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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너무 강함-115화 (115/255)

115. 경찰이 되겠습니다.

모창귀는 지금 자신의 멱살을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벽에 내리꽂는 상대를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그것도 이렇게 빨리, 신해수가 자신의 앞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그는 그저 자신에 대한 정보가 무지한 일본 경찰들을 좀 가지고 놀 심산이었는데, 상대가 좋지 않다.

쾅 쾅 쾅!

해수의 솥뚜껑만 한 주먹이 모창귀의 얼굴을 향해 내리찍혔다.

창귀는 그 와중에 고개만 살짝 틀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초근접한 해수의 주먹을 피했다.

때문에 해수의 주먹은 애꿎은 벽만 부수며 살점이 떨어지고 피가 흘렀다.

슥 슥-

해수가 다른 공격을 취하려는 찰나, 창귀가 칼로 그의 옆구리를 베었다. 해수는 반사적으로 팔뚝으로 그의 칼을 막았다.

창귀의 미간이 살짝 좁혀진다. 오랜 칼잡이의 경험으로, 비록 손으로 들고 있지는 않지만. 칼끝의 감촉이 느껴졌다.

베기는 통하지 않는 재질이 닿아있다. 철판을 덧댄 방검복은 아니다.

“재밌는 걸 입었네?”

창귀는 바로 해수의 눈가로 칼을 휘두르는 척, 그에게서 벗어나며 목을 노렸다.

슥 슥 석 쾅!

해수는 굳은 얼굴로 모든 공격을 받아쳤다.

공격지점이 정해져 있는 공격은 방어하기도 쉽다. 게다가 모창귀는 찌르기를 하면 특수방검복으로 인해 청테이프를 감은 부분이 밀려나기 때문에 불가하다.

혈관을 찔러 무력화를 꾀하던 그의 가장 큰 장기가 봉인된 셈이다.

하지만 모창귀는, 모창귀였다.

해수가 날아드는 베기 공격을 가드를 들어 가볍게 막다가 어깨로 그를 밀쳤다.

모창귀는 몇 발자국 밀려났다가 다시 칼을 해수의 목을 향해 뻗었다. 해수가 가드를 다시 들어 올린 순간, 사각에서 날아온 창귀의 니킥이 해수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쿵!

갈비뼈에 금이 간 것 같은 충격에 해수는 옆으로 몇 걸음 밀려났다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모창귀는 자신의 니킥이 제대로 들어가자 실실 웃으며 말했다. 무릎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이 매우 흡족했다.

“이제 어쩌나? 막을 곳이 많아졌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네.”

하지만.

해수의 묵직한 한마디에 모창귀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그의 말대로 창귀는 현재 사지 멀쩡한, 아니 더 강해진 해수를 상대로는 이길 가망이 없어 보였다.

손이 멀쩡할 때에도 결국 패배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일대일로 싸울 때 단 한 번도 도망간 적이 없던 모창귀는 자존심을 위해 해수와의 난투를 이어갔다.

스슥 슥- 쾅 쾅!!

모창귀의 칼날이 해수의 볼과 손등을 베었다.

그 사이 해수는 모창귀의 왼팔을 잡아채어 바닥에 내리꽂고, 팔꿈치로 그의 가슴을 찍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하려는 전략이었다.

“커흑!”

창귀는 숨이 턱 막히고 시야가 순간 까맣게 변하는 것을 느끼고, 그제서야 대쪽같은 자존심을 접었다.

고집이 사라진 그의 눈이 한층 더 잔혹해졌다.

창귀는 해수의 손등을 베어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데굴데굴 굴러 거리를 벌렸다.

아주 잠깐이지만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었다.

모창귀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여 너덜너덜하고, 그에 비해 해수는 손등과 목, 볼에 작은 생채기만 있을 뿐 멀쩡했다.

“내 손 다 나으면 니부터 찾아간다. 그때 보자.”

“누가 놔준대?!”

