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26화 (126/255)

126. 보험 살인

신해수는 진중한 눈빛으로 안서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급한 상황이기에 마땅한 핑계를 찾을만한 여유가 없었다.

“아,아, 네….”

가타부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이빙할 수 있는 장소를 찾으라니, 갑자기 미치도록 다이빙을 하고 싶은가보다 생각하며 서은은 요트에 시동을 켰다. 운전대를 잡는 그녀의 입술이 삐쭉 튀어나왔다.

해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빙의 미래시는 맡은 사건에 관해서만 보였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뜬금없이 누군가의 죽음이 보였다.

아마도 그곳에서 보았던 장소가 바다이니만큼,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보여진 듯하다.

그를 살리라고.

휴대폰으로 시간부터 확인했다. 전의 미래시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대상이 의식을 잃었을 때는 스킵이 되었기 때문에. 익사 특성상 언제 일을 당하는지 정확한 추정이 불가능하다.

일단 무조건 1시간 보다는 짧다. 살리더라도 뇌손상이 오기 전에 구해내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한다.

“최대속도가 얼마나 됩니까?”

“급하시네요. 알겠어요. 최대속도로 낼게요.”

서은은 미간을 살짝 좁히며 속도를 올렸다. 그동안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해수를 봐왔지만, 낯선 모습에 그녀도 당황스러웠다.

금세 해변가가 나왔다. 해수는 왼쪽 끄트머리에 육지와 애매하게 이어진 언덕을 가리켰다.

“저기, 저기로 가봅시다.”

가까이 가서 한 바퀴 돌아봤지만 미래시에서 봤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아닌데….”

“여기 와본 적 있어요? 어딜 찾으시는데요?”

“다이빙, 다이빙할 만한 곳.”

서은도 손으로 내리쬐는 햇빛을 막으며 말했다.

“그런 데는 이 근처엔 없는 것 같은데, 섬이면 몰라도.”

“섬?”

그녀의 말에 해수가 뒤돌아서 크게 둘러보았다. 꽤 멀지만, 인근에 아주 작은 섬이 하나 보인다. 그 주변으로 위험을 표시하는 빨간 줄이 쳐 있다.

‘저기다!’

해수는 서은을 보채서 그곳으로 향했다. 보트가 가까이 갈 때까지는 잘 보이지 않는 측면에 사람들이 보인다.

남자 둘에 여자 하나, 남자 한 명은 등만 보인 채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저 멀리.

그들도 해수와 서은이 탄 보트를 보고는 당황하여 남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보인다.

가까이 가 보니 가관이었다. 건져낸 남자를 긴급한 표정으로 흔들고 있었다.

“여보! 여보!!”

“형님! 괜찮아요? 형님!”

“빠,빨리 그거 인공호흡, 인공호흡 좀 해봐!”

“아니 그런 걸 내가 어떻게 해? 니가 해야지, 니 남편인데!”

“아이 씨 진짜, 알았어.”

여자는 남편의 입에 무슨 뽀뽀하듯이 입맞춤만 하고는 두 손으로 가슴을 툭툭 두드렸다. 가슴 압박이 전혀 되지 않는, 엉망인 CPR이다.

전후사정을 알고 있는 해수는 그녀가 지금 시간을 최대한 끌어서 죽이려는 수작임을 눈치 챘다.

“119에 전화해주세요.”

그는 서은의 보트가 섬에 가까이 붙기도 전에 팔짝 뛰어서 그곳에 착지했다.

“어멋!”

그의 묵직한 무게 덕분에 요트가 크게 출렁였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해수가 어깨로 그녀를 밀치고 CPR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여자가 미친 듯이 발작했다.

“뭐,뭐야! 당신 누구야! 이 남자 내 남편이야! 내가 할 거야! 당신이 하다가 죽으면 책임질 거야?”

여자는 손으로 해수의 등을 때리고 밀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해수는 바위라도 되는 것처럼 전혀 흔들림 없이 CPR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서은도 뒤늦게 요트를 정박하고 합류하여 여자를 말렸다.

그러자 남자가 여자의 눈치를 보다가 해수에게 다가왔다. 꽤 덩치가 크고 몸이 좋은 남자였다.

“당신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무슨 권리로…!”

서은도 그 우락부락한 남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때, 해수가 한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아챘다. 그러고는 살짝 옆으로 꺾으며 내려버렸다.

“아,아,아…!”

남자는 해수에게 손목만을 잡혔는데도 바로 끌려내려가 이내 두 무릎을 꿇었다. 안잡힌 손으로 열심히 버둥거리고 있는데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해수는 그 상태에서도 한 손으로 남편의 가슴을 압박하여 CPR을 행했다.

