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턱짱 가입
마른 가지처럼 앙상한 손끝이 덜덜 떨린다. 움직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대로 되지 않아 포기하고는 신해수가 손수건을 대주고 있는 입을 뻐금거렸다.
그 입 모양도,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해수는 그녀가 전달하려는 뜻을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해수는 몸을 조금 더 숙여 그녀와 눈을 마주하고는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곧 구급대원들이 도착했고, 그녀는 들것에 실려 옮겨졌다.
* * *
강진서 강수대 본부.
하루가 박지원을 잡아왔다. 그의 두 손은 완전히 뭉개져 있었다.
그는 눈이 반쯤 풀려있다가 경찰서에 들어오자 눈이 다시 살아났다.
해수는 들어오자마자 그를 발견하고는 무서운 기세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내가,내가 니 년놈들 다 신고할 꺼-”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해수의 솥뚜껑만 한 손바닥이 박지원의 따귀를 후려갈겼다.
쩌억-! 우당탕탕!
의자에 앉아있던 그는 그대로 엎어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를 내려다보는 해수의 눈빛에서 살기가 넘실거린다.
그의 모습을 보니 말라 죽었던 피해자의 절망감이 떠오른다.
미래시는 그저 피해자의 시야를 공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고통과 두려움, 절망 등의 모든 감정까지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왜 그랬어.”
해수는 그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고, 상체를 일으켜 다시 따귀를 때렸다.
쩍-! 후두둑
입에서 피와 함께 치아로 보이는 무언가가 몇 개 바닥에 떨어진다.
“왜 그랬어!!”
쩍! 쩌억! 퍼석!
강수대 바닥에 박지원의 것으로 추측되는 피와 살점, 치아가 나뒹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수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불과 몇 초만에 일어난 일이다.
해수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팀장이 근육몬을 툭툭 치며 앞으로 밀었다.
“야,야야 말려, 말려!”
오갱과 근육몬이 해수에게 다급히 달려가 뜯어말렸다.
기술과 동체시력은 아니어도 힘만큼은 막내가 해수에게 뒤지지 않는다.
팔뚝을 잡는 강력한 힘에 정신이 번뜩 든 해수는 그제야 박지원의 상태를 보고는 고개를 털었다.
그를 일으키자 드러난 박지원의 얼굴. 두 눈은 퉁퉁 부어 눈을 뜨기 힘들었고, 입과 코는 완전히 뭉개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다.
“후, 후… 죄송합니다.”
팀장은 검지를 들어 양쪽으로 까딱까딱 저으며 대답했다.
“음, 아냐, 나도 패고 싶었어, 죄송할 건 아닌데… 이거 문제 될 수도 있겠는데….”
그의 얼굴이 난처해졌다.
이미 포박되어 저항하지 못하는 상대를 경찰서에서 떡이 되도록 팼으니, 상대가 고소하면 정말로 과잉진압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하루는 해수에게 다가가려다가 그의 상태를 보고는 발끝을 돌려 팀장에게 다가갔다.
“곽수철 대장님, 다른 피해자 두 명의 사체를 어디에 은닉했는지도 알아냈습니다.”
“다, 다른 피해자?”
그녀의 말에 해수는 물론 오갱과 막내도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살인 수법이 워낙 치밀하여 연쇄살인범일 것이라 추측은 했지만, 막상 이미 두 명의 피해자가 더 있다고 하니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피해자는 미수까지 포함하여 총 다섯 명, 그 중에 하루와 이번에 구출한 한서영씨를 제외하면 사망자가 남자 두 명에 여자 한 명.
지금까지 총 세 명을 죽인 것이다.
“이런 미친 새끼… 이 새끼는 진짜 현장에서 그냥 죽였어야 했는데….”
강수대는 박지원의 자백을 토대로 사망자들의 시신을 찾아냈다. 첫 번째는 단독주택에 혼자 사는 남자인데 그의 뒷마당에 묻었고, 여자는 비닐로 꽁꽁 싸매고 여행용 가방에 넣어서 그녀의 방 옷장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부패가 많이 진행되었지만 아직까지 실종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나는 정의를 구현한 거라고… 알려지면 다들 날 찬양할 겁니다.”
잔뜩 기가 죽은 박지원의 고백으로 범행 동기도 뒤늦게 밝혀졌다.
