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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너무 강함-149화 (149/255)

149. 오빠들 왔다

서른 명이 넘는 시커먼 사내들이 가녀린 한 여자를 향해 다가온다.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쇠파이프, 망치, 파이프렌치, 회칼 등 치명적인 흉기가 들려 있다.

하루는 그들을 빠르게 둘러보고는 휙 돌아서서 도망쳤다.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도 사방이 뻥 뚫린 공간에서 무기를 든 다수를 상대하기는 힘들다.

하루가 도망친 곳은 트럭과 트럭 사이였다. 폭이 약 2미터로, 세 명 이상은 한꺼번에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었다.

“미친년!”

“좁은 데로 가면 이길 수 있을 거 같나봐?”

낄낄거리는 조롱이 쏟아졌다.

사내들도 하루가 금세 세 명을 쓰러트린 것을 보았지만, 쓰러진 이들은 방심을 했기 때문이고, 지금은 쪽수로 보나 하루의 행동으로 보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 사내들이 독 안에 든 쥐에게 다가오듯이 여유롭게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며 거리를 좁혔다.

“야 망사야, 니넨 저기 뒤에 막아라.”

“예에!”

막내가 공을 세우기 위해 하루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하루는 도주하다가 갑자기 돌아서며 비녀를 휘둘렀다.

푹-

“켁!”

비녀가 의욕 넘치는 막내 조직원의 목을 정확히 관통했다. 하루는 그의 옆구리를 발로 차며 비녀를 뽑아내고 다음 사냥감을 골랐다.

“이 미친 년이!”

“발악 못하게 밟아!”

그제야 사내들이 무기를 추켜들고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도달한 사내가 하루의 배를 향해 회칼을 뻗었다.

하루는 앞으로 내딛은 발목만 살짝 틀어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흘려보내며 비녀를 마주 뻗었다. 비녀가 사내의 겨드랑이에 구멍을 만들었고, 피가 물총처럼 쏘아져 나왔다.

푹 치이익-

그러고는 겨드랑이에 사내의 팔을 끼우고 옆으로 틀어 칼을 놓치게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칼을 공중에서 낚아채어 다른 사내의 발등을 찍었다.

“끄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경직된 사내의 오금을 칼로 베고, 그를 몸으로 밀쳐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사내를 덮치게 했다.

텅!

“우윽!”

쇠파이프는 애꿎은 동료의 머리통을 강하게 내리쳤다.

왼쪽에서 처음에 쓰러진 막내를 밟고 넘어와 망치를 휘두른다. 하루는 옆으로 돌아 공격을 피하며 그의 팔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비녀를 그의 옆구리에 박았다.

“큽!”

적과 아군이 뒤엉켜 있으니 무기를 섣불리 휘두르지 못하던 사내가 들고 있던 칼을 내던지고 하루의 후드모자를 잡았다.

“이년 잡았다!”

그때 맞춰서 옆구리에 비녀를 찔린 사내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면서도 하루의 팔을 잡았다.

타다다닥-

그 사이 뒤쪽에도 다른 사내들이 몰려와 퇴로를 막았다.

“망치! 망치! 이 년 대가리 먼저 깨라!”

쉽게 달려들지 못하던 사내가 망치를 들고 하루의 머리를 향해 휘두르려 한다.

하루는 양손에 쥐고 있던 비녀와 회칼을 놓고는 돌연 주저앉았다.

스르륵-

“엉?”

“헙!”

하루가 허물을 벗듯이 후드티를 벗었다. 안에는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특수방검복을 입고 있었다.

스걱-

“아윽!”

하루는 땅에 떨어진 회칼을 집어 한 사내의 발목을 베고, 트럭 아래로 굴렀다.

지금도 폭이 넓어 벅찬데 양쪽에서 포위당하면 답이 없다.

“옆에! 옆으로 굴러갔다고 이 새끼들아!”

사내들이 우왕좌왕하며 옆으로 넘어갔을 때, 하루가 트럭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위에 있다 위에!”

“야 시팔 올라가!”

콱 콱, 캉!

“아악!”

명령을 듣고 몸부터 움직이던 막내라인 두 명이 올라가려다가 손등에 칼이 박혔다.

그러자 키가 큰 사내들이 길이가 긴 쇠파이프나 못이 박힌 각목을 들고 트럭 위에 있는 하루를 향해 휘둘렀다.

푹 푹

하루는 계속 피하다가 쇠파이프 하나에 옆구리가 찔렸다.

“큽-”

그녀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다가 놈들이 가장 적은 곳으로 뛰어내리며 한 명의 목을 회칼로 그었다.

츄아악-

“아악 시팔! 저 족제비같은 년 좀 잡아봐!!”

