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19화 (119/255)

119. 부전자전

[촉법(무법)소년들, 경찰서 습격, 경찰 1명 부상.]

-인기 커뮤니티 사이트 ㅇㅇ에 [열네 살 아이를 패는 강진경찰서 경찰.] 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큰 화제가 되는 가운데, 경찰 측에서 해당 사건 관련 영상을 공개하였습니다.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다 부숴버려!!

-시팔! 내가 전화하지 말랬잖아! 나 무시하냐 이 짭새 새끼들아!!

-시발 뭐?! 우리 촉법소년이야! 씨발 가까이 오면 다 죽여버릴 거야! 어차피 니 죽여도 2년밖에 안 나와!

해당 영상은 이장국이 친구들과 함께 순찰차를 부수고 신해수의 머리를 쇠파이프로 가격하는 내용이었다.

-mut: 실화냐? 오래 살다보니 열네살이 경찰서 쳐들어가서 순찰차 부수는 것도 보네, 여기가 할렘가임?

-sanbaram: 촉법소년 없애라

-tjdal284: 미쳤다 진짜 미친새끼들이다 저런 새끼들은 평생 깜빵에 가둬라, 아니 사형시켜라 세금 아깝다

-맞짱명예장: 대가리 맞은 사람 신형사님 아님? 감히!

-맞짱명예회원: 이걸 가만히 있네, 역시 신형사님은 그저 빛

그리고, 뒷말이 나오지 않게 아예 하루가 그들을 제압하는 영상까지 연달아 올렸다.

다소 과한 측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폭행은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백곰사육사: ?!

-나의적은나: 미친

-jeaHyuk: 개쩐다

-태아군: 영화냐?

-channel0: 날라다니네

-미라크리: 다 가려도 몸매가 뚫고 나온다. 존예녀 경찰은 환영이지

┗귀농생활: 얼굴이 보임?

┗미라크리: 딱 보면 모름? 존예녀 포스가 풍기잖음

-옆집개: 과잉진압이네

┗태아군: 미친놈, 니 엄마 대가리 깨져도 과잉진압이라 해라

┗나의적은나: 닉값하네

-배추용가리: 쟤넨 가만히 있는데도 부러트리네?

영상으로 하루는 사건보다도 외모로 벌써 화제가 되었다.

과잉진압이라던가, 어린 애들을 상대로 너무 했다는 글도 종종 올라왔다.

본부에서 반응을 살피며 심각한 표정이 된 해수에게 하루가 다가왔다.

“저 때문에 경찰이 난감한 상황이 된 겁니까?”

“아니, 아무 일 없어, 일 봐.”

“네.”

그때, 잠시 경찰서 건너편 어묵을 먹으러 간 팀장과 오갱이 들어왔다.

“난리 났네, 밖에 기자들 싹 깔렸다. 하여튼 경찰 까는 건 좋아해, 해수 너랑 하순경 엄청 찾드라.”

그 말에 해수가 벌떡 일어섰다.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아, 돌격이 아는 기자들 좀 있지? 그래 네가 정리 좀 해라.”

해수가 하루에게 눈짓을 하고 본부를 나섰다. 하루는 그의 뒤를 재빨리 따랐다.

막내 근육몬은 둘이 나가는 모습을 아련하게 쳐다보았다.

* * *

“어, 나온다!”

“신형사님!! 여깁니다 여기!”

“그 여경도 나왔다!!”

해수는 경찰서 입구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을 쭉 둘러보았다. 절반은 종종 마주쳤던 기자들이다.

“모두 저 따라 오십시오. 강당에서 인터뷰 받겠습니다.”

“와아아!”

“역시 신형사님!”

예전에 기자들과 한 번 인터뷰를 진행했었던 경찰서 강당.

해수는 하루를 옆에 두고 기자들 앞에 섰다.

“아직 사건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건 관련해서 많은 것을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그럼, 질문 받겠습니다.”

“머리는 괜찮으십니까? 진단서나 CT는 찍으셨나요?”

