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35화 (135/255)

135. 곽팀장의 하루

신해수가 몇 년간 하루와 함께 지내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그녀가 기억력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하루는 미간을 좁히며 옛 기억을 천천히 끄집어냈다.

“…이렇게 칼을 뻗어보십시오. 그러면 그는 손으로 여길 잡아채서 이렇게 꺾거나, 완전히 반대로 돌려서 자기 칼에 자기 목이나 쇄골을 찌르게 합니다.”

“이런 방식은 칼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다는 건데.”

“상대가 칼을 든다고 한들, 결과는 바뀌지 않을 테니까요. 이 방식 외에도 다른 방법도 몇 가지 있습니다. 아예 손으로 칼날 면을 쳐내거나, 칼을 잡은 손을 같이 쳐내서 손아귀를 찢어…”

하루는 마치 며칠 전에 마교관을 상대한 것처럼 매우 자세하게, 구체적으로 그의 기술들을 알려주었다.

‘이런 사람이 있다고…?’

해수는 마교관의 기술을 알아갈수록 이게 평범한 피지컬과 반사신경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벌써부터 경계심이 차올랐다.

하루도 알려주면서 마교관이 얼마나 괴물이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어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래서는 오늘 훈련이 무용지물이 된다.

해수는 그녀에게 고무칼을 쥐어주고는 손을 까딱까딱 저었다.

“들어와봐.”

“네.”

해수는 하루가 칼을 뻗는 순간 바로 손목을 낚아채어 확 꺾으며 그녀의 손에 쥔 칼로 목을 찌르게 했다.

하루는 꽤 아플 텐데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다. 해수는 자신의 작전이 잘 먹혀 들어갔음을 인지했다.

“비,비슷합니다. 훌륭합니다. 순간 마교관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얼굴도 비슷한 것 같습…아닙니다.”

“뭔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얍!”

타닥 탁-

해수는 하루에게 들은 마교관의 기술대로 그녀를 상대했다.

마교관의 기술은 매우 잔인하지만 확실하게 상대를 제압했다. 경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기술이다.

아저씨 왔다도 다시 정주행중~ 다시 읽어도 넘 재밌네요 작가님 최고!!!

하루는 꽤 아플 텐데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다. 해수는 자신의 작전이 잘 먹혀 들어갔음을 인지했다.

“비,비슷합니다. 훌륭합니다. 순간 마교관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얼굴도 비슷한 것 같습…아닙니다.”

“뭔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얍!”

타닥 탁-

해수는 하루에게 들은 마교관의 기술대로 그녀를 상대했다.

마교관의 기술은 매우 잔인하지만 확실하게 상대를 제압했다. 경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기술이다.

해수가 거의 완벽하게 기술을 시현하자 하루가 엄지를 추켜올렸다.

“대단하십니다!”

그녀가 저 정도 표현이면 정말 영혼 200프로 들어간 행동이다.

해수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이 정도 가지고 뭘, 마교관 별거 아니네, 이제 제대로 한다. 온 힘을 다해서 덤벼봐, 실전처럼.”

“아… 그건 좀.”

“오늘은 둘 중에 한 명 어디 부러져야 여기서 나갈 수 있다. 진지해, 덤벼.”

해수의 눈빛이 확 달라지자, 하루도 굳게 의지를 다지며 대답했다.

“…네, 네!”

파박 팍 팍-

오늘의 본래 목적은 하루에게 해수 자신이 생각보다 더 강하니, 위험한 일 있을 때 의지해라- 라고 인식시켜주려는 것이었다.

“잠깐, 그만, 멈춰, 스톱, 항복.”

“후욱, 후욱, 네.”

그러나 목적과는 달리 해수는 하루가 생각보다 더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몰아붙이면 붙일수록, 극한의 상황에 치닫을 때 더 놀라운 반사신경과 날카로운 반격을 보여주었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체력을 경찰시험 볼 때부터 열심히 보완하다보니, 이제 쉽게 지치지도 않았다.

해수는 여기저기 고무 칼로 찔린 부위를 손으로 비비다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공격이 매우 날카로워 고무 칼인데도 꽤 데미지가 들어갔다.

“자, 다시 하자, 들어와!”

“옙!”

하루는 눈을 반짝이며 다시금 해수에게 고무칼을 뻗었다.

“헉,헉,후우…!”

“후욱, 후욱, 후욱….”

하루가 결국 남은 체력까지 모두 쏟아붇고 나서야 대련이 멈추었다.

해수는 인정해야 했다. 하루는 자신보다 훨씬 더 실전같은 훈련에 몰입을 잘 한다. 정말 그녀의 눈빛에 살기가 맴돌고, 고무칼이 진짜 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해수는 끝내 하루를 실전처럼 대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근육이 붙었다고 해도 해수 입장에서는 한없이 가녀린 몸이었다.

