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31화 (131/255)

131. 역납치(2)

봉고차의 운전수이자 조장인 용팔.

그는 하루가 봉고차 안에 끌려 들어왔을 때, 백미러로 그녀의 눈빛을 보자마자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납치되었는데 눈빛에 당황이 없었다. 두려움도, 무미건조한 저 눈빛은 마치….

‘포식자…!’

용팔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는 차에 타자마자 1분도 되지 않아 두 명을 죽이고 한 명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납치하려고 했던 곳으로 가라는 패기까지 보여줬다. 거기에 몇 명이나 있든, 얼마나 어떻게 준비되었든 상관 없다는 자신감이다.

용팔은 감히 그녀에게 덤벼들 생각은 일찍부터 접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부르릉-

“이거 데리고 뒤로 가.”

“네, 네, 크윽….”

하루의 말에 눈이 벌게진 사내는 허벅지에 피를 철철 흘리며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된 동료를 끌고 뒷자리로 향했다.

슥 스윽

이어서 들려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상한 소리, 조장 용팔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백미러를 힐끔 보았다.

그녀가 칼을 입에 문 채, 피 묻은 옷을 벗고 가방에 있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앞뒤로 적이 있는데도 옷을 갈아입는 저 행동은 방심이 아닌 여유다.

용팔은 감히 그 완벽한 라인을 보며 다른 생각을 품지 못했다. 그저 무시무시해 보일뿐.

‘잘못 걸렸어, 잘못 걸렸어! 시팔….’

* * *

봉고차는 한적한 도시 외곽의, 폐공장 앞에서 멈추어 섰다.

드르르륵-

봉고차 문을 열자 하루가 입에는 재갈, 두 손은 앞으로 묶인 채 기절해 있었다.

용팔은 허벅지에 붕대를 두른 부하와 함게 축 늘어진 하루를 꺼냈다.

“오오오 왔다 왔다, 이쁜이.”

반쯤 열린 문 안쪽에 헌 소파에 앉아서 휴대폰 게임을 하던 배인성이 히죽거리며 한달음에 달려나왔다.

그러고는 부상을 당한 사내를 발견하고 미간을 살짝 좁혔다.

“뭐야?”

“반항이 조금 심했습니다.”

“그래도 경찰이라고 좀 애먹었나보네, 한심한 새끼들. 여자한테 쳐맞기나 하고, 딸랑 둘이서 간 거야?”

배인성의 물음에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치를 보다가, 용팔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여자라고 너무 무시했네, 뭐 결과만 좋으면 됐지. 이야, 이렇게 보니까 더 이쁘네, 얘는 배우를 해야지 무슨 경찰을 하냐, 안 그래?”

“맞습니다.”

“맞긴 새끼야, 내 장난감 해야지, 얼마나 처먹였길래 애가 정신이 완전히 홱 갔냐? 데리고 가.”

“네.”

하루를 데리고 간 곳은 공장 내부 2층에 있는 통제실같은 곳이다. 그곳은 전면에 유리가 넓게 설치되어 있어 공장 내부의 상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배인성은 하루를 3인 소파에 눕혀놓고는 얼굴부터 다리까지 꼼꼼히 살펴보며 감탄했다.

“이야… 아오, 배고파, 일단 인증샷 한 번 찍고.”

그는 정신을 잃고 묶여있는 하루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이걸 이제 전송… 어디에 전송해야 하지?”

배인성의 물음에 이번에는 그의 비서가 대답했다.

“대포폰 텔포그램입니다. 지금쯤 신해수… 그 인상 더러운 형사도 폰을 받았을 겁니다. 번호는….”

배인성은 비서의 말을 끊으며 휴대폰을 던졌다.

“니가 보내 새끼야.”

“예 알겠습니다.”

“보냈습니다.”

“확실하게 했지?”

“네, 예약 택시 세 대로 뺑뺑이 돌고 올 겁니다.”

“오케이, 아우 씨 기대돼, 빨리 왔음 좋겠다.”

비서는 배인성의 흥분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여기서 계속 지켜보실 생각입니까? 혹여나 그가 알아보면….”

“아니, 이렇게 공들인 걸 직관해야지 고작 얼굴 팔릴까 봐 모니터로 봐야겠냐? 그럴 거면 티비를 보지 새끼야, 여기도 볼 정신 안 들게 존나 밟아, 그럼 되잖아.”