“일부러 쇠파이프를 맞으신 걸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진압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일부러 맞으셨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한 말씀 해주시죠!”

“열네살 학생이 사람의 머리를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를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제가 방심한 잘못입니다. 뇌에는 이상 없고 머리는 일곱 바늘 꿰매었습니다. 제 머리가 단단한가봅니다.”

해수의 대답에 몇몇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옆에 계신 하루 순경님은 이번에 새로 들어오신 건가요? 인터뷰해도 되겠습니까?”

기자들은 이미 경찰서 홈페이지를 통해 하루의 이름과 직급을 알고 있었다.

기자의 말에 해수가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고, 하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수는 하루와 자리를 바꾸며 그녀만 들리게 작게 말했다.

“대답하기 싫은 건 안 해도 돼, 내가 대신하지.”

“네.”

하루는 얼굴을 다 가리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질문, 받겠습니다.”

“남자친구는 있으십니까?!”

“너요.”

“네, 네?”

“동영상에서 진압이 상당히 과격했는데, 평소 촉법소년을 혐오하시는 게 맞습니까?”

“기본 진압입니다. 혐오대상은 살려두지 않습니다.”

“현직 경찰의 살인 예고인가요?”

하루는 대답 없이 질문자를 혐오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사건에서 왜 공격하지 않는 소년들도 제압했죠? 과잉진압 아닙니까?”

“과잉진압 아닙니다. 다음 질문이요.”

하루는 어떤 질문에도 요동하지 않는 건조한 눈으로 기자들을 보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때, 살인예고 운운했던 기자가 다시 손을 들며 질문했다.

“영상을 보고 하순경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합니다. 실례지만 신체 쓰리사이즈가 어떻게 되십니까?”

순간 강당이 싸늘해졌다. 그때, 짧은 적막을 깨고 하루가 거의 바로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님 엄마랑 같습니다.”

“뭐, 뭐요?”

그때, 다른 기자들이 해당 질문을 한 기자에게 원성을 보냈다.

“적당히 좀 합시다. 갑자기 경찰한테 쓰리싸이즈를 왜 물어요? 그렇게 하니까 그쪽 같은 사람 때문에 기레기 소리 듣는 거 아니야?”

“그쪽은 남자친구 있냐고 안 물어봤습니까?”

“그거랑 이거랑 같아요? 그딴 식으로 안 쓰면 어그로 못 끌어요? 그러면 그냥 기자 그만 두세요~”

“뭐요?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언성이 높아질 때쯤, 해수가 강대상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쾅!

그 우뢰와 같은 소리에 기자들이 화들짝 놀라며 해수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해수는 인상을 확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경찰 앞에서 싸우는 겁니까?”

칼밭에서 뒹구는 조폭들도 해수 앞에서는 기가 죽어 눈도 못 마주친다. 전쟁터를 오가는 종군기자가 아닌 이상, 해수의 기운을 마주할 수 있을 리 없다.

기자들은 그 위압감을 몸소 느끼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졌다.

“죄송합니다.”

“인터뷰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모두 돌아가 주세요.”

해수는 하루를 챙겼고, 기자들은 군말 없이 강당을 나섰다.

기자들을 배웅하는 길, 이번에는 경찰서 입구에 이마에는 빨간 띠를 매고 확성기를 들고 소리치는 무리가 보였다.

-폭력경찰! 사퇴하라, 사퇴하라!

-사퇴하라!!

대충 봐도 여기저기 문신을 한 양아치들 무리다. 어떻게 끌어모았는지 열댓 명은 되는데, 이장국의 아빠 이기왕이 앞장서고 있었다.

커뮤니티에 동영상도 올라왔고 여론도 슬슬 뒤집히고 있다. 어차피 이기지 못할 것을 아니까 이런 식으로 괴롭히는 것이다. 그는 이미 아들이 소년원 들어가는 건 관심도 없고, 합의금을 받아낼 생각뿐이었다.