하루는 유연하고 빠른 몸놀림으로 트럭과 트럭 사이를 굴러다니고, 타고 오르며 사내들을 하나 둘 씩 제거했다.

그들이 들고 있던 파이프렌치나 망치를 던져서, 그것에 맞아 머리에도 피가 흐르고 한쪽 눈도 부어서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눈빛에 이글거리는 살기는 그대로였다.

그렇게 죽거나 무력화된 조직원들이 열 명이 넘어갈 때쯤, 사내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그들에게도 슬슬 저 쓰러진 시체가 자기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공포가 자라나고 있었다.

“시, 시팔…!”

“아 씨….”

그녀의 학살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차팀장은 더했다.

“뭐야, 저 괴물같은 년은….”

차팀장은 미간을 좁히며 자신도 모르게 점점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아직 입구와는 거리가 먼데 어떤 벽에 부딪혔다.

차팀장은 순간 오싹한 느낌에 천천히 돌아섰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덩치가 큰 남자, 험상궂게 생겼다는 말이 어울리는 근육, 눈가에 넘실거리는 지독한 살기.

차팀장은 이 남자의 외형과 풍기는 분위기만으로 어떤 조직이 보낸 기술자임을 확신했다.

“누, 누, 누구야….”

스으윽-

남자, 신해수는 한 손으로 그의 얼굴을 잡고 지그시 짓눌렀다.

차팀장은 얼굴을 잡고 있는 악력과 짓누르는 괴력에 감히 저항할 생각도 못하고 천천히 허리가 꺾이면서 바닥에 엎어졌다.

“누구냐고….”

해수가 그의 가슴에 발을 올리고 짓누를 때, 그 뒤로 근육몬과 오갱, 곽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의 동시에 도착한 것이다.

오갱이 목 관절을 풀며 입을 열었다.

“누구긴 누구야.”

촤라락

곽팀장이 삼단봉을 펼치고 앞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하순경 오빠들이다!!”

“우으아아아!!!”

“우와아아악!!”

곽팀장의 외침을 받고 근육몬과 해수가 포효하며 하루에게 당하고(?) 있는 조직원들에게 달려나갔다.

근육몬은 어느새 방검장갑까지 끼운 채 프리허그를 하는 것마냥 두 팔을 펼치고 적들에게 돌진했다.

콰광 쾅쾅쾅 쾅!!

무슨 통나무처럼 앞뒤로도 두꺼운 그가 전속력으로 돌진하니 앞에 있던 어린양들은 교통사고라도 난 것처럼 튕겨나가 쓰러졌다.

쿠웅! 으득 꽈득!

오갱은 아직도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맨손으로 흉기 든 사내들을 업어치고, 팔을 꺾어 확실하게 한 명 한 명씩 제압해갔다.

“야아!! 거기 우리 하순경한테서 떨어져!!”

곽팀장은 아직 목청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들려줬다.

수는 우세하지만 이미 하루에게 압도당해 있던 조폭들은 근육질 남자 네 명이 추가되었는데, 오히려 잘 됐다는 듯이 하루를 버리고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해수는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쾅 쾅 콰직!!

“끄으…!”

전차같은 근육몬을 피해 해수에게 덤벼드는 놈들을 한 명 한 명씩 철저하게 짓이겨서 묵사발을 만들어주었다.

해수는 수가 많아서 급할 때에야 관절기를 버리고 타격기를 쓰지만, 화가 많이 나 있을 때도 타격기를 쓴다.

쾅!

한 사내가 해수의 주먹에 맞아 트럭 화물칸에 부딪혔다가, 한 번 더 주먹이 얼굴에 꽂혔다.

콰광!!

화물칸이 찌그러지며 그의 머리통이 거의 박힌 것만 같은 진귀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서른 명이 넘었던 조폭들이 강수대가 도착하자 금세 정리가 되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타격을 받은 하루는, 강수대가 도착하고 나서는 트럭 위에서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내려왔다.

철퍽 철퍽

왕과장이 옆구리에서 피를 뚝뚝 떨어트리면서 힘겹게 한 걸음씩 다가온다. 그는 하루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미, 미소씨, 나를 위해서…”

그가 입을 여는 순간, 하루의 몸이 한 바퀴 반 휙 돌아갔다.

후웅- 뻑!!

눈앞에서 펼쳐지는 270도 돌려차기, 하루의 발등이 왕과장의 뒷목에 꽂혔고, 그는 곧바로 바닥에 개구리처럼 엎어져 기절했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하루에게 해수가 다가왔다.

스윽

해수는 특수방검복 하나만 딸랑 입고 있는 하루에게 겉옷을 걸쳐주며 작게 물었다.

“괜찮아?”

“후우, 후우….”