“네, 알겠습니다.”

배인성은 하루 앞에 쪼그려 앉아 바라보며 입만을 다시다가 돌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아, 깰 수 있으니까.”

그는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핑크색 토끼 안대를 하루에게 씌웠다.

“야 어떻게 안대를 씌워도 이쁘냐, 아 잠깐, 어떡하지? 얘 그냥 니네가 위협하는데 내가 구해주는 그림으로 만들고 진지하게 만나볼까?”

“음, 그러면 지금까지 준비해놓은 판은….”

“그건 그거고, 일단 그 인상 드러운 새끼는 밟은 다음에 경찰에 넘기고, 그 다음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거지.”

배인성의 말에 비서가 두 손을 모으고 감명받은 듯이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역시 탁월하십니다. 그럼 이 신해수 형사… 아니, 인상 드러운 형사를 처리하는대로 다음 시나리오 진행시키겠습니…”

지이이잉-

그때, 비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 이제 택시 탔다고 합니다. 경찰 부를까요?”

비서의 물음에 하루의 다리를 보며 히죽거리던 배인성이 휙 뒤돌아서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

팍!

“돌았냐? 그럴거면 이 판을 왜 깔았어? 뒤지게 패주고 내 가랑이 밑을 기어다니게 만들어야 할 거 아니야? 걸레짝 만들고 그 다음에 경찰한테 뒤처리 맡겨야지.”

비서는 멍한 표정으로 얼얼한 뒤통수를 매만지다가, 금세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꼬리 흔드는 개가 따로 없었다.

“아, 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배인성이 다리를 떨며 차오르는 기대감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던 그때.

끼이이익-

창고 문이 열렸다.

* * *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봅시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끼익-

퇴근길, 사복으로 갈아입은 신해수는 파출소를 나섰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오토바이 한 대가 빠르게 그에게 달려왔다.

부아아아앙- 끼이이익!

마치 겁을 주기라도 하듯이 해수 앞에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추어 서더니, 휴대폰 하나를 툭 던졌다.

해수는 반사적으로 공중에서 그것을 잡아챘다.

부르릉-

그러고는 바로 길을 떠나려는 순간, 해수가 재빨리 달려가 그의 뒷덜미를 잡아 끌었다.

부아앙-! 콰장창!

오토바이는 앞으로 나가다가 쓰러지고, 헬멧을 쓴 사람은 해수의 손에 끌려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컥,컥, 이,이거, 이거 놔주세요. 숨,숨…!”

해수는 목이 졸려 켁켁거리는 사내에게 방금 받은 휴대폰을 내밀었다.

“뭐야 이거”

“모,몰라요,. 그냥 빨리 주고 오라고 했어요!”

해수는 그제야 휴대폰을 열어서 확인했다.

[(하루 정신을 잃고 묶여있는 사진)]

[두룩길 233-1, 편의점 앞 3315 예약 택시를 탈 것, 혼자가 아니면 이 여자는 죽는다.]

해수의 눈이 확 커지더니, 이내 지독한 살기를 내뿜었다. 그는 천천히 휴대폰을 닫고는 퀵서비스 사내를 보았다.

“너 저기 파출소 보이지.”

“네,네.”

“거기 가서 소장님한테 나는 납치 범죄에 연루되었습니다 세 번 외쳐.”

“네?”

“가!”

“네,넵!”

퀵서비스 사내는 헬멧도 벗지 못하고 헐레벌떡 파출소로 달려갔다.

해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숙소로 달려갔다. 파출소와 숙소의 거리가 멀지 않아 차와 오토바이를 그곳에 두고 다녔다.

‘하루같은 실력자가 납치를 당했다면….’

그만한 실력자들이라는 뜻이다. 하루와 실장급 실력자들을 키워낸 ‘회사’라는 곳이 유력하다.

해수는 차 트렁크에서 삼단봉과 스프레이, 위치송신기, 와이어 등을 작은 가방에 챙기고는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띡 띡-

네비게이션을 지정하고, 팀장한테 전화하려던 그가 멈칫했다.

하루를 납치했다면 실장급 인물 최소 세 명으로 추정된다. 매우 위험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제 하루도 같은 팀이다.