그는 가정환경도 나쁘지 않았고 본인도 예쁘장한 외모로 학교를 다닐 때는 놀림을 조금 받았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특이사항이 있었다. 여동생이 대학교 축제 때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그 뒤로 방에 틀어박혀 몇 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발화점이었다.
첫 번째 사망자인 남성은 바로 여동생을 성폭행한 가해자였다.
두 번째는 업소 여성이었고, 세 번째가 채팅어플로 성매매를 하려는 남성이었던 것이다.
“…그럼 한서영씨는, 한서영씨는 멀쩡히 회사 잘 다니는 회사원인데? 왜 죽이려고 했는데.”
해수의 물음에 박지원은 한서영이 누군지 기억해내려고 고개를 갸웃갸웃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아, 그 년, 야밤에 똥꼬 보일 정도로 짧게 입고 다니던데? 그게 업소년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알아보니 그가 미리 집 비밀번호를 알아냈던 아름 역시 정상적인 직업을 지닌 여성이었다. 한서영처럼 노출이 있는 옷을 즐겨입는 공통점이 있었다.
해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느릿하게 저었다.
전형적인 연쇄살인마의 핑계다. 자신은 세상을 정화하는 구원자라는 착각.
“아니야, 정말 여동생을 위해서라면 거기 잘못 놀리는 남자들만 노렸겠지. 너는 그저 살인에 중독되었으면서 거기에 여동생을 가져다가 합리화시킬 뿐이야.”
“아냐, 아냐, 아니야아악!!”
얌전하던 그가 테이블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쾅!
그때, 그 타이밍에 맞춰서 하루가 들어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앉았다.
해수보다도 하루 앞에서는 분노조절을 잘하는 박지원이었다.
* * *
[강력접착제 연쇄살인마 박모씨 검거]
(부분 모자이크된 한모씨 구조되는 영상)
-최근 두 달만에 세 명을 살해한 박모씨가 경찰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려다가 체포되었다.
네 번째 피해자가 될 뻔한 한모씨는 구조되어 현재 치료 중이다.
박모씨의 살해 수법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눈과 코, 입을 강력접착제로 접착시켜 질식하게 한 것이다.
이에 강정훈 국회의원은 강력접착제 사용금지법을 발의했다.
┗장금: 응?
┗미라크리: 갑자기 잘나가다가 왠 접착제 사용금지?
┗료라이: 이게맞아 형들? 내가 잘못 봤지?
┗몽환현재: 역시 국회의원이라 존나 똑똑한데?접착제를 쓰지 못하면 살인이 일어나지 않지.
┗한bun10: 경찰 상대로 범행 ㄷㄷㄷ 진정한 남자네.
┗독행남아: 이거 경찰 신형사 있는 충남강수대 홍일점임
┗예비형사: 아씨… 신성한 진짜 남자들의 성역 강수대에도 여경이 들어갔다고? 강력반에 여경이 왠 말이냐?!
┗독행남아: 저 여형사가 범인 잡는 거 보면 그런 말 안 나올 껄 (링크)
┗예비형사: ㅅㅂ 이딴 초딩들 잡는거 나도 할 수 있음
┗tdc02057: 대한민국 범죄자 강수대가 다 잡는 거 같음
┗큐브: 대한민국 범죄자 강진시에 다 있는 거 같음
┗휘오레c: 시벌 반박불가
┗사랑사랑아: 근데 실루엣이 예술인데? 얼굴 제대로 나온 영상이나 사진 없음?
┗독행남아: 없는데 있음/ 최대한 잘 나온 거 모음(링크)/
┗사랑사랑아: 의리 죽이네 ㄳㄳ 개이뿌다 완전 제대로 나온 건 없어서 더 아쉽고 더 찾게되네
요즘 이상한 현상이 있다. 강수대가 해결한 사건 기사가 나오면, 초반에는 사건 얘기를 하다가 나중에는 ‘강수대 홍일점 이쁘다’로 마무리가 되는 현상이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 * *
강력접착제 연쇄살인마 박지원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하루에게는 과잉진압, 해수에게는 폭행죄로 신고가 들어갔다.
[연쇄살인마 박모씨, 체포한 경찰을 폭행죄로 고소]
┗장금: 찢어죽일 새끼
“찢어죽일 새끼가….”
