으니당: 아닙니다. 저는…]

[하루살이: 그럼 대성그룹의 회장, 안기원 회장은 칠성회 소속입니까?]

[서으니당: 아마도…]

[하루살이: 알겠습니다.]

[하루살이: 곧 뵙겠습니다.]

[서으니당: 저기요. 해수씨, 저는…]

-상대방이 없습니다.

바로 귓속말 상대가 사라지자 서은은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가만히 있다가, 캐릭터가 얻어맞는 소리에 다시금 마우스를 잡았다.

* * *

신해수는 게임을 로그아웃하고 하루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이, 왜, 로그아웃을….”

하루는 다시 로그인을 했다가 이미 죽어서 마을로 온 캐릭터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해수는 방금 전 안서은과의 대화를 상기했다.

-…정말 많이 알게 되셨군요.

그녀의 말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칠성회를 알고 있는 듯했다.

지금도 그녀의 가족 싸움에 자신을 끌어들인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해수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미 해수의 아버지 사건으로 엮일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아마도

중요한 것은, 안서은이 어디에 서 있냐는 것이다.

안회장이 칠성회냐는 질문에, 그녀의 대답은 여러 가지를 의미했다.

해수는 그녀를 믿어보기로 하고 행동에 나섰다.

“하루.”

어느새 게임에 빠져든 하루는 각대장이라는 캐릭터를 괴롭히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네? 네.”

“네가 한 번만 더 도와줘야겠어.”

하루는 각대장이라는 캐릭터가 자신을 치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해수 앞에 무릎을 꿇고 경청했다.

“네, 말씀하십시오.”

* * *

며칠 뒤.

안회장은 자가용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가까이서 들리는 진동음에 안회장은 휴대폰을 꺼내었다. 그런데 자신의 휴대폰에서 나는 진동이 아니었다.

지이잉 지이이잉

안회장의 시선이 자연스레 앞을 향했다. 조수석에 앉은 경호원과 운전기사는 재빨리 자신의 것을 꺼내어 확인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것도 아니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진동이 길어지자 경호원과 운전기사가 당황하여 식은땀까지 흘리며 주머니를 마구 뒤졌다.

그러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쯤 되자 안회장은 미간을 좁히며 소리에 집중했다. 자신에게 가장 가깝다. 옆에 벗어둔 재킷을 뒤져보았다. 바깥주머니에서 낯선 2G 휴대폰이 나왔다.

그는 휴대폰을 들며 인상을 찌푸렸다.

“요즘 누가 이런 식으로 말도 없이… 쯧.”

그가 휴대폰을 열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입니까?”

-누구냐고 묻지 않네요. 이런 일이 자주 있으셨나봅니다. 안회장님.

“…누구야.”

-신해수입니다. 지금 칠성회에서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다면 전화를 끊으십시오. 회장님께 피해가 될 수 있습니다.

“…끊겠네.”

회장은 바로 전화를 끊고 역으로 경호원과 운전기사를 보았다.

그가 알기론 이 차 내부에 도청기같은 건 없지만, 그는 이 자리에 올라서면서부터 사람을 믿지 못했다.

지금도 지표상 최대한 믿을만한 사람을 쓰고 있다고 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혼자만의 공간인 작은 서재에 들어가서 2G휴대폰을 다시 들었다.

“고작 형사가 지금 이게 무슨 짓이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장님이 칠성회 소속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계속 해봐.”

-회에서는 따님을 납치 시도했었습니다. 그때 납치에 성공했다면 따님이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는 일이지요. 물론 같은 회 회원이라고 해도 회장님의 허락을 받고 일을 진행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맞습니까?

“…….”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따님의 도움은 이제 받지 않을 테니 풀어주시고, 회의 정보를 넘겨주십시오.

안회장은 검지로 이마를 긁적거리다가 대답했다.

“자네. 회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군, 회에서 볼 때 너는 모기야, 신경은 쓰이지만 손짓 한 번에 눌러 죽일 수 있는 존재. 이미 승패를 아는데 지는 쪽에 내가 걸어야 할 이유가 뭐지?”

