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52화 (152/255)

152. 여배우의 이상형

“와, 와우…!”

“이게 지금 뭔 말이야, 내가 잘못 들은 거지? 돌려봐 돌려봐.”

곽팀장과 오갱이 귀를 후벼팠고, 막내는 일어나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짝

“결국 연예인도 선배님의 진가를 알아본 겁니다.”

신해수는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TV를 힐끔 보았다가 시선을 거뒀다.

“와 저 시큰둥한 반응! 더 짜증난다!”

“오세연 배우님이 저 모습을 봤어야 했는데….”

강수대 대원들은 해수를 부러워하며 더 난리를 쳤고, 하루는 조용히 부러트렸던 젓가락을 다시 새것으로 바꿨다.

오갱은 한 발짝 멀리서 그런 하루와 TV에 나오는 오세연 배우를 번갈아 보다가 마지막에는 해수를 보며 중얼거렸다.

“다 가진 자식….”

그날 밤, 고작 연예인 하나가 이상형 언급으로 일반인을 지목한 것뿐인데 기사가 꽤 많이 쏟아져 나왔다.

[오세연의 남자, 신해수, 그는 누구?]

[경찰 신해수의 과잉진압 모음]

[신해수 경사, 과잉진압 후회하지 않아.]

[오세연, ‘신해수씨와의 만남을 기다립니다.’]

[오세연 이상형 신해수, 그는 어떤 경찰인가?]

┗아니 그러니까 신해수가 누군데?

┗오세연이 뭐 경찰서 갔다가 본 사람임? 이거 뭐 옆집남자 김철수가 제 이상형입니다나 마찬가지 아님?

┗윗분 그런 거 아니고 여러가지고 화제가 된 경찰이에요. 신경사라고 너튜브에 쳐보세요 기사 많이 나옵니다.(링크)

┗대충 봤는데 존나 무섭게 생겼네

┗얼굴나온거 없을텐데?

┗옆모습 나온 거 봄 그래서 대충이라고 했자나

┗시발 이런 짐승같은게 우리 오세연니무를…참는다

┗근육보고 참아진 거겠지

이때다 싶어 해수에 대한 과잉진압 이슈가 다시 활활 불타올랐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의 표정은 풀릴 줄 몰랐다.

그녀가 보기엔 오세연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지금까지 현실에서 본 가장 외모가 뛰어난 안서은만큼이나, 아니 더 예쁜 것 같아서 계속 마음에 걸렸다.

스윽

하루는 집에 있는 운동기구로 턱걸이 풀업을 하다가 집중이 안 되어 내려왔다.

그 옆에서 덤벨을 들고 있던 해수가 물었다.

“왜 오늘은 스무 개밖에 안 해.”

하루는 어깨를 두 바퀴 돌리고는 해수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물었다.

“배우라는 직업, 별로지 않습니까?”

“응? 갑자기? 배우는 왜.”

“인기가 많아도 잠깐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게다가 연기라고 해도 다른 이성과 뽀뽀나 키스같은 것도 하지 않습니까?”

“음… 그렇겠지? 그런 거 각오하고 배우 하는 거겠지, 왜, 배우 하고 싶어?”

하루는 고개를 휙 저었다.

“아닙니다.”

“이상하군.”

해수는 턱걸이 셋트를 다 채우지도 않고 가는 하루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음날, 출근하여 본관에 들르자 해수는 수많은 남성 경찰들의 시기질투어린 시선을 받게 되었다.

“이게 누구야, 대 오세연 배우의 이상형이 납셨네?”

“형님 진짜 존경합니다. 형님 잘 되면 나도 여배우 좀 소개시켜주세요.”

“나, 나쁜… 나의 오세연사마를!”

해수는 그러든 말든 시큰둥하게 넘어갔다.

한창 핫한 배우들은 이상형 질문에, 전혀 엮는 기사를 쓸 수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외국 배우들의 이름을 말하거나 부모를 말한다.

해수는 어제 오세연의 인터뷰 답변이 그런 것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그저 경찰에 관심이 더 많아졌음에 감사하며 일에 집중했다.

“우리 본부 인기남?! 어디 연예계 기자한테 연락은 안 왔어?”

“오 그러게 말입니다. 기자가 연락 올 만도 한데, 퇴근하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건 좀 귀찮은데….”

해수의 미간이 설핏 일그러졌다.

오세연 배우는 어떻냐는 질문같은 게 날아오면 좋다고 말해도 욕먹고 싫다고 말해도 욕먹기에 난감할 따름이었다.

인터넷에서는 여러 일이 있었지만 강수대의 일과는 변함이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찾아오는 기자는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가고, 퇴근 시간이 가까워왔을 때.

똑똑

“응,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들어와.”

곽팀장의 허락에 막내가 문을 열어주었다.

끼익-

“허업!”

막내가 놀라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뒷걸음질을 친다.

막내의 리액션에 대원들의 시선이 입구에 집중되었다. 곧이어 커다란 덩치에 가려져 있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긴 생머리에 새하얀 피부, 주먹만 한 얼굴에 커다란 눈, 오밀조밀 모여있는 코와 입술.