해수가 맹수가 포효하듯이 소리쳤지만, 모창귀는 무시하며 부서진 문으로 뛰쳐나갔다. 바닥에 내리꽂을 때 발목도 꺾인 탓에 절뚝거리면서 도망친다.

그는 재빨리 그의 뒤를 쫓았다.

타닥 탁

“커헉!”

그가 지나간 길, 뒤늦게 모창귀를 쫓아온 현지 강력팀 형사 한 명이 목을 부여잡고 쓰러져 있다.

해수는 형사의 상처를 돌보지도 않고 휴대폰만 꺼내어 그에게 던지고는 모창귀의 뒤를 쫓았다.

형사의 경동맥이 끊기지 않은 덕이다.

손이 멀쩡한 모창귀였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실수이자 행운이다.

타다다닥 탁!

둘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아무리 재빠른 모창귀라고 해도 다리를 절뚝거리는 상태에서, 그것도 낯선 타지의 미로 같은 골목길에서 도망치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해수에게 잡힐 위기에 처하자 근처를 지나가던 중년 남성을 인질로 붙잡아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당황한 남성이 허우적거리다가 칼을 느끼고 바짝 얼어붙었다.

짐승같이 달려든던 해수도 거짓말처럼 급정거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어리석은 짓 하지 마.”

“닥치고 떨어져.”

“알았다. 알았어.”

해수는 신뢰를 주기 위해 두 손의 손바닥을 보이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상대방을 좇고 있었다.

모창귀는 중년 남성을 데리고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렇게 몇 미터 이동했을까? 갈림길에서 근육질 사내 두 명이 튀어나왔다. 그중 한 명은 모창귀도 알고 있는 형사, 오갱이었다.

“오랜만이야.”

“뭐야, 이 시팔!”

모창귀는 포위당했음을 눈치채고, 인질로 잡고있는 중년 남성을 그쪽으로 휙 돌리려고 했다.

그때, 중년 남성이 모창귀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뭐긴 뭐야, 내 팀원들이지 이 살인마 새끼야!”

동시에 곽팀장이 모창귀의 다리를 걸어 업어치기를 했다.

창귀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바닥을 짚으려 했지만 칼날이 먼저 닿아 청테이프를 찢으며 칼이 떨어져 나가고, 정상이 아닌 손은 체중을 버틸 힘이 없어 그대로 손목이 꺾였다.

대충 묶은 실이 뜯기며 손목이 아가미처럼 쩍 벌어져 피를 왈칵 쏟았다.

동시에 강수대 전원이 달라붙어 그의 두 팔과 가슴, 하체를 압박했다.

해수는 무릎으로 그의 가슴을 짓누른 채 그의 얼굴에 가차없이 주먹을 내리꽂았다.

“너는”

쾅!

“사람”

쾅!

“목숨이”

퍼석!

“장난이야?!”

콰직!

“야야 그만 그만!”

“막내야! 쟤 말려!”

막내와 오갱이 해수를 다급히 말렸다.

힘조절을 하지 않은 분노의 폭격에 모창귀의 얼굴은 금세 절반이 함몰되었다. 눈알 한쪽이 징그럽게 반쯤 튀어나올 정도였다.

뇌가 터지지 않게 얼굴만 집중적으로 뭉갰기 때문에 목숨은 달려있었다.

한국이라면 상관없지만 여기서 범죄자든 뭐든 사람을 죽이면 일이 복잡해진다. 팀원들이 필사적으로 해수의 팔다리에 매달렸다.

한국 경찰이지만 이곳에서는 일반인이 일반인을 죽인 것과 비슷한 취급을 당할 수 있다.

“끄으으….”

해수가 정신을 차리는 사이, 팀장이 간신히 신음만 흘리고 있는 모창귀의 몸을 돌려 수갑을 채우고, 양쪽에서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이 새끼를 드디어 잡네.”

“이 자가 바로 그 모창귀….”