그러다 안회장은 자신이 방금 칠성회의 회원임을 실토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그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안서은씨를 감금한 것은 칠성회로부터 따님을 보호하기 위함이겠지요. 따님을 아끼신다면, 지금부터라도 따님께 버림받지 않을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뭐? 버려? 누가 누굴?”

-당신은 따님을 잃고 도박에서 승리하고 싶습니까? 도박에서 패하더라도 따님을 잃지 않을 겁니까?

해수의 도발적인 말에 안회장의 목소리가 한 톤 커졌다.

“나, 대성그룹의 회장 안기원이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능력쯤은 넘쳐!”

회장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해수는 금세 마음을 접었다.

-아쉽군요. 회장님 뜻은 잘 알겠습니다. 나중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럴 능력이 있다면-”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안회장은 휴대폰을 보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건방진 놈이….”

* * *

타닥 탁탁탁-

‘이제, 30이 코앞이야, 30만 되면 하루 버스를…!’

아침에 결재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안서은은 어느새 게임에 빠져 있었다.

비상한 머리로 게임 지식을 스펀지처럼 빠르게 습득하고 응용까지 하여 빠르게 레벨업을 하는 중이었다.

그때, 귓말이 왔다.

[하루살이: 협상은 결렬되었습니다. 연락이 닿은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최소 사흘 후에 작전상 후퇴하십시오. 이제 경찰 신해수와의 협약은 깨졌습니다. 자]

[하루살이: 글자수에 한계가 있군요. 자금은 충분하고, 여론은 신경쓰지 않으니 걱정말고 당분간 몸을 사리십시오. 당신이 나와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서으니당: 해수씨는 저를 믿습니까?]

[하루살이: 네.]

해수의 대답은 0.5초도 되지 않아 나왔다. 그 속도가 서은의 마음을 녹였다.

[서으니당: …감사합니다.]

서은은 해수의 말대로 의심하지 않을 기간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사흘째 되는 날 회장이 먼저 찾아왔다.

“아직 마음 바뀌지 않았냐.”

안회장은 안서은만큼이나 핼쑥해져 있었다.

서은은 그 모습에 가슴이 아팠지만, 그래도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그녀는 전처럼 죽은 눈을 연기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잘 생각했구나,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게 다… 너를 위해 이러는 거다.”

서은은 그의 가증스러운 말에 치가 떨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감정을 숨기고 입을 열었다.

“회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 * *

안서은은 다시 대성 E&M 대표이사 자리로 복귀했고, 그녀가 특별히 설립했던 대특대(댓글특수부대) 또한 해수에게서 물러났다.

이미 이제까지의 일만으로도 칠성회에게 대성이 ‘해수를 적으로 둔다.’라는 뜻을 어느정도 밝혔다고 생각한 안회장은 여론몰이에 앞장서던 움직임에 제동을 살짝 걸었고, 해수와 오세연에 관한 관심은 점점 파묻혔다.

하지만 안회장은 여전히 해수에게 접촉해오지는 않았다. 그저 거리를 두었을 뿐이다.

‘일성을 뒤집어야 하는데….’

‘한 놈만 패’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수는 계속해서 일성의 언행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정영수]

“무슨 일이야.”

-아… 신형님, 별 건 아니고, 일거리 없습니까? 요즘 살짝 딸려서… 안서은느님은 연락도 안 되고.

“돈?”

정영수는 이제 대학교를 다닌다. 머리가 좋아서인지 공부를 그렇게 조금 하고도 전액 장학생으로 다니고 있다.

게다가 일거리를 간헐적으로 주긴 하지만 지불은 넉넉하게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해수는 문득 그가 연애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생이 뭐가 그렇게 돈이 많이 필요해? 데이트 비용이 많이 드나?”

-데이트도 데이트인데… 아, 그, 여친 엄마가 많이 아프셔서…

“수술비용이 얼만데, 사람부터 살려야지, 내가 빌려줄게.”

-아… 아닙니다. 괜찮아요. 저 그러려고 전화한 거 아니에요. 일 있을 때 알려주세요. 끊을게요.

* * *

정영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에서 손을 떼기가 무섭게 깨톡이 울렸다.

-은미자깅: 여봉봉 너무 고마워ㅠㅠ 역시 여봉봉밖에 업떠 여봉봉만 미드께! 근데 언제 줄 수 이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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