충남경찰청장실.
조감찬 청장은 기사 창을 내리고 cctv 화면을 보았다.
-쩌억 쩍!
그가 보고 있는 화면은 강수대 본부에서 해수가 박지원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었다.
“어우, 쎄게 때리긴 했네. 역시 우리 신경사, 믿음직스러워.”
“제가 맞으면 죽을 것 같습니다.”
한참 만족스러워하던 청장은 눈치없는 부속실장을 째려보며 말했다.
“안 죽어, 그리고 형사한테 맞을 짓을 하면 안 되지.”
“네,넵 맞습니다.”
탁 탁
청장은 다시 화면을 되감고는 해수가 지원을 때리기 전 화면에서 멈추었다.
박지원이 벌떡 일어나려던 순간이었다.
탁!
“이, 이거 봐! 이거 신경사가 다가가니까 이마로 들이받으려는 거 맞지?”
“…네?”
“맞잖아?! 이거 정당방위네! 아니야?”
실장은 화면을 보았다가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마,맞는 것 같습니다.”
“역시, 이거 얘기해야겠네, 전달해줘요.”
“예, 알겠습니다.”
청장의 주장은 거의 억지에 가깝지만, 이 건은 일반인들끼리의 폭행 사건이 아니기에 성립될 가능성이 컸다. 심지어 여론조차도 경찰에게 쏠려있는 지금은 더더욱 그랬다.
실장은 청장의 신해수를 향한 팬심에 피식 미소를 흘리며 청장실을 나섰다.
국민들은 행복하고 훈훈한 이야기보다 분노를 일으키고 욕을 마음껏 퍼부을 수 있는 기사에 수백 배는 더 관심이 많다.
마침 연쇄살인마가 경찰을 고소한 일은 공분을 일으키기 딱 좋기에 기자들이 너나 할 것없이 퍼트리기 시작했고.
안서은이 따로 손을 쓸 필요도 없이, 그가 검거되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모두 한쪽으로 의견이 몰리는 사건은 판사의 재량에 큰 영향을 끼친다.
안 그래도 경찰청장에게까지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던 판사는 완벽한 무죄를 선고했다.
* * *
“휴가? 벌써 날이 그렇게 됐나?”
곽팀장의 물음에 신해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에게는 매우 느리게 다가왔습니다.”
소파에서 효자손으로 등을 긁고 있던 오갱이 중얼거렸다.
“아효 우리 해수 없으면 강수대 어떻게 돌아가나, 벌써 걱정이네.”
“걱정은 무슨, 아, 같이 안 써?”
팀장이 구석에 앉아있는 하루를 힐끔 보았다가 물었다. 해수도 하루를 보며 대답했다.
이건 하루가 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이미 이야기를 마친 부분이다.
“같이 쓰면 누가 일합니까?”
“맞습니다.”
하루가 재빨리 연이어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만. 여름 거의 다 지나서 쓰네, 혼자 뭐하려고?”
“할 일이 많습니다.”
“돌격이 스타일이 뭔가 휴가도 내내 부지런히 행동할 거 같지만, 그러지 마, 길지도 않은 휴가 푹 쉬다 와, 어차피 오면 못 쉬어.”
“예.”
* * *
휴가 첫날.
띠리리리- 툭
신해수는 알림음이 두 번 울리기 전에 알람을 끄고, 그 자리에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시침이 아래를 똑바로 가리키고 있다.
띡 조르르르-
정수기로 40도에 맞춰진 물 한 컵을 마시고, 세수만 간단하게 하고 냉장고에 미리 삶아둔 고구마 한 개와 우유 한 잔을 마셨다.
그러고는 가벼운 운동복을 입고 중량밴드를 발목에 차고 밖으로 나가 조깅을 시작했다.
형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력보다도 지구력이다. 시간이 항상 모자라지만, 없는 시간도 쪼개어서 지구력을 길러야 한다.
휴가라고 해도 해수는 흐트러질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 반쯤 달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새로 지어진 놀이터에 웬 덩치 큰 사내들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해수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그들을 살펴보았다.
“…열넷 열다섯! 하나만 더!”
“아즈아!!”
낯익은 견갑골, 전보다 더 올라온 승모근, 옷을 뚫고 나오는 광배근. 맞짱에서 턱짱으로 개과천선한 회원들이다.
