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11화 (111/255)

111. 추적

효성 교도소, 3사동 9호실.

쿵!

한 사내가 생활실 바닥에 대자로 누워있다. 그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샌님같은 인상의 사내를 보며 놀람을 금치 못했다.

‘회사 출신도 아니면서… 그것도 두 손이 저 모양인데 어떻게 이렇게 강하지?’

11호. 하루와 함께 훈련을 받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동기. 그리고 회사의 칼을 피해 일부러 교도소로 들어온 인물이다.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이렇게 처참히 당하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샌님같은 인상의 사내, 모창귀는 남을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한 번 눈에 들면 확실하게 교육을 시켰다.

11호는 새벽에 모창귀 암살을 시도했다가 두 팔이 부러지고 양쪽 다리의 아킬레스건이 칫솔로 꿰였다. 그 후로 그에게 덤비지 않았다.

.

.

.

그로부터 몇 개월 뒤, 모창귀가 방원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나가야겠다.”

“…예?”

“형님 말씀이라면 따르겠습니다.”

“저는 출소가 얼마 안 남아서… 대신 성심을 다하여 돕겠습니다!”

모창귀는 유일하게 대답을 하지 않는 11호를 보며 물었다.

“넌?”

“난… 그럴 생각 없소.”

“왜.”

“여길 나갈 이유가 없소, 대신, 함구하겠소.”

“음… 그럼, 네가 해야겠구나.”

모창귀는 돌아서서 젊은 사내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사내는 움찔 떨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뭐, 뭐든 시켜주십시오!”

사내는 전에 강진시 동부지구대를 습격했던 젊은 조폭들의 대장이다. 그 역시 모창귀에게 호되게 당하고 지금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한다.

모창귀는 어떤 민머리 사내에게 턱짓했다. 그러자 그가 관물대 안쪽에서 뒤를 뾰족하게 갈은 칫솔을 꺼내었다.

모창귀는 그것을 조폭대장에게 건네주었다.

“이걸로 나를 찔러, 여기, 이쯤이면 리얼하겠네.”

“…네? 저, 저는 못합니다. 어찌 제가 방장님을….”

“찔러.”

모창귀의 목소리가 잘 벼린 칼날처럼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이럴 때 한 번 더 말하게 하면 지옥을 다녀온다.

사내는 아랫입수을 깨물며 모창귀에게 뾰족한 칫솔을 내리찍었다.

푹! 찍-

그의 쇄골 쪽에 칫솔이 깊게 박혔다가 빠져나왔다. 피가 물총처럼 쭉 뻗어나온다.

모창귀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내의 손목을 잡아챘다.

“어?”

모창귀는 사내의 팔을 끌어당기더니 서슴없이 무릎으로 그의 팔꿈치를 내리찍었다.

우드득-

“끄아아악!!”

사내의 팔꿈치가 반대로 꺾여 살가죽을 찢고 하얀 뼈가 툭 튀어나왔다. 피분수가 솟구쳐 생활실 천장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의 비명에 교도관들이 달려왔고, 둘은 교도소 내에서 치료가 어려운 상처라고 판단하여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술 후.

모창귀와 사내 둘은 감시를 위해 같은 호실을 쓰게 되었다. 양손은 병원침대 양쪽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식사 시간, 모창귀는 자신의 앞에 놓인 식판을 보았다가 감시하고 있는 교도관을 보며 물었다.

“먹여줄 건가? 그것도 괜찮겠군.”

“하… 한 손이면 충분하지?”

“그럼, 위험하잖아.”

교도관은 일어나서 젊은 사내 먼저 한 손을 풀어주고, 다음에는 모창귀의 손을 풀어주었다.

그러나.

풀리자마자 모창귀가 자신의 식판 옆에 놓인 젓가락 하나를 들어 교도관의 목을 뚫기까지는 채 1초도 걸리지 않는 듯했다.

푸슉-

교도관이 모창귀 옆에 그대로 경직되어 있다. 모창귀는 마무리로 하나 더 들어서 그의 귀에 넣고, 못을 박듯이 손바닥으로 강하게 박았다.

푹-

“꺼,꺼…….”

교도관은 그대로 눈과 귀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쓰러져내렸다.

모창귀는 교도관에게서 열쇠를 챙겨 수갑을 풀고 나오다가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고는 열쇠를 그에게 대충 휙 던졌다.