-저기 폭력경찰이 나옵니다! 폭력경찰 사퇴하라! 사퇴하라!!

-사퇴해라! 에라이 퉤!

해수는 그들을 보며 미간을 확 찌푸렸다. 빽을 써서라도 빨리 사건을 진행시켜 조용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막내가 튀어나왔다.

“선배님! 선배님 이것 좀 보십시오.”

“뭐”

막내는 휴대폰으로 어떤 동영상을 틀어주었다. 유명 너튜버의 영상이다.

하루도 해수와 막내 사이에 얼굴을 빼꼼 집어넣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폭력 경찰? ㄴㄴ 폭력 아빠]

-익명의 제보자에게 많은 정보를 받아서 작성했다. 사실에 근거한 정보이고 증거도 있으니 참고 바란다.

순찰차를 부수다가 진압된 촉법소년 이장국의 아빠, 폭력전과 9범이었다. 우리는 피해자 코스프레에 속았던 것이다.

열네 살밖에 되지 않는 이장국이 전과 15범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는데, 사실은 전과도 부전자전이었다. 이장국의 부 이기왕은 폭력전과 9범이었다.

(이기왕 사진. 문신 확대)

-이장국은 다섯 살 때부터 주민이 가정폭력으로 신고하여 경찰서를 네 번 다녀간 기록이 있다. 이기왕이 어려서부터 때린 것이다. 부인은 바람난 게 아니라 맞아서 도망간 것이다. 이것이 증거다.

(부인 폭행당한 사진)(부인이 찍었던 폭행 장면 동영상)

-해당 영상은 부인이 이기왕을 신고하려고 모아둔 영상과 사진으로, 보복이 두려워 신고는 하지 않았다.

사건 당일, 이기왕은 병원에 있는 아들 이장국을 경찰서로 끌고 가서 합의금을 요구했다. 아들의 안위보다는 돈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편향된 정보가 올라오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글을 무조건 신뢰하지 말자. 문돼충한테 속았다는 사실이 분하다.

“음….”

경찰이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들도 꽤 있어서 해수는 놀랐다. 벌써 댓글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이 보인다.

‘누가 이런 제보를… 혹시?’

누군가 떠올랐지만 지금은 그것을 확인할 차례가 아니다.

해수와 하루는 이기왕과 그 무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본부로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위대도 해당 정보를 접하고는 금세 흩어졌다.

* * *

드러난 증거들은 이기왕을 당장에 검거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민심은 확실하게 돌려세울 수 있었다.

-미라크리: 시발 불쌍하다고 했던 사람들 다 어디 갔냐, 우리 하형사님 조녜

-귀농생활: 존나 소름돋는다 이딴 문신돼지충이 그런 글을 썼다니, 깜빡 속았네.

-내가너보다쎔: 나 이장국 친군데 이장국 아직도 졸라 맞고 다님, 저건 약한 거, 가끔 보면 이기왕이 이장국 죽이려고 하는 것 같음, 이장국은 그냥 피해자임

┗장국이 어서오고

┗장국아 그렇다고 경찰 대가리를 후려까면 쓰니?

┗장국아 소년원 2년 잘 갔다 와

쾅!

이장국은 인상을 확 찌푸리며 휴대폰을 벽에 던졌다.

“이런 씨발놈들이, 어떻게 아는 거지?”

드르륵-

그때,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며 이기왕이 들어섰다. 장국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야.”

“네, 네, 아버지.”

“나가서 그 하룬지 뭔지 씨발년한테 합의금 받아와.”

“아, 그건 제가 어떻게….”

“우리 장국이 다 컸네, 말대답도 할 줄 알고.”

“아니, 아니에요. 가볼게요.”

장국이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챙기려고 할 때, 이기왕이 그의 휴대폰을 빼앗아 들어 확인했다. 장국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게 뭐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닥치고 가만히 있어.”

이기왕은 장국이 쓴 댓글을 금세 발견했다.

“이거 니가 쓴 거냐?”