그때.

“쿡, 커헉! 켁!”

남편이 드디어 물을 토해내며 의식을 차렸다. 그 순간 절망하는 여자의 얼굴을, 해수는 똑똑히 보았다.

여자는 금세 표정을 바꾸고 남편에게 다가갔다.

“자기, 자기야 괜찮아?”

남편은 아직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여자와 눈을 마주치고는 흠칫 몸을 떨었다. 여자는 물론 해수도 눈치 챌 만큼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자기야아, 우리가 물 공포증 없애게 하려고 장난 좀 쳤는데, 장난이 너무 심했지? 미안해 진짜.”

“저, 저리 가!”

남편이 여자의 손을 쳐내자 그녀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그러고는 해수와 서은의 눈치를 살짝 살피고는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

“자, 자기야? 갑자기 왜 그래? 사람들도 있는데….”

해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 걸음 나서서 경찰 공무원증을 꺼내보였다.

“경찰입니다. 제가 가슴 압박을 했습니다. 답답하거나 아픈 부분 있으십니까?”

남편은 떨리는 눈동자로 해수와 아내를 번갈아 보다가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더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어, 없어요. 괜찮아요. 고,고맙습니다.”

“지금 도움 필요하시면 병원에 같이 가드릴 수 있습니다.”

남편은 해수 뒤의 요트를 힐끔 보았다가 아내를 보고, 미세하게 고개를 저었다. 금세 안색이 돌아온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 주십시오.”

해수는 그의 손에 명함을 쥐어주고는 뒤돌아섰다.

돌아가는 길, 서은은 복잡한 표정으로 해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아셨어요? 뭐 신기, 그런 거 있나?”

해수는 가까워지는 해변가를 보며 둘러댔다.

“제가 형사의 감이 좀 뛰어납니다. 징크스라고 불러야겠군요. 갑자기 좀 불길한 예감이 들면, 안 좋은 일이 생깁니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지금처럼 찾아다니는 편이고요. 아니면 말고, 그런 생각으로.”

“음… 그래요. 할말하않.”

“…네?”

입술을 삐쭉대던 서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에요. 그나저나 좀 이상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명함 준 거죠?”

“맞습니다. 형사 다 되셨습니다.”

“훗, 이래봬도 형사지원 경력 2년차에요.”

해수는 어깨를 들썩이는 서은을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다시 정면에 두면서 말했다.

“오늘은 죄송합니다. 서은씨 휴가를 망쳤군요.”

“맞아요. 제가 얼마나 힘들게 휴가를 낸 건데, 그러니까 다음에 제대로 시간 비워줘요.”

“알겠습니다.”

서은은 새끼손가락까지 내밀려다가 손을 다시 내렸다.

섬을 바라보는 해수의 얼굴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 * *

여름 파출소 지원은.

해당 팀이 본래 맡은 일이 생기면 그곳으로 복귀했다가, 일이 끝나면 다시 지원을 하는 형식이다.

온전히 한 곳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 힘든 일이다.

그간은 별다른 일이 없었지만 하루가 쉬는 날인 오늘, 물에 빠졌던 남편에게 연락이 왔고. 강수대는 사건을 맡게 되었다.

강수대 본부.

“우리 돌격이는 쉬는 날에도 사건을 참 잘 물어와, 아주 잘났어. 잘났어 증말.”

“그르니까, 역시 코난이야 코난. 그래서 박제원씨 언제 온대?”

“거의 도착했답니다.”

똑똑

해수가 대답함과 동시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남편 박제원이 도착한 것이다.

그는 어제 그 사고 이후로 아내가 자신을 죽일까 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그러고는 출근한다며 아내 몰래 해수를 찾아온 것이다.

“…그 눈, 내가 언제쯤 죽을까 기다리는 눈이었어요. 분명해요. 예전에 궁금하다며 개구리를 끓여 죽일 때 딱 그 눈빛이었다니까요?”

“음….”

“흠.”

아내를 살인미수로 신고하려는 건데, 증거나 정황이 매우 부족하여 곽팀장과 오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내가 뒤에서 발로 밀었지만 그건 뛰어내리기 직전이었기에 강제력이라고 볼 수 없었고, 의식을 잃을 때까지 튜브를 주지 않고 구경했다는 것은 목격자가 없고 오로지 남편의 진술 뿐이었다.

“평소 둘의 사이는 어떻습니까?”

“음, 괜찮아요. 가끔 욱할 때가 있지만”

“박제원씨가?”