결국 하루가 지칠 때까지 압도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그런데도 공격과 반격은 어찌나 날카롭던지, 감탄만 하게 된 훈련이었다.

‘하루가 남자였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 지 모른다.’

어쩌면, 지금은 정말 귀신이 되어버린 모창귀와 붙어도 하루가 쉽게 당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해수가 하루의 실력을 보고 안심이 되는 훈련 결과였다.

*  *  *

삑삑삑 띡, 철컥

문이 열리고, 팀장 곽수철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가들아, 아빠 왔다~”

“오셨어요.”

“오셨습니까.”

중학교 3학년 딸과,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그를 반겼다.

엄마가 아빠 퇴근할 때 반기라는 교육은 철저하게 시켰기에, 지금처럼 무슨 일을 하고 있더라도 나와서 인사를 했다.

“아구구 이쁜 것들, 이리 와봐.”

곽수철이 두 손을 펼치고 딸과 아들을 안으려고 했지만, 그들은 미꾸라지처럼 그 손에 닿지 않게 쏙 빠져나와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수철은 씁쓸하게 손을 거두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엄마는?”

아들이 자신의 방문을 닫기 전에 얼굴을 빼꼼 내밀고 말했다.

“엄마? 몰라, 아까 나가던데?”

아들의 방문이 닫히고, 딸이 바쁘게 거실에서 왔다갔다 돌아다니자 수철이 따라다니며 물었다.

“울 공주님 저녁은 먹었어?”

“몰라, 말 걸지 마.”

딸도 찾던 머리띠를 챙기고는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수철은 딸의 방으로 뻗은 손을 씁쓸하게 내리며 중얼거렸다.

“바쁘네, 우리 딸도.”

꼬르륵

그때, 뱃속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수철은 주린 배를 부여잡고 주방으로 가서 뭐 먹을 게 없는지 두리번거렸다.

찬밥 한 그릇, 방금 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텅 빈 김치찌개 냄비.

“음… 시켜먹을까.”

수철이 식탁의자에 앉아서 물 한 잔으로 배를 달랠 때였다.

스윽-

방문이 열리며 금세 예쁘게 차려입은 딸이 나와, 식탁 앞에 쪼그려 앉아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그러고는 두 손을 붙이고 손바닥이 보이게 식탁 위에 올리고는 수철을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그 모습에 이미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수철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벌써 중3이지만 이럴 때면 아직도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아빵, 이쁜 딸 용똔 좀 주떼요.”

“하하하, 한 번만 더.”

수철이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 하나를 올렸다.

“아빠앙! 이뿐 딸 용똥 좀 쥬떼효!”

수철이 심장에 타격을 당한 듯이 가슴을 부여잡고 지갑에서 오만원권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

“으하하하, 한번만, 한 번만 더”

“아뽱 용똔 쮸쮸!”

“에헤헿 한 번-”

그때, 조그마한 손이 수철의 눈앞을 스쳐갔다.

탁-!

“적당히 해라.”

수철의 손에 들려있던 오만원 권을 낚아챈 딸은 정색하면서 돌아서서 신발장으로 향했다.

“아함, 딸 일찍 와.”

“몰랑!”

수철은 쩝쩝거리다가 와이프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봉-”

-어 나 바빠 끊어, 밥 알아서 차려 먹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수철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이것이 가장의 무게, 배고프다.

‘계란후라이, 계란후라이….’

계란후라이를 하려고 후라이팬에다가 달걀을 쳐서 깨트리고 부으려는 순간.

“동작 그만!”

탁-

어느새 나타난 딸이 그의 손목을 잡아챘다.

“뭐하는 거야 진짜, 신경 쓰이게….”

“따알? 아직 안 갔어?”

“아, 이거나 내놔.”

딸은 고운 미간을 좁히며 수철의 손에 들린 달걀을 빼앗았다.

“저리 비켜, 걸리적거리지 말고.”

딸이 수철을 팔꿈치로 밀쳤다. 수철은 그것도 좋은지 히히거리면서 한 걸음 물러나 딸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자 참지 못한 딸이 나무주걱으로 수철을 가리키며 휘휘 저었다.

“할 거 없으면 식탁에 앉아서 휴대폰이나 만져.”

“어, 어 그래.”

딸은 능숙하게 올리브유를 후라이팬에 두르고 열을 가한 다음에 계란을 올렸다. 그러고는 소금을 1미터 위에서 촥촥 뿌려댄다. 이어서 후라이팬을 튕겨 계란을 뒤집고 뚝딱뚝딱거렸다.