“네? 아니요.”

“니가 쓴 게 아닌데 삭제를 할 수 있어?”

“아, 그건….”

장국은 이기왕의 눈빛에서 살기를 느끼고는 뒷걸음질을 쳤다.

“이 새끼 봐라, 엄마 없이 키워준 은혜는 못 갚고, 이따위로 부모 욕을 하고 있어? 뭐?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아? 그래, 오늘 한 번 죽어보자 이 개새끼야!”

콰장창!

* * *

강수대 본부.

막내는 내선전화를 끊자마자 소리쳤다.

“이장국이 아빠 이기왕을 신고했답니다! 가폭이요!”

“헐, 지금 어딘데”

“대성병원 응급실이랍니다!”

팀장은 벌떡 일어나 막내를 검지로 가리켰다.

“막내, 아니 우강철이, 아니 그냥 니가 막내 계속 해라.”

“네? 아니 나이로 보나 얼굴로 보나 계급으로 보나-”

팀장은 막내의 말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막내, 그리고 하순경, 이장국이한테 다녀와.”

하루는 벌떡 일어나 겉옷을 챙겼다. 신입 답게 동작이 빠릿빠릿하다.

“네 알겠습니다.”

“네… 갑시다.”

팀장이 친해지라고 둘을 붙인 것이다. 둘이 붙어있어야 위계질서도 자연스레 자리를 잡는 것이다.

어차피 폭력사건 현장은 둘을 못 붙이기 때문에 이럴 때라도 붙여야 한다.

“오갱하고 돌격이는-”

“네, 이기왕 잡으러 가겠습니다.”

해수와 오갱은 이미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 * *

이장국은 스스로 택시를 타고 대성병원 응급실에 왔다고 한다. 상태는 심각했다. 머리와 팔, 다리에 붕대를 감았는데, 붕대에 피가 아직도 묻어 있었다.

장국은 자신의 팔을 부러트렸던 하루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녹화는 못 했고 녹음은 했는데.”

하루는 그의 휴대폰을 받아서 녹음파일을 재생했다. 이기왕의 욕설과 장국의 비명, 무언가를 정신없이 때려 부수는 소리가 몇 분간 지속되었다.

소리만으로도 해당 상황을 추측하기 쉬웠다.

“이거면 이 새끼 깜빵 쳐넣을 수 있어요?”

하루 대신 막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 * *

같은 시각, 이기왕의 자택.

쿵쿵쿵

“경찰입니다.”

“이기왕씨, 안에 있는 거 압니다. 부수기 전에 문 여세요.”

그때, 안에서 희미하게 이기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술 수 있으면 부숴봐 이 새끼야… 꺽

“들어갑니다.”

해수는 바로 주먹으로 도어락을 찍었다.

쾅, 쾅, 콰직!! 삐빅-

금세 도어락을 부수고 문을 열자, 오갱이 그의 주먹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는 맨손으로 일을 저질러도 특수폭행 붙어야 해, 저게 손이야? 흉기지.”

그나마 해수가 경찰이 되어서 다행이라며 혀를 쯧쯧 차는 오갱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벽에 기대어 소주병을 들고 있는 이기왕이 보였다. 얼굴은 빨갛고 눈도 반쯤 감겨있다.

그는 해수를 보고는 눈을 부릅뜨고 벌떡 일어섰다.

“이 미친 새끼들이! 어딜 들어와!!”

그가 술병을 거꾸로 들어 해수의 머리에 휘둘렀다.

콰장창!

해수는 따귀를 때리듯이 그것을 손으로 쳐내어 깨트리고, 이기왕의 얼굴을 잡아 벽에 박았다.

콰앙!!

타이밍에 맞춰 오갱이 종이 한 장을 그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오갱의 행동에 해수가 자연스레 설명을 이었다.

“체포 영장입니다. 이기왕씨, 당신을 가정폭력 혐의로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변명할 기회가 있는데, 한 대만 더 맞자.”

“어, 어?”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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