띡-

-어, 우리 싹스리 조개구이 집이다. 얼른…

“하루가 납치되었습니다.”

-…어?

“제가 GPS송신기 번호 문자로 보냈으니 추적해서 따라와주십시오. 경특대 지원 요청해주시고, 불가하면 지원 가능한 인력 최대로 끌어모아서 지원 바랍니다.”

-뭐,뭐?

“따로 먼저 오지 마시고, 꼭 지원 병력과 함께 와주십시오. 그럼.”

-돌격아! 신해수!

해수는 바로 전화를 끊고 액셀을 당겼다.

부아아앙!

헬멧 너머 해수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넘실거렸다.

주소에 도착하자 문자에서 알려주었던 번호의 택시가 대기하고 있었다.

해수가 바로 조수석 문을 열고 타자 택시기사가 말했다.

“여기 예약입니다~”

“네, 삼삼하나오.”

택시기사는 고개를 돌려 해수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 맞네요. 출발하겠습니다.”

택시가 움직이자 해수는 얼굴을 스윽 내밀며 물었다.

“범죄에 연루된 건 아십니까?”

“네??”

“누구한테 얼마 받고 예약 받았습니까?”

“그,그, 50만 원….”

“큰 돈을 쥐어주고 수상한 부탁을 할 때부터 의심했어야죠, 그들의 인상착의 말씀해주시죠.”

“그,그게, 교복 입은 꼬맹이가 현금을 주면서 부탁한 거라… 아, 꼬맹이는 두룩중 교복이었어요.”

“흠… 일단 목적지로 가시죠.”

해수는 택시기사의 주민번호와 휴대폰 번호, 주소까지 캐물어 저장했다.

그렇게 택시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나서야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한적한 곳의 폐 공장이다.

입구에는 까만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사내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해수가 내리자 그가 공장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가.”

해수는 말없이 안으로 들어서며 주변을 날카롭게 둘러보았다. 일단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최대한 끌어야 한다.

날고 기는 실장급이라고 해도 총을 이기지는 못한다.

저벅 저벅

들어가니 건장한 사내 열 명이 모여 있었다. 모두 쇠파이프를 들고 있다. 칼을 든 사람은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실장급에게서 공통적으로 풍기는, 그 날카롭고 위험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루 어딨어.”

해수의 물음에 민머리 사내가 건들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어디 있을까요? 우리 경찰아저씨가 말 잘 들으면 알려주지요~”

이상하다. 동네 양아치들을 모아놓은 느낌이다. 대체 뭐하는 놈들이지?

“니네, 회사 아니지.”

“회사? 그게 뭐야? 나 회사 안 다니는데?”

쿵-

작은 소리에 해수가 고개를 들어보았다. 2층에 긴 창문에 하루가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다친 곳도 없이 멀쩡한 모습이다.

그녀가 정신을 잃고 묶여있는 사진에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었다.

하루는 사진에는 두 손이 앞으로 묶여 있었는데, 지금은 풀려있다. 걱정할 만한 일은 없다. 그녀는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일부러 잡혀있던 것이다.

해수는 얇은 특수 방검장갑 위에 가죽장갑을 끼우며 말했다.

“그래, 그렇구나, 그럼 맞아야겠네.”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새-”

말이 끝나기 전에 해수의 풀스윙 주먹이 그의 얼굴에 꽂혔다.

-콰앙!!

민머리 사내의 몸은 붕 떠서 벽에 부딪혔다가 튕겨나와 쓰러졌다.

해수는 손목을 돌리며 다른 사내들을 둘러보았다.

“자, 한 명씩 줄 서서 얼굴 대, 살살 때려줄게.”

* * *

몇 분 전, 폐공장 2층 통제실.

“오, 왔다 왔다!”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배인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통제실 유리에 바짝 붙었다.

그러고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해수와 험악한 사내들의 대치를 지켜보았다.

“이야, 진짜 혼자 왔네, 멍청한 거야 깡이 좋은 거야?”

“정말 오셨네.”

“정말 왔지 그러면 가짜로… 응?”

낯선 목소리에 배인성이 고개를 돌렸다. 그처럼 같이 창문에 붙어서 밖을 보고 있던 하루와 눈이 딱 마주쳤다.

“어떻-”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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