회색 원피스에 검은색 재킷을 걸친 여자가 눈을 반짝이며 들어왔다.

그녀를 알아본 대원들이 경주하듯이 입을 틀어막으며 경악했다.

“오, 오, 오, 오!”

“오, 오세연씨??!!”

하루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해수 앞을 가로막았다.

오세연은 여유롭게 들어와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퇴근시간 맞춰서 기다리는데 안 나오시더라고요.”

오세연이 매니저 한 명을 대동하고 강수대를 찾아온 것이다. 뒤따라온 경찰들을 보아하니, 경찰서 홍보 차원으로 위에서 그녀의 방문을 허락한 듯 했다.

곽팀장과 오갱은 마치 자신을 찾아온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네,네네! 드라마 너무 잘 봤습니다!”

“여, 여기 앉으시죠!”

오갱이 말을 하는 동안 막내가 후다닥 의자를 가져와 자리를 마련했다.

오세연은 앉지 않고 해수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녀와 눈을 마주한 해수는 작게 목례를 했다.

“신해수 경사님, 죄송해요. 미리 언질이라도 드렸어야 했는데, 저 때문에 많이 당황하셨죠?”

“아닙니다. 어차피 일주일이면 다 가라앉을 겁니다.”

해수의 무심한 말에 오세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어, 저… 그냥 막 말한 거 아닌데요.”

“네?”

구석에 앉아있던 하루의 눈빛이 번뜩였다.

게임은 물론 드라마나 영화도 종종 보곤 하는 그녀다.

고백 전에 그 특유의 분위기, 말투, 분위기가 있다.

하루는 그것을 직감하고 해수의 뒤편에서 오세연에게 레이저빔을 쏘고 있었다.

“제가 괜히 신해수님 지목한 거 아니라고요. 저 진심이에요. 그래서 데이트 신청하려고 이렇게 온 거에요. 나랑, 식사 어때요?”

오갱과 막내, 팀장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녀의 수줍어하는 표정, 매혹적인 눈빛, 두 볼에 홍조, 남자라면 빠질 수밖에 없는 얼굴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해수의 대답은 단호했다.

“생각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한 치의 망설임도 고민도 없는 속도의 대답, 하루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가리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이고 뿌듯해했다.

그 단호함에 다른 대원들은 놀라면서 하루의 눈치를 보느라 뭐라 말은 하지 못했다.

여자 특유의 촉으로 금세 본부의 분위기를 눈치 챈 오세연이 고개를 돌렸다.

“딱 한 번이면 돼요. 다음부터는 귀찮게 안 할게요. 괜찮죠?”

오세연은 해수가 아닌 하루를 보며 물었다. 그 행동이 은근히 하루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면서도, 남친을 빌려쓰는 허락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저는 생각 없다니…”

“신 선배님, 잘 다녀오십시오.”

“응?”

하루가 오세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 허락에 기다렸다는 듯이 곽팀장과 오갱과 막내가 말을 쏟아냈다.

“그, 그래 해수야, 대배우님이 직접 오셨는데 그냥 돌려보내기에는….”

“다녀와, 다녀와! 올 때 싸인이랑 메로나.”

“문 열어드리겠습니다!”

막내가 후다닥 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감사합니다. 역시 대한민국 경찰분들 너무 멋있으세요. 화이팅!”

모두가 협조적이자 오세연이 또 다시 눈웃음을 지으며 손가락 하트를 남발했다. 유부남 둘과 막내는 용량초과의 애교에 정신을 못 차리고 녹아내렸다.

* * *

해수는 얼떨결에 떠밀려서 오세연과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요즘 핫한 배우가 경찰서를 직접 찾아왔으니, 앞으로 소란스런 일이 없게 부탁하려고 따라온 의도도 있었다.

식사는 양식 레스토랑으로 프라이빗 룸이 예약되어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자 매니저도 나가고 온전히 오세연과 해수 둘만 있게 되었다.

매니저가 나가자마자 오세연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애교 가득한 눈빛이 총명함에 반짝이고, 허리도 아까보다 더 꼿꼿이 세웠다.

그녀는 정자세로 해수를 바라보며 한 손을 가슴에 얹고 허리를 살짝 숙였다.

“다짜고짜 찾아와서 식사 요청해서 많이 놀라셨죠? 사과드려요.”

“예.”

오세연은 살풋 웃음을 흘리고는 걸치고 있던 재킷을 벗었다. 그러자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오프숄더 원피스가 빛을 냈다. 가슴쪽도 깊이 파여서 아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녀는 묘하게 미소를 지으며 해수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나 해수는 천천히 고개를 돌릴 뿐 눈빛이나 목소리에 변함이 없었다. 마치 목석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아까 그 여형사님하고는… 어떤 사이신가요? 여자친구?”

“여자친구는 아닙니다.”

“아? 아.”

여자친구는 아니다. 그런데 주변 대원들은 여자의 눈치를 본다. 오세연은 여형사의 일방통행으로 해석을 마쳤다.