“아니요. 아내가, 그래서 이거 신고할 수 있어요? 살인미수로?”

팀장이 뭐라 말하기 전에, 해수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대답했다.

“수사해보겠습니다. 연락 잘 하셨습니다.”

박제원이 나가고, 팀장이 그를 나무랐다.

“돌격아, 아니 증거라고는 눈빛밖에 없는 사건을 무턱대고 맡으면 어떡하냐?”

“수사해보면 알겠죠, 진짜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난 해수 말에 찬성, 솔직히 자신은 없는데, 해수가 헛발질 하는 걸 본 적이 없어.”

“저도 그렇습니다! 열심히 따르겠습니다!”

오갱과 막내가 해수를 옹호하는 사이.

그는 이미 기동화 와이어를 조여매고 있다.

* * *

여자 이름은 강사현, 나이 서른 하나.

그녀를 수사하다보니 마치 양파처럼 까도까도 새 속살이 나오는 것처럼 계속해서 새로운 사실이 나왔다.

“…그러니까 정리해보자면, 그때 현장에 함께 있었던 친구라는 남자, 이응태는 그녀의 내연남이고.”

팀장의 말을 오갱이 받았다.

“남편 앞으로는 사망 보험이 세 개나 들어져 있는데, 남편은 모르고 있고.”

해수가 말을 이었다.

“여자는 재혼, 전남편도 사망, 입니다.”

“이거 이거 냄새 나는데.”

“역시 우리 해수 헛발질을 안 해.”

해수는 남편 박제원을 부를 것도 없이 전화해서 물었다.

-예 형사님.

“지금 혼자십니까? 아내분과 함께 있습니까?”

-혼잡니다. 안 그럼 전화기도 돌렸을 거에요.

“아내분이 재혼했다는 사실은 아셨습니까?”

-…재 ,재혼이요?

한동안 목소리가 끊겼다.

몰랐던 것이다. 꽤나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러면, 아내분의 전남편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하신 것도 모르겠네요.”

-허,허억…

아직 정황만 있을 뿐 증거는 부족하다. 남편 앞으로 사망보험을 세 개나 든 것도 유죄 증거로는 불충분하다.

그러나 이 의심스러운 정황과 작은 물증만으로 체포 영장까지는 받을 수 있었다.

팀장이 바로 영장을 나누어주며 말했다.

“오갱이랑 막내는 이응태 찾아가고, 돌격이랑 하순경은 강사현 찾아가, 가!”

“예 알겠습니다!”

해수와 하루는 바로 강사현을 찾아갔고, 그녀는 당당하게 그들을 맞이했다.

“무슨 일이세요? 그때 그 무식한 경찰이네?”

“체포영장입니다. 같이 서로 가시죠.”

“영장? 하, 미치겠네, 가요 가.”

* * *

강수대 본부.

강수대는 정황도 증거도 부족한 현남편 살인미수보다는, 전남편 사망을 자세히 파보았다.

강사현은 전남편의 사망보험료를 받아, 그 중에 2억을 현금으로 찾았으나 어디에 썼는지는 불분명했다.

그리고, 내연남은 갑자기 큰돈을 자기 통장에 입금한 내역이 있었다.

해수는 그녀와 취조실에서 마주하고 물었다.

“이때 뽑은 2억 어디에 썼습니까?”

“흥, 내가 그걸 알려줄 의무가 있나?”

“이응태씨한테 줬죠?”

“내가? 왜? 걔한테 왜 돈을 줘?”

해수가 손짓하자 하루가 취조실로 들어와 오만원 권 몇 장을 건넸다. 해수는 그것을 강사현에게 내밀며 말했다.

“당신이 뽑은 현금 일련번호와 이응태씨가 입금한 현금 일련번호가 일치합니다. 이래도 발뺌할 겁니까?”

당연히 미끼수사였다. 이미 몇 년이 지났는데 그때의 지폐 일련번호를 확인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해수의 말에 강사현이 미간을 확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 씨.”

“그리고 전남편을 차로 친 뺑소니 운전수, 이응태씨 맞죠? 그리고-”

지이이잉

그때, 진동이 울렸다. 남편 박제원이다. 재혼 여부를 확인하려 전화를 한 게 한 시간 전인데….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해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걸음을 옮기며 전화를 받았다.

“예, 신해수입니다.”

-혀, 형사님 지금 누가 저 쫓아오는 것 같…

- 쿠궁 콰직!

굉음과 함께 박제원의 전화가 끊겼다. 해수는 벌떡 일어나 취조실을 박차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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