타닥 탁

열쇠가 그의 침대가 아닌 바닥에 떨어졌다. 사내는 당황하여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방, 방장님 좀 주워주실 수….”

모창귀는 피식 웃고는 젓가락 하나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병실 문을 천천히 열었다.

문 양쪽에 총을 든 교도관 두 명이 우뚝 서 있다. 그 삼엄한 기세에 주변 사람들이 감히 다가오지 못할 것 같다.

창귀가 그들 사이에 서서 속삭였다.

“총을 들면 뭐하나, 동료가 죽어나가는 줄도 모르는데.”

창귀의 목소리에 그들이 동시에 돌아섰다.

등골 가득 짜한 소름이 돋았다.

“너는!”

“이런 씨!”

그들이 총구를 겨눈다. 아직 안전장치도 풀지 않은 상태, 창귀는 총구를 손바닥으로 밀어 그의 동료를 겨누게 만들고, 젓가락으로 그의 눈을 찔렀다.

푸석-

“아아악!!”

거의 동시에 교도관의 손가락을 꺾어 총을 빼앗고, 반대편 교도관의 입에 총구를 꽂았다.

콱!

“커허억!”

그 사이 수갑을 푼 사내가 합류하였고, 둘은 교도관들을 병실 안으로 끌고 와서 목을 돌려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고는 미리 말을 맞춘 대로 빠르게 교도관 옷으로 갈아입었다.

모창귀가 병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사내가 물었다.

“총은 안 가져갑니까?”

“멍청한 놈, 총 가져가면 추적하는 사람들은 두 배로 늘어난다.”

“아… 역시 방장님이십니다.”

그러나 모창귀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해서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병원 복도를 거니는 모창귀의 발걸음은 가볍다. 그는 아무도 없는 카운터 쪽에 얼굴을 확 내밀었다. 책상 아래에 간호사들이 쪼그려 앉아서 휴대폰을 들고 벌벌 떨고 있다.

모창귀는 피 묻은 손을 뻗었다.

“그거 줘.”

“네, 네.”

“니꺼도.”

“네….”

모창귀는 간호사들의 휴대폰 두 개를 챙겨 하나는 사내에게 주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중간에 엘리베이터에서 병원 경비원들을 만났지만 희생만 늘어났을 뿐이다.

“야.”

“예, 예 방장님.”

“이제 니가 가고 싶은 곳 가, 대신. 최대한 잡히지 마, 잡히면 내가 너 죽일 거야, 알겠어?”

“예, 알겠습니다.”

사내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몇 번이고 대답했다.

모창귀의 소문만 무성하게 들었지 직접 사람들을 죽이는 모습은 처음 본 사내였다. 교도소에 오기 전에 그가 겪었던 일들은 새발의 피였다.

그는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모창귀를 힐끔힐끔 쳐다보다 점점 멀어져갔다.

* * *

어두컴컴한 골목길, 술에 가득 취하여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중년인에게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스윽.

“으음, 뭐어야, 뭐 …읍? 읍!”

덩치 큰 사내 네 명이서 그를 둘러싸고 입을 막아 기절을 시킨다. 그러고는 들고 이동하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도 통나무 장사 하니?”

“누구야?”

“어떤 새끼야?!”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기에 그들은 화들짝 놀라며 칼을 빼들었다.

스윽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칼을 빼든 사람들을 상대로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남자는 모자도 푹 눌러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사내 한 명이 익숙한 실루엣임을 깨닫고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살폈다.

한 발자국 더 다가오자 달빛에 살짝 얼굴이 비쳐졌다. 볼에는 피가 묻어 있다.

“모, 모창귀 형님!”

“형님!”

“모창귀?!”

이들 중에는 모창귀의 이름만 들어보았고 직접 보지 못한 자도 있었다.

이쪽 세계에서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더더욱 놀라움이 컸다.

현재는 괴물같은 형사에게 두 손이 아작나고 무기징역 받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어떻게….”

모창귀는 대답 없이 자신을 알아보는 옛 부하직원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달까야, 일본 가는 배 좀 알아봐라, 돈도.”

“…예, 예 형님.”

* * *

강수대 본부.

오갱의 말에 팀장은 물론 신해수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반응에 막내가 물었다.