그녀의 눈빛이 게슴츠레하게 바뀌며 더욱 고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똑똑

“식사 세팅해드리겠습니다.”

“네, 해수씨는 양식 좋아하시나요?”

“양식보다는 한식을 더 좋아합니다만, 다 잘 먹습니다.”

보통 오세연의 질문 위주로 대화가 오갔다. 해수는 그녀에게 궁금한 것도 없고, 오늘 이후로 만날 생각도 없기에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 그녀가 해수의 손을 발견하고 검지로 가리켰다.

“거긴 다친 거예요?”

해수는 며칠 전에 무진파를 상대할 때 긁혔던 상처를 다른 손으로 가리며 대답했다.

“예, 괜찮습니다.”

“어떡해… 봐봐요.”

오세연이 고운 미간을 좁히며 해수의 손을 덥썩 잡고 끌어당기더니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으음.”

해수는 바로 손을 빼내었다.

명백한 거절, 이런 취급을 받아본 적이 없는 오세연은 뻘쭘해하며 두리번거리다가 말했다.

“아 너무 아쉬운데, 우리 술 한 잔만 할래요?”

“죄송합니다.”

“아잉, 딱 한 잔만 해요. 네?”

그녀가 옆으로 다가와 앉으니 해수의 팔뚝에 그녀의 팔꿈치가 닿았다. 해수를 올려다보며 한쪽 눈을 찡끗 윙크까지 하며 애교를 부린다.

그것도 통하지 않자 검지로 해수의 팔뚝 힘줄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턱 스윽-

해수는 바로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 옆으로 치우며 말했다.

“제가 오늘 초대를 승낙한 것은 오세연씨에 대한 예의도 있지만, 앞으로 저를 언급하시거나 갑자기 찾아오시는 일이 없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기 위함입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해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의자를 뺐을 때, 오세연의 확 달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이렇게 나오면 곤란한데.”

해수는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 말투와 함께 눈빛도 바뀌었다. 마치 먹잇감을 보는 사냥꾼과도 같은 눈빛이다.

그녀가 비릿하게 웃더니, 두 손으로 자신의 오프숄더 원피스 끝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당신이 선택한 거예요. 나도 이 방법을 쓰고 싶지는 않았어.”

그녀가 옷을 확 내리며 새하얀 어깨와 속옷이 훤히 드러났다.

해수는 당황하여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그녀의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꺄아아악!!”

쿠광쾅!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벌컥 열리며 금세 사내 몇 명이 들이닥쳤다.

그녀의 매니저, 직원, 레스토랑 지배인까지 세 명이 들어와 오세연을 챙기며 한 명은 사진을 찍고 한 명은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 * *

타 경찰서 강력반 취조실.

해수는 성추행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하필 식사를 했던 곳이 강진시에서 살짝 벗어난 다른 지역이기에 관할도 달랐다.

지금 경찰서에 자신과 대면하고 있는 형사는 일면식도 없는 상대였다.

그저 해수를 청순하고 순진한 여배우를 덮치려고 했던 짐승으로 보고 편파적인 조서를 작성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배우님이 눈웃음도 짓고 미소짓고 친절하게 대하니까 착각에 빠져서 덮치려고 한 거 아니요? 어?! 경찰이 그러면 쓰겠어?!”

해수는 대답없이 형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해수의 그 서늘한 눈빛에 형사는 목을 가다듬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세연씨 아직 밖에 있죠.”

“그건 당신이 알 바 아니고.”

“일대일로 좀 만나서 얘기할 게 있다고 전해주세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요청이야?”

“허락할 겁니다.”

“헛소리 그만…”

쿵쿵 철컥-

그때, 취조실 문이 열리며 오세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에 따라 들어온 형사 팀장이 취조 중이던 형사에게 손짓했다.

“나와봐, 배우님이 수락하셨어.”

“아? 네? 어, 예.”

곧이어 해수와 오세연이 일대일로 대면했다. 해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짓을 한 거지? 지금까지 쌓은 당신의 커리어가 단 번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짓인데.”

“성추행범이 할 말은 아니네요.”

“감히 명을 거스를 수 없는 사람이 시킨 게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지.”

오세연은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며 이죽거렸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감빵 가서.”

해수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요즘 회사 놈들의 습격을 몇 번 받고 여론 역습까지 받다보니까, 당신의 데이트 신청도 당연하게 의심하게 되더라고.”

해수의 말에 오세연이 귀를 쫑끗 세웠다. 해수는 손을 들어 작은 USB를 그녀에게 보여주더니, 오세연 앞에 있는 노트북을 가져와 USB를 꽂고 돌려세워 영상을 재생시켰다.

해수 시점에서 녹화가 된 파일이었다. 오세연이 혼자서 쇼를 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지금쯤 강수대 대원들도 이 화면 다 보고 있을 거야.”

그제야 눈썹이 꿈틀거린다. 해수는 다시 USB를 뽑아 흔들며 입을 열었다.

“이제, 협상을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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