막내는 그 무시무시한 범죄자를 직접 눈앞에서 보는 느낌이 매우 묘했다.

깊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강력팀 선배들이 긴장한 채 모창귀를 주시하는 것이 몹시나 낯설었다.

그렇게 그를 옮기려고 발을 떼는데, 골목길에서 한 사내가 튀어나왔다.

현지 형사다. 그는 정상이 아니었다. 눈물 콧물 범벅에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5년간 함께 사선을 넘나들던 팀장과 선임을 한꺼번에 잃은 슬픔에 충격이 큰 것이다.

“그, 그 새끼, 그 새끼가….”

곽팀장은 말은 안 통하지만 그의 어깨를 툭툭 쓰다듬으며 위로하고는 지나쳤다.

철컥

그때 들리는 미세한 소리, 팀장이 휙 뒤돌아서며 소리쳤다.

“안 돼!!”

타앙!!

형사는 누가 손 쓸 틈도 없이 모창귀의 가슴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창귀의 등에 살가죽이 터져나가며 뒤에 있던 막내에게 피가 튀었다.

해수는 재빨리 그 형사의 팔을 꺾어 총을 빼앗고, 넘어트려 등을 무릎으로 압박했다.

“크, 크으, 죽여야돼! 저거 죽여야 돼!”

현장은 순간 모두가 얼음이 되었다.

모창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의식이 완전히 끊긴 것이다.

그렇게 몇 초간 적막이 흐르고, 곽팀장은 조심스레 해수를 물리고 그 형사를 일으켰다. 그러고는 강수대 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이건 이 새끼가 칼 들고 달려들어서 대응사격 한 거야. 다들 알잖아, 이 새끼, 총만 있었으면 내가 직접 쐈어.”

다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통역사가 없으니 현지 형사만 멍하니 그 자리에 철퍼덕 앉아있었다.

그 모습에 막내가 그에게 다가가 그의 총을 건네주며 손짓 발짓을 동원하여 의견을 전달했다.

“저놈이, 덤벼서, 사격, 우리 모두 그렇게 알고 있어, 너는, 잘못 없음, 알았어?”

형사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아까보다 초점없는 눈동자는 조금 나아졌다. 그는 강수대 대원들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팀장을 보고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형사의 바람대로 모창귀는 총알이 폐를 찢어발긴 덕분에 구급차로 옮겼을 때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병원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팀장이 막내에게 물었다.

“막내야, 아까 보니까 일본어 잘하더라? 언제 배웠어?”

막내는 부끄러워하며 작게 대답했다.

“딱히 배운 건 아니고, 생활언어랄까.”

“뭐야? 말투 왜 저래?”

“후훗.”

“뭐지, 갑자기 졸라 패고 싶은데.”

막내는 오갱에게 혓바닥을 한 번 잡히고 나서야 본래 말투로 돌아왔다.

강수대는 그렇게 2박3일간 일본행 수사를 마치고, 모창귀의 시체와 함께 한국으로 귀환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 * *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장.

흉악범 하나 잡겠다고 다급히 일본으로 떠난 형사들은 그저 옷 한 벌뿐이었기에 옷에 피도 그대로 묻어 있었다.

당연하게도 해수의 옷에 피가 가장 많이 묻어있어 화장실에서 빨았는데도 더 이상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추레한 상태로 비행기에서 내려 걸음을 옮기는데, 미리 대기하던 기자 몇 명이 해수를 알아보고는 소리쳤다.

“어, 강수대다!”

“강수대 왔다!”

찰칵찰칵 찰칵!

돌연 플래시 세례를 받은 강수대 대원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때, 그들 사이로 눈에 확 띄는 미녀 두 명이 패드를 들어 올렸다.

[충남 강수대 최고!]

[흉악범 잡고 귀환 환영^^]

안서은과 하루다. 그녀들의 등장에 기자들은 강수대에서 그녀들에게 카메라를 옮겼다.