“모창귀라는 놈이 대체 어떤 놈인데 그럽니까?”

오갱은 심각한 표정으로 상황실에서 보낸 사건 내용을 확인하며 대답했다.

“해수밖에 못 잡아, 해수도 그때 많이 다쳤지?”

“운이… 좋았었습니다.”

“허억…!”

팀장이 벌떡 일어나 다급하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어디래?”

“몰라, 이 새끼들 지네가 몰래 해결하려다가 사상자만 늘었어! 탈옥한 지 72시간 이상 지났대.”

3일 동안 사망자 6명, 부상자 3명이라는 결과를 낳고 결국 예전에 모창귀를 잡았다는 신해수가 있는 강수대에게 사건을 전달한 것이다.

그것도 최대한 비밀로 붙여달라는 거지같은 부탁과 함께.

“돈도 없으니까 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할 거야, 분명 지 쫄따구들 찾으러 갔다.”

“형님, 그럼 나는 전 갈고리파놈들 찾아볼게요. 아직도 꽤 있는 것 같던데.”

“엉, 해외로 뜰 가능성이 높으니까 해수는 필리핀, 베트남, 중국 가는 배편 다 찾아봐.”

“알겠습니다.”

강수대는 효성교도소 교도관들의 협조를 받으며 모창귀를 찾았다.

그들은 전에 지구대를 습격했던 조폭들의 대장도 같이 탈옥을 하여 혼선을 주는 바람에 모창귀를 찾는 데 늦어졌다는 핑계를 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질책할 시간은 없었다.

사실상 모창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상태, 갈고리파 일원을 찾으려면 수색이 장기화되는데 그 사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면 답이 없다.

그렇게 수사에 난항을 겪으면서 공개수사를 거론하던 중, 신해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상황실이다.

“강수대 신해수입니다.”

-백하나입니다. 신고전화가 들어왔는데… 신해수 형사님을 지목합니다. 직접 들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목… 예, 보내주십시오.”

상황실에서 상담내용을 해수의 무전기로 보냈다. 해수는 강수대 대원들이 모두 들을 수 있게 소리를 키우고 재생했다.

[…그래서 모씨가 지금 고성읍 근처에 머물고 있을 겁니다. 모씨라고 하면 알 거에요. 다른 경찰들 안 돼요. 무조건 그 신해수, 신해수 형사 불러! 아니면 아예 절대 오지 마, 알겠어? 끄,끊습니다.]

떨리는 목소리, 모씨, 갈고리파 조직원이다. 모창귀를 배신하고 잡혀가게 만들려는 것이다.

왜? 이제 조직도 와해되고 잘 살고 있는데 그가 무언가를 빼앗으려 들었겠지, 아마도 돈일 것이다. 돈 앞에서 충성따위는 없다.

팀장이 말없이 무전기를 들었다.

“남포 국제항, 남포 국제항으로 모두 모입니다. 오늘 이 새끼 한국 뜨려고 합니다. 무조건 잡습니다.”

국제항으로 모이고, 일본으로 가는 배가 들어왔다.

해수는 시시티비로 미리 확보했던 모창귀와 인상착의가 같은 사람을 보고 일본으로 가는 배로 올라탔다.

‘모창귀, 모창귀.’

해수는 머릿속으로 그와 재회하면 어떻게 다시 싸워야할지,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식으로 싸워서 제압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사이에도 발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턱-

그리고, 모창귀와 인상착의가 같은 사람의 어깨를 꽈악 붙잡았다.

“아악!”

그의 어마어마한 악력에 사내가 주저앉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시간으로는 아주 잠깐밖에 만난 적이 없지만 모창귀의 목소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목소리는 물론, 모창귀는 이 정도로 주저앉을 놈이 아니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해수는 미간을 좁히며 사내를 돌려세웠다.

“으으, 이것, 이것 좀 놔주세요…”

역시나 다른 사람이다. 코가 함몰되어 있고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다. 눈물을 흘렸던 자국,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해수는 그를 무섭게 노려보며 물었다.

“너, 만났지.”

“흐윽, 흑.”

“빨리 말해, 그놈 어딨어.”

그는 말없이 검지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 멀리, 화물용 컨테이너가 많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벌거벗은 한 여자가 피범벅이 된 채 뛰쳐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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