탁-

채 10분이 지나지 않았을 때, 딸이 식탁에 커다란 그릇을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고봉 쌀밥 위에 알맞게 익은 계란후라이, 참치, 마요네즈, 소시지, 김, 케찹.

참치마요비빔밥이다.

“먹든가 말든가.”

“따,딸…!”

수철이 감동의 눈빛을 보내자 딸이 도망치듯이 걸음을 옮겼다.

“나 간다.”

“우리 딸 사랑해!”

딸은 신발을 신고 나가면서 들릴듯말듯 작게 중얼거렸다.

“알아.”

*  *  *

냠냠 쩝쩝 냠냠

수철은 딸이 만들어준 밥을 맛있게 먹고, 설거지는 대충하고 거실을 서성이다가 아들 방으로 향했다.

똑똑

“아들 뭐해?”

탁 쿵 탕

문을 열자 아들이 다급히 무언가를 급히 감추었다.

“아, 아빠는 왜 노크도 안 하고 들어와!”

“했는데?”

“아 진짜, 그래도 잠깐의 딜레이는 있어야지, 아니 내가 수락해야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득 수철의 뇌리에 무언가가 스쳤다.

“아, 우리 아들… 바,바빴구나? 미안하다. 아빠가.”

수철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나가서 아들의 방문을 닫고 문에 등을 기댄 채 혼란에 휩싸였다.

저 느낌, 분위기, 분명 아빠에게는 숨겨야 할 은밀한 무언가를 즐겼던 것이다. 그런 것은? 하나밖에 없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지…?’

두루마리 휴지를 사다준다?

교육프로그램을 강제 이수시킨다?

직접 교육한다?

금지시킨다?

“벌써 많이 컸구나, 일단 내일 출근하면 애들 의견 좀 들어봐야지…”

터벅 터벅 터벅

자식들은 크면 클수록 부모에게 멀어진다. 수철은 대견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안고 자신의 방으로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  *  *

쿵-

아빠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다. 수철의 아들은 다시 내려놓았던 인터넷 창을 올렸다. 동영상이다. 너튜브 동영상.

탁탁탁탁-

그러고는 들려오는 시원한… 타자 소리.

아들은 너튜브 영상에 폭풍 댓글을 달고 있었다.

[충남 강수대, 또 검거율 1위!]

┗곽대장아들: 강수대 진짜 대단하다. 대원들이 저렇게 대단하면 대장은 얼마나 멋있을까?

┗너 저기 대장 아들임?

┗곽대장아들: 아뉜데? 어쩔티비?

┗아그래? 나 강수대 대장 팬인데, 아님 말고

┗곽대장아들: 나 마즘 아빠 사인 갖다줄까?

┗ㅈㄴ 초딩새끼 시시해죽겠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니네 아빠가 제일 하빠리자나? 뒤에서 명령질만 해대지 하는 거 조또 없는 거 뻔함

┗곽대장아들: 응 방금 신고함, 강진서에서 보자

┗죄송합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 번만 봐주세요. 대장아들님

┗곽대장아들: 강수대 대장 최고 2천번만 외쳐,

┗강수대대장최고강수대대장최고…

아들의 장래희망은 아빠같은 형사였지만, 엄마에게는 비밀이었다.

*  *  *

털썩

곽수철은 의자에 쓰러지듯이 털썩 앉고는 아내에게 문자했다.

[언제 들어와?]

[아 몰라, 언제 끝날지, 열 시는 넘어.]

[응, 우리 아내 화이팅]

[ㅇㅇ]

“열 시….”

울적한 표정으로 문자를 보내던 수철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린다. 반짝이는 모니터를 마주했을 때, 그의 입가에는 만연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흐,흐,흐,흐!”

컴퓨터 모니터에는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이 켜져 있었다.

타닥 탁탁탁-!

“역시 모바일 게임은 피시로 해야 제맛이지!”

그의 작고 소중한 취미생활은 바로 모바일 게임이었다.

“어엇!”

-[각대장]이 [하루살이]의 공격에 사망하였습니다.

“아우 또 하루살이야! 아씨 진짜, 내가 너때문에 현질한다. 넌 디져쓰.”

곽수철은 월급 십의 일 정도를 퍼부어 캐릭터를 무장시키고, 다시 하루살이에게 죽었던 사냥터로 향했다.

“어딨어, 어딨어 하루살이! 오 여기 있네, 죽어, 죽어!!”

-[각대장]이 [하루살이]의 공격에 사망하였습니다.

쾅!

“이런!”

장비는 비슷한 듯했으나, 하루살이의 컨트롤이 좋았다. 결국 또 그에게 죽은 수철은 분노의 키보드를 두드렸다.