“뭐지, 강수대와 어떤 사이입니까?”

“신형사님의 연인인가요?”

안서은은 말없이 강수대 대원들을 보며 미소만 지었고, 하루도 서은에게 배웠는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들을 보며 팀장이 마주 히죽 웃었다.

“한국이 좋긴 좋구나, 돌격이 덕분에 어깨가 천장 뚫을 듯.”

그녀들과 가까워지자 하루가 먼저 해수에게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어서 서은이 강수대 대원들과 한 번씩 눈을 마주치고는 팀장을 보며 말했다.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돌아가는 길은 저희가 모실게요.”

“와우…!”

모창귀의 시체를 미리 호출받고 대기하고 있던 한국 CSI에 인계하고, 서은이 대원들을 데리고 간 곳에는 고급 밴이 두 대 주차되어 있었다. 대충 봐도 최신형이었다.

“편하신 곳 타시면 돼요.”

팀장은 냉큼 앞쪽 밴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여기 타야지.”

“아 형님 나도 같이 가, 막내라인끼리 가라고 하고 가는 길에 조용히 잠이나 좀 자게.”

“코 골지 마라.”

“안 골거든?”

막내는 차 안에서 티격태격하고 있는 팀장과 오갱을 보며 허리를 확 숙였다.

“팀장님 오갱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서에서 뵙겠습니다!”

해수도 옆에서 마주 목례를 했다.

“어 그래, 니네도 수고 했다잉, 가는 길에 푹 쉬어라.”

그들이 탄 밴이 출발하고, 해수가 뒤에 밴에 타자 안서은과 하루도 자연스럽게 그곳에 올라탔다.

맨 앞, 안서은의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비서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은은 그와 눈을 마주치고는 차 밖으로 가느다란 손을 뻗어 휘휘 저었다.

“강실장님은 바로 퇴근하세요. 훠이, 훠이.”

“하, 하하, 알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차 안.

서은과 하루가 자연스럽게 해수의 양쪽에 자리잡은 덕분에, 막내는 뒤로 밀려나 홀로 외롭게 앉게 되었다.

허나 그는 여자친구와의 화상통화로 외로움을 달랠 만큼,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했다.

해수는 안 그래도 피곤한데 어쩌다가 이런 상태가 되어 아무런 말도 못하고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안서은이었다.

“엄청 위험한 흉악범이었다면서요. 걱정 많이 했어요.”

“예, 제가 잡았던 놈들 중에서 가장….”

그때 정면만 뚫어지라 보던 하루가 돌연 고개를 홱 돌려 해수를 보며 말을 끊었다.

“저도 걱정 많이 했습니다.”

“어, 그래, 그래.”

서은은 질세라 해수의 손등을 검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도 그놈한테 다친 거에요?”

그 거리가 거의 닿을듯 말듯 가깝다. 하루가 보기에는 닿아보였다.

해수는 자신의 다른 손으로 손등을 쓸고 머쓱해하며 대답했다.

“예, 뭐, 괜찮습니… 뭐하는 거지?”

해수는 살짝 미간을 좁힌 채 고개를 돌렸다. 하루가 검지로 해수의 목을 찌른 상태였다.

“여기도 다치셨습니다. 2센티만 깊었어도 당했을 겁니다.”

해수는 하루의 검지를 손으로 잡아 천천히 내렸다.

“그래, 이제 괜찮아.”

서은은 그 뒤로도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지만, 하루는 해수의 상처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 *

강진경찰서로 복귀하여 사건을 마무리 짓고 퇴근하는 길.

해수가 집에 들어서자 아까 밴에서 보았던 경호원 복장 그대로 하루가 정자세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뭐야, 왜 그러고 있어?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어?”

하루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저 결심했습니다.”

“무슨 결심?”

그녀는 작은 주먹을 꼬옥 쥐고 가슴께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

“경찰이 되겠습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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