하루는 해수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긴장이 풀려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떨었다.

해수가 겉옷을 걸쳐주고 손을 떼려던 그때.

하루가 그의 커다란 검지를 잡았다.

해수는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다가 멈칫했다. 하루가 손가락을 잡은 채 눈을 감고 조심스럽게 심호흡을 하고 있다.

회칼을 든 사내 백 명이 덤벼들어도 눈썹 한 가닥 꿈틀거리지 않을 하루인데, 왜 이렇게 불안한 상태인가 의문이 들어 그녀의 몸을 더 면밀히 살폈다.

모두 남의 피인 줄 알았는데, 이마 부분이 찢어져서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고, 턱, 뺨에도 생채기가 났다.

해수는 그 상처를 발견하자 심장이 저 깊은 바다에 떨어지는 것처럼 쓰라리고 속상했다.

하지만 그가 아는 하루는 이 정도 상처 가지고 이렇게 몸을 떨 정도로 멘탈이 약하지 않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금세 그 원인을 찾았다.

반의 반쯤 열려있는 화물트럭 화물칸 문틈 너머로 무언가가 보인다.

끼이익-

문을 열어보니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약에 취한 여성들, 절망에 빠진 여성들이 보인다.

그들을 보자 해수도 하루를 처음 발견했을 때, 지하 그곳이 떠올랐다.

스윽

해수는 아예 하루의 손을 마주 꼬옥 잡아주었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 * *

무진파는 감히 경찰을 납치하고 도발까지 했으면서, 납치 현장에서는 인신매매까지 하고 있었다.

물론 하루의 활약이 없었다면, 오늘 안에 모두 밀항선을 탔을 것이다.

무진파 조직원은 간부급인 차팀장을 포함하여 서른세 명을 검거하였다.

그곳에서 다량의 마약도 확인되었고, 외국에 팔려고 했던 여성 서른일곱 명도 구출했다.

실종신고된 여성 열한 명, 나머지는 조선족이나 동남아 여성들이었다.

마약 쫓는 것은 선수들이 따로 있기에, 사건은 다시 마약팀으로 넘겼다.

해수의 요청으로, 하루는 병원에 입원하여 정신과 치료도 겸했다.

[인신매매, 마약, 장기밀매 등 온갖 불법을 저지르는 조직폭력단체 ‘무진파’ 조직원 33명 검거]

-…에게 검거되었다. 사상자는 9명으로, 경찰 측 부상자 1명은 경상으로 확인되었다.

[무진파 검거 중에 사망자 7명, 강수대, 또 과잉진압? 충남강력수사대 신ㅇㅇ경사,재조명되는 신ㅇㅇ경사의 과거 이력]

-…신ㅇㅇ경사는 과잉진압으로 수천만 원의 합의금 빚에 허덕였고, 지구대로 좌천까지 당했었다. 그러나 다시 형사가 되었지만 그의 행동은 변함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탈을 쓴 살인마라는 극단적인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Roanes: 뭔 개소리?

┗장금: 아니 이번에 신경사가 죽인 거 아니라며

┗몽환현재: 이게 대체 뭔 기사냐? 또 기레기가 기레기질 한 거야?

┗곰tang탕: 이거 그냥 단순한 권선징악으로 넘기면 안 됨(링크) 신경사+강수대가 지금까지 죽인 사망자 리스트/3년간 20명이 넘어감. 이래도 연쇄살인마가 아님?

┗왕십리70: ㅅㅂ 20명… 존나 쩔기는 하네

┗장금: 아니 그럼 칼 들고 덤벼드는 새끼들한테 그냥 맞아 뒤져?

┗곰tang탕: 칼만 들었지 안 덤볐다는 기사도 많음

┗장금: 뭔개솔 진짜 어이가 없어서, 너 알바냐?

┗곰tang탕: 아닝데?

┗사무치다: 강수대가 우리나라 인구를 줄이고 있구나, 잘하고 있다.

기사가 전에 없이 공격적이다. 그것도 강수대보다는 신해수 자체를 저격하는 느낌이 강하다.

댓글을 쓴 닉네임이나 기자들을 보면 예전에 우호적인 기사를 쓰던 대성 측 사람들로 추측된다.

“흠….”

해수는 점심시간에 하루 병문안을 가려고 경찰서를 나서려다가 멈칫했다.

경찰서 입구에 기자들이 몇 명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이렇게 상황이 바뀌었을까? 이제는 진짜 직접 물어봐야겠다.

해수는 기자들을 보고 뒷걸음질을 치며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안서은 이사]

뚜루루루 뚜루루루루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전에도 부재중을 남겼는데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해수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이건 둘 중에 하나다. 일부러 받지 않거나, 무슨 일이 생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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