[각대장: 너 이 씨 하루살이 야!$%##$%& 넌 왜 나만 쳐!!]

[하루살이: 내맴]

“으아 진짜!! 저 쪼그만 걸 증말 어떡하지? 정보과에 넘길까?”

그때.

수철의 귓가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삑삑 삑 띡- 철컥

도어락 열리는 소리다. 그는 바로 컴퓨터와 연결된 멀티탭 스위치를 끄고 밖으로 나갔다.

“여봉봉~ 일찍 왔네?”

“어, 일찍 끝났어, 어으”

살구색 투피스 정장을 입고 있는 그녀의 아내는 마흔 중반이 되어가지만 서른 중반처럼 보였다. 수철의 눈에는 아직도 아가씨같았다.

그녀는 구두를 대충 발뒤꿈치로 벗으면서 들어왔다. 곽팀장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백을 받고 겉옷을 벗겨주었다.

아내는 셔츠의 단추를 풀다가 멈칫하더니, 손을 뻗어 곽수철의 턱을 잡고 돌렸다.

“이거 뭐야.”

얼굴에 작게 긁힌 상처를 가리켰다. 레프팅 때 다친 것이다.

“아 이거, 별 거 아니야. 놀다가 다쳤어.”

“놀다가 다치긴 무슨! 자기가 애야? 아이 진짜, 잘생긴 얼굴에 이게 무슨 짓이야! 그러니까 형사 좀 그만 둬! 내가 먹여 살린다니까?”

아내는 최장기 보험 왕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수철의 월급 열 배 가까이 벌 것이다.

수철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내렸다.

“진짜야 진짜, 그리고… 내가 그만 두면 누가 해…”

“누가 하기는, 그… 오갱도 있고, 새로 들어온 신해수라는 사람도 어마어마하다면서? 맨날 칭찬하면서, 든든하다고.”

“돌격이… 해수는 벌써 2년 넘었고, 그 아래로 두 명 더 들어왔어.”

“할 사람 많네! 정 그만두기 싫으면 내근직으로라도 좀 가, 자기 다쳐서 들어올 때마다 진짜 내 수명이 1년씩 깎이는 거 같애.”

“봉봉이는 선녀라서 천 년쯤 사니까 아직 많이 남았네? 나랑 수명 맞추려면.”

수철이 얼굴을 확 가까이 들이댔다. 그러자 아내가 그의 얼굴을 손으로 밀었다.

“아우, 진짜!”

“앙탈부리니까 더 이쁜데? 오늘은 씻지 말고 들어가자!”

수철이 터프하게 그녀의 허리를 한 손으로 감고는 안방으로 이끌었다.

“아니, 지금 애들도 있는데….”

“딸내미는 나갔고, 아들은 건드리면 안 돼, 우리도 은밀하게 놀자고, 이리 와!”

“아잇, 증말….”

아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수철의 손에 이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곽수철, 강수대 대장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

*  *  *

다음날.

오갱이 곽팀장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형님 다크서클이 왜 이렇게 심해? 어제 잠 못 잤어? 심각한데?”

하루도 다가와서 곽팀장의 얼굴을 면밀하게 살폈다.

“맞습니다. 곽대장님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왔습니다.”

“어우, 하순경이 그런 표현도 할 줄 아네.”

“그러냐… 역관광 당해서 그래.”

“역관광?”

“그런 게 있다… 나 오늘 진짜 쓰러질 것 같으니까 건들지 마, 좀만 눈 좀 감고 있을게.”

“예예, 좀 쉬십시오. 출근한 게 용하네.”

쾅!

그때, 출근시간에 딱 맞춰서 문이 거칠게 열리며 신해수가 들어왔다.

그는 땀을 비 오듯이 뻘뻘 흘리고 있었다. 체력이 부족함을 느끼고 가장 먼저 출근해서 옆에 붙어있는 고등학교 운동장을 뛰다가 온 것이다.

“오늘은 일 없습니까?!”

해수의 말에 오갱이 입을 반쯤 벌리고 고개를 돌렸다. 신문지로 얼굴을 덮고 있던 팀장도 그것을 치우고 해수를 노려보았다.

“…돌격아, 너 뭐 일 못해서 죽은 귀신이라도 잡아먹-”

쾅!

그때, 똑같은 방식으로 문을 열고 막내가 들어왔다.

“사건 받아왔습니다.”

“허허, 뭔데…”

“살인사건입니다. 20대 남자, 낡은 여관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눈과 코, 입이 강력접착제로 막혀 있었다고 합니다.”

“미친…!”

곽팀장은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장부터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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