어둠의 기운이 가득했던 맞짱과는 달리, 턱짱 모임은 건강한 에너지가 흘러넘쳤다.
조금 마른 사람들도 몇 명 보이는데, 턱짱 창립멤버들이 1:1로 붙어서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해수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슬그머니 빈 철봉으로 다가갔다.
“헙-”
“어엇!!”
심상치 않은 피지컬이 다가옴을 느낀 턱짱 회원 몇 명이 고개를 돌렸다가 해수를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시,신형사님 오셨습니까?!!”
“신형사님 오셨습니까!!”
맞짱에서 전국구주먹으로 불리던 닉네임 구름이 얼떨결에 선창하자, 다른 회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히며 복창했다.
하나같이 덩치도 크고 몸도 좋아서 오해하기 딱 좋은 그림이 나왔다.
해수는 말없이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오, 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자세.”
“턱이 정확히 철봉을 찍었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구름은 해수가 턱걸이를 하는 모습에 흥분하여 참지 못하고 그 옆으로 가서 철봉에 매달렸다.
“오옷, 동장님도 같이 하신다! 자연스럽게 배틀이 시작됐어!”
“…스물아홉, 서른… 저,저것은! 도중에 그립을 친 업으로 바꿨어!”
해수는 60개를 넘길 때쯤에 동장으로 불리는 구름이 지쳐하는 것을 보고는 천천히 내려왔다.
아직 체력은 한참 남았지만 그의 소소한 배려였다.
“우와아!!”
“역시 대단하십니다!”
구름이 다가와 공손하게 손을 내밀었다.
“신형사님과 나란히 턱걸이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해수는 그의 굳은살 가득한 손을 가볍게 맞잡고는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턱걸이는 맨몸 운동 중에 가장 완벽한 운동이지.”
해수의 칭찬에 회원들이 감동하여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렇게 짧고 굵은 한 마디를 하고 가려는데, 구름과 회원들 몇 명이 다가와 그를 붙잡았다.
“신형사님! 저희 턱짱에 가입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십시오!”
“맞습니다! 신형사님이 계시다면 저희는 한층 더 밝고 건강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음….”
해수는 눈동자부터가 전보다 맑아진 그들을 보며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였다.
“가입절차가 어떻게 되지?”
* * *
턱짱 회원들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휴대폰에는 그들이 보낸 깨톡단체방 초대장이 와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니 회원이 벌써 백 명이 넘었다. 구름과 창립멤버가 가장 많은 강진시가 본부고, 전국적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해수는 자주 활동할 수는 없지만, 시간 날 때 그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촤아아아아-
샤워를 마치고 나온 해수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이제 이번 휴가의 목적을 따라 움직일 차례다.
아버지 자살위장 살인사건의 실질적인 범인으로 의심되는 자들은 바로 회사, 그들의 존재는 알고 있으나 찾을 길이 없으니 유마담의 충고를 따라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가올 줄 알았으나 오히려 전보다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이번에 일성그룹 사건 때도 재벌들이니만큼 회사 출신 실장급 실력자들이 보일 줄 알았는데 나타나지 않았다.
해수는 이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그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고 일부러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들이 약해서?
아니, 사냥의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 가설이 맞다면 그들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다가올 때까지 기다릴 순 없다.
먼저 찾아나서야 한다.
가장 처음, 출발점부터 다시 시작한다.
해수는 오토바이를 타고 유일하게 아버지의 죽음을 조사했던 아버지 팀원, 박영철 경위가 근무하는 시골 파출소를 찾아갔다.
“박영철 경위님 좀 만나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계십니까?”
해수의 물음에 데스크에 있는 순경이 그를 힐끔 보았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경위님… 왜 찾으시는데요.”
“아버지 친구분입니다. 어디 가셨습니까?”
“안 계십니다.”
“아, 예, 수고하십시오.”
어차피 번호를 알고 있으니 순경이 알려주지 않으면 전화하면 그만이다.
해수가 파출소에서 나와 휴대폰을 들었을 때, 아까 그 순경이 따라서 문을 열고 나왔다.
“저기-”
“네.”
“혹시 경찰이십니까?”
해수는 명함을 꺼내어 그에게 주며 대답했다.
“네, 강수대 경사 신해수입니다.”
“아, 네… 그, 